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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2.05.21 03:27
최근연재일 :
2022.06.16 19:52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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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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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
글자수 :
193,589

작성
22.06.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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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2. 생존을 위하여 (3)

DUMMY

데뷔도 하지 않은 배우가 논란에 뜨면 어떻게 될까.

그냥 묻힐까, 아니면 뜨거울까.

그런 선택조차도 주지 않고 터트리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네, 다 들으셨죠? 녹음도 되고 있을 테고요.”

-“안 그래도 저희가 가장 먼저 기사 터트렸네요. 증거까지 있고··· 정말 감사합니다.”


녹음보다 정확한 게 있다면 기자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

뭐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만, 나는 정호의 죽음에 이유를 막았을 뿐이다.


-“근데··· 익명으로 이렇게까지 하는 거면 이쪽 계통으로 일하시나 봐요. 아는 사람이···.”


이번에 필요해서 기자에게 연락했다지만, 더는 연락이 필요가 없었다.

속셈이 보이는 말투에서 나는 더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럼 나중에 알게 되실 때 더 알려주시면···, 저희도 나중에 따로 도움을 드릴 수도 있!”

“끊겠습니다.”

-“잠, 잠시만요! 하다못해 이름이라도! 아니면 직업이라도 알려! 저기요!”


뚝, 끊긴 전화를 보며 나는 발신자 번호 표시 제한이 된 기록을 보며 가차 없이 지웠다.

연락하게 될 거라면 언젠간 할 거다.

지금은 아니었으니까, 커피를 마시려고 손을 뻗어 잡았다.


-“빨-! 막···, --!”


어디선가 들려오는 또 속삭이는 소리에 소름이 끼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돌아봐도 아무것도 없다.


-“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결국 눈을 찌푸렸다.

스트레스가 과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게 아니면 요즘 환청이 들리는 건 정상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그건 아니어야 했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 괜찮은 거 맞아? 창백해, 얼굴이 무슨 귀신 본 사람처럼···.”

“아··· 너무 피곤해서요. 저 이제 집에 갈까 하는데, 다들 가시기도 하고···.”

“고생했다. 네 덕분에··· 살았어. 아니었으면 난 정말 살 수도 없었을 거야.”


편안한 얼굴로 웃는 정호를 보며 나는 뭔지 모를 불안감에 주변을 살핀다.

아무도 없었다.


“아, 그 계약서 잘 들고 있으시다가 변호사 한 번 찾아보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왜? 다 끝나서 이제 무효가 됐는데. 이런 건 계약 연장도 못하잖아.”

“회사에서 손해나는 거 못 보거든요. 어떻게든 끌어들일 텐데, 준비는 되어있어야죠.”


그제야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정말 연락이 왔고 피해자를 모은 만큼 대응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구질구질하게 끌고 갈 생각인 게 뻔했다.


“마지막 촬영이라니 너무 아쉽네. 진짜, 왜 내가 드라마를 청소년 버전으로 안 썼을까.”


아쉽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작가와 아쉬움을 뚝뚝 눈빛으로 표현하는 PD를 보며 웃었다.

그렇게까지 좋아해 주니까 고맙긴 했다.

그렇게 나오면 인기가 없겠지만.


“···오늘도 연기에 대해서 분석을 좀 해봤는데, 듣고 있지?”


그 옆에서 시비를 걸었던 여학생은 계속 붙어서 묻고 또 물었다.

이쯤 되면 안 지겹나?


“감사합니다, 저 근데 이 부분 찍을 때 제가 너무 집중을 못했거든요.”

“이 정도면 이미 훌륭한데, 더 할 수가 있어? 너무 완벽하다니까, 정의 씨는.”


물론, 대답은 하지 않았다. PD랑 할 이야기가 많았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에서 뭔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게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여전히 모르는 것 같다.


“왜 너 내 말 계속 무시해? 야, 내가 너 선배야. 나 어릴 때부터 연기했다고!”


이제는 지겨워서 귀를 막고 싶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은 많은데, 그걸 해소하지 못해서 더 저러는 걸 안다.

이야기를 다 들어서 이런 말도 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말 좀 길게 하시죠. 제가 친구입니까?”

“들리면서 왜 못들은 척해? 진짜 나 무시해? 대체 왜···?”

“무례한 사람에겐 대답해드리는 편은 아니라서요.”


그거야 내가 선배라는 말을 하려다가 지겹다는 눈빛에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돌린다. 자기가 봐도 이건 떼쓰는 거고 우기는 거다.

촬영이 다 끝나가고 끝이 찾아오면 이젠 별로 마주칠 일은 없었다.


“온정의 씨, 오늘 조금 집에 늦게 들어가겠는데?”

“아··· 괜찮아요. 저야 좋죠. 안 그래도 너무 일찍 끝날 것 같아서 아쉬웠거든요.”

“역시 우리 온정의 씨는 인성도 좋아 연기도 잘한다니까. 신인답지 않아. 멋지다, 진짜!”


온갖 아부를 하는 PD를 거쳐서 가식적인 탈을 쓰고 온정의가 웃는다.

그걸 지켜보던 여자만 기분이 나쁜지 표정을 찡그린다.


“이신정 씨, 조금만 더 잘해보자. 응? 금방 끝낼 수 있잖아. 프로답게, 잘할 수 있죠?”

“네, 제가 좀, 긴장했나 봐요. 죄송합니다.”


아역배우로 3년 전에 연기를 시작한 신정은 날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더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벌써 5번째 NG가 나고 늦게 퇴근할 거라는 건 변함이 없었으니.


“다시 가겠습니다. 집중합시다.”


냉랭해진 분위기 속에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정의뿐이었다.



*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그대로 그 여자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딱히 말도 안 했기도 했고 그에 맞춰서 다시 재촬영이 들어갔다는 정호의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거의 다 찍었던 거 촬영하면 얼추 맞출 것 같다고요?”

“그렇다니까? 안 그래도 살벌해. 근데 또 이번에 온 배우가 워낙 매너가 좋아서···.”


조잘조잘 떠드는 정호는 어느 누가 봐도 더는 다칠 일이 없어 보였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쏟아지는 기사에 감당할 수 없는 악플에 강도율은 숨어버렸다.


강철 같은 멘탈인 줄 알았는데, 그건 좀 의외였다.

이래서 사람은 겉모습만 보면 안 되는구나.


“이번에 받게 된 치료는 잘하고 있고요?”

“안 그래도 좀 걱정이었거든, 나도 정신적인 문제나 마약을 원치 않아도 했으니까···.”


많이 좋아졌다며 웃는 그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왕이면 치료받는 편이 좋은 거니까, 그러다 잠깐 시계를 보더니 놀란 눈으로 일어난다.


“나 병원 갈 시간이라서··· 미안하다, 다음엔 내가 커피 정도는 살게.”

“천천히 가요, 그러다가 사고 나니까. 사고 나면 내 손해인 거 알죠?”

“야, 내가 사고 날 일이 어딨어? 악담을 해라, 악담을.”


지금도 카페 안이라며 웃는 정호를 보다가 시선을 돌린다.

밖은 인적도 없고 차도 안 다닌다.


-“저대로 보낼 거야?”


때마침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소름이 끼쳐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정체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죽을 수도 있어. 안 구해? 구해야지?”


계속해서 어지럽게 만드는 목소리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정호는 그것도 모르고 카페 문손잡이를 잡았고 열려는 동시에 내게 다시 속삭인다.


-“지금 유리창··· 부서······!”

“형!”


정신없이 일어나 그를 불러 세우고 뛰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형의 어깨가 잡힌다.

손이 닿자마자 누군가 모자를 눌러쓴 채, 차로 돌진하는 모습이 보였다.


채앵-!


부서지는 유리창과 함께 뚫고 들어온 차 한 대가 카페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바퀴가 웅웅거리며 멈춰 선다. 인적이 드문 카페였기에 찾아온 것이 다행이었다.


후두둑-


차마 피하지 못한 깨진 유리 조각들이 일어남과 동시에 바닥에 떨어졌다.

둥둥 떠다니는 시야에 눈물을 흘리는 살아있는 정호가 보였다.

어쩌면, 어쩌면··· 회귀 전, 정호는 강도율의 차에 치여서 죽은 것은 아닐까.


“아, 안 돼. 눈을 떠! 정신 차려!”


운전자는 마스크와 모자를 썼음에도 누군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아깝다, 둘 다 죽일 수 있었는데···.”


X발, 사람은 겉모습과 같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강도율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이며 걸어온다.

평탄하지 않은 바닥 탓인지 발목이 접질렸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걸었다.


“누구 마음대로··· 내 인생을 망쳐? 네 인생이나 망가져. 쓰레기 새X야.”


아무래도 제대로 감옥이 가고 싶은 것 같다고.


“경찰 불렀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알바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고 곧장 들려오는 사이렌에 나는 눈을 감는다.

아, 너무 어지럽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


“조금만···.”


걱정할 테니까, 아주··· 조금만 자자고.



*



나는 꿈속에서 한 아이를 봤다.

아니지, 어른이라고 해야 하나?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어린아이가 어른처럼 보였다.


“듣기 싫어······, 제발, 제발! 그만 말해!”

“정의야, 이건··· 대본이야. 왜 그래?”

“삼촌, 그건··· 대본이 아니잖아요. 무슨 소릴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온정의와 삼촌 이야기였나 보다.

내가 몰랐던 과거인 건지, 희미한 장면 속에 온정의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건··· 대본이 아니라, 사람이잖아요.”


온정의는 대본을 사람이라고 했다.

아니지, 그가 보는 시선은 조금 달랐다.

무언가 대본이 아니라 그 옆을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천천히 나도 같이 고개를 돌리자 대본을 보고 있는 어떤 존재가 보였다.


‘사람···?’


온정의 말대로 그건 사람이었다.

온전한 형체를 가진 사람.


“안 할래요, 더는, 더는 못하겠어요. 삼촌, 저 이제는···.”

“하, 정의야···.”


차가운 눈빛의 삼촌의 눈이 정의에게 온전히 향했다.

무언가 고장 난 기계처럼 삐걱거리는 상황에 삼촌이 한숨을 쉬었다.


“병원 가자, 너··· 이상한 게 보이는 것 같은데. 다 환각이고 환청이야.”

“그 작품은 원래 그 작가 거가 아니라고! 내 말 좀 들어봐, 삼촌. 제발······.”

“애원하는 게 아니지, 넌 톱스타가 될 몸이야. 그러니까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돼.”


듣지 않는 삼촌에 의해 끌려가는 정의가 한참을 발악했다.

이내 에너지를 다 쏟아냈는지 장작에 타올랐었던 불처럼 사그라들었다.


“병원 가니까 어때. 괜찮아졌어? 다음 작품 이야기 말인데···.”


이미 대화가 안 될 상대였다.

분명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은 맞았고 자신을 최고급으로 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걸 원하지 않았던 온정의 말은 듣지 않았다.


“정의···.”

“최 대표, 그 드라마 할게. 그러니까 정의라고 부르지 말지. 좀.”


차가워진 정의는 불쾌한 얼굴로 그를 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내 기분 더러우니까 부르지 말라고. 나도 안 부를 테니까, 그냥··· 하던 거나 계속해.”


그 눈빛에서 애정을 갈구하고 힘겨워했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근데 오히려 그에게는 배우로서 가져야 할 재목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이번 매니저한테는 유리병을 던졌다며. 저번엔 액자 던지더니··· 대체 왜 그래?”

“······그래서?”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어쩌려고···.”

“최 대표, X 같은 일로 존X 쨍알쨍알···, 그거 처리하는 게 네 일이잖아. 내 말이 틀렸어?”


어쩌면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을지도 몰랐다고, 그는 그때야 알았다.


“정의야!”

“···삼촌.”


눈을 뜨자 하얀 천장과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걱정을 많이 했는지 할머니보다 앞에서 손을 잡고서 몸을 살핀다.


“어디 아픈 곳은?”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저··· 왜 1인실에······.”


눈을 뜨고 돌아본 곳은 1인실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지.

6인실도 아니고 1인실이라니, 돈이 얼만데.


“너 요즘 얼굴 많이 알려져서 안 돼.”


삼촌을 보라며 켜준 TV에서 내 얼굴이 보였다.

벌써 첫 방이었나 싶은 생각에 눈을 찡그린다.

하긴, 할 때가 되기도 했다.


아무렇지 않게 보는 날 삼촌은 어이가 없는 눈으로 본다.


“너 지금 갑자기 유명해져서 난리야.”

“제가요?”

“네가 그···, 사람을 구한 모습이 영상으로 올라왔더라. 그것도 가까이서 찍었나봐.”


누가 사람을 구해?


“누구를요? 아니, 혹시 그 정호 형이요?”


끄덕이는 고개에 거기가 인적이 드문 곳이었던 걸 기억했다.

어떻게 볼 수 있었을까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 순간 지나간 얼굴이 있었다.


경찰 신고한 알바생, 그 사람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장금
    작성일
    22.06.12 08:12
    No. 1

    강도율 진짜 미친 인간이네. 그래도 목소리 들려서 정호 살렸네. 근데 정신과 상담은 받아야겠다. 부모님 사고로 충격이 남아 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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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운명을 바꾸고 싶다 (1) +1 22.06.16 116 6 12쪽
34 33. 생존을 위하여 (5) +1 22.06.15 87 7 11쪽
33 33. 생존을 위하여 (4) +1 22.06.12 100 7 14쪽
» 32. 생존을 위하여 (3) +1 22.06.11 106 7 12쪽
31 31. 생존을 위하여 (2) +1 22.06.09 119 10 12쪽
30 30. 생존을 위하여 (1) +1 22.06.08 120 8 12쪽
29 29. 사랑받은 아이 (2) +2 22.06.07 118 12 12쪽
28 28. 사랑받은 아이 (1) +2 22.06.06 142 12 11쪽
27 27. 김성현 (2) +1 22.06.05 142 14 13쪽
26 26. 김성현 (1) +1 22.06.05 139 14 16쪽
25 25. 꿈 (2) +2 22.06.04 146 13 12쪽
24 24. 꿈 (1) +2 22.06.03 154 11 12쪽
23 23. 평범한 일상 (3) +2 22.06.02 145 15 11쪽
22 22. 평범한 일상 (2) +2 22.06.02 156 14 11쪽
21 21. 평범한 일상 (1) +1 22.06.01 162 13 11쪽
20 20. 미카엘 (3) +1 22.06.01 161 14 13쪽
19 19. 미카엘 (2) +2 22.05.31 165 15 12쪽
18 18. 미카엘 (1) +1 22.05.31 161 14 12쪽
17 17. 주인공 (3) +1 22.05.30 185 11 12쪽
16 16. 주인공 (2) +1 22.05.30 187 17 12쪽
15 15. 주인공 (1) +1 22.05.29 202 17 12쪽
14 14. 대본 그리고 배우 (2) +1 22.05.29 210 19 12쪽
13 13. 대본 그리고 배우 (1) +1 22.05.28 216 23 11쪽
12 12. 천재 소년 (4) 22.05.28 237 21 13쪽
11 11. 천재 소년 (3) 22.05.27 235 17 14쪽
10 10. 천재 소년 (2) 22.05.27 251 17 13쪽
9 09. 천재 소년 (1) +1 22.05.26 276 20 13쪽
8 08. DNA (2) +1 22.05.26 289 21 12쪽
7 07. DNA (1) 22.05.25 302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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