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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2.05.21 03:27
최근연재일 :
2022.06.16 19:52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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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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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
글자수 :
193,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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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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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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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8. DNA (2)

DUMMY

*



아침부터 커뮤니티에는 많은 댓글이 올라가고 사라진다.

요즘 핫한 건 다름 아닌 XIS가 계속해서 인기가 많았기 때문인데, 대체로 반응들은 일정했다.


-지금도 재밌지만, XIS는 1화가 제일 좋았던 것 같은데··· 아쉽다.

⌎-나도. 솔직히 나 XIS 나온대서 기대도 안 했다가 완전 빠졌는데, 조금 아쉬워.


-그래서 XIS 주인공 꼬마는 이 작품이 끝이래? 엑스트라인데도 연기가 엄청났는데, 다른 걸로도 보고 싶었는데!!

⌎-꼬마 나이가 어려서 그런 것 같아.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좋지 않잖아.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너무 아쉬운 거지. 다른 작품도 했으면 좋겠다.


뻔히 보이는 커뮤니티에 눈을 질끈 감고서 애써 무시하는 서연은 의자에 등을 댄다.

책상에 가득한 액자를 보며 지나가던 직장 동료의 눈이 좁혀진다.


“혹시 이 꼬마가 XIS···.”

“아··· 네.”

“와, 진짜 연기 잘하던데요? 개인적으로 머리핀 딱 잡고 우는 장면이···.”


본 적이 없는 서연은 애써 웃고 있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듯 쳐다보는 시선에 눈을 피한다.


“요즘 바쁘시긴 했죠.”


더는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핸드폰 액정이 켜진다.

선명히 적힌 이름을 보며 손을 뻗지도 못한 채로 보고 있는 모습에 그가 묻는다.


“한글···? 맞죠? 한국인이라는 걸 자꾸 까먹어서 이런 거 보면 신기하네요. 안 받으세요?”

“···받아야죠.”


핸드폰을 쥐고 복도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머뭇거리며 받는 통화 너머 들려오는 숨소리가 익숙한 안정감을 줬다.


“엄마.”

-“응. 서연아, 잘 지냈니?”

“···어쩐 일이세요?”

-“손자가 많이 컸다고 한번 오셨으면 좋겠다고 온 서방이 말하기에 가려고.”


남편은 갑자기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했냐고 이를 아득 깨문 서연과 달리 평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도착할 거야. 어쩌면 너보다 빨리 집에 갈 수도 있겠구나.”

“오늘이요?!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집은 왜!”


아버지 돌아가신 후론 연락도 잘 안 하던 사이였고, 어머니도 상처를 묻어두기 위해 바빴었다.


그러니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갑자기 왜 어머니를 부르는 건지, 왜 하필 지금인지.


‘만나면 바로 알아챌 텐데···.’


아버지처럼 연기를 하려는 아들을 알아보면 어머니 기분도 썩 좋지 않을 거다.

그래서 더더욱 숨기려고 한 건데, 남편이 문제였다.


-“오셨어요?”

-“할머니!!”


남편의 목소리와 아들의 목소리에 손톱을 깨물던 서연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한참 통화 너머 떠들던 목소리가 멈추고 밝아진 서연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럼, 일 잘하고··· 끊는다.”

“잠, 잠시만요! 엄마? 엄마!!”


끊긴 전화에 물어뜯던 손톱이 너덜거리는 걸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급하게 가방을 챙겨 들고 겉옷을 들고 나가려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료들은 어깨를 으쓱였다.


“야근 연달아서 하시더니 이번에 쉬시려는 건가?”

“안 그래도 부장님이 쉬라고 하셨잖아. 너무 일 열심히 하다간 죽는다고.”

“쉬라고 할 땐 안 쉬더니 갑자기 저러니까 그러지.”


수군거리던 소리가 잠잠해지고 서로 각자의 가방을 챙겨 들고 퇴근을 준비했다.

빠르게 차에 올라타 곡예 하듯이 도착한 집 문을 향해 뛰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이 고개를 돌린다.


“왔니?”


급하게 뛰어온 서연과 달리 차분한 얼굴로 어머니는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도망치듯이 떠난 지가 오래되었으니 나이 든 어머니 얼굴인 건 당연했다.

근데 왜 세 명이 똘똘 뭉쳐서 웃고 있는 건지 서연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땀을 흘려? 차 타고 온 애가···.”

“당연히 뛰어왔으니까··· 아니, 됐고 그래서 지금 같이 뭐 보시는 건데요?”

“뭘 보긴? 손자가 데뷔했다고 하니 영상은 같이 봐야지.”


자신도 못 보겠기에 포기한 영상이 TV 화면에 떡하니 나오고 있는 상황에 눈을 질끈 감았다.

오자마자 제멋대로인 어머니를 피해 안방으로 도망치듯이 들어간 서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안방을 훑어보며 감탄했다.


“어머, 정말 네 아버지 취향이랑 똑같네. 네 취향이지?”


이젠 쉽게 내뱉는 아버지 이야기라니 숨이 턱턱 막혀왔다.

난 아직도 아버지를 잊지 못해서 이렇게 살아오고 있는데, 어머니는 벌써 잊은 거냐고.

그런 모습에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화장대 의자를 끌어 앉았다.


“서연이 네가 아버지 못 잊은 거 알아. 그래서 네가 왔잖니.”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쉬워요? 손자가 연기를 한다잖아요. 다른 것도 아니고···.”

“그래, 서연이 네가 좋아했던 연기지.”


서연은 분명 투정을 부리고 있는 거였다.

그걸 아는 어머니의 표정은 무심하게 혹은 평온함을 유지한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모르는 척 회피하는 어머니가 답답했다.

내가 좋아했던 연기라니, 내겐 그 의미가 아닌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이건!”

“널 닮은 거지. 네 아버지가 아니라.”


말문이 턱 막히는 상황에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서연의 모습에 한숨을 깊게 쉬는 어머니의 주름진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는 아직도 그걸 모르고 있었냐는 듯 날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왜?’


나는 도대체가 알 수가 없었다.

왜 아버지가 아니라 나를 닮은 거라고 말하는 건지.


“넌 아직도 모르는 것 같으니 네 아들에게 관심을 좀 더 많이 가져야겠는데?”

“보고··· 있어요. 엄마보단 제가 훨씬 잘 알아요.”


피식 웃는 어머니의 비웃음에 울컥도 잠시 힘겹게 일어선 어머니의 손이 머리에 닿았다.

부드럽게 쓰다듬는 어머니의 손에 눈을 찡그린다.


“네 아들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연기 할 때는 누굴 닮았는지 좀 봤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말해도 전 제 아들이 연기하는 건 반대예요.”

“고집 하나는 네 아버지랑 똑같아선···.”


안방을 나가버리는 어머니를 등지고 밖을 나가지 않았다.

얼굴을 보기 싫을뿐더러 생각이 괜히 많아진 탓이었다.



*



안방에서 나와서 움직이지 않고 안방 문 앞에 서 있는 할머니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니랑 한참 대화하는 것 같더니 막상 나와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할머니?”


조용히 검지를 올려 입술에 대는 할머니 모습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똥강아지 대본을 할머니도 좀 볼까?”

“어, 그거 제 방에 있는데, 음··· 가져올까요?”

“우리 똥강아지 방 구경도 해볼까?”


묘한 할머니의 익숙한 말투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옛날 김성현 때도 돌아가신 할머니에게서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그럼 지금 가요!”


가자며 2층의 내 방문을 열자 이젠 익숙해진 방 풍경이 보였다.

책상에 놓여있는 대본을 보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빨랐다.


“얼마 만인지···.”


쓸쓸하게 대본을 손으로 만지다 펼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겠다며 다가온 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본 곳곳에 적힌 필기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네 엄마랑 똑 닮았네.”


당황스러워 고개를 갸웃거리자 할머니는 눈을 맞추며 물었다.


“연기가 많이 하고 싶지?”

“네!”


그렇기에 다시 기회를 얻어서 온정의로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엄마가 안 도와주고?”

“네···.”


할머니는 다리가 아픈지 침대에 걸터앉으면서도 인자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되려 모든 걸 꿰뚫어 보는 사람처럼 편안히 말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어쩐지 온 서방이 날 부르더라니···.”


다가오라며 손을 휘적이는 할머니의 행동에 발걸음을 조심히 내디뎠다.

다가갈수록 미소가 선명해지는 할머니는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연기가 얼마나 하고 싶어?”

“많이, 정말 많이 하고 싶어요.”

“그래···.”


손을 뻗어 뺨을 쓰다듬으며 눈으로 온정의를 담으려는 듯 바쁘게 움직였다.

무언가 떠올리는 것처럼 서글픈 눈으로 날 끌어안는다.

당황도 잠시 할머니의 등을 토닥이는 투박한 손길이 느껴졌다.


“참··· 손자라고 하지만, 내 딸을 쏙 빼닮았어.”


할머니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만 하고 연기 연습 잘하라며 나가버린다.

그렇게 다음날, 한국을 돌아가지 않고 버티는 할머니와 연기 반대파인 어머니의 싸움이 시작됐다.


“엄마! 내가 말했잖아요, 우리 애 안 시킨다고!”

“누가 뭐라니? 애가 나온 영상도 못 보면서 행패는 늙은 노모한테 부리네!”


2일 차, 매일같이 싸우는 할머니와 어머니는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싸웠다.


“아니, 거기서 제 이야기가 왜 나와요?! 내가 뭔 그렇게 열심히 했다고!”

“네 아빠처럼 연기하겠다고 필기만 잔뜩 해서 책상에서 잠드는 거 보면 너랑 뭐가 달라?”


5일 차, 할아버지 이야기로 붙은 재능 이야기가 오갔다.

점차 생기가 도는 어머니의 얼굴이 능청스러워진 할머니와 비슷해 보인다.


“엄마, 이제 좀 그만 좀 해요···. 절 좀 놔달라고요.”

“누가 뭐래? 너 오늘 안 들어온다니까 도시락 좀 싼 건데.”


6일 차 저녁, 이젠 지친 얼굴로 거부하는 어머니와 능청스러운 할머니의 모습이 익숙했다.

지켜보는 온정의 입장에도 익숙한 그림이었다.


“애초에 한국에 안 돌아가고 있는 것만 봐도!”

“얼른 가기나 해, 누가 보면 잔소리하는 엄마인 줄 알겠어. 어우, 엄마가 안 하니 딸이 하네.”


팔을 쓸어내리며 지겹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할머니의 모습에 어머니의 얼굴이 힘이 풀린 듯 걸음을 움직였다.

저녁이 되어서야 바쁜 일을 끝내고 도시락 먹을 땐 소풍 생각이 나서 피식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다녀왔···.”


집에 도착하자마자 긴장감이 풀려 늦게 도착했음을 망각한 탓에 제 입을 막았다.

불이 꺼진 집안 풍경에 걸어가자 소파에서 기다리다 잠든 어머니와 온정의가 보였다.


“왜 이러고 자···.”


환하게 켜진 TV를 끄기 위해 리모컨을 들자 멈춰진 장면엔 온정의가 있었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러 자리에 앉았다.


도망갈 생각도 들지 않았다.

차분히 영상을 끝까지 보고 다시 돌려본다.


그렇게 3번 넘게 돌려보던 중 머리에 올라온 주름진 손에 고개를 들자 웃는 서연의 어머니가 보였다.

이젠 나이가 든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고왔다.


“보니까 어때?”


깼냐고 말을 하려던 서연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내 아이는 아버지를 닮았다고.


그래서 무섭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차마 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봐도 그건 아버지를 닮은 것이 아니었다.


“··· 절 닮았더라고요.”


잘하지 못하는 걸 알기에 노력하며 분석하고 또 연습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 그냥 내가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건 아버지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건 어린 시절의 나였다.


“정의는··· 연기해야겠어요.”


재능이 없는 나도 연기를 했었는데, 엄마면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말렸다.

이때까지 외면해왔던 진실에 어머니의 얼굴이 다시 보였다.


“난 얼마나 힘들었겠니, 남편이고 딸이고 연기한다고··· 나중엔 여기까지 오고 말이야.”


두려움에 떠난 딸과 홀로 가족들의 흔적으로 가득한 집에 남아있어야 하는 엄마.

그제야 제 잘못들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죄송해요, 엄마······.”


한참을 우는 딸을 다정히 안아주는 어머니의 모습에 바라보는 사위는 한 발짝 멀어진다.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풀길 바라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다음날, 저녁이 되자마자 퇴근을 한 어머니는 연기를 허락했다.

그 모든 게 할머니가 미리 정해놨던 한국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까지 있었던 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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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운명을 바꾸고 싶다 (1) +1 22.06.16 116 6 12쪽
34 33. 생존을 위하여 (5) +1 22.06.15 87 7 11쪽
33 33. 생존을 위하여 (4) +1 22.06.12 100 7 14쪽
32 32. 생존을 위하여 (3) +1 22.06.11 105 7 12쪽
31 31. 생존을 위하여 (2) +1 22.06.09 119 10 12쪽
30 30. 생존을 위하여 (1) +1 22.06.08 119 8 12쪽
29 29. 사랑받은 아이 (2) +2 22.06.07 118 12 12쪽
28 28. 사랑받은 아이 (1) +2 22.06.06 142 12 11쪽
27 27. 김성현 (2) +1 22.06.05 142 14 13쪽
26 26. 김성현 (1) +1 22.06.05 139 14 16쪽
25 25. 꿈 (2) +2 22.06.04 146 13 12쪽
24 24. 꿈 (1) +2 22.06.03 154 11 12쪽
23 23. 평범한 일상 (3) +2 22.06.02 145 15 11쪽
22 22. 평범한 일상 (2) +2 22.06.02 155 14 11쪽
21 21. 평범한 일상 (1) +1 22.06.01 161 13 11쪽
20 20. 미카엘 (3) +1 22.06.01 160 14 13쪽
19 19. 미카엘 (2) +2 22.05.31 164 15 12쪽
18 18. 미카엘 (1) +1 22.05.31 161 14 12쪽
17 17. 주인공 (3) +1 22.05.30 185 11 12쪽
16 16. 주인공 (2) +1 22.05.30 187 17 12쪽
15 15. 주인공 (1) +1 22.05.29 201 17 12쪽
14 14. 대본 그리고 배우 (2) +1 22.05.29 210 19 12쪽
13 13. 대본 그리고 배우 (1) +1 22.05.28 216 23 11쪽
12 12. 천재 소년 (4) 22.05.28 237 21 13쪽
11 11. 천재 소년 (3) 22.05.27 235 17 14쪽
10 10. 천재 소년 (2) 22.05.27 251 17 13쪽
9 09. 천재 소년 (1) +1 22.05.26 275 20 13쪽
» 08. DNA (2) +1 22.05.26 289 21 12쪽
7 07. DNA (1) 22.05.25 301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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