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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2.05.21 03:27
최근연재일 :
2022.06.16 19:52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762
추천수 :
632
글자수 :
193,589

작성
22.06.06 19:30
조회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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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28. 사랑받은 아이 (1)

DUMMY

최경호는 오랜만에 찾은 집에서 온정의 흔적들을 발견했다.

정말 어릴 때부터 온 게 맞는지 여기저기 찍은 사진과 함께 오자마자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왔어? 안 그래도 밥하는데······.”

“엄마.”

“···네가 어디라고 여길 와.”


어머니의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딸을 잃고 볼 수 있는 아들이었다.

말도 안 하고 가출해서 겨우 찾은 곳이 드라마였다.

연락을 다른 곳도 아니라 방송에서 봐야 하는 사이였던가?


“네 누나가 죽었다는 소식에 이제야 얼굴을 비추는 걸 보면 피가 진하다고 해야 할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누나 죽고 그 집 식구는 뭐 했대요? 뭐 했는데, 애를 두고!”

“쓰러졌다더라, 안 그래도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계신 분들이셨고···.”


그 소식을 알게 된 것도 통역사를 통해서 전했다.

어눌한 한국어로 했던 말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미··· 안, 해요. 몸이, 아파서···.”


제대로 거동도 못하는 중년 여성의 어눌한 한국어에 집에서 무작정 뛰쳐나갔다.

당장 미국으로 가야겠다고.

그러자 재차 걸려 온 전화에 통역사는 그렇게 말했다.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분이세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지금 눈이 잘 안 보이셔서 애를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고 대신 애 굶는다고 먹을 것만 채워줄 수 없냐고 하셨거든요.”


그것도 돈을 쥐여 주면서 하는 말에 어쩔 수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자기네도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이제 진짜 몸이 좋지 않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한 쪽은 눈이 안 보이시고, 한쪽은 거동을 못하고 곧 죽는다니.”


모든 것이 최악의 상황이었다.

한국으로 오는 게 당연했고 면회도 어려운 지경이라 온정의를 보지 못했다고.

그래서 종종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서 보여주면 좋아하는 문자가 통역사를 통해서 왔다.


“그런 상황이라면 미리 말을 했어야죠!”

“네가 받지 않는데, 어떻게 할까?! 혼자서 제대로 키웠다. 나는···.”


생각만 해도 두려운 상황에 애가 홀로 내던져졌다.

그것도 12살짜리 애가 지켜주는 어른도 없이 홀로 고독했을 것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하···.”


어머니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 몸도 움직이는데, 지금처럼 힘들어하신다.

그런데도 아이를 키워냈다는 게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 제가 돌볼게요. 지금이라도.”

“네가 도와줄 건 없어.”

“아뇨! 있어요. 조카는 배우가 하고 싶어 하니까.”


열망이 불타는 눈을 보며 어머니의 얼굴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저런 눈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배우 하겠다고 가출하기 전날, 저런 얼굴로 날 봤었다.


이제는 저 눈은 곧 사고 치겠다는 눈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너, 너 지금 뭐 하려고 그래?”

“그저 외삼촌이 꿈을 이뤄주려는 거죠.”

“괜한 짓 하지 마. 이미 충분히 능력도 있고···.”

“안 될 것 같을 때 도와주려고 하는 겁니다. 제가 당장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외삼촌의 눈빛에서 음울한 빛이 반짝였다.



*



환한 조명 아래 사람들을 두고 여유롭게 앞에 서 있는 온정의는 웃으며 그들을 본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종이에 쓰다가 안경 쓴 남자가 고개를 들어 말한다.


“온정의 씨?”

“네!”


온정의는 밝게 웃으며 그들을 보는데, 그들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묻어난다.


“지금 이 자리가 뭔지 아시고 온 거죠?”

“네,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무슨 말을 할 줄도 아시고요.”

“네.”


웃는 온정의는 그들을 향해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네, 그러시다면야 조만간 합격 소식이 갈 겁니다. 촬영장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문을 열고 나가는 온정의는 마지막까지 90도 인사를 한다. 인

사성이 바른 아이는 안 좋게 볼 수가 없다.


대부분 행동에서 인성이 묻어난다고 했던가, 온정의는 그렇다면 지금부터 달라지고 있는 것과 같았다.


“흐음, 집에 가면 할머니 혼자 있겠는데···.”


이렇게까지 고민도 없는 이유는 나는 이 미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본인들도 나보고 그러지 않았나.


합격 소식이 갈 거라고.


“할머니 이거, 이거 만 원어치 주세요.”


길거리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서 만 원어치를 사는 온정의에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다.

보는 사람마저도 기분이 좋아질 만큼 환한 미소였다.


“그러면 너무 많아서 학생 혼자서 다 못 먹어.”

“어? 저는 집에 가족이 있기도 하고 제가 이거 좋아해서요. 다 먹을 수 있어요.”


배시시 웃는 온정의를 보며 웃는 할머니는 검은 봉지에 싸서 건넸다.

받으면서 인사하고 발걸음을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가 봄나물은 정말 좋아하시기도 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할머니! 저 왔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남자 정장 구두에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현관문을 닫았다.

손님이 올 일이 있었나.

생각하면서도 조용히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할머니, 손님이 오셨···.”

“정의야, 인사해라. 네 외삼촌이야.”

“···외삼촌이요?”


눈을 동그랗게 뜬 나는 외삼촌이라며 다가온 최경호의 손을 잡는다.

아까와 달라진 눈빛으로 날 보는 최경호는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정의야.”

“···네?”


그렇다면 온정의는 원래부터 외삼촌 소속사에서 데뷔한 거였구나.

온갖 어지러운 생각들이 머리가 고장 난 것처럼 돌아다녔다.

어느 하나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눈을 찌푸린다.


“내가 너에게 보낸 포스터 기억하니?”

“···아, 네.”

“한 번은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알게 될 줄이야.”


끌어안는 외삼촌을 거부하지도 못하고 멍청한 얼굴로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다.

몸이 굳어서 자신을 끌어안는 외삼촌이 눈물을 흘려도 멍청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어쩌겠어. 그쪽 소속사가 제대로 밀어주고 자기 쪽 배우들 대거 지원하겠다는데.”


그럼 온정의를 위해 대체 무슨 짓을 했던 건지 이해가 되는 것만 같아서.


“···삼촌.”

“그래, 정의야.”

“SNC에서 저에게 하려던···, 말이 뭐였어요?”


조급해진 온정의는 자기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에게 물었다.

짙은 어둠이 숨에 막힐 만큼 내려앉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호가 말한다.


“당장이라도 계약하고 싶었지. 아무래도 배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서···.”

“···지금은요?”


심장이 쿵쿵하고 금방이라도 뛰어나갈 것처럼 요동쳤다.


“더욱 계약을 해야겠다. 조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많은 자리니까.”

“그래서······.”


그랬어요?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머물렀다.

애써 웃는 온정의는 새삼 일상에서도 연기를 하는 날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나중에 다시 해요. 삼촌.”

“그래, 갑작스러웠지. 천천히 생각해보고 결정해줬으면 좋겠다.”


그 뒷이야기는 안 들어도 알 이야기라 주방으로 향한다.

차린 시간이 좀 지난 건지 식은 밥과 식은 국을 보며 한숨을 쉰다.


“할머니, 저녁밥은 제가 한다고 했잖아요.”

“널 기다리다가 굶어 죽게 생겼어. 집에 있는 사람이 해야지.”

“네···.”


둘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애정에 헛웃음을 흘리며 그 모습을 지켜본다.

인성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호감형 얼굴에 연기는 잘 모르겠지만, 그럭저럭만 하면 됐다.


어떻게 해서든 띄우는 건 최경호, 내가 할 테니까.


“저녁 드셨어요?”


그런 마음을 모르는 정의는 뭔지 모를 오싹함을 뒤로하고 물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런 기색을 지운 경호는 고개를 젓는다.


“아, 나도 배가 고프네. 온종일 굶었더니···.”


그의 눈빛은 시시각각 바뀌고 그런 눈빛을 온정의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럼 잠깐 앉아계시면 국 다시 데워서 드릴게요. 잠시만요.”


그런데도 참아야 하는 건.


“고마워, 조카.”


김성현, 내 진짜 몸이 이곳에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쩌면 다시 이 소속사로 온다면 진짜 그 안에 온정의가 있다면 돌려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없는 존재라 내가 이곳에 빙의하고 회귀된 건지는 알아야 하니까.


“많이 드세요. 삼촌”


그렇게 불편한 가족의 식사가 끝난 후, 연락이 왔다.

나는 그 전화가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음에도 단박에 알아봤다.


-“합격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촬영일은 20일이니까, SNC로 오시면 됩니다. 자세한 건···.”


합격했단 소식과 함께.


“합격했어?”


외삼촌의 관심도, 원래 온정의 삶이 시작되고 있다는걸.


“···네, 저 합격했대요.”

“축하해, 이제 진짜 배우가 되는 거네?”


자신을 보는 눈빛에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온정의 삶은 아주 어릴 때부터 이미 배우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축하해, 진짜 삼촌처럼 훌륭한 배우가 되어야 한다?”


저 시선에 담긴 온정의가 조금은···.


“네···, 그래야죠.”


안쓰러웠다.



*



눈을 뜨니 할머니 집이 아닌 어두운 사람이 사는지도 모를 인형의 방에 갇혀있었다.


“정의야, 이번에도 합격했다며 축하해.”

“삼촌, 오늘 이야기를 들었는데,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네가 뽑혔다는 걸 기뻐해야지. 이렇게 좋은 집에서 혼자서 살고, 인기도 얻는데.”


온정의는 입술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하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기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원했던 꿈을 이루게 해줄게. 자신감을 가지고 제멋대로 해도 돼, 그게 편해진다면.”

“배우 생활이 지겨워지면요···?”

“정의야, 너에겐 재능과 돈이 있어. 네가 원한다면 정상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고. 차라리 제멋대로 굴어. 그게, 네가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정상에 올라가야지.”


어차피 거부는 없었다.

삼촌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자신이 정상에 오르지 못해서, 뛰어넘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이 늘 있었다.


“언제든지 삼촌이 도와줄게.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어.”


처음부터 거절했어야 했다.

그가 배우가 되어보지 않겠냐고, 내게 물었을 때 도망쳤어야 했다.


“삼촌,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밖에선 대표라고 불러야지. 그리고 정신병원 가면 소문 나면 끝장이니까, 조금만 참아.”


하지만 지금도 이렇게 이상한 존재들이 보이는데···, 어떻게 참을 수가 있는 걸까.


“못하겠으면 차라리 소리 지르고 물건을 던져. 그건 할 수 있지?”


귓가에 속삭이는 존재를 애써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네 것이 아니라고,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하게 들리고 보일 뿐.


“넌 최고가 되어야지. 네가 바랐던 꿈이었잖아, 정의야.”


그저 잘 되라는 좋은 말일 뿐인데, 부담감으로 짓눌러오는 시선이 숨이 막히게 했다.

그래, 난 저 눈을 볼 때면 당장이라도 질식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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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운명을 바꾸고 싶다 (1) +1 22.06.16 116 6 12쪽
34 33. 생존을 위하여 (5) +1 22.06.15 87 7 11쪽
33 33. 생존을 위하여 (4) +1 22.06.12 100 7 14쪽
32 32. 생존을 위하여 (3) +1 22.06.11 106 7 12쪽
31 31. 생존을 위하여 (2) +1 22.06.09 119 10 12쪽
30 30. 생존을 위하여 (1) +1 22.06.08 120 8 12쪽
29 29. 사랑받은 아이 (2) +2 22.06.07 118 12 12쪽
» 28. 사랑받은 아이 (1) +2 22.06.06 142 12 11쪽
27 27. 김성현 (2) +1 22.06.05 142 14 13쪽
26 26. 김성현 (1) +1 22.06.05 139 14 16쪽
25 25. 꿈 (2) +2 22.06.04 146 13 12쪽
24 24. 꿈 (1) +2 22.06.03 155 11 12쪽
23 23. 평범한 일상 (3) +2 22.06.02 145 15 11쪽
22 22. 평범한 일상 (2) +2 22.06.02 156 14 11쪽
21 21. 평범한 일상 (1) +1 22.06.01 162 13 11쪽
20 20. 미카엘 (3) +1 22.06.01 161 14 13쪽
19 19. 미카엘 (2) +2 22.05.31 165 15 12쪽
18 18. 미카엘 (1) +1 22.05.31 161 14 12쪽
17 17. 주인공 (3) +1 22.05.30 185 11 12쪽
16 16. 주인공 (2) +1 22.05.30 187 17 12쪽
15 15. 주인공 (1) +1 22.05.29 202 17 12쪽
14 14. 대본 그리고 배우 (2) +1 22.05.29 210 19 12쪽
13 13. 대본 그리고 배우 (1) +1 22.05.28 216 23 11쪽
12 12. 천재 소년 (4) 22.05.28 237 21 13쪽
11 11. 천재 소년 (3) 22.05.27 235 17 14쪽
10 10. 천재 소년 (2) 22.05.27 251 17 13쪽
9 09. 천재 소년 (1) +1 22.05.26 276 20 13쪽
8 08. DNA (2) +1 22.05.26 289 21 12쪽
7 07. DNA (1) 22.05.25 302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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