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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2.05.21 03:27
최근연재일 :
2022.06.16 19:52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774
추천수 :
632
글자수 :
193,589

작성
22.06.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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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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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3. 생존을 위하여 (5)

DUMMY

영상이 끝나고 나는 그날 밤 꿈에서 부모님이 나오는 꿈을 꿨다.

미카엘 연기 하는 거 아주 잘 봤다며 칭찬해주는 부모님을 끌어안았다.

그제야 풀리는 것 같은 이 감정들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얼굴을 보고 활짝 웃었다.


“···엄마, 아빠.”

“오늘은 좋은 꿈을 꿨나 보네.”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할머니는 문을 열고서 보고 있었다.

아침인 걸 알리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네···, 할머니.”


오늘은 어째서인지 그 목소리가 안 들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번에 드라마 네가 나오는 게 마지막이던가?”


익숙한 목소리의 삼촌은 아무렇지 않게 아침밥을 같이 먹는다.

TV를 켜놓고 재방송으로 정의를 보면서 밥을 먹는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아, 저기서 의도적으로 저렇게 연기 한 거야?”

“···네, 뭐. 다시 만난 뒤에도 그때와 같을 정도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니까요.”


지독하게 시선을 쫓고 그녀의 행동 하나에 웃고 울고 불안에 떠는 것.

그걸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려면 미리 상의해야 했다.

하지만 PD도 그걸 원했고, 작가도 그러길 원해서 다행이었다.


“연기에 강약 조절도 할 줄 알고··· 연기 경력에 비해 가능성이 크네.”


기억하려는 듯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밥을 욱여넣었다.

왜 나여야만 할까, 왜 나와 계약해서 꿈처럼 그렇게 만드는 건지.


“다음 작품도 드라마를 찍는 편이 도움이 될 거야. 얼굴은 알려야지.”

“좋은 작품이 있다면요.”

“그래, 배우는 보는 눈도 중요하지.”


꿈과 다르게 수긍하는 삼촌을 보며 나는 눈을 끔벅였다.

왜 다를까, 지금 다르니까 나중에 계약하면 돌변할까?

온갖 두려움과 불안함에도 나는 선택권이 없었다.


23살에 원래대로 김성현을 곁에서 두고 보려면 계약을 하긴 해야 했다.


“계약, 아직 할 생각 있으세요?”

“그래, 정말 탐나는 배우니까. 물론,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쓰지도 않을 거야.”

“그럼 계약할 때 조건만 좀 바꿀 수 있을까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삼촌을 보며 입꼬리를 바르르 떨었다.

이걸 안 받으면 조금 곤란해졌다.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했지만, 그렇게 피폐하게 살 수는 없었다.


“제가 하지 않겠다거나 이건 꼭 해야겠다고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나는 온정의로 살고 있지만, 그렇게 망가지고 싶지 않았다.


“···내가 널 마치 인형처럼 부릴 것처럼 말하지? 당연하지, 가족인데.”


너 잘 되라고 하는 거라며 너스레를 떠는 삼촌이었다.

계약서를 준비해온 삼촌은 볼펜과 자기가 준비해온 과정들을 설명했다.


그걸 들으며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온정의에게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계약서 사인은 여기에 하면···.”


사인을 하기 전에 나는 조용히 펜을 들어 삼촌을 본다.


“···단기로는 안 되겠죠?”

“원한다면 그렇게 계약해도 괜찮지.”


활짝 웃는 삼촌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장을 찍고 사인을 하는 과정을 거쳐 나는 결국 원래 온정의가 있어야 할 곳으로 왔다.


“···고맙다. 삼촌을 믿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삼촌이 꿈과는 너무 달라서 나는 입안이 썼다.

그럼 대체 그 꿈의 정체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



꿈을 꾸는 건 어느 순간 익숙해졌다.

이제는 정말 여러 가지 꿈을 꿨는데, 그중에는 온정의에 어린 시절도 있었다.

닉도 없고 할머니도 없어서 삼촌에게 완전히 의존해서 사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톡, 톡-


볼펜으로 꿈을 기록하게 된 지도 꽤 오래되었다.

벌써 22살이라니, 시간은 정말 빨랐다.

그동안 정말 아무 일도 없었고 삼촌은 정말 많은 작품을 추려줬다.


“이번엔 이만큼인데, 다 볼 거지?”

“네, 근데 저 이렇게 놀기만 해도 돼요?”

“네가 원했던 거 아니었어? 하고 싶은 작품만 하겠다고.”

“하지만 제가 뜨는 걸 원하시잖아요.”


당연한 소리를 한다며 대표실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삼촌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무언가에 급해서 쫓기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럼 진짜 꿈일 뿐이라는 건가.


“1년에 많으면 세 개, 적으면 한 개면 충분히 일 열심히 하는 거야. 너도 쉬어야지.”

“대박 난 건 없었잖아요.”

“그래, 알면 좀 네 좋은 눈으로 골라보라고.”

“잘 모르겠네요, 절 주연으로 뽑지는 않던데.”


18살 이후로는 하는 작품마다 원래 온정의가 하지 않았던 탓인지 크게 뜨는 작품은 없었다.

그냥 무난하게 연기 잘한다는 말만 들을 뿐이었다.


“곧 23살이나 되면 뭐라도 하나 잡아야지. 연하남 이미지 금방 사라진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곧 23살이 되고 할 작품은 온정의가 그렇게까지 갑질하면서도 살 수 있었던 작품이었으니까.


“저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듣지도 않지, 또 왜 어디 가서 봉사하고 오게?”

“아시네요?”

“내가··· 배우가 아니라 예수를 데려왔지. 그래, 얼른 가라.”


이번에 가는 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봉사였다.

벌써 그렇게 말한 지도 꽤 됐다만.


“이번엔 꼭 뜰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 이유가 확실하게 내게 있었다.


-“넌 이걸 해야 해.”


이젠 익숙해진 이 목소리와 희미한 형체가 이 작품을 하라고 손을 뻗었다.

그래, 내가 아는 23살에 찍게 되는 그 작품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내가 가는 곳에 이번 드라마를 쓴 작가가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처음 봉사하러 오신 분이세요?”

“···어, 혹시 배우 아니에요?”


부스스한 머리, 짙은 다크서클, 구부정한 자세.


“들켰나요?”


이런 글을 쓸 거라고 상상도 못 할 사람이었다.

이 작품을 쓰고도 아무런 혜택도 못 받고 자진 하차한 비운의 작가, 금은정였다.


“제가 자주 오는 곳인데, 처음 봉사하러 오신 것 같길래···.”


근데 들켜버렸다며 웃는 온정의를 보던 은정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웃었다.

편안한 차림으로 그것도 자주 다녔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지 자연스럽게 치운다.


“아까 보니까 여기 탕비실에 음료가 있다는데, 안 보여서···.”

“그거 이쪽 냉장고가 아니라 저거 열어보세요.”


고장 난 냉장고라며 말하는 온정의를 보던 작가는 눈을 빛낸다.

자기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도 정의는 말없이 일할 뿐이었다.


진짜 봉사만 하려는 건가 싶은 찰나 어린아이가 지나가고 덜컹거리던 냉장고가 기운다.


점차 기우는 것에 눈을 질끈 감은 은정에게 무거운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열기 같은 것이 느껴지면서 바로 앞이 어두워졌음을 느꼈다.


“괜찮으세요?”

“예? 예···.”

“이걸 누가··· 이렇게 놔뒀는지 몰라도 다칠 뻔했네요.”


안에 빈 냉장고라 그나마 덜 무거웠지만, 그래도 무거운 건 무거운 거였다.

넋이 나간 금은정을 보며 머쓱함에 웃으며 말했다.


“그, 저를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도 날 압박하는 이 냉장고가 너무 크다는 게 상상과는 다른 점이었다.

나름대로 운동도 하고 체력을 길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좀 아프네요.”

“어어, 네! 잠시만요!”


급하게 일어나서 밀어서 겨우 숨을 돌린 온정의는 욱신거리는 팔을 만졌다.

가벼운 냉장고였을 텐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웃는데, 금은정은 표정이 굳는다.


“저거 안에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 그걸··· 막을 생각을 하시고.”


당황스러움도 잠시 몰려드는 사람들에 눈치를 살폈다.

이게 이렇게까지 커질 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안 다치셨으면 됐죠.”

“천사인가···.”


넋이 나간 금은정은 말을 흘렸다.

진짜 천사를 본 것처럼 보는 그 시선이 부담스럽다.


“그것보다 마저 하던 일은 해야죠.”

“팔 아프신 거 아니에요?”

“그렇다고 쉴 수는 없잖아요.”

“···혹시 신실한 신자이시고 그런 건 아니시죠?”


안경을 고쳐 쓰며 올려보는 은정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무슨 신자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따지면 무교였다.


“물론, 아니죠.”

“···지금 하는 작품 없다면 나랑 같이 해요. 저 정말 자신 있거든요?”


은정을 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웃는 정의는 대표인 삼촌 명함을 건넸다.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것도 좋긴 했어도 선을 지킬 생각이었다.


“명함을 준다는 건 관심이 있다는 소리겠죠? 저 이번엔 대박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 있어요.”


당신을 꼭 내 스타로 만들겠다며 눈을 반짝이는 은정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대박은 내고 스타로 만든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요, 저야 좋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작가님.”

“저 정말, 바로 넣어요? 저 주연을 못 구해서 그런 건 아니고···.”


볼이 붉어진 금은정은 봉사가 끝날 때까지 작품 이야기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욱신거리는 팔을 뒤로한 채, 멀쩡히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고개를 돌린다.

원래 그녀는 하차하고 싶어서 하차했던 것이 아니었다.


-모두를 설레게 했던 ‘봄바람의 색깔’ 드라마 작가는 알고 보니 다른 사람으로 밝혀져!

‘사고가 나서 하차하게 된 금은정 작가의 소식이 전해졌다. 금은정은 봉사하던 도중, 냉장고에 깔려 팔과 어깨에 심각한 통증을 느꼈다. 계속 이어가려 했으나, 손을 못 쓰는 지경에 이르러 하차를 결정했다. 생계가 어려워서 자택에서 숨진 것도 2주가 지나서야···.’


정말 비참한 인생이었다.

그래서 더 구해보고 싶었다.

어차피 배우가 되어서 이 작품을 다시 하게 된다면 무사했으면 했다.


“너 팔이 왜 그래?”

“아, 할머니···. 내가 어디 아프다고 그래요. 멀쩡해.”


점점 느껴지는 심각한 통증에 그만 나는 어색한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괜찮다고 팔이라도 들어서 보여줘야 했지만,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봉사하다가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또 누구 도와주다가 다쳤겠지.“


입을 꾹 다물었다.

아, 역시 할머니를 못 속인다는 걸 알면서도 거짓말했다.


“그럼 병원은?”

“···안 갔어요.”

“가자, 일어나! 그 팔로 어디 집을 그냥 들어와?”


질질 이끌려서 밤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응급실로 향했다.

간단한 진단과 약을 받은 온정의는 인대가 늘어났다는 말에 할머니에게 등짝을 맞았다.


“아악, 아파! 할머니!”

“아픈 놈이 누굴 구한다고 나서. 나서기를!”


기다리라며 응급실에 두고 가는 할머니를 보다가 고개를 돌리자 커튼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 여자가 보였다.


“······ 작가님?”

“아, 하하하···! 안녕하세요···, 온정의 배우님. 여기서 뵙네요. 이것 참 우연이다, 그쵸?”


그녀의 상태는 척 보아도 심각한 상태였다.

머리에 둘러놓은 붕대와 함께 옷 사이에 보이는 붕대들에 눈을 찌푸렸다.

피가 새어 나와서 붉은 자국이 곳곳에 보인다.


“사고가··· 난 건가요?”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네요. 구해주셨는데, 결국 다쳐서······.”


그녀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침대 위를 적셨다.


작가의말

몸이 좀 고장 나서 글을 중간중간 말없이 쉬었습니다.

일단 최대한 노력해서 계속 일일 연재를 해볼 생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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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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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운명을 바꾸고 싶다 (1) +1 22.06.16 116 6 12쪽
» 33. 생존을 위하여 (5) +1 22.06.15 88 7 11쪽
33 33. 생존을 위하여 (4) +1 22.06.12 100 7 14쪽
32 32. 생존을 위하여 (3) +1 22.06.11 106 7 12쪽
31 31. 생존을 위하여 (2) +1 22.06.09 119 10 12쪽
30 30. 생존을 위하여 (1) +1 22.06.08 120 8 12쪽
29 29. 사랑받은 아이 (2) +2 22.06.07 119 12 12쪽
28 28. 사랑받은 아이 (1) +2 22.06.06 143 12 11쪽
27 27. 김성현 (2) +1 22.06.05 143 14 13쪽
26 26. 김성현 (1) +1 22.06.05 140 14 16쪽
25 25. 꿈 (2) +2 22.06.04 146 13 12쪽
24 24. 꿈 (1) +2 22.06.03 155 11 12쪽
23 23. 평범한 일상 (3) +2 22.06.02 146 15 11쪽
22 22. 평범한 일상 (2) +2 22.06.02 156 14 11쪽
21 21. 평범한 일상 (1) +1 22.06.01 162 13 11쪽
20 20. 미카엘 (3) +1 22.06.01 161 14 13쪽
19 19. 미카엘 (2) +2 22.05.31 165 15 12쪽
18 18. 미카엘 (1) +1 22.05.31 162 14 12쪽
17 17. 주인공 (3) +1 22.05.30 185 11 12쪽
16 16. 주인공 (2) +1 22.05.30 188 17 12쪽
15 15. 주인공 (1) +1 22.05.29 202 17 12쪽
14 14. 대본 그리고 배우 (2) +1 22.05.29 211 19 12쪽
13 13. 대본 그리고 배우 (1) +1 22.05.28 217 23 11쪽
12 12. 천재 소년 (4) 22.05.28 238 21 13쪽
11 11. 천재 소년 (3) 22.05.27 236 17 14쪽
10 10. 천재 소년 (2) 22.05.27 252 17 13쪽
9 09. 천재 소년 (1) +1 22.05.26 276 20 13쪽
8 08. DNA (2) +1 22.05.26 289 21 12쪽
7 07. DNA (1) 22.05.25 302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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