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나름

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2.05.21 03:27
최근연재일 :
2022.06.16 19:52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768
추천수 :
632
글자수 :
193,589

작성
22.06.02 19:30
조회
145
추천
15
글자
11쪽

23. 평범한 일상 (3)

DUMMY

한바탕 뒤집어진 사건은 결국 가해자 부모가 와서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우리 아이는 잘못이 없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징계가 떨어졌다.


그제야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에 급하게 사과했지만, 그것도 먹히지 않자 오히려 저주를 퍼부었다.


“네가 뭐가 잘났는데? 야, 내가 너 가만히 둘 것 같아? 어디 동양인이 나한테 눈을 부릅뜨고 난리냐고!”

“당신 그거 비하 발언으로 찍히고 있다는 것만 아세요. 저 지금 촬영하고 있으니까요.”

“찍어, 찍으라고, 동양인은 눈 찢어지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X들이라더니 틀린 말 하나도 없네. 너 내가 밖에서 만났으면 차로 치고 지나갈 줄 알아!”


서연은 끝까지 핸드폰을 들어 지금 상황을 열심히 찍을 뿐이었다.

촬영 동의도 받았겠다.

안 찍으면 나중에 불리한 상황까지 갈 것이 뻔했다.


“안 치워? 치우라고!”


그러다 정신이 들었는지 핸드폰을 빼앗아 가려는 행동에 손으로 저지한다.


“찍으라고 했잖아요? 아, 설마 이거 인터넷 올라갈까 봐?”

“이익! 치워! 치우라고!”


손을 뻗어 뺏으려다 실패한 탓인지 몸의 균형을 잃어 넘어진 여자는 드러누웠다.

그러고는 마치 어딘가 맞기라도 한 것처럼 끙끙 앓으며 소리쳤다.


“아이고! 사람을 밀치고 때려요! 아악! 동양인이 날 때린다고! 신고해! 당장!”

“아줌마.”


그 모습을 지켜만 보던 닉이 걸어오며 아줌마를 본다.

바닥에서 버둥대던 여자는 닉을 보더니 짜증 난 얼굴로 말했다.


“아, 너구나. 우리 애가 버려진 자식이라 무식하다고 했던.”


바닥에 누워있는 여자의 말에 닉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다 정의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입가에 힘이 풀리며 편안한 얼굴로 아줌마를 돌아본다.


“아줌마랑 아줌마 아들이랑 닮았어요”

“지금 나한테 설교하니? 네 주제에?!”

“마음대로 안 되면 떼쓰는 거 12살 애들도 안 해요. 아줌마.”


아줌마 아들은 12살이 아닌 것 같다며 닉이 말을 흘렸다.

그러자 화를 내며 달려들었으나 때마침 온 경찰에 의해 제지당한다.


“이거 놔! 저 거지 같은 놈이 우리 애 모욕했다니까?”


온갖 소리를 다 치며 끌려가는 여자 뒤로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돌린 그녀의 아들이었다.

자기 엄마가 아니라며 몸을 틀어버린다.


“너! 너 엄마가 지금 이렇게 끌려가는 거 안 보여?”

“누구신데, 저한테 엄마라고 하세요. 아, 아줌마!”


도망치는 아들을 뒤로하고 배신감에 찌든 얼굴로 끌려가는 여자는 이를 드득 갈았다.

넌 내 아들도 아니라고 소리치는 부분에서는 보는 사람이 더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뭐, 뭘 봐요! 내 엄마 아니라고!”


고개를 돌린 아이는 얼굴이 붉어져 도망치듯이 자리를 피했다.

그 뒤를 지켜보던 닉과 정의는 반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 왜 도와줬어?”


복도를 같이 걸어가며 반으로 가면서 궁금함을 참지 못했는지 입을 열은 닉이었다.

정의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시큰둥한 얼굴로 보며 말한다.


“그럼 맞고만 있는 거 보고만 있어?”

“보고 지나칠 수도 있었잖아. 그리고 엄마한테 말했을 때도 안 믿어주는데···.”


닉은 울 것처럼 눈가가 붉어져서 고개를 푹 숙인다.

바닥이 꺼져라 고개를 숙인 탓에 정수리만 보이는 닉이 몸을 떨었다.


“···네가 친구라고 했잖아. 친구끼리는 원래 도와주는 거기도 하고.”


친구라는 말을 오물거리며 담는 닉은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는 돕는 거라고 들었지만, 이렇게 도움받는 것은 처음이었던 닉이 결국 눈물을 흘리며 끌어안았다.


“고마워···. 고맙다! 친구야!”


닉은 늑골이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았다.

숨이 막히는 정의는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고 그럴수록 더 힘이 들어간다.

막판엔 포기하고 힘을 풀어버리고 나서야 닉은 떨어져 나가며 웃었다.


원래 같았으면 나서지 않았을 일이었다만, 이름값을 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묘했다.


‘원래 온정의는 정의롭진 않았으니까.’


기억하기 전에 어땠는지는 몰라도 기분이 좋았으니 된 건 아닐까.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이제 됐다며 시놉을 보는데,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진다.


“친구!”


닉은 전보다 더 과한 반응을 보이며 눈을 반짝였다.

아무래도 친구가 없었다가 생겨서 기분이 많이 좋은 것 같다.


“오, 나의 베스트 프렌드! 정!”


좀 많이···.



*



온정의가 대본을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오자 어머니는 씩씩거리며 아버지에게 하소연하고 있었다.

인종차별과 정의에게 했었던 모욕적인 말과 비매너적인 부분을 짚어가면서 말했다.

듣고 있는 아버지는 오히려 더 심각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힌다.


“그걸 가만히 놔둔 건 아니지?”

“당연하지, 정의는 녹음하고 나는 촬영했어!”

“잘했어, 혼자 가지 말고 날 부르지 그랬어. 나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소통 마스터 아버지는 오히려 더 화를 내며 잘했다고 말하자 기분이 풀리는지 됐다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옆에 있었다면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을 것이다.

결국 여자가 드러누웠을 때면 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서 당황했을 테니까.


“다음부터 그러면 아빠한테도 말해야 해.”

“네에···.”


아마 그럴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너무 진상으로 보이진 않았겠지?”

“아냐, 엄마 멋있었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아니, 어떻게 우리 애한테 원숭이 닮았다는 둥, 못났다고 말해?”


다시 생각해도 화나는 일인지 발을 동동 구른다.

하긴, 온정의는 잘생긴 편이긴 했으니 억울할 일이긴 했다.


“우리 영호 씨랑 똑 닮았는데, 어떻게 못생겼다고 말하냐고!”


돌아본 곳에 있는 아버지의 웃는 얼굴에서 부끄러움이 묻어났다.

물론 온정의가 아버지를 닮긴 했지만, 실질적으론 어머니 최서연을 더 많이 닮았다.


차마 부끄러워하는 아버지가 보인다.

방으로 도망친 뒤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똑똑-


“아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언제 화가 났었는지 웃는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그 뒤로 아버지가 얼굴을 빼꼼 내밀며 물었다.


“오늘 외식할 건데, 조금 있다가 출발하자.”

“고기 먹으러 가요?”

“음, 그래야지?”


고개를 끄덕이고서 고기 먹기 전에 정리하기 위해 핸드폰을 찾았다.

그러자 엄마의 손에서 핸드폰이 나왔고 그제야 어제 주고 안 받았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음, 많이 연락해 오더라.”

“전화가 그렇게 많이 왔어요?”

“아니, 문자 보냈다고 뜨길래. 보지는 않았지만, 어제는 내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못 줬네.”


열자마자 보이는 화면에 써진 미열람 문자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하루 사이에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


“다니엘이랑 메튜, 아더 감독님, 딜런, 작가 에드윈···.”


박정찬 감독은 아직 연락이 없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벌써 이렇게 연락을 하고 내가 배우로서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꼭 나랑 같이 한 번 더 찍어야 해. 나 이대로 너 못 보내!]


메튜는 똑같은 것 같고.


[정, 이번에 새 작품 들어가기로 했어. 로맨스를 잘 안 찍어서 그런지 어색해. 그래도 정, 네 덕분에 찍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헤른은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얻은 것 같았다.

로맨스와 안 어울리긴 했다만, 케니를 보던 눈빛을 생각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다음 작품 집필 중인데, 스케줄 널널한가요? 언제 한 번 만나서 밥이라도 살게요.]


에드윈의 문자에선 얼굴이 그려졌다.

웃으면서 보냈을 거고 그 옆에 데릭이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은 틀리길 바랐다.


[보니까 우리 작품이 훨씬 낫지?]

[훨씬 낫다는 말을 해주셔야 넘어갈 사람이니까 무시하세요.]


제멋대로인 아더 감독과 무시하라는 딜런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진짜 괜찮은 작품은 아더와 딜런 작품 단 하나였다.


전화 버튼을 눌러 딜런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수신음이 조금 들리더니 빠르게 받는 속도감에 놀라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여보세요?”

“아, 다른 게 아니라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작가 쪽이 불안하다고 했던 거 때문에 연락하신 거 압니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 착잡한 목소리의 딜런이 의자에 몸을 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나가는 작가님이지만, 문제가 크긴 하죠. 내는 작품마다 잘 나가고 정말 뭐 하나 빠질 게 없을 정도로 잘 쓰시는 분이신데도요.”


딜런은 자신이 조연출자임에도 솔직하게 말하고 있었다.

모르는 척해도 되는데도, 그는 지나치게 솔직하게 대답했다.


-“드라마의 스타일이 너무 다릅니다. 어차피 걸려도··· 돈으로 찍어 누르겠지만요.”

“그 말은···.”

“의심은 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당사자가 안 나선다면··· 저희도 해야 손해를 안 보니까.”


작품은 그대로 남의 저작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알아차리고 고소해서 승소하려면 거의 힘든 싸움이니 처음부터 합의로 끝낸다.

김성현일 때도 꽤 많이 봤던 일이었다.


“그렇다면 저 이 작품 안 할게요.”

-“역시 그게 나으시겠죠.”


오히려 속이 후련하다는 목소리였다.


“남의 작품을 훔친다는 의심이 들면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왜 이 작품이죠?”


왜 아더는 이 작품을 선택했을지 궁금했다.

제멋대로에 자기가 찍고 싶은 대로 찍는 느낌이었는데, 이런 시놉을 덥석 잡는 것부터 이상했다.


-“시놉이 너무 좋았거든요.”

“네?”


아무 말을 안 했음에도 알아들은 딜런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감독님이 시놉 들고 온 이유요. 그래서 정말 발로 뛰고 있을걸요?”


원래 작가를 찾기 위해 뛰고 있을 아더가 그려져서 웃음이 흘러나온다.


-“어이쿠, 저도 이제 일 해야 해서 끊어야 할 것 같은데. 나중에 통화 괜찮을까요?”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요.”


됐다며 끊는 탓에 마저 인사를 마무리 못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때마침 방문이 열리고 준비가 끝난 어머니가 예쁘게 차려입고 들어온다.


“준비 끝났으면 외식하러 갈까?”

“네!”


손을 뻗어서 잡으라고 독촉하는 어머니의 손을 잡는다.

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그러다 안개가 끼더니 앞을 가려 볼 수가 없을 정도로 하얗게 물들었다.


“눈이 오려나?”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12월도 아니고 봄에 눈이 내릴 리가 없었는데···.


-“메리! 크리스마스! 이번 크리스마스는···”


차에서 들려오는 캐럴과 라디오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분명 눈이였다.


새하얗고 차가운 눈.


“엄마···?”


끼이이익- 쾅!


그 순간 시야가 돌아가며 날 감싸기 위해 아빠가 뻗은 손과 자신 쪽으로 핸들을 틀은 어머니가 보였다.


쓰러진 부모님을 보며 온몸이 부서진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진다.

꿈이 뭐가 이렇게 생생한지.


눈을 떠야만 하는데, 자꾸만 좁아지던 시야에 나는 몸을 떨었다.

이게 현실일 리가··· 없는데.


그래야만 하는데, 어째서인지 자꾸만 현실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3화가 수정되었습니다. +1 22.05.29 132 0 -
35 35. 운명을 바꾸고 싶다 (1) +1 22.06.16 116 6 12쪽
34 33. 생존을 위하여 (5) +1 22.06.15 87 7 11쪽
33 33. 생존을 위하여 (4) +1 22.06.12 100 7 14쪽
32 32. 생존을 위하여 (3) +1 22.06.11 106 7 12쪽
31 31. 생존을 위하여 (2) +1 22.06.09 119 10 12쪽
30 30. 생존을 위하여 (1) +1 22.06.08 120 8 12쪽
29 29. 사랑받은 아이 (2) +2 22.06.07 118 12 12쪽
28 28. 사랑받은 아이 (1) +2 22.06.06 143 12 11쪽
27 27. 김성현 (2) +1 22.06.05 142 14 13쪽
26 26. 김성현 (1) +1 22.06.05 140 14 16쪽
25 25. 꿈 (2) +2 22.06.04 146 13 12쪽
24 24. 꿈 (1) +2 22.06.03 155 11 12쪽
» 23. 평범한 일상 (3) +2 22.06.02 146 15 11쪽
22 22. 평범한 일상 (2) +2 22.06.02 156 14 11쪽
21 21. 평범한 일상 (1) +1 22.06.01 162 13 11쪽
20 20. 미카엘 (3) +1 22.06.01 161 14 13쪽
19 19. 미카엘 (2) +2 22.05.31 165 15 12쪽
18 18. 미카엘 (1) +1 22.05.31 162 14 12쪽
17 17. 주인공 (3) +1 22.05.30 185 11 12쪽
16 16. 주인공 (2) +1 22.05.30 188 17 12쪽
15 15. 주인공 (1) +1 22.05.29 202 17 12쪽
14 14. 대본 그리고 배우 (2) +1 22.05.29 210 19 12쪽
13 13. 대본 그리고 배우 (1) +1 22.05.28 217 23 11쪽
12 12. 천재 소년 (4) 22.05.28 237 21 13쪽
11 11. 천재 소년 (3) 22.05.27 236 17 14쪽
10 10. 천재 소년 (2) 22.05.27 251 17 13쪽
9 09. 천재 소년 (1) +1 22.05.26 276 20 13쪽
8 08. DNA (2) +1 22.05.26 289 21 12쪽
7 07. DNA (1) 22.05.25 302 2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