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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2.05.21 03:27
최근연재일 :
2022.06.16 19:52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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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0
추천수 :
632
글자수 :
193,589

작성
22.05.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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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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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2쪽

14. 대본 그리고 배우 (2)

DUMMY

아이의 바람이 그렇게 컸던가? 아이는 죽어서도 떠나지 못하고 곁을 떠돌았다.

항상 있는 케니는 웃으며 날 보고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며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아직도 웃고 있구나.”


처음 본 귀신인 케니는 그때와 달리 말이 없었다.

그저 나를 지켜보며 웃고만 있었다. 맨 마지막의 얼굴 그대로 전혀 크지 않은 아이의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케니.”


케니는 답이 없었다.

순진무구한 눈으로 그렇게 슬펐던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



케니는 원래도 정이 많고 사랑을 아는 아이였기에 그들을 놓아주려고 했고 그들을 사랑했다.

그런데도 케니는 그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잊혀지고 싶었어요. 아프지 않도록···.”


거짓을 말하고.


“더는··· 엄마, 아빠를 안아줄 수 없을 테니까요.”


부모님의 곁을 누구보다 원해하면서도.


“아저씨는 할 수 있잖아요. 죽은 사람을 보니까.”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내가 죽었다는 걸 알려주세요, 그리고 날 잊으라고.”


누구보다 슬퍼하며 사랑받은 아이처럼 사랑스러운 아이가 홀로 죽음을 받아들였다.

잊히길 원한다고 스스로 내뱉는 이 진실이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렇게 전해줘요, 난 착한 형이라서 내 동생이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싫거든요.”


나는 케니가 사라지고 이미 망가진 가족을 보며 안쓰러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의 아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운 케니가 가족을 너무 사랑해서 잊혀지길 원한다고.


“···케니를 아냐고 물었죠?”


살아있는 아이는 죽은 자식만을 기다리고 슬픔에 잠긴 부모를 끌어안았다.

또 다른 아픔이 시작되는 선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네, 전 케니를 봤어요.”

“내, 내 아들을 봤다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손을 바르르 떨며 다가오는 부모의 얼굴엔 희망이 깃들었다.

그럴수록 부모님의 옆에 케니의 동생 젠은 서 있음에도 관심 한 번을 받지 못했다.


“어디에 있던가요? 왜 내 아들을 안 데리고 왔어요? 왜··· 그런 얼굴을 하고서.”


찾았다고 말을 하는 거죠? 케니의 아버지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표정에서 참담함과 무력함, 눈물을 애써 참는 것처럼 눈가가 붉었기에.

말을 듣지 않았음에도 몸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는다.


“···아직 우리 아이의 시신조차도 못 찾았으니 살았을 겁니다. 죽었단 말을 할 거라면!”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는 말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처음 케니를 만났던 선로가 떠올랐다.


-“왜··· 위험한 선로에서 자꾸 노는 거야?”

-“그거야··· 내 친구가 있으니까.”


친구가 있다고 했던 선로.

왜 아이는 그곳에서 머무르며 시선도 제게 주지 않고 있었을까?

그렇게 위험한 곳에서 홀로 있는다는 게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다.


-“근데 엄마도 아빠도 다 잊어버리래.”


체념한 얼굴로 그곳에 머물던 케니가 어쩌면 그곳에 있다면?


-“난··· 잘 모르겠어. 이렇게 슬픈 건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는 거야?”


그 찰나에 느껴지는 고독함과 슬픔의 이유를 어쩌면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엄마랑 아빠는··· 거짓말쟁이야.”


자리에서 뛰쳐나가 선로를 향해가자 언제나 그렇듯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케니가 보였다.

그리고 케니가 만지던 장난감이 보이자 그 뒤로 감춰진 아이의 옷자락이 보인다.


-“사랑했다고, 지금도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내가··· 거북이에게 그렇게 말해줄걸.”


차마 파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자 케니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죽었을 땐 무척이나 아팠을 것이다, 정말 아팠을 텐데···.


“괜찮아요, 난.”


케니는 괜찮다고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 뒤로 따라온 케니의 부모님은 헤른이 무릎을 꿇고 눈물이 흘러 고개를 들지 못하는 앞으로 걸어간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는데, 찾지 못했다.

그렇게 애타게 찾았으면서 케니가 좋아했던 그리고 가장 위험했던 선로를 찾아오지 않았다.


“케니, 내 아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했었다.

선로에서 이러다 사고를 당해서 죽을 수도 있겠다고.

하지만 그러기엔 내 아들은 너무 어렸다.


겨우 9살이다.

그렇기에 죽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까 봐.

그 아이의 흔적이 가득한 선로에는 오기 싫었다.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아이가 좋아하는 거북이 인형을 끌어안고 우는 케니의 아버지는 몸을 떨었다.

그 옆에서 말없이 아이를 꺼내기 위해 파헤치고 있는 케니의 어머니였다.


“어째서, 내 아이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풀을 뜯어내며 이윽고 꺼냈을 땐 케니가 입고 있던 옷이 보였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였다.


“케니, 우리··· 아가.”


그제야 케니의 어머니는 무너져서 차마 삼켜내지 못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외롭게 홀로 죽어가는 걸 이제야 알았다는 자책감이 짓눌렀다.


이기적이게도 아이가 살아있을 거라고만 믿고 살았다.

하루하루 그리워하며 찾아도 살아있을 거라고만 생각하고 찾았다.


“···엄마 왔어, 케니.”


울음 섞인 목소리가 케니의 옷을 끌어안았다.

핏자국으로 가득한 아이의 옷을 보며 아무런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


표정을 찡그린 케니의 얼굴엔 슬픔이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같이 울음을 쏟아낼 것처럼 눈물이 고였으나 울지 않았다.


“난 거북이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이젠 내 친구인걸.”


헤른은 울음을 애써 참아 잠겨버린 목소리로 제게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케니의 말을 읊었다.


“케니는··· 부모님 탓이 아니라고 했어요. 거북이가 있으니까 괜찮다고···.”


헤른의 떨리는 목소리가 닿은 건지 고개를 드는 케니의 부모님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설령 당신의 말이 거짓이어도 듣겠다는 듯 조용히 울음을 참을 뿐이었다.


“난 정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동생을 나보다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때 헤른은 이 능력을 어떻게 써야만 하는 건지 알았다.

어쩌면 이게 자기 일인 걸지도 모르겠다고.


“케니는··· 젠을 자신보다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고 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형···?”


젠의 동그란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자 돌아본 케니의 부모님은 그제야 자신에게 살아있는 아이가 있었음을 알았다.


내 아픔에 두 눈이 가려져 살아있는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살아있지만, 죽은 아이처럼 크고 있었던 사랑으로 키웠어야 하는 소중한 막내아들 젠이었다.


“이제 저는 가야 할 것 같아요.”


케니는 울고 있는 가족을 두고 떠나야 한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빛이 쏟아지는 곳이 있다며 웃으며 손가락을 뻗었다.


“아, 맞아! 꼭 행복하게 아주 오래 살다가 날 만나러 왔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전하면 될까?”

“음··· 이건 안 전해도 괜찮아요. 우리 엄마, 아빠는 행복하게 오래 살다가 올 거니까.”


누가 들을까 다가와 귓가에 작게 속삭이는 말과 함께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빛으로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는 헤른의 몸이 무너진다.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케니의 부모님은 울며 헤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왜, 왜 그래요···? 우, 우리 케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

“···환한 빛이 보인대요. 그래서 가야겠다고.”

“빛이라니···.”


주저앉아 그제야 울음소리를 크게 내고서 같이 우는 케니의 부모님과 그 품에 안겨 서럽게 우는 젠이 보였다.

그럴수록 젠을 끌어안고서 다독이는 모습에 웃으며 케니가 했던 속삭이는 말이 떠올라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아저씨도 꼭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까지도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그리고 나는 떠났어야만 했을 케니가 자꾸만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빛으로 떠났어야만 했는데도 내 곁을 맴도는.


아니, 어쩌면 내가 잊지 못해서 붙잡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저씨, 오늘···.”

“케니?”

“아저씨, 오늘 손님 오시기로 했잖아요. 또 그 아이 생각해요?”

“···아, 미안. 아실라.”


그 이후로 보이는 케니 같은 이들을 인도해주고 작게 가게를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그때를 잊지 못해서 케니를 부르는 걸 보면.


“그렇게 안쓰러웠어요?”

“···그렇지, 뭐.”


케니는 자신을 죽인 사람을 말하지도 않고 복수를 원하지 않았다.

그저 가족에게 사랑하며 잘 지내길 원했던 유일한 아이였다.


딸랑-


“어서 오세···.”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이 아닌 또 다른 영혼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복수할 것처럼 피눈물을 흘리는 영혼이었다.


“날 죽인 남자친구를 죽이고 싶어요. 도와줘요, 그를 죽일 수 있게.”


슬프게도 죽어도 케니 같은 영혼을 가진 이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케니를 떠올리는 걸지도 모른다.


“죽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정말 살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 아이도 정말 살고 싶었지만, 끝내 남은 사람들의 행복을 바란 예쁜 아이였으니까.



*



영화가 끝나고 나는 조용히 주변을 살폈다.

어차피 외국인은 동양인 얼굴을 구분하지 못했기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 꼬마 연기 잘하지 않아? 그··· 케니!”

“어, 맞아. 연기 되게 잘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 나더라···.”

“그렇게 어린아이가 연기를 잘하는 거면 나중엔 얼마나 잘하려나?”


눈물을 닦으며 나가는 외국인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놀란 표정의 어머니가 얼어붙은 듯 앉아서 크레딧을 보고 있었다.


“다 끝났는데···, 안 가요?”

“아, 어어! 가야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말이 없던 어머니는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정의를 보며 물었다.


“사람들을 보니까 어땠어?”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 어머니의 모습에 눈동자를 데굴 굴리며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막상 직접 결과물로 보니까 가장 먼저 뿌듯했다.

원래라면 그렇게 내가 비중이 있는 역할을 맡은 적이 없으니 더 그렇기도 했다.


“음, 제가 나름대로 표현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연기의 부족한 점을 알게 되었고 다음엔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전히 부족한 게 많았지만, 차차 고쳐나가면 언젠간 완벽함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아직은 제가 어리니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다음엔 더 잘해볼래요.”


어머니는 내가 한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어쩌면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한 말을 해서 의심하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때까지 한 번도 이렇게까지 해본 적이 없었기도 했고, 이런 경험들은 전부 처음이었으니까.


‘···더 좋은 연기로 보여주고 싶다.’


과거에 나도 영화관에 갔다가 통편집된 후로 포기했던 적이 있었기에.


“연기 재밌지?”


엄마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볼을 붉혔다.

난 어쩌면 천생 배우를 해야 하는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지금, 이 순간이 꿈만 같다고.


“그럼 됐어, 하고 싶은 건 다 해야지.”


꿈이라면 조금 늦게 깼으면 좋겠다고 느낄 만큼 즐거웠다.

날 인정해주는 부모님과 연기를 해도 되고 술술 풀리는 현실이 어쩌면 진짜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가의말

13화와 14화가 바뀌어 급히 수정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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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배우님은 회귀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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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운명을 바꾸고 싶다 (1) +1 22.06.16 116 6 12쪽
34 33. 생존을 위하여 (5) +1 22.06.15 87 7 11쪽
33 33. 생존을 위하여 (4) +1 22.06.12 100 7 14쪽
32 32. 생존을 위하여 (3) +1 22.06.11 106 7 12쪽
31 31. 생존을 위하여 (2) +1 22.06.09 119 10 12쪽
30 30. 생존을 위하여 (1) +1 22.06.08 120 8 12쪽
29 29. 사랑받은 아이 (2) +2 22.06.07 118 12 12쪽
28 28. 사랑받은 아이 (1) +2 22.06.06 143 12 11쪽
27 27. 김성현 (2) +1 22.06.05 142 14 13쪽
26 26. 김성현 (1) +1 22.06.05 140 14 16쪽
25 25. 꿈 (2) +2 22.06.04 146 13 12쪽
24 24. 꿈 (1) +2 22.06.03 155 11 12쪽
23 23. 평범한 일상 (3) +2 22.06.02 146 15 11쪽
22 22. 평범한 일상 (2) +2 22.06.02 156 14 11쪽
21 21. 평범한 일상 (1) +1 22.06.01 162 13 11쪽
20 20. 미카엘 (3) +1 22.06.01 161 14 13쪽
19 19. 미카엘 (2) +2 22.05.31 165 15 12쪽
18 18. 미카엘 (1) +1 22.05.31 162 14 12쪽
17 17. 주인공 (3) +1 22.05.30 185 11 12쪽
16 16. 주인공 (2) +1 22.05.30 188 17 12쪽
15 15. 주인공 (1) +1 22.05.29 202 17 12쪽
» 14. 대본 그리고 배우 (2) +1 22.05.29 211 19 12쪽
13 13. 대본 그리고 배우 (1) +1 22.05.28 217 23 11쪽
12 12. 천재 소년 (4) 22.05.28 238 21 13쪽
11 11. 천재 소년 (3) 22.05.27 236 17 14쪽
10 10. 천재 소년 (2) 22.05.27 251 17 13쪽
9 09. 천재 소년 (1) +1 22.05.26 276 20 13쪽
8 08. DNA (2) +1 22.05.26 289 21 12쪽
7 07. DNA (1) 22.05.25 302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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