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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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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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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4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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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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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무쌍(無雙) Ⅱ - 18

DUMMY

행복의 마을.

네이처 스피릿츠(NSp)에 속해 있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땐 디지털 월드 중앙에 위치해 있다. 죽음을 맞이한 디지몬이 알(디지타마)을 남기고, 이곳으로 보내져서 새로운 삶을 탄생시키는 순환의 역할을 담당하는 일종의 성지(聖地)다.

평소처럼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이곳에 푸른색의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열다섯 명의 디지몬과 두 명의 신급 존재인 일명 『반신』, 이세계의 생명체 두 명, 그리고 정체불명의 존재 한 명을 포함해서 총 스무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부터는 오라클이 너희를 인도하게 될 거야.”


“떠나려는 건가?”


“그래야지. 하지만 나중에 다시 올 거야.”


“···두 번째 시련과 함께 말이죠.”


아스카는 평소처럼 감정이 드러나지 않은 얼굴로 그녀의 말에 답하듯이 입을 열었다. 지금은 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여 노완동의 부축을 사양하고 두 발로 서 있었다.

다만 앞으로 걸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므로 옆에서 레이븐(카라텐몬)이, 앞뒤에서 가이오몬과 타오몬(도사몬)이 아스카를 주시했다.


“아참! 가기 전에 아스카한테 해둘 말이 있어.”


“말해보세요.”


“잘 들으렴. 지금까지 음식을 먹을 때 편식하지 않은 거 같은데, 오늘만은 주의해서 골라 먹도록 해.”


“예?!”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그녀에게 아스카는 의아함을 느꼈다. 그래서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려고 했으나 이미 그녀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질문을 속으로 삼키며 신경을 딴 데로 돌렸다.

그녀와 아스카의 대화가 일단락된 후에 가이오몬 측과 올림푸스 12신은 양쪽으로 갈라져서 말을 주고받았다.


“이제 그만 돌아가는 게 어떻겠나?”


“아닙니다. 좀 더 있다가 가도 괜찮습니다.”


“······후회할 텐데.”


오라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올림푸스 12신의 뒤쪽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한 명의 디지몬이 나타났다. 남청색 망토를 두른 여성이 금으로 만든 장식을 하고, 중심에 푸른색 구체가 들어있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녀를 본 올림푸스 12신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특히 유피테르몬의 얼굴이 새하얗다 못해 창백하게 질려갔다.


“어머,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라클님.”


“자네 역시 오랜만이구먼. 한데 여긴 어쩐 일인가, 유노몬?”


“다 아시면서. 남편을 데리러 왔습니다.”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남편인 유피테르몬을 바라보는 유노몬. 그런데 유피테르몬은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아내의 시선을 회피했다.


“볼일이 끝났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죠?”


“그게··· 그러니까··· 쉴 겸 잠시 밖에 있으려고. ···아, 안 될까?”


“안 될 거 없죠.”


“그럼······.”


“근데 당신은 안 돼요.”


유노몬의 첫 말을 듣고 희망에 부풀어 있던 유피테르몬은 그 다음 말에 곧바로 절망을 느꼈다. 두 무릎을 꿇고 양손을 땅바닥에 대면서 OTL 자세를 취하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그녀의 지팡이가 시야를 스치고 지나갔다.

알고 보니 유노몬이 지팡이를 내리쳐 유피테르몬을 기절시킨 것으로, 머리에 정통으로 맞은 그는 당분간 눈을 뜨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은 알아서 놀다가 와. 나는 그이를 데리고 집으로 갈 테니까.”


“예, 예!”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유피테르몬을 들어서 등에 업은 유노몬은 다른 신인형 디지몬들에게는 명령하듯이 편하게 말을 하고는 워프 게이트를 열었다. 한 쌍의 부부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모습을 감추자 남아있는 올림푸스 12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언제 봐도 유노몬의 일편단심은 무섭단 말이지.”


“유피테르몬이 불쌍할 따름이야.”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 어떻게 할까?”


“그녀가 말한 대로 놀다 가야지.”


문제가 하나 있다면··· 올림푸스 12신 열 명이 모두 행복의 마을에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둥글게 모여서 의논을 하는데, 결론을 기다리고 있을 가이오몬 일행을 생각해서 최대한 빨리 끝을 맺었다.

간쿠몬과 싸운 마르스몬, 타오몬과 싸운 다이나몬, 레이븐과 싸운 베누스몬, 노완동과 싸운 아폴로몬, 아스카와 싸운 미네르바몬은 제외되었다. 바커스몬은 덩치가 크고, 흙으로 된 새의 육체를 지닌 케레스몬도 만만치 않게 큰데다 언제까지나 본체(메디움)로 다닐 수는 없었다.

이제 남은 수는 3명으로 넵튠몬과 메르크리몬과 불카누스몬이 남았는데, 넵튠몬이 스스로 기권을 해서 메르크리몬과 불카누스몬이 이곳에 남기로 했다.


“우리는 다른 곳을 경유해서 돌아갈 테니 잘 쉬다가 오게나.”


“알겠습니다.”


여덟 명의 올림푸스의 신들은 각자 전이 마법이나 워프 게이트를 써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잠깐 동안이지만 두 명의 디지몬이 일행으로 속하게 되자 반가움을 표하고는 앞에 보이는 집으로 걸어갔다.


“계십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가이오몬이 문을 정중히 두들기면서 말을 하자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이곳의 책임자인 에레키몬(에렉몬)과 스완몬(백조몬)이 같이 모습을 드러냈고, 밖으로 나오면서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어라? 오라클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어쩌다 보니 쉬려고 왔네. 하루 정도 머물러도 괜찮은가?”


“물론입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두 책임자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간 가이오몬 일행.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들어가려고 했지만 열 명중 서너 명은 밖에서 머물러야 할 정도로 집이 좀 비좁았다.


“이거··· 흠, 어쩔 수 없구먼.”


“간단하고 빠르게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1, 2, 3. 가위! 바위! 보!”


오라클까지 나서서 손을 내밀었고, 침묵이 감도는 와중에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었다. 가이오몬, 아스카, 오라클, 간쿠몬, 후마, 메르크리몬은 보자기를, 타오몬, 레이븐, 노완동, 불카누스몬는 주먹을 냈기 때문이었다.


“합류한지 얼마 안 됐는데 밖에서 지내야 한다니!”


“저기, 한 명 정도는 더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절규하는 불카누스몬을 보고 스완몬이 조심스레 말을 하자 네 명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변했다. 지금의 분위기는 마치 싸움이라도 일어날 듯 한데, 오라클이 나서서 제안을 했다.

구슬치기를 해서 제일 멀리 있는 쪽이 집으로 들어가자는 것이다. 에레키몬이 잠시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4개의 구슬을 꺼내 네 명에게 주었고, 그들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내가 먼저 하겠어!”


넘치는 의욕을 보이며 제일 먼저 구슬을 던지는 레이븐이지만, 포물선을 그리며 30cm 앞에 떨어졌다. 대놓고 폭소를 터뜨리는 노완동 때문에 레이븐은 쪼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달팽이를 그렸다.

다음으로 타오몬이 검지와 중지 사이에 구슬을 끼우고 힘껏 던졌다. 레이븐보다 훨씬 멀리 날아가다가 땅바닥에 떨어졌고, 불카누스몬이 세 번째로 시작할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레이븐과 타오몬이 구슬을 던지는 동안에 등을 돌리고 작업을 하던 그는 몸을 앞으로 돌리면서 무언가를 들어보였다.

불카누스몬의 손에 들린 것은 조그마한 피스톨로 구슬을 안에 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바람을 가르며 앞에 있는 나무에 박혔고, 그것을 본 다른 이들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졌다.


“도구를 쓰면 안 된다는 법칙은 없었으니 내가 직접 만들어서 썼을 뿐이야.”


“······뭐, 그 점은 인정하도록 하지.”


“마지막은 내 차례로군!”


호기롭게 말하며 나서는 노완동. 타오몬처럼 검지와 중지 사이에 구슬을 끼우는데, 순간 눈빛에 장난기가 번뜩이더니 힘을 모았다가 그대로 쏘았다.

다른 세 명과 다르게 노완동의 구슬은 엄청난 기세와 함께 날아가면서 나무에 박힌 불카누스몬의 구슬을 박살내고 완전히 관통해버렸다.


“내가 이겼다!”


“아니, 반칙을 했으니 넌 실격패란다.”


“어째서요?!”


“구슬을 멀리 날리라고 했지, 부수라고 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불카누스몬은 구슬이 박살났으므로 자동으로 탈락이다.”


“이런 젠장!!!”


결국 구슬치기 게임의 승자인 타오몬이 집으로 들어가는 사이에 나머지 세 명은 OTL 자세를 취하며 땅을 내리쳤다.

어쨌거나 집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에레키몬과 스완몬이 직접 차린 음식을 먹게 됐는데, 아스카는 「그녀」가 한 말이 맘에 걸려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먹을 수 있겠어?”


“일단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먹어야겠죠.”


아스카는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고 입에 넣은 다음에 천천히 씹어 먹었다. 속도가 느리지만 확실하게 음식을 위로 보내고, 이제 피망을 곁들인 샐러드를 먹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미 뱃속으로 들어가서 뱉어낼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서 식사를 마친 가이오몬 일행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의논을 했다. 그런데 창백해진 얼굴로 가슴과 목에 손을 대고 괴로워하던 아스카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아스카-!?”


“얼른 똑바로 눕히게!”


가이오몬이 계속 피를 토하면서 발작을 일으키는 아스카를 안아서 침대에 눕히고, 오라클이 치유 마법을 써서 악화되는 상태를 멈추려고 애썼다. 그 덕분에 간신히 안정을 되찾은 아스카는 의식을 잃었지만 얼굴은 한결 편해졌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겁니까?”


“···아스카가 마지막에 먹은 음식이 피망이 들어있는 샐러드였지.”


“「그녀」의 말이 이것을 뜻한 거로군.”


“응급처치는 끝냈으니 의식을 차릴 때까지 기다리세나.”


현재 에레키몬과 스완몬의 간호를 받으며 자고 있는 아스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가이오몬 일행. 특히 가이오몬은 다른 이들보다 더욱 더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잠시 중단했던 의논을 다시 했지만 그리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 때, 무언가가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주변이 심하게 흔들렸다.


“뭐지?”


“행복의 마을을 지키는 결계를 누군가가 부수고 있군.”


“며칠 전부터 동쪽에서 온 디지몬들이 자주 습격을 해옵니다.”


“동쪽이라고? 분명 거기에는······ 설마!”


오라클은 짐작 가는 바가 있는지 말을 하면서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다시 한 번 흔들리더니 이내 금이 가고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한 것으로부터 행복의 마을을 지켜주는 결계가 파괴되는 소리로, 가이오몬 일행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밖으로 나갔다. 다만 레이븐은 전투 불능 상태인 아스카와 에레키몬, 스완몬을 지키기 위해 집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나로서도 알 수가 없네.”


“침입자들이 오고 있습니다.”


도술을 써서 주변의 상황을 살펴보던 타오몬이 보고를 하자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디지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장기인 고부리몬, 성숙기인 도쿠구몬(스파이더몬), 고레몬(록몬), 우가몬, 부기몬, 바케몬(고스몬), 미노타르몬, 완전체인 스컬벌키몬, 스컬그레이몬, 머미몬(미이라몬), 스콜피오몬(전갈몬), 트리세라몬(트리케라몬), 궁극체인 스컬맘몬(스컬맘모스몬), 파라사이몬으로 구성된 무리로 모두 몸이 탁한 검은색인 상태였다.


“마치 블랙오메가몬··· 같군요.”


“감염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깊은 어둠 속에서 오랫동안 지낸 탓일지는 모르지.”


“예?”


“···아무것도 아닐세.”


알다가도 모를 말을 하는 오라클을 신경 쓸 새도 없이 검은 무리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일단 고부리몬은 후마가 맡아서 상대하고, 가이오몬과 타오몬, 간쿠몬, 메르크리몬, 노완동이 완전체와 궁극체 디지몬을 상대했다. 오라클과 불카누스몬은 후방에서 지원하면서 집을 지키려고 했다.


「린화참」


「범필섬」


「철권제재」


「스피리츄얼 인챈트」


가이오몬은 「국린」으로 빛의 궤적을 일으켜 베어버렸고, 타오몬이 거대한 붓으로 범(梵)자를 그려서 날렸고, 간쿠몬은 상대의 괴성에 맞춰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두들겨 팼고, 메르크리몬은 단검 「아즈텍」으로 공간을 베어서 이계의 마귀를 소환해 공격을 지시했다.

노완동의 경우 「쌍수호박」을 써서 한손으로 「공명권」을 사용했고, 다른 한손으로 마력탄을 발사했다. 개떼처럼 몰려오는 무리를 별 탈 없이 처리하는 와중에 몇몇이 뒤로 빠져나왔지만······.


「엠프리스 헤이즈」


「핀포인트 웨폰 워크스」


오라클이 빗자루를 휘둘러 단숨에 소멸시켰고, 불카누스몬이 용접에 활용하는 불꽃인 「봄버 아트」를 써서 즉석에서 무기를 만들었다.

그것은 한 자루의 기관총으로 방아쇠를 당겨서 수십 발의 총알을 쏘아댔다. 총구에서 불꽃이 튀어나오며 앞에 있는 트리세라몬을 관통하고, 뒤에 있는 파라사이몬을 맞춰 검은 무리를 처치하는 식으로 저지했다.

조금씩 지쳐가고는 있지만, 수가 처음보다 줄어들고 있어서 더욱 노력하고 있었다. 그 때, 집 뒤쪽에서 쾅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들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사실 전부 다 정면에서 공격해온 것이 아니라 일부는 돌아가서 뒤에서 공격한 것이다.


“가이오몬! 레이븐으로는 저들을 전부 상대할 수 없을 걸세. 그러니 어서 가서 도와주게나.”


“알겠습니다!”


뒤꽁무니에서 촉수를 꺼내 상대를 조종하려던 파라사이몬 한 마리를 베어버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가이오몬.

오라클의 말대로 소수의 고부리몬, 도쿠구몬, 우가몬, 부기몬, 바케몬, 머미몬, 스콜피오몬이 벽을 부수고 침입했다.


「충격날개」


「스파클링 썬더」


「다운 토네이도」


아스카를 지키기 위해 레이븐이 먼저 공격하고, 에레키몬과 스완몬이 뒤이어 공격함으로서 보조를 이뤘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전부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했고, 소수의 무리는 절반으로 나뉘어 세 디지몬을 상대했다.

나머지는 아스카가 자고 있는 방으로 쳐들어갔다. 검은 무리에게 막혀 아스카를 지키러 갈 수 없는 레이븐이 절망에 빠지려고 할 때, 가이오몬이 난입해서 그것들을 「국린」으로 베어버렸다.


“가이오몬!”


“레이븐! 아스카는······.”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 버리자마자 아스카의 안전을 묻는 가이오몬.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남은 무리의 괴성이 들려오자, 가이오몬과 레이븐은 닫혀버린 방문을 열었다.

안에는 그것들이 머리를 움켜쥐며 괴로워하고 있었고, 침대에 누워있을 아스카가 두 눈을 뜨고 상반신을 일으켜 앉아있었다.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했는지 눈동자에 초점이 없는 상태로 본능적으로 염동력과 텔레파시를 같이 써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었다.

아스카를 죽이려고 왔다가 오히려 죽음을 재촉하게 된 그것들은 결국 머리와 몸통이 터져서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가이오몬과 레이븐, 에레키몬, 스완몬은 그 흔적이 남은 주변을 보고 망연자실 바라보기만 했고, 아스카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피를 토하며 쓰러져버렸다.


“아차, 이런!”


“괜찮은가?”


어느새 밖에 있는 검은 무리를 모두 처리한 오라클과 노완동, 세 명의 디지몬이 방 안으로 들어와 안부를 물었다. 네 명의 디지몬은 괜찮았고, 아스카는 다시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자 오라클은 빠르게 다가가 맥을 짚었다.


“몸도 안 좋은데 힘을 무리하게 써서 상태가 불안정해졌군.”


“괜찮겠습니까?”


“하루 정도 쉬면 안정은 되겠지만, 당분간은 힘을 못 쓸 걸세.”


“······그거 안타깝게 됐군.”


쥐도 새도 모르게 나타난 「그녀」가 난감하다는 듯이 말을 하자 후마를 뺀 가이오몬 일행은 둥글게 둘러싸 포위하며 무기를 겨눴다.


“어째서 이러는 걸까나?”


“아스카가 피망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말을 안 한 거지?”


“말로 하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경험해보는 게 좋으니까.”


태연자약하게 웃는 낯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가이오몬 일행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너무나 뻔뻔한 태도에 그 낯짝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오라클이나 노완동도 어찌할 수 없는 상당한 강자인지라 그리 할 수가 없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아는 게 있으십니까?”


“그것들은 모리아(Moria)라고 불리는 고대의 지하도시에서 왔어.”


“역시! 설마 했는데 거기서 왔을 줄이야.”


“모리아?! 크하자드 둠 말입니까?”


그녀의 말에 오라클과 노완동은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모리아, 또 다른 이름은 크하자드 둠···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기 전에 고대의 디지몬들이 세운 나라이자 대도시이며 수도의 이름이었다. 오랫동안 번영을 누리던 고대의 왕국은 어느 순간 갑자기 멸망해버렸다.

원인은 불명,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미궁에 빠졌는데 춘추전국시대 때 네이처 스피릿츠(NPs)의 황제가 모리아의 자원을 얻기 위해 군대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명만 빼고 모두 전멸해버렸다.

유일한 생존자는 정신이 나가 버려서 말도 제대로 못했지만, 그 당시 벌어졌던 일은 이야기할 수 있었다. 물론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어둠··· 화염··· 공포··· 아··· 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말을 끝으로 생존자는 심장이 터져서 사망해버렸다. 결국 모리아는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어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했다. 설혹 들어갔다 하더라도 살아서 나온 자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모리아가 다시 언급되자 가이오몬 일행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말인데, 너희들이 모리아로 가줬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진심이야. 이것이 너희들에게 내릴 두 번째 시련이니까.”


“큭!”


“사양이나 거부는 용납지 않아. 자, 어떻게 할 거야?”


“가도록 하지. 대신 아스카의 상태가 호전되면 출발하겠다.”


“마음대로 해. 오히려 그 편이 좋을 테니까.”


남의 일을 말하듯이 가볍게 대꾸하고는 그대로 떠나버리는 그녀. 가기 전에 “부디 무사하기를”이란 말을 남겼는데, 무언가 짐작 가는 게 있는지 오라클과 노완동의 표정이 은근히 진지했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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