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2,645
추천수 :
205
글자수 :
1,247,219

작성
18.12.30 10:50
조회
40
추천
1
글자
23쪽

무쌍(無雙) Ⅱ - 16

DUMMY

네이처 스피릿츠(NSp).

어제 있었던 타오몬과 다이나몬의 대결, 레이븐과 베누스몬의 대결, 그녀에 의해 오니스몬으로 강제 진화한 레이븐의 폭주를 막아낸 가이오몬 측과 올림푸스 12신은 하루를 쉬고 나서 오늘 다시 대결을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서 오후로 접어드는 시간에 아스카와 뱀 머리의 투구를 남청색 머리카락 위에 쓰고 오른손에는 자기 몸집만한 대검을, 왼손에는 조그마한 방패를 들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한 지헤와 전쟁(방위전)과 (믿기 어렵지만) 공예의 여신인 미네르바몬이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오전에 노완동과 아폴로몬이 대결을 벌이기는 했지만 도중에 문제가 생겨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자면······.


*


몇 시간 전.

양 측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소화를 시킬 겸해서 이번 대결에 누가 나설지를 의논했다. 그러다가 가이오몬 측에서는 노완동이, 올림푸스 12신에서는 아폴로몬이 싸우기로 결정됐다.


“당신과 싸울 수 있다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뭘 그럴 거까지야. 아무튼 신나게 싸워보자고!”


주먹을 쥐고 자세를 잡은 노완동과 아폴로몬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아폴로몬이 태양처럼 타오르는 불꽃을 주먹에 담아 휘두르자 노완동은 유배지인 도화도에서 창시한 공명권(空明拳)을 사용하여 이를 무력화시켰다.


“역시! 보통 방법은 통하지 않는군요.”


“제법이군. 꽤 즐길 수 있겠어!”


첫 번째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둘 다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는 다음 공격을 개시했다. 주먹과 주먹을 부딪치면서, 가끔은 다리를 사용해서 빈틈을 노리는데 상대의 실력이 보통이 아닌지라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애로우 오브 아폴로」


「젠틀 펀치」


아폴로몬은 양손의 광옥(光玉)에서 작열의 화살을 생성해 연사하기 시작했고, 노완동은 왼팔에 힘을 모으고 화살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 풀 파워를 쓰지 않았음에도 여러 개의 화살을 단숨에 소멸시킬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권압은 그대로 아폴로몬에게 직격했다.


“크으윽-!!!”


“겨우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전력으로 와라!”


평소 장난기 넘치는 모습이 아닌 위엄이 서린 진지한 태도를 보이며 일갈하는 노완동. 상대가 현재의 디지털 월드의 기반을 이룬 신의 창조물이자 직속 부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아폴로몬은 고통을 참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알겠습니다. 각오해주시길!”


「포보스 블로우」


제대로 된 진심을 드러내며 아폴로몬은 오른손에 모든 힘을 집중시켰고, 얼마 안 돼서 그의 팔은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힘이 한계를 넘어 외부로 방출되는 현상으로 더 이상 시간을 끈다면 육체에 손상을 입게 되므로 무겁게 몸을 움직이며 주먹을 내질렀다.

일격 필살! 그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위력의 필살기가 노완동에게 향하는데, 그는 몸을 풀기 위해 가볍게 체조를 하는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주먹이 가까이 이르자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면서 주먹으로 맞대응했다. 다만 아폴로몬의 포브스 블로우는 강(剛)의 특성을 지니고 있고, 노완동의 주먹은 유(柔)의 무공인 공명권이라는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확실히 아까보단 진심이 담겨져 있는 공격이군.”


“······!”


상대의 강맹한 힘을 헛치게 만들어 자신의 몸을 유리하게 지키는 공명권의 특성상 아폴로몬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낸 노완동. 맘에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평가를 내리더니 쌍수호박(雙手互博)을 통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손을 움직였다.

공명권과는 다른 빠르고 경쾌하며 강력한 위력이 담긴 권법을 펼쳤고, 그걸 눈치 챈 아폴로몬은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가 주먹을 거두며 노완동의 공격을 피해냈다. 이 행동은 현명하지만 매우 위험한데, 힘을 충돌시켜 상대의 내력을 소모시키는 싸움에서 섣불리 힘을 거두어들였다간 상대의 힘에 의해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능숙하게 거두어들인 덕분에 내상에 의한 피해를 덜 입었고, 몸 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해 숨을 들이 내쉰 아폴로몬은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데미지가 남아 있어서 몸을 둔하게 만들었고, 노완동은 작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서 공격을 모두 회피했다.


“헉··· 헉···.”


“많이 지쳐 보이는군. 이쯤 하는 게 어때?”


“사양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솔직히 나도 좀 더 즐기고 싶거든!”


노완동이 밝은 어조로 말하며 고쳐 쥔 주먹을 치켜들고 앞으로 달려갔고, 아폴로몬은 식은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뱉다가 황급히 방어 태세를 갖췄다. 허나 쌍수호박으로 공명권과 양강(陽剛)한 성격의 대복마권법(大伏魔拳法)을 써서 몰아붙이자 버티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결국 노완동의 일장을 맞아 내장이 박살날 것 같은 고통을 겪은 아폴로몬은 몸을 간신히 추스르고는 힘을 끌어 모았다. 그 힘을 등 뒤에 떠있는 화염의 구체에 쏟아 부었고, 작렬하는 태양과 맞먹을 정도로 타오르자 그것을 노완동에게 내던졌다.


「솔 블래스터」


조그마한 태양구가 밑에 있는 녹색 풀을 태워버리며 정면에서 날아오자 노완동은 반투명한 방벽을 형성해 막아내려고 했다. 공격과 방어, 두 가지 방식이 맞부딪치며 주변이 초토화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태양구가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큰 폭발을 일으켰다.


“이런!”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진 불꽃이 주변을 불태웠고, 인체에 무해한 연기를 일으키자 구경하고 있던 이들은 진화(鎭火, 불이 난 것을 끔) 작업을 시작했다. 오라클과 타오몬은 마법과 주술을 써서 물을 출현시켰고, 넵튠몬과 다이나몬은 자신의 창을 휘둘러 바닷물과 얼음을 소환했고, 케레스몬은 토양의 육체에서 흙을 뿌렸다.

이렇게 해서 불은 확실히 꺼졌고, 방어막을 펼쳐 다른 일행을 보호하던 아스카와 유피테르몬은 새까맣게 타버린 나무와 풀을 둘러보며 안전을 확인하고는 방어막을 해제했다.


“휴우~ 꽤나 처참하군요.”


“그러게 말이야.”


“어라?! 노완동은 어디에 있지?”


레이븐의 외침에 대화를 나누던 아스카와 가이오몬을 비롯한 모두가 노완동이 서있던 자리로 시선을 모았다.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노완동의 흔적은 불에 타 사라졌고 오직 초토화된 대지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 아폴로몬은 그가 있던 자리에 도달했다.

그 때, 발밑이 흔들리며 금이 가더니 노완동이 안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설마하고 의심을 하고 있었지만 진짜로 이렇게 나오자 공중으로 피하기 위해 몸을 띄웠다. 하지만 노완동의 행동이 더 빠른지라 결국 피하지 못했고, 그가 추켜올린 주먹이 아폴로몬의 그곳을 강타했다.

······그곳이란 남성들의 유명한 급소이자 후손을 생산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거기를 말하는 것이다.


“스톱!!! 대결은 여기서 멈추고 어서 의사양반을 불러와라-!!!!!”


풀썩 쓰러지는 썩은 나무처럼 드러누운 아폴로몬은 입에서 거품을 흘리며 경련을 일으켰고, 다급히 그에게 다가간 유피테르몬은 큰 소리로 외치며 의사를 찾았다. 문제가 있다면 이곳은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곳이라 의사가 없지만, 오라클이 나서서 치료를 해줬고 케레스몬과 그의 쌍둥이 누이인 다이나몬이 곁에서 거들었다.

이번 대결은 노완동의 승리로 일단락 지어졌고, 시간이 흘러 슬슬 점심때가 되자 모포에 누워있던 아폴로몬이 천천히 눈을 떴다.


“···으으.”


“정신이 드는가? 아직 몸이 덜 나았으니 좀 더 누워있게.”


“아래쪽에··· 감각이 전혀 없으니··· 어떻게 된 겁니까?”


“아··· 하필이면 주먹이 영 좋지 않은 곳에 맞았다네.”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에··· 어느 정도 완쾌된 뒤에 말해주려고 했는데, 잘 듣게나. 자네는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가 없네. 에, 다시 말해서 성관계를 할 수가 없다는 거지. 에, 노완동의 주먹이 가장 중요한 곳을 박살냈다네.”


“뭐라고요?!”


“안정을 취하도록 해. 흥분하면 덧날수가 있어. 그렇게 되면 걷잡지 못해.”


“······내가 성불구자가 됐다고? 고자가 됐다, 그런 말인가? 고자라니, 아니, 내가 고자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에잌 고자라니! 내가, 내가 고자라니! 내가, 앓흐 앓으 아 앓··· 안 돼, 안 돼!!! 내가 고자라니,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헣흫허헣허어허! 말도 안 돼···.”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면서 몸을 뒤틀며 떠는 아폴로몬과 그를 진정시키기에 바쁜 다이나몬과 케레스몬. 오라클은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고, 한동안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


어째서 노완동과 아폴로몬의 대결을 설명하지 않고 생략하려 했는지 알 것이다. 이제 아스카와 미네르바몬이 대결을 벌일 차례이고, 둘은 서로를 탐색하기 위해 시간을 잠깐 내면서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두 자루의 권총과 한 자루의 대검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미네르바몬이 먼저 탐색을 멈추고는 움직임을 보였다.


“얍!”


메르크리몬 정도는 아니지만 꽤 빠른 속도로 이동해 아스카의 코앞에 선 미네르바몬은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를 담아 대검 「올림피아」를 휘둘렀다. 잘못 하면 일도양단이 아니라 다진 고기가 되어버리는데, 아스카는 몸을 옆으로 굴러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지만 얼굴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고, 자세를 바로 취하자마자 두 자루의 권총을 미네르바몬에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 아스카. 총구에서 나온 여러 발의 총알이 공기를 가르며 맞은편에 있는 미네르바몬을 노렸다.

권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순수함 힘을 응축하고 구체화시켜 만든 물건이라는 점을 눈치 챈 미네르바몬은 검을 한 차례 휘둘러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단숨에 무력화시켰다. 어차피 예상하고 있었지만, 진짜로 소용없게 되자 아스카는 혀를 차며 방아쇠를 당겼다.


“헤~헹! 그건 나한테 안 통해.”


“알고··· 있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올림피아」로 분쇄해버린 미네르바몬은 자랑하듯이 말하고, 아스카는 신경이 거슬리는지 음성을 높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걸 본 미네르바몬은 아스카를 제압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는데, 발밑에 이상한 느낌이 들자 바로 움직임을 멈췄다.

아스카가 서 있던 자리에 마법진이 떠오르고 있었고, 이것이 함정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빠져나가려고 했다. 허나 그렇게 마음을 정하는 순간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대폭발을 일으켰다.


“폭렬섬광진(爆裂閃光陳). 어레인지를 가했지만 아직은 제 위력을 내지 못하고 있군.”


원래는 마법진의 좌표를 정하는 그 순간 폭발을 일으키는 기술이지만, 아스카는 약간의 수정을 가해서 상대가 마법진에 발을 들이민 순간으로 조건을 바꾸었다. 보통이라면 큰 타격을 주겠지만, 지금은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인 미네르바몬에게 쓴 거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폭발이 일어난 자리에서 회오리가 일어나더니 미네르바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핏자국까지 있지만 꿋꿋이 서서 다시 싸울 준비를 했다.


“역시 안 통하네.”


“으으··· 이건 너무하잖아!!!”


상처에서 밀려온 고통을 참지 못해 큰 소리로 외친 미네르바몬이 대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전속력으로 전진하자, 아스카는 총을 쏘며 뒷걸음질을 쳤다. 비록 총알들이 대검에 막혀 박살이 났지만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계속 뒤로 이동했다.

견제를 하려고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별 소용이 없는 가운데, 아스카는 발을 잘못 디뎌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일행들, 특히 가이오몬이 크게 놀라 자기도 모르게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스카가 빈틈을 드러내자 미네르바몬은 옳다구나 하고 높이 뛰어올라 대검을 내리쳤다. 위기일발의 순간 그녀의 두 눈동자에 이채가 어리더니 미네르바몬의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염동력인가?!”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잠시 붙들어 두는 게 다인 것 같군.”


오라클의 말대로 아스카가 능력, 특히 염동력과 텔레파시를 쓰더라도 올림푸스 12신과 같은 최상위급 디지몬에게는 오래 영향을 주지 못한다. 본인도 그걸 잘 알기 때문에 미네르바몬이 움직임을 멈추자마자 바로 몸을 옆으로 굴러 피했다.

그 직후, 염동력의 속박에서 풀려난 미네르바몬은 원래 목표 대신 텅 비어있는 땅바닥을 박살내버렸다. 헌데 힘을 너무 줬는지 대검이 땅에 박혔고, 빼내려고 버둥거리는 사이 자세를 바로잡은 아스카가 쏜 총에 맞았다.


“윽! ···어, 어라?”


“총에 맞았는데 어째서 멀쩡한 거냐고 말하고 싶은 거지? 곧 알게 될 거야.”


아스카는 정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두 자루의 권총을 미네르바몬에게 겨누었다. 또 다시 총구에서 총알이 뿜어져 나왔고, 미네르바몬은 이번에도 대검을 휘둘러 분쇄해 버렸다.

공격과 방어, 회피와 반격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가운데, 가끔씩 아스카가 쏜 총알이 미네르바몬의 몸에 박혔고 아까보다 둔해진 움직임을 보였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계속 공격을 하는데, 몇 개의 총알에 맞고 나서 움직임이 더욱 느려지자 눈치를 챈 기색을 보였다.


“설마··· 총알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네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총알을 구성하고 있는 힘의 성질을 변화시켰어.”


저 말을 쉽게 풀이하자면··· 어저께 「그녀」가 로얄 베이스로 찾아와 한 말과, 어제오늘 있었던 대결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은 아스카가 탄환에 염동력을 담은 것이다. 순수한 힘으로 이루어진 터라 총상을 남기지 않았고, 한 송이 눈이 녹아드는 것처럼 몸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염동력의 근간인 사이오닉(사이킥) 에너지가 신체를 억제하고 있는데, 미네르바몬은 힘을 한계 이상 끌어내서 간신히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여기서 힘을 폭발시키듯이 방출하는 것으로 내부에 스며든 염동력을 소멸시키는 게 가능하지만, 대신 심각한 내상을 입게 될 확률이 높아서 논외로 쳤다.


“이렇게 된 이상 큰 거 한 방 날리겠어! 단단히 각오하라구!!!”


“하아···.”


「스트라이크 롤」


대검 「올림피아」를 치켜들고 전방을 향해 휘두르는 미네르바몬. 초승달 형태의 검기가 예상 외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서 피할 수가 없는 상황에 처했는데, 빛이 팍! 하고 터지더니 가방 안에 있어야할 유성(流星)이 아스카의 앞에 나타나 둥둥 떠있었다.


“저 검은 혹시 페라리우스(Ferrarius)가 만든······.”


“맞네. 저 검이 아스카를 선택했고, 아스카는 저 검에게 유성이라는 이름을 붙였지.”


불카누스몬과 오라클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유성을 집어 든 아스카는 칼집에서 검을 뽑아 X자로 교차했다. 피할 수 없다면 막아낼 수밖에 없으므로 검기와 충돌했고, 신발 밑창에서 연기가 일어날 정도로 크게 밀려나버렸다.

그나마 쌍수호박을 응용하여 염동력과 마법으로 이중의 방벽을 형성한 덕분에 부상을 입지 않았으나 상당한 힘을 소모한 상태여서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되었다.


“헉··· 허억···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에서 이 정도의 위력을 내다니. 총알을 좀 더 퍼부을 걸 그랬나.”


“큭! 아직··· 끝나지 않았어!”


“글쎄, 지금 상태로는 싸움은 불가능할 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난 더 싸울 수 있다고!!!”


지팡이 삼아 땅에 꽂은 대검을 뽑아 자세를 바로잡은 미네르바몬은 남아 있는 힘을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얼마 안 돼서 임계점에 이르자 힘을 폭발시키듯이 방출했고, 덤으로 몸 내부에 있는 아스카의 염동력도 밖으로 밀어냈다.


“커헉-!”


“내상을 각오하고 내 염동력을 소멸시키다니, 과연 이름값을 하는군.”


“크아압!!!!”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지도 않고 미네르바몬은 높이 뛰어올라 「올림피아」를 아스카에게 겨누었다. 그러고는 바람을 가르며 날카롭게 수직으로 강하했다. 검기를 막아내기 위해 힘을 많이 소모한 아스카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대검을 바라봤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만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100% 죽는다. 아직 자신이 누구인지, 어째서 이 디지털 월드에 왔는지 모르고 있는데 여기서 죽는다면 진실을 영원히 알 수 없게 된다.


‘죽고 싶지 않아. 적어도 나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죽을 수는 없단 말이야!’


아스카가 속으로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 땅바닥에 놓여 있는 두 자루의 권총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를 아는 자는 주인인 아스카 뿐, 짧은 시간 동안 이리저리 생각을 정리하다가 위험하지만 승산이 높은 방법을 쓰기로 결심했다.

미네르바몬의 대검이 코앞까지 이르렀을 쯤에 공기가 흔들리며, 달콤한 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복숭아꽃의 향기를 맡고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은 미네르바몬은 눈을 크게 뜨고 정면에 있어야 할 아스카를 찾으려고 했다.

이 말은 즉, 그 자리에 아스카가 없다는 뜻으로 땅바닥에 꽂힌 대검을 뽑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주위를 살피는 미네르바몬. 그 때, 두 자루 권총이 놓여 있는 장소에 도화(桃花) 향기가 진동하더니 아스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간전이(空間轉移)를 쓴 건가?! 꽤나 위험한 수를 쓰는구먼.”


“위험··· 하다고요?”


놀란 표정으로 대결을 관람하고 있던 레이븐이 질문을 하자 오라클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방금 아스카가 쓴 공간전이는 공간을 뛰어넘는 일종의 텔레포트와 같은 기술로 전이 지점의 좌표 고정이 어려워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자는 별로 없었다.

물론 오라클이나 「그녀」는 예외로 쳐야 하지만······. 아무튼 아스카는 오라클에게 공간전이를 배웠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성공한 것도 운이 좋아서였지, 만약 한 치의 실수라도 있었다면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을 것이다.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반격을 시작해볼까.”


조금 무리해서 공간전이를 쓴 탓에 힘이 고갈됐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을 고르게 내쉬어 몸 상태를 안정시킨 아스카는 유성을 대지에 꽂고는 권총 두 자루를 다시 집어 들었다.

그러자 권총에서 희미하게 발하는 빛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와 아스카의 몸을 감쌌다. 그 덕분에 힘이 어느 정도 회복됐고, 텔레파시를 통해 권총의 내부에 있던 정보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아스카가 빛을 받아들이고 있을 때, 땅바닥에 꽂힌 「올림피아」를 뽑아낸 미네르바몬은 피를 한 번 토하고는 앞으로 돌진했다. 맞은편에 있는 아스카를 공격하기 위해 대검을 치켜드는데, 복부에 차가운 느낌이 들자 움직임을 멈추고는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뭐야, 이건?!”


“이 대결을 끝낼 수 있게 도와주는 무기다.”


아스카의 손에 들려있어야 할 권총이 한 자루의 산탄총(샷건)으로 바뀌어 있자 미네르바몬은 경악을 하며 소리쳤다. 이에 아스카는 나지막이 말을 하고는 총열 아래의 장전 손잡이를 앞뒤로 당겼다.

손잡이를 당길 때 염동력을 사용했고, 산탄총에 에너지를 모아 한 발의 탄환을 형성한 아스카는 모두가 냉정을 되찾기 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에서 튀어나온 탄환이 미네르바몬의 몸에 적중했고, 어하는 사이에 몇 미터 정도 뒤로 날아갔다.

실제로는 운동량 법칙에 따라 총탄에 맞은 사람이 뒤로 밀려나는 정도는 총을 쏜 사람이 받는 반동보다 작아서 맞고 제자리에서 푹 꼬꾸라진다고 한다. 뭐, 소설이고 아스카가 쓰는 총이 보통 무기가 아니므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길 바란다.

어쨌거나 미네르바몬은 아래로 떨어지면서 지면과 부딪쳤고, 등에 통증이 오자 신음을 흘렸다. 두 자루의 권총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힘으로 이루어진 산탄(散彈)으로 인해 외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대신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으으으······.”


[퍽!]


“선택의 시간이다. 여기서 그만둘 테냐, 아니면 더 싸울 테냐?”


아스카는 미네르바몬의 몸을 발로 밟고 오른손에 들고 있는 산탄총을 그녀에게 겨누면서 왼손에 유성을 든 채로 답변을 기다렸다.

여기서 대결 속행, 즉 후자를 선택한다고 해도 미네르바몬이 이길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그렇다고 대결 중단, 즉 전자를 선택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이래저래 곤란한 처지에 놓여있는데, 이를 지켜보던 유피테르몬이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미네르바몬. 너의 패배다.”


“······.”


“아스카를 과소평가했을 때부터 승패는 결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알겠습니다.”


유피테르몬의 말에 미네르바몬은 괴로운 얼굴을 하며 자신이 아스카를 얕봤음을 인정했고, 대결에서 패배했음을 받아들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자 가이오몬 일행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얼굴에 희색을 띠거나, 박수를 치거나, 환호성을 지르는 식으로 매우 기뻐했다.

그들이 들떠 있을 때, 유일하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아스카는 빛을 일으키며 예전의 형태(권총)로 바뀐 총과 칼집에 꽂은 유성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 후에 미네르바몬의 가슴에 올려둔 발을 내려놓고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수고 많았네.”


“간신히··· 이겼어요.”


미네르바몬과 싸우느냐고 모든 힘을 소모한 아스카는 짧게 말을 하고는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나마 몸을 지탱하지 못해 쓰러지려는 것을 가이오몬이 붙잡아 안은 덕분에 별 탈은 없었다.


“아스카!!!”


“그저 잠들었을 뿐이니 너무 걱정 말게나.”


“다행이군요.”


가이오몬은 잠든 아스카를 조심스럽게 땅바닥에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갔다. 노완동과 아스카 덕분에 2승을 얻었으므로 이제 자신이 나설 차례다. 상대가 누구라 할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가이오몬을 상대하기 위해 올림푸스 12신 측에서 나선 한 명이··· 여태까지 나서지 않은 하늘을 다스리는 신이자 번개(雷)와 기상(氣像)을 담당하는 유피테르몬이라 쉽게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을 상징하듯이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가끔씩 천둥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비가 올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된다면 가이오몬은 다른 이들보다 더 불리한 싸움을 벌어야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디지몬] 무쌍 시리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9 무쌍(無雙) Continue -04- 19.01.25 29 1 9쪽
98 무쌍(無雙) Continue -03- 19.01.24 32 1 8쪽
97 무쌍(無雙) Continue -02- 19.01.23 61 1 10쪽
96 무쌍(無雙) Continue -01- 19.01.22 37 1 6쪽
95 무쌍(無雙) Asuka Part.1 -05- 19.01.21 53 2 10쪽
94 무쌍(無雙) Asuka Part.1 -04- 19.01.20 57 1 6쪽
93 무쌍(無雙) Asuka Part.1 -03- 19.01.19 59 1 8쪽
92 무쌍(無雙) Asuka Part.1 -02- 19.01.18 30 1 6쪽
91 무쌍(無雙) Asuka Part.1 -01- 19.01.17 47 1 11쪽
90 무쌍(無雙) Ⅱ - 33 19.01.16 45 1 8쪽
89 무쌍(無雙) Ⅱ - 32 19.01.15 42 1 8쪽
88 무쌍(無雙) Ⅱ - 31 19.01.14 33 1 12쪽
87 무쌍(無雙) Ⅱ - 30 19.01.13 38 1 8쪽
86 무쌍(無雙) Ⅱ - 29 19.01.12 31 1 9쪽
85 무쌍(無雙) Ⅱ - 28 19.01.11 32 1 11쪽
84 무쌍(無雙) Ⅱ - 27 19.01.10 46 1 10쪽
83 무쌍(無雙) Ⅱ - 26 19.01.09 33 1 9쪽
82 무쌍(無雙) Ⅱ - 25 19.01.08 43 1 9쪽
81 무쌍(無雙) Ⅱ - 24 19.01.07 43 1 13쪽
80 무쌍(無雙) Ⅱ - 23 19.01.06 72 1 8쪽
79 무쌍(無雙) Ⅱ - 22 19.01.05 53 1 12쪽
78 무쌍(無雙) Ⅱ - 21 19.01.04 50 1 13쪽
77 무쌍(無雙) Ⅱ - 20 19.01.03 54 1 11쪽
76 무쌍(無雙) Ⅱ - 19 19.01.02 47 1 19쪽
75 무쌍(無雙) Ⅱ - 18 19.01.01 37 1 18쪽
74 무쌍(無雙) Ⅱ - 17 18.12.31 46 1 23쪽
» 무쌍(無雙) Ⅱ - 16 18.12.30 41 1 23쪽
72 무쌍(無雙) Ⅱ - 15 18.12.29 42 1 18쪽
71 무쌍(無雙) Ⅱ - 14 18.12.28 43 1 15쪽
70 무쌍(無雙) Ⅱ - 13 18.12.27 41 1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