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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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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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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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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8
글자수 :
1,801,981

작성
20.08.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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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추천
10
글자
12쪽

제59화 : 해야 할 것들

DUMMY

제 59화. 해야 할 것들


짹짹


아침 산새 소리에 희아는 눈을 떴다.

모처럼 몸이 가벼운 것이 제법 잘 잔 듯했다.

처음 맞는 키이만에서의 아침이었지만, 동포들이 함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마음이 편안해져 푹 잠들 수 있었던 것 같다.

키이만의 산세는 바이두 숲과는 다르게 그리 험하지 않았다.

산맥 자체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같은 수의 나무를 심더라도 훨씬 듬성듬성해 보이는 게, 산맥 내였지만 동산 같은 느낌이라, 살기에는 훨씬 나은듯했다.

거기다 롬밸라카가 많은 걸 구성해놓아, 주거 건물도 굉장히 많이 준비되어있어, 별달리 손을 댈 것도 없었다.

희아 역시 자신에게 배정된 집채에서 밤을 보낸 것이었다.


똑똑


“장사님이신가?”


희아는 노크소리에 추모 태백장사를 예상하며 문을 열었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잘 잤느냐?”

“네, 잘 잤어요. 들어오세요, 장사님.”


장사는 무언가 가득 담긴 상자를 든 채 서있었고, 희아는 그런 장사를 안으로 들였다.


“이른 아침부터 어쩐 일이세요? 그건 또 뭐구요?”

“별 거 아니다. 너 혼자이니, 아침을 거를 것 같아 조금 가져왔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모르는 말 말거라. 자고로 우리 고려인들의 원천은 밥심이라고 했다. 그리고 같은 밥심이더라도 아침과 저녁의 차이는 왕과 거지의 차이와도 같다. 앞으로 너는 큰일을 해내야 한다. 절대 아침을 거르지 말거라.”

“······ 감사해요.”

“감사는 무슨······. 나는 식사 준비를 할 테니, 너는 멱이라도 좀 감어라. 제대로 씻은 지 꽤 되어보이는구나.”

“하하, 네.”


어제도 노곤함에 씻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는데, 아무래도 그 티가 많이 나는 듯 했다.

희아는 머쓱함에 다리를 한 번 꼬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프리카 특유의 독특한 풍경의 욕실이었지만, 희아는 일전에 강철 부족에서 있었던 때를 떠올리며 어렵지 않게 수도를 틀었다.

고려에서는 언제나 냇물이나 빗물을 받아 모았다가 사용했지만, 이 곳 프리카는 우수한 기술력이 바탕인 덕에 상,하수 시설이 잘 구현되어 있어, 수도꼭지만 틀어도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오랜만에 하는 목욕이니만큼 희아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구석구석 깨끗이 씻고, 욕실을 나왔다.


“마침 잘 맞추었구나. 앉거라.”


머리를 닦아내는 마른 천들 사이로 얼핏 보이는 아침상은 제법 진수성찬이었다.

가운데 놓은 주찬은 갖은 버섯이 가득 들어간 구수한 향취의 된장찌개였고, 주위 밑반찬은 세 종류의 김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볼이 넓은 고봉에 정갈하게 밥을 퍼낸 장사는 그 위로 형형색색의 산채들을 가득 올리고는 참기름과 고추장으로 마무리했다.


“우와! 비빔밥이에요?”

“오냐. 역시 비비는 것만큼 든든하고 맛깔난 것도 없다. 먹어라.”

“잘 먹겠습니다!”


생각이 없다가도 구수한 향이 코끝을 간질이자 허기가 금방 동한 희아는 군침을 꿀꺽 삼키고는 식탁에 앉았다.

장사는 희아가 앉는 것을 보고는 먼저 숟가락을 들었다.


“늘 소반에 먹다가 이렇게 의자에 앉아서 먹으니 이 또한 편하고 좋더구나. 아! 일부러 고추장을 조금 넣었다. 된장찌개도 함께 넣어서 비비려무나. 그래야 간이 맞을게야.”

“헤헤, 네.”


우선 희아는 정갈하게 담긴 깍두기에 손을 뻗었다.

김치는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가 있었는데, 예전부터 희아는 깍두기를 참 좋아했었다.


아삭아삭


아삭한 식감과 함께 퍼지는 시원함이 식전의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주자, 그제야 희아는 숟가락을 들었다.

된장찌개의 국물을 듬뿍 퍼서 네 숟갈 가량을 밥에 끼얹은 희아는 마지막 다섯 번째는 살짝만 퍼 올려 조심스레 입안에 흘려 넣었다.

순간 뜨거운 국물이 입을 돌며 미뢰가 바짝 서는 따끔함을 느꼈지만, 이내 버섯의 감칠맛과 된장이 주는 구수함이 입안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우와! 엄청 맛있어요, 장사님!”


사실 희아는 태백장사가 해주는 음식은 처음 먹어보았다.

장사는 늘 여인으로써의 모습보다는 무사로써의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사실 음식을 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였고, 실제로 하는 것도 그간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먹어보니 웬걸, 그 동안 음식 하는 것을 왜 안 보여줬는지 원망이 들 정도였다.

희아는 빠르게 밥을 비벼 한 입 크게 털어 넣고는, 바로 배추김치 한 점을 같이 씹었다.


“음!”


역시, 장사의 음식은 일품이었다.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구나.”


장사는 마치 어머니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희아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


희아는 오랜만에 먹는 고향 음식에 배가 볼록해질 때까지 먹어치우고는, 장사가 준비한 차로 입가심까지 하고 있었다.


“것 보아라. 아침부터 배가 든든하니 얼마나 기분이 좋으냐.”

“그러네요. 헤헤, 감사드려요, 장사님.”


장사는 희아의 인사에 대꾸하지 않고, 차분히 차를 홀짝였다.


“일전에 신검을 만났을 때, 신검의 시험을 받았다지?”

“네. 그런데 역시 제가 감당할 수 있을만한 물건은 아니더라고요.”

“나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한단다.”

“네? 운명이요?”


장사는 다시금 차를 홀짝였다.


“너는 900년을 묻혀 있던 신검을 찾아냄과 동시에 신기와 권속을 시도했다. 난 그것이 우연이라고 보지 않는다. 환인께서 너를 신검으로 인도한 것이다. 고로, 신검의 주인은 너여야 한다.”

“감사하기는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전 신검의 시험을 통과할 수 없었어요.”

“그것은 네가 준비 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하여 결정한 것이 있다.”


장사의 말에 희아는 괜히 조심스러워졌다.


“너는 오늘부터 나와 산맥 깊은 곳에 따로 기거하며 훈련을 받게 될게다. 그 기간 동안 고려는 금강장사가 지도해주기로 하였다. 우리는 그 곳에서 네가 치우천왕이 되어 ‘신기전’의 경지를 이룰 때까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폐관 수련인가요?”

“그래. 폐관에 들어 신기전을 구사한다면, 나중에 헬리윤님께서 신검을 가지고 오셨을 때, 너는 신검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문은 필요 없다. 넌 해야만 한다. 우리 겨레는 그만큼의 강자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

“······. 네, 알겠습니다.”

“채비를 하거라.”


희아는 옷가지를 챙기러 방 안으로 들어갔고, 장사는 희아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차를 마셨다.


##


다단과 쿠빌린은 바이두 숲 깊은 곳까지 들어왔고,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고려인들이 생활을 한 고을까지 당도했다.

그리고 그 고을 가장 높은 곳 거대한 건물 앞에는 둥그렇게 오른 큰 흙무덤이 있었고, 바로 그 앞에 그 무덤과 맞먹는 거대한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위대하고 영원한 겨레의 지도자, 한웅. 여기에서 환인의 곁으로 떠나다.]


비석에는 누군가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기입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다행히 고려의 문자로 써진 것은 아니었기에 두 사람이 읽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역시 한 바탕 큰 변이 있긴 있었나보군요. 전하께서 상하진 않으셨을지 큰 걱정이 됩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여길 보세요.”


다단은 쿠빌린이 가리킨 방향으로 눈을 따라 움직였다.

글귀가 적힌 비석의 귀퉁이였는데, 거기 아주 작게 다른 내용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찬란한 환인의 옆에서 천수를 누리세요. - 권희]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희님이 무사하시다면 전하께서도 무탈하시겠군요.”

“그럴 확률이 높겠군요. 이제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쿠빌린은 희아가 써놓은 글귀를 한 번 쓰다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려에는 수백명의 백성들이 있다고 했으니, 그들이 모두 움직였다면, 제법 큰 흔적들이 남아있을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어. 대장도 오랜만입니다,”


쿠빌린과 다델은 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그들이 잘 아는 얼굴이 서 있었다.


“루카! 당신같이 천박한 자가 이토록 반가울 줄은 몰랐군요.”

“오, 루카. 반갑네. 자네, 어디 다친 데는 없나? 근데 왜 아직 여기 있어? 혼잔가?”


다델은 입으로는 루카를 반겼지만 전혀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쿠빌린은 루카를 보자 확 안심이 되었지만, 다델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 그에게 다가가려던 걸음을 멈추고는 다델에게 속삭였다.


“용병왕, 무언가 문제가 있나요?”

“백작님은 루카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습니까? 저는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제야 쿠빌린은 다델의 행동이 이해가되었다.

그들이 아는 루카의 실력은 기껏해야 소드 익스퍼트 정도.

쿠빌린이, 하물며 다델이 그의 접근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뭐 때문에 이상하게 생각하는 지, 잘 압니다. 하지만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긴 힘들 것 같아요. 저도 두 사람이 여길 올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린 거니까, 전할 말만 하고 바로 떠나겠습니다.”


루카는 손을 들어 보이며 둘을 안심시켰다.


“고려는 프리카로 이동했습니다. 희아도 아마 프리카에 있을 거예요. 희아가 잠들어 버린 루안을 업고 도망쳤으니, 루안도 희아와 함께 있겠죠.”

“왜 자네는 같이 있지 않았나?”

“지금은 말해 줄 수 없어요.”


다델은 등에서 대나무 하나를 뽑아 들었다.


“모두 말하기 전까지, 자네는 이 곳을 벗어날 수 없네.”

“전 갈 겁니다. 사실 이런 얘기 당신들에게 해줄 필요는 없지만, 두 아이들에 대한 내 마지막 배려라고 해두죠, 즐거웠던 건 사실이니까.”

“말로 해선 안 되겠군.”


다델은 예비 동작 없이 바로 벼락처럼 뛰쳐나갔다.

그의 손에는 움직일 때마다 상대를 꿰뚫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죽창이, 빛을 내며 루카의 손목을 노리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동작.

쿠빌린은 루카의 손이 떨어져 나갈 것을 예상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마치 그런 쿠빌린을 비웃기라도 하듯 루카의 손에는 어느새 검이 들려 있었고, 다델의 공격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챙!


잠시 서로를 노려보던 둘은 다시 손들을 움직였고 순식간에 여러 합을 주고받았다.


챙챙챙챙챙


쿠빌린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 저기서 다델과 대등하게 검을 움직이는 자가 자신이 알던 루카가 맞단 말인가?

공방을 나누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난 다델 역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왜 그 정도의 실력을 숨기고 살았나?”

“다른 이유 없습니다. 그저 기사는 주군의 명을 떠받들 뿐이고, 나의 주인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자네······. 제이프의 기사였나?”

“······.”


루카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쿠빌린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맙소사. 루카 당신이?”

“속인 것은 미안하네, 쿠빌린 백작. 대장도 마찬가지고.”

“닥쳐라! 누가 네놈의 대장이냐!”

“그래요. 화나겠죠. 이해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그 아이들에게도 제가 깊이 사과함을 꼭 전해주십시오.”




루카는 말을 마치고는 바람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사라졌다.

허망한 표정으로 루카가 서있던 자리를 바라보던 다델은 대나무를 다시 등에 맸다.


“일단 프리카로 움직여봅시다. 먼 거리이니, 모골린에 들러 채비를 해야 할 것 같군요.”

“······. 네, 그러자고요.”


쿠빌린은 아직 믿기지 않는지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작가의말

드디어 이번주도 끝이났습니다!

코로나가 정말 무섭네요 ㅠㅠㅠㅠㅠㅠ

여러분들 마스크 꼭! 필수입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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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60화 : 급변하는 정세 +6 20.08.24 274 10 14쪽
» 제59화 : 해야 할 것들 +5 20.08.21 270 10 12쪽
80 제58화 : 결속 +7 20.08.20 280 10 12쪽
79 제57화 : 겨레를 향해 +7 20.08.19 287 9 12쪽
78 제56화 :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이루어내다. +7 20.08.18 305 9 13쪽
77 제55화 : 사랑은 이루어진다. +7 20.08.14 314 9 12쪽
76 제54화 외전 : 창세신화 +7 20.08.13 327 9 15쪽
75 제54화 : 옛법 +6 20.08.12 305 8 11쪽
74 제53화 : 다시, 수련! +8 20.08.11 315 9 13쪽
73 제52화 : 숲을 찾은 헬리윤 +7 20.08.10 307 10 12쪽
72 제51화 : 다섯 번째 제단 +7 20.08.07 304 9 12쪽
71 제50화 : 상황파악 +7 20.08.06 307 9 10쪽
70 제49화 : 연금술의 제왕 +7 20.08.05 315 10 13쪽
69 제48화 : 종전의 기미 +7 20.08.04 329 9 12쪽
68 제47화 : 헤어지다. +7 20.08.03 329 9 13쪽
67 제46화 : 숲을 탈출하라! - 2 +7 20.07.31 334 11 17쪽
66 제46화 : 숲을 탈출하라! - 1 +7 20.07.30 343 10 11쪽
65 제45화 : 풍전등화 +9 20.07.29 338 12 16쪽
64 제44화 : 외로운 계곡 +5 20.07.28 358 10 13쪽
63 제43화 : 또다른 결전 +7 20.07.27 341 10 12쪽
62 제42화 : 챙샹 vs 다델, 2차전 +7 20.07.24 367 10 13쪽
61 제41화 : 게릴라 +6 20.07.23 393 10 13쪽
60 부록 : 설정집 - 대륙 지도 +4 20.07.22 448 6 1쪽
59 제40화 : 귀환 +5 20.07.22 364 10 13쪽
58 제39화 : 1차 방어전 +7 20.07.21 349 11 10쪽
57 제38화 : 수성전 +7 20.07.20 378 9 12쪽
56 제37화 : 지켜야 할 것 +7 20.07.17 341 10 12쪽
55 제36화 : 결단 +7 20.07.16 351 9 16쪽
54 제35화 : 배신자 +5 20.07.15 344 9 17쪽
53 제34화 : 쿠빌린을 찾아라! +7 20.07.14 359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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