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조회수 :
90,694
추천수 :
2,968
글자수 :
1,801,981

작성
20.08.14 14:51
조회
313
추천
9
글자
12쪽

제55화 : 사랑은 이루어진다.

DUMMY

제 55화. 사랑은 이루어진다.


바토르에 있는 모골린 왕성.

언제나 북새통을 이루던 왕성은 전쟁에 의해 최소한의 인원만 남게 되었고, 그 덕에 왕궁은 적막하고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그러한 적막이 익숙해진 국왕 기즈 카간은 멍한 표정으로 왕좌에 앉아 그저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전하!”


그 때, 적막을 깬 기사의 외침이 온 대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기즈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과음치지 않아도 다 들리니라. 무어냐? 또 전투가 벌어졌느냐?”

“그, 그것이 아니오라! 헉, 헉”


기사는 성문부터 이곳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말을 제대로 잊지 못하고 숨을 헐떡였다.

기즈는 한숨을 푹 내쉰 후 직접 옆에 놓인 물잔을 들어 기사에게 전했다.

평시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아무도 없는 전시이니 국왕이 직접 움직인 것이다.


“진정하고 이것 좀 마시게.”

“마, 망극합니다.”


기사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

아마 지금 그에겐 이 물 한잔이 꿀보다 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기즈에게 더더욱 달콤하게 다가왔다.


“전하! 차인이, 차인이 후퇴를 시작했습니다!”

“뭐, 뭐라? 그렇다면······?”

“예! 전쟁이 끝났습니다! 바토르를 지켜냈사옵니다!”


기즈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전하! 괘, 괜찮으십니까?!”


기사는 깜짝 놀라 다급히 그를 부축했다.

하지만 기즈는 손을 내저어 그의 손길을 거절했다.


“괜찮다. 내 그저 놀랐을 뿐이다. 나의 대에서 수백 년을 지켜온 모골린의 왕좌가 끊길 것이라 생각했거늘······. 다들 정말 장하구나, 장해.”


기사는 왈칵 눈물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경, 경의 이름은 무엇인가?”

“전하, 소신은 바몬트라고 합니다.”

“바몬트 경. 이리 좋은 소식을 알려주어 고맙네. 전선에서 참으로 고생이 많았어. 내 경의 이름을 절대 잊지 않겠네.”

“감사합니다, 전하. 종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즈는 힘겹게 일어나 직접 두 팔로 바몬트를 안아주었다.

두 남자는 한동안 시간이 멈춘 듯 그렇게 있었다.


##


“전하, 총사령관 휘하 부대원들이 들고 있습니다.”

“오! 그래, 어서 들라하라!”


기즈의 허락이 떨어지자 대전의 문의 활짝 열렸고. 그 사이로 트루도, 다델, 쿠빌린을 비롯한 휘하 부관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짝짝짝


기즈는 호탕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어서들 오시오! 그대들은 이 모골린의 영웅이자 별들이오. 정말 수고가 많았소!”


기즈의 찬사를 받은 장수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

다들 뿌듯한 표정들을 숨기지 않았지만, 다델과 쿠빌린만은 표정에 초조함이 드러났다.


“전하, 힘든 싸움이었으나 무사히 마무리하였습니다.”

“트루도 공이 힘써준 덕분 아니겠소. 캐내딘의 은혜는 내 필히 보답하겠소. 용병왕 또한 노고가 많았소.”

“전하, 죄송합니다만 제게 급한 다른 용무가 생겼습니다. 인사를 드렸으니 저는 이만 떠날까 합니다.”

“아니, 뭐가 그리 급하단 말이오. 피로는 풀고 충분히 연회를 즐기다가 가도 괜찮지 않겠소?”


기즈는 정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번에 쿠빌린까지 가세했다.


“전하, 송구하옵니다만 용병왕의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 일행에 동행해야 할 듯합니다.”

“백작까지?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는가?”

“저의 목숨을 구해줬던 제 친우들을 기억하십니까?”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내게도 은인이다.”

“그들이 지금 위험에 처했습니다. 용병왕과 저는 그들을 도와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제야 기즈는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좋소, 용병왕은 백작을 대동하여 바로 움직이시오.”

“감사합니다, 전하.”

“감사합니다, 전하.”


다델과 쿠빌린은 벌떡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전을 나섰다.


##


치우 수련을 마무리한 루안은 눈을 떴다.


“하······. 태극장사의 치우를 얻기가 쉽지 않네요, 장사님. 응?”


이번에도 치우를 얻는 것에 실패한 루안은 머리를 긁으며 돌아보았다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윤봉창 장사가 타니아를 심상치 않은 눈으로 노려보고 있고, 타니아도 여간 당혹스러워 보이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무슨 일 있어요?”

- 마침 잘 되었다. 너도 이리 오너라.


루안은 쭈뼛대며 타니아의 옆에 섰다.


- 잘 들어라. 용마대전 당시, 마족은 드래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만큼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무위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다. 그런 그들이 우리를 끌어들인 것은 몇몇의 특별한 마족들 때문이었다.

“아니, 무슨 일이길래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타니아, 무슨 일이에요?”

“저도 잘······.”


타니아는 말끝을 흐렸다.


“장사님 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 잠자코 듣거라. 그 특별한 마족은 총 아홉이다. 가장 강한 자는 스스로 마의 왕이라 칭하며 다른 여덟의 마족들을 거느렸고 그 여덟의 마족들은 귀족이라 불렸지. 귀족들은 강대했기에 드래곤조차 쉬이 쓰러뜨릴 수 없었다.


장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 나 역시 그들과 부딪혀 많은 전투를 치렀다. 하지만 결국은 이길 수 없었지. 그들은 사실상 불사의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불사요? 죽지 않는단 얘기인가요?”

- 그래. 정확히 이야기 한다면 다시 태어난다고 봐야겠지.


루안은 얼굴을 찡그렸다.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앞서, 자신과 타니아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하는 지를 몰랐다.


- 그들은 위험한 순간, 혹은 자신이 원할 때 자신의 생명을 씨앗으로 바꿀 수 있다. 그 씨앗은 겉으로 아무런 기운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지. 그리고 그 씨앗의 숙주는 다른 생명체가 대상이 된다.

“그것들이 인간의 몸에 기생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장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니아는 순간 눈이 커졌다.


“그, 그럼 장사님, 설마, 제 몸에······?”

- 그런 것 같구나.

“아니, 잠깐만! 이게 무슨 소리에요? 지금 타니아 몸 안에 그 씨앗이 있다는 겁니까? 그럼 빼야 되는 거 아니에요?”

- 경거망동 하지 마라.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영문도 모르던 루안은 이제야 초조해졌다.

지금까지 타니아와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놀랐을 것이다.


- 그들의 씨앗이 발아하기에는 조건이 있다. 그것은 씨앗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 천만다행인 것은, 내가 느낀 타니아의 기는 내가 맞붙어본 적이 있는 자의 것이라는 거다. 바로 타냐트지.

“타냐트?”

- 그래. 자, 아가 얘기해다오. 몸에 특별한 표식이나 특징이 있지 않았니?


장사의 질문에 타니아는 자신의 몸을 생각했고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 견갑골 쪽에 조금 특이하게 생긴 점이 있어요.”

- 어떻게 생겼니?

“숫자 6이 두 개인데 거울을 둔 것처럼 서로 대칭을 그리고 있어요.”

- 타냐트가 확실하구나. 자, 그럼 너희 둘에게 동시에 물어보겠다.


장사는 굉장히 진중한 표정을 지었기에, 루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 너희는 서로 몸을 탐하였느냐?


생각지도 못한 장사의 물음에 루안과 타니아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네, 네? 그······, 네?”

- 육체의 관계를 가졌느냐 이 말이다.

“아, 그 때, 저기, 뭐냐······. 할 뻔 했는······. 아니! 그게 아니라, 갑자기 왜 이런 걸 물으세요?!”

- 할 뻔 했다라······. 그럼 관계를 맺진 않았단 말이렸다.

“······맞아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던 타니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정했다.


- 그럼 다행이다. 잘 들어라. 타냐트는 색욕의 귀족이라 불린다.

“색욕?”

- 그래. 색을 밝힌다는 게지. 타냐트의 씨앗이 발아하려면 숙주가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럼, 저와 루안은 절대 사랑을 나누어선 안 되나요?”


타니아의 슬픔 어린 목소리에 루안과 장사는 별다른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타니아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


루안은 내일의 수련을 위해서 부지런히 잠을 청했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드디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 타니아에게 그런 몹쓸 것이 들어있다는 게, 보통 마음 불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루안은 고개를 돌려 자신 옆에 나란히 누워 있는 타니아를 바라봤다.

타니아 역시 잠이 들지 않는지, 똑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안, 잠이 안 오나요?”

“네. 편히 잠들기에는 너무 큰 소식을 들었어요.”

“언제부터였을까요?”

“······. 타니아도 몰랐던 거죠?”


타니아는 루안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끄덕였다.

그녀의 우수에 잠긴 눈망울과 도톰한 입술은 너무나 아름다워, 순간 타니아의 입술을 훔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루안이었지만, 들은 소리가 있기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타니아는 다시 고개를 돌려 천장을 바라봤다.


“전 족장님이 키워주셨어요. 아버지는 부족을 찾은 이방인이셨고, 어머니는 부족민이셨죠. 하지만 아버지는 임신 중인 어머니를 두시고는 훌쩍 떠나버리셨고, 그에 충격 받은 어머니께선 저를 낳자마자 돌아가셨다고 해요.”

“타니아······.”

“족장님께서는 정말 자신의 딸처럼 저를 키워주셨지만, 진짜 가족이 주는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늘 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루안은 뭐라 대꾸해 줄 수가 없었다.

자신 역시 어머니께선 안계셨지만, 자랑스러운 아버지, 챠우스 국왕이 있었고, 어머니를 대신해 준 안나가 있었기에 부럽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거기다, 고려에 들어서는 자신의 손가락과도 같은 오누이를 얻었다.

그렇기에 감히, 자신이 타니아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루안에게 더욱 정성을 쏟았던 건지도 몰라요. 루안을 처음 보았을 때, 첫 눈에 반했었고, 루안과 함께 가족이 되어 사랑하는 감정을 나누고 싶었거든요.”


타니아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제야 루안의 문이 열렸는데······. 가혹하네요. 역시 저에게 가족의 사랑이란 사치인가 봐요.”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우린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예요.”


루안은 애가 탔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좌절하고 있는데 본인이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것이 너무도 마음 아팠다.


“고마워요. 하지만······, 괜찮아요. 그저 루안과 함께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할게요. 그렇게 도와주신 족장님과 롬밸라카 전하께 감사한다는 마음뿐이에요.”

“그래도 희망을······. 어? 롬······밸라카?”


갑자기 루안은 롬밸라카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러더니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루, 루안. 왜 그래요?”


타니아가 놀라 물었지만, 루안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바지에 붙어있는 작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담뱃갑 같은 작은 상자 하나를 찾아 꺼내들었다.


“롬밸라카는 알고 있었어요.”

“네?”

“타니아. 우리······. 어쩌면 하나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루안의 손에 들린 작은 상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프리카 가죽 공방 기술의 집약체, 콘돔.’


작가의말

이번주도 끝이 나버렸습니다!

아마 많은분들께 힘겨운 한 주가 되었을거에요 ㅠㅠ

이번 주말, 주중 겪었던 아픔들을 모두 떨쳐낼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잘 쉬시고, 다음주 월요일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재입니다.

화요일에 다시 봬요 ! ^_^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nother Korea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제60화 : 급변하는 정세 +6 20.08.24 273 10 14쪽
81 제59화 : 해야 할 것들 +5 20.08.21 269 10 12쪽
80 제58화 : 결속 +7 20.08.20 279 10 12쪽
79 제57화 : 겨레를 향해 +7 20.08.19 286 9 12쪽
78 제56화 :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이루어내다. +7 20.08.18 304 9 13쪽
» 제55화 : 사랑은 이루어진다. +7 20.08.14 314 9 12쪽
76 제54화 외전 : 창세신화 +7 20.08.13 326 9 15쪽
75 제54화 : 옛법 +6 20.08.12 304 8 11쪽
74 제53화 : 다시, 수련! +8 20.08.11 314 9 13쪽
73 제52화 : 숲을 찾은 헬리윤 +7 20.08.10 306 10 12쪽
72 제51화 : 다섯 번째 제단 +7 20.08.07 304 9 12쪽
71 제50화 : 상황파악 +7 20.08.06 306 9 10쪽
70 제49화 : 연금술의 제왕 +7 20.08.05 314 10 13쪽
69 제48화 : 종전의 기미 +7 20.08.04 328 9 12쪽
68 제47화 : 헤어지다. +7 20.08.03 328 9 13쪽
67 제46화 : 숲을 탈출하라! - 2 +7 20.07.31 333 11 17쪽
66 제46화 : 숲을 탈출하라! - 1 +7 20.07.30 342 10 11쪽
65 제45화 : 풍전등화 +9 20.07.29 337 12 16쪽
64 제44화 : 외로운 계곡 +5 20.07.28 357 10 13쪽
63 제43화 : 또다른 결전 +7 20.07.27 340 10 12쪽
62 제42화 : 챙샹 vs 다델, 2차전 +7 20.07.24 366 10 13쪽
61 제41화 : 게릴라 +6 20.07.23 392 10 13쪽
60 부록 : 설정집 - 대륙 지도 +4 20.07.22 447 6 1쪽
59 제40화 : 귀환 +5 20.07.22 364 10 13쪽
58 제39화 : 1차 방어전 +7 20.07.21 348 11 10쪽
57 제38화 : 수성전 +7 20.07.20 377 9 12쪽
56 제37화 : 지켜야 할 것 +7 20.07.17 340 10 12쪽
55 제36화 : 결단 +7 20.07.16 351 9 16쪽
54 제35화 : 배신자 +5 20.07.15 343 9 17쪽
53 제34화 : 쿠빌린을 찾아라! +7 20.07.14 358 8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