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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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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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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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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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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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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35화 : 배신자

DUMMY

제 35화. 배신자


외부의 지하에서 더 아래를 향하는 계단은 길게 뻗은 하나의 복도로 연결 되어 있었다.

깊은 지하에 존재하는 복도지만, 다행히 사이사이 횃불들이 놓여 있어 시야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또한 횃불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최근까지도 사람의 왕래가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이니 헛걸음을 하지는 않았나 보다.

계속 걸어가던 풀리는 무언가 생각난 듯, 품속에서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확인했다.


“방향 상으로, 우리는 계속 북서쪽을 향하고 있어요. 이 방향이면 행정부 건물이 있는 방향이에요.”

“결국 외부는 이 곳을 향하기 위한 출입구 역할밖에 되지 않은 것이네요.”

“맞아요, 희. 결국 우리의 목적지는 행정부였네요.”

“그럼 배신자의 정체는······.”

“행정부의 고위급 관리일 확률이 높겠죠.”


풀리와 희아는 흩어진 조각들을 맞춰가며 조금씩 배신자의 윤곽을 좁혀나갔다.


“두 분,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저기 봐요. 갈림길이에요.”


루안은 의견을 나누고 있는 두 여성 사이에 끼어들어 전방을 가리켰다.

루안의 말대로 갈림길이 나왔는데, 계속 진행되는 통로와 우측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나온 것이다.


“어디로 가야되죠, 풀리?”

“글쎄요······. 이 정도 걸어왔으면 아마 이 계단은 행정부 내로 들어갈 수 있는 계단일 확률이 높겠군요.”

“정령들에게 물어보면 답이 안 나올까요?”

“안 그래도 이 곳에 내려오자마자 확인을 해봤는데, 원소 기억에 혼돈이 있어요. 아마 이 통로 전체로 마를 방해하는 장치가 되어 있는 것 같아요.”

“흠······. 다른 사람들 생각은 어때요? 가던 길 계속 가볼까요, 아니면 계단을 올라가 볼까요?”


희아는 다른 일행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와하하하하, 나의 감을 믿어보시오. 우리의 목표는 바로 직진이오! 나의 햄스트링과 아킬레스건이 전진을 해야 한다 외치고 있다오. 와하하하하하.”

“그게 뭔 개똥같은 소리에요?”


역시 루안이 파얀에게 핀잔을 주었다.


“와하하하하하. 잘 봐, 루안. 이 통로를 찾은 것도 나의 근육이 주는 완벽한 육감 덕 아니겠나? 와하하하하하. 이번에도 내 근육이 주는 육감을 믿으라고! 와하하하하하.”

“뒷걸음질 치다 쥐 잡아 놓고는 무슨 놈에 근육이 주는 육감이람?”

“좋아요. 어찌되었든 이 곳을 찾은 건 파얀이니까, 이번에도 파얀에 말을 따르죠. 움직입시다.”

“에? 누이! 저런 헛소리를 믿는다고?”

“피곤하다, 동생아. 빨리 가자. 두 번 말 안한다.”

“와하하하하하하, 역시 누님 분은 화끈하시오. 와하하하하하.”


파얀은 웃으며 루안을 스윽 쳐다봤다.

루안은 여간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등을 토닥여주는 타니아 덕에 참고 걸을 수 있었다.

갈림길이 나온 그 자리에서 3분 정도 더 걸어 들어가자, 다행히 파얀의 말대로 무언가가 나오긴 했다.


“대체 뭘 숨겨 놓았기에, 이렇게 두꺼운 철문을 달아놨을까?”


루안은 눈앞에 나타난 문을 두드리며 혼잣말을 했다.

문은 어찌나 두꺼운지, 걸려있는 자물쇠를 없애더라도, 혼자서는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선 자물쇠부터 처리하자.”


희아는 등에 맨 화살통에서 화살을 하나 뽑아들고 치우를 가득 실었다.


깡깡깡깡깡


희아는 내리 다섯 번을 내리쳤지만, 자물쇠는 멀쩡했다.


“이런 씹······. 뭐야, 이거. 뭐로 만들었길래 안 깨져?”


희아의 고강한 치우를 가득 담은 화살은 자물쇠에 흠집만 내는데 그치고 말았다.


“희, 제가 한 번 해볼게요. 보통 금속은 아닌 것 같아요.”


성질내고 있는 희아를 말린 풀리는 앞으로 나섰다.


“실프.”


풀리의 부름을 받은 바람의 하급정령 실프는 휘리릭 소리를 내며 자물쇠의 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그러더니 이내 철컥 소리와 함께 자물쇠의 시건이 풀렸다.


“오! 여러모로 정령은 편리하네요.”

“하하하, 그렇죠? 마법보단 역시 정령술이죠! 자, 들어가 볼까요? 파얀님, 부탁드려요.”


아무래도 문이 워낙 육중하고 컸기 때문에 풀리는 파얀에게 부탁했다.

이 정도 문을 열려면 파얀의 괴력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와하하하하하, 좋소, 1급 술사. 그 전에 잠시······.”


파얀은 문 앞에 서더니 자물쇠를 메고 있는 중량가방 안에 챙겨 넣었다.

앞으로 자물쇠는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채 좋은 근력원이 될 터였다.


“와하하하하하하, 간다! 철문아! 흐랴압!”


끼이이이익


파얀의 우렁찬 기합과 함께 철문은 끔찍한 마찰음을 내며 조금씩 불청객들을 맞아갔다.

철문 내부로는 웅장한 철문의 크기와는 전혀 다른 아주 작고 협소한 방이 나왔는데, 그 방 벽에는 끔찍한 몰골의 남자가 사슬에 묶여 걸려있었다.


“쿠, 쿠빌린?”


희아의 부름에 남자는 서서히 고개를 들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힘겹게 웃어보였다.


“레, 레이디 희······. 어떻게든 버텨냈더니······. 그대를 다시 마, 만나는 군요.”

“아······.”


희아는 입을 틀어막았다.

루안 역시 쿠빌린의 모습에 넋을 놓아버렸다.

그는 하체만을 겨우 가린 넝마만 입은 채, 온 몸에 피멍과 흉터가 생겼으며 찰랑거리던 머리칼은 피와 땀으로 떡이 되어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허전하게 비어버린 그의 왼쪽 어깻죽지 아래였다.


“이 개자식들······.”

“잠깐, 분노는 지금 순서가 아니에요. 우리의 목적은 쿠빌린 디오 백작의 구출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으득, 알겠어요.”


풀리의 현실적인 말에 루안은 이를 악물었다.

희아도 정신을 차리고 우선 쿠빌린의 구속부터 풀어주었다.

묶여있던 팔이 풀리자 쿠빌린은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타니아는 손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쿠빌린의 몸을 대충 닦아주면서 희아와 함께 쿠빌린을 일으켰다.


“하하하······. 처음 뵙는 레이디······ 군요. 이, 이런 모습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전 타니아라고 해요.”

“그, 그렇군요. 두 아름다운 레이디께서 절, 으윽, 보, 보살펴 주시다니······. 크나큰 영광이네요. 하하하······.”


쿠빌린은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나려다 다시 쓰러졌다.

희아와 타니아는 다시금 쿠빌린을 일으켰고 그 앞으로 루안이 다가가 등을 대주었다.


“그 꼴을 하고도 입은 살아있군요, 쿠빌린.”

“지금, 제 꼴이······ 평소와 다르긴 하죠? 하하, 등 좀······ 빌릴게요.”


쿠빌린은 힘겹게 루안의 등에 업혔다.

그리고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었다.


“구하러 와줘서······ 고마워요.”


그 당차던 쿠빌린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오니, 루안은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


“쿠빌린도 우리를 구해줬잖아요. 이번엔 우리 차례에요.”


쿠빌린은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갑자기 심적인 안정이 되다 보니, 기절하듯 잠들어 버린 것이다.

일행들은 철문을 뒤로 하고 다시 왔던 방향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리 멀리가지는 못했다.


“누구냐?”


세 명의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일행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그들의 갑옷에는 긴 장도에 앉아있는 꿩이 새겨져 있었다.


“보면 모르냐? 우린 쿠빌린을 구하러 온 사람들이다. 이 썩을 놈에 새뮤린 기사단 놈들아.”

“그래? 그럼 여기까지다. 인질을 다시 제자리로 갖다놓도록.”

“드시 즈즈리르 긎드늫드륵. 까고 염병하네, 미친놈. 니새끼 말 들을 것 같았으면 우리가 이 짓을 왜 하냐?”

“뭐, 뭐라?”

“뭐라는 뭘 뭐라야. 안 들려? 가는귀도 막힌 것들이 뭔놈에 칼질을 한다고 똥꾸녕에 힘주고들 있어? 비켜, 새끼들아. 우리 바빠. 네까짓 것들 상대해 줄 시간이 없다고, 인마.”


갈수록 루안의 입씨름은 일취월장 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원색적인 비난을 들어본 적이 없는 기사들로써는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이 들기 마련이다.


“오냐, 직접 옮겨주마.”


기사들은 분분히 칼을 빼들었다.


“여기서 새뮤린과 제대로 한 판 벌이기에는 쿠빌린의 상태가 좋지 못해요. 어떻게 빠져나가죠, 풀리?”


앞에서 루안이 새뮤린의 기사들을 도발하는 동안 뒤에서는 희아와 풀리가 작당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가 데리고 있는 것은 쿠빌린 백작이에요. 이 나라 모두가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라는 거죠. 이곳으로 오면서 봤던 행정부 건물로 빠지는 계단으로 움직이죠. 거기는 외부와 달리 경비 병력들도 많을 것이니 행정부로 들어가자마자 난동을 피우면 기사들이 달려올 거예요.”

“그럼 쿠빌린을 본 기사들이 우리를 도와주겠군요.”


희아의 말에 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와하하하하, 그럼 내가 나서야겠군. 계단까지 저들을 밀어내다시피 하면 되는 것 아니오? 와하하하하.”

“네, 저도 돕겠습니다, 파얀님.”

“와하하하하하, 좋소. 1급 술사. 이보게, 루안, 뒤로 나와 봐.”


파얀은 루안을 뒤로 당기며 앞으로 나섰고, 풀리 역시 파얀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런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다들 죽여주마.”


새뮤린의 기사들이 기세를 일으켰다.

소드 하이어급의 기사 세 명이 일으키는 기세는 좁은 통로를 가득 메웠다.


“우리의 목적은 저들을 밀어내는 것임을 절대 잊지 마세요. 슈리엘!”


풀리의 외침에 따라 두 기의 바람의 중급정령 슈리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루안 일행의 뒤로부터 서늘한 순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와하하하하하, 나와라! 나의 중량봉!”


파얀 역시 풀리처럼 무언가를 소환할 듯 크게 외치더니, 중량 가방에서 이것저것 쇠봉과 원판들을 꺼내 낑낑 대며 조립하기 시작했다.

쇠봉과 원판은 하나하나 결합되더니 이내 거대한 역기가 되었고, 풀리는 마치 나뭇가지를 흔들 듯 육중한 봉을 휘둘렀다.


“죽어랏!”


그와 동시에 새뮤린 기사들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세 개의 검이 동시에 파얀의 팔다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그러나 파얀은 덩치와는 다른 몸놀림으로 봉을 휘둘렀고 기하학적인 포즈를 취하며 세 검을 동시에 막아냈다.


챙!


“슈리엘, 돌풍!”


풀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정령을 부렸다.

불어오던 순풍은 어느덧 매서워졌고, 좁은 통로에서 뿜어내는 중급정령들의 바람은 거의 폭풍과 맞먹었다.


“지금이에요!”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근육 밀어내기!”


풀리의 지시에 파얀은 검을 막은 쇠봉 그대로 기사들을 힘껏 밀며 달렸다.

그냥 밀어내는 거면서 말 같지도 않은 기술명을 갖다 붙이는 파얀이었지만,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크윽, 무슨 힘이······!”

“버, 버텨!”


새뮤린 기사들은 파얀의 괴력과 슈리엘이 일으키는 돌풍에 힘없이 뒤로 주욱 밀려갔다.

이대로만 가면 금방 행정부 계단에 당도할 것 같았지만, 새뮤린 기사단이란 이름이 그저 떠벌려진 허명은 아니었다.

가장 좌측에 있던 기사는 밀리는 와중에도 발목을 틀어 힘을 분산시키고는 반대 손으로 검을 잡고 그대로 파얀의 허벅지를 향해 오러를 날렸다.


슈욱


“읍, 크하하하하핫,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흐랴아압!”


다행히 각이 깊지 않아 파얀의 허벅지를 살짝 베고 지나가는 것으로 그쳤다.

기사는 다시 한 번 같은 방향으로 오러를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파얀의 뒤에서 날아온 시꺼먼 오러에 막혀 파얀의 몸에 닫지 못했다.


“파얀 계속 달려 나가세요! 제가 엄호할게요!”

“와하하하하하, 이것이 우리 강철전사다! 와하하하하하.”


타니아 덕에 걸림돌이 사라진 파얀은 들소처럼 내달렸고, 풀리와 타니아가 나란히 그 뒤를 따랐다.

타니아는 철인 대회에서 보여주었던 예의 그 스텝을 밟아가며 파얀의 몸 사이사이로 가볍게 주먹을 찔러 넣으며 기사들의 공격을 견제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새뮤린 기사단의 기사들이었지만 이렇게 좁은 통로에서 상상도 못한 공격으로 자신들을 밀어내자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루안! 희! 계단으로!”


계단은 금세 나타났고, 루안과 희아는 먼저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계단은 좁아 한사람씩 밖에 못 지나갔다.


“다음은 타니아!”

“네!”


타니아도 희아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고 뒤를 돌며 기사들에게 견제 공격을 하는 것을 잊진 않았다.


“가랏! 슈리엘!”


돌풍을 일으키던 슈리엘들은 풀리의 명령에 따라 작은 투창을 들고 기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중급정령 1기의 파괴력은 웬만한 오러와 맞먹었고 2기나 몰아치니 기사들은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지금이에요!”


풀리는 파얀의 등에 소리치고 먼저 계단을 올랐다.


“흐랴압! 와하하하하하하하!”


파얀은 중량봉을 기사들을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약 60Kg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무게의 봉이 슈리엘에 이어 들어오자 기사들은 루안 일행의 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이랜더! 계단을 무너뜨려!”


이어 소환된 땅의 중급정령 하이랜더는 자그마한 진원지를 발생시켜 계단을 폭삭 주저앉혔다.

그렇게 루안 일행은 다행히 안전하게 쿠빌린을 데리고 통로를 벗어날 수 있었다.


##


이른 아침부터 모골린의 왕궁 대전으로 수많은 관료들이 모여들었다.

아침 일찍부터 국왕의 소집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 중이기에 관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계속 업무 확인을 해야 할 테지만, 일러도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모두 의아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도열하고 있는 친위대들은 당장에 칼을 뽑을 듯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으니 관료들은 서로 눈치 보기 바빴다.


“다들 바쁜 나날을 보낼 터인데, 과인이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불러내어 미안하게 생각한다. 허나, 그토록 중요한 일이기에 모든 대신들을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

“예, 전하. 모두 경청하고 있나이다. 말씀하시지요.”


재상 랑타우의 대답에 국왕 기즈는 슥 랑타우를 바라보고는 친위대장을 호출했다.


“친위대장.”

“예, 전하.”

“당장 포박하라.”

“예! 친위대는 움직여라!”

“예!”


기즈의 명은 친위대장의 명으로 이어졌고 친위대들은 검을 뽑아들고는 한 남자 앞에 서서 검을 겨누고는 무릎을 꿇렸다.


“저, 전하! 이 무슨 일입니까!”


남자는 재상 랑타우였다.

모든 관료들은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한 채로 상황을 지켜봤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재상이 나에게 이럴 수 있단 말인냐?”

“전하, 소인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닥쳐라! 끝까지 발뺌을 하겠다는 말이냐? 여봐라! 백작을 들라하라!”


기즈의 외침에 대전의 문이 열리더니 그 사이로 다시금 멀끔해진 외팔이 된 쿠빌린과 루안 일행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랑타우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들은 계획대로 행정부를 향하는 계단을 통해 통로를 탈출하였고, 그 계단은 행정부의 한 집무실로 이어져 있었다.

그 집무실은 행정부 최고 지위인 재상 랑타우의 집무실 이였고, 이를 수상히 여긴 일행들이 집무실을 뒤져 랑타우와 차인이 내통하며 주고받은 전문들을 찾아 바로 국왕의 침실로 찾아간 것이었다.


기즈는 보란 듯이 랑타우에게 집무실에 있던 전문들을 집어 던지고는 소리쳤다.


“말하라! 대체 왜 그랬는가? 어떻게 재상이, 어떻게 그대가 나를 배신한단 말인가?”


모든 것이 탄로 났다고 여긴 랑타우는 눈을 부릅뜨며 기즈를 노려봤다.


“저 랑타우는! 일생을 바쳐 전하께 모든 충심을 다했습니다! 허나, 전하는 어떠셨습니까? 늘 챠키즈, 챠키즈. 그놈에 챠키즈만 찾지 않으셨습니까? 대체 이 나라에 저 랑타우는 어떤 존재입니까? 이 랑타우가 그렇게도 쓸모없는 자였냐 이 말입니다!”

“고작 그런 이유였더냐? 그래서 차인에 붙은 것이냐?”

“예, 전하께옵서는 고작이라고 표현하시겠지요. 허나, 모골린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제게는 다른 문제입니다. 차인의 국왕은 평생을 나라에 바친 제게 그 공로를 인정하며 보상한다 말해주었습니다. 전하에게선 절대 들을 수 없는 그 공로 말입니다!”

“하······. 차키즈 백작이 나의 손이었다면 그대는 나의 눈이요, 머리였다. 어찌 그것을 모른단 말인가? 끌고 가라!”

“전하! 읍!”


친위대는 소리치는 랑타우의 입에 제갈을 물리고는 구속했다.

이로써 모골린은 쿠빌린을 구해내고 배신자를 처단했다.

허나, 랑타우가 가지고 있는 지위는 워낙 큰 것이었기 때문에 모골린은 머리를 잃어버린 것과 같은 형세가 되었다.

기즈는 끌려 나가는 랑타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노여움보다는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랑타우의 배신이 믿어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랑타우의 공석을 지닌 채 전쟁을 벌이기도 겁이 났다.

그리고 기즈의 걱정을 증명이라도 하듯 모골린에 드리워진 어두운 기운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작가의말

늘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_^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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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60화 : 급변하는 정세 +6 20.08.24 273 10 14쪽
81 제59화 : 해야 할 것들 +5 20.08.21 269 10 12쪽
80 제58화 : 결속 +7 20.08.20 279 10 12쪽
79 제57화 : 겨레를 향해 +7 20.08.19 286 9 12쪽
78 제56화 :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이루어내다. +7 20.08.18 304 9 13쪽
77 제55화 : 사랑은 이루어진다. +7 20.08.14 314 9 12쪽
76 제54화 외전 : 창세신화 +7 20.08.13 327 9 15쪽
75 제54화 : 옛법 +6 20.08.12 304 8 11쪽
74 제53화 : 다시, 수련! +8 20.08.11 315 9 13쪽
73 제52화 : 숲을 찾은 헬리윤 +7 20.08.10 306 10 12쪽
72 제51화 : 다섯 번째 제단 +7 20.08.07 304 9 12쪽
71 제50화 : 상황파악 +7 20.08.06 306 9 10쪽
70 제49화 : 연금술의 제왕 +7 20.08.05 314 10 13쪽
69 제48화 : 종전의 기미 +7 20.08.04 328 9 12쪽
68 제47화 : 헤어지다. +7 20.08.03 328 9 13쪽
67 제46화 : 숲을 탈출하라! - 2 +7 20.07.31 333 11 17쪽
66 제46화 : 숲을 탈출하라! - 1 +7 20.07.30 342 10 11쪽
65 제45화 : 풍전등화 +9 20.07.29 338 12 16쪽
64 제44화 : 외로운 계곡 +5 20.07.28 357 10 13쪽
63 제43화 : 또다른 결전 +7 20.07.27 340 10 12쪽
62 제42화 : 챙샹 vs 다델, 2차전 +7 20.07.24 367 10 13쪽
61 제41화 : 게릴라 +6 20.07.23 392 10 13쪽
60 부록 : 설정집 - 대륙 지도 +4 20.07.22 447 6 1쪽
59 제40화 : 귀환 +5 20.07.22 364 10 13쪽
58 제39화 : 1차 방어전 +7 20.07.21 349 11 10쪽
57 제38화 : 수성전 +7 20.07.20 377 9 12쪽
56 제37화 : 지켜야 할 것 +7 20.07.17 340 10 12쪽
55 제36화 : 결단 +7 20.07.16 351 9 16쪽
» 제35화 : 배신자 +5 20.07.15 344 9 17쪽
53 제34화 : 쿠빌린을 찾아라! +7 20.07.14 358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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