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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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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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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1,981

작성
20.08.0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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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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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제48화 : 종전의 기미

DUMMY

제 48화. 종전의 기미


목숨을 건 새벽의 혈투를 뒤로 바토르에는 이렇다 할 전투가 벌어지진 않고 있으나, 다들 큰 고통을 받았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었다.

처음 사기 충만하던 모골린 군의 표정은 언제 적들이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전우들의 죽음 속에서 서서히 풀려가고 있었지만, 쿠빌린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격려로 이들은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여기 계셨습니까?”

“오셨어요?”


밤늦은 시각.

다델은 성벽의 보수 확인과 불침번 확인을 위해 성벽을 순찰하다가, 아직 성벽에서 내려오지 않고 병사들을 돌보고 있는 쿠빌린을 발견했다.

분명, 그의 기억에 아침에 쿠빌린이 성벽을 향하는 것을 보았으니 하루를 꼬박 이 곳에서 보낸 듯 했다.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그러게요,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다행인건 이제 성벽 한 바퀴를 모두 돌았단 거예요,”


말을 마친 쿠빌린은 손에 들고 있던 모포와 부식을 마지막 장병에게 건넸다.


“이제 그만 쉬십시오.”

“네, 그래야죠. 아! 그전에 제가 성벽에서 쭉 저쪽 진영을 바라보았는데요. 조금 이상하더군요.”

“특이점을 발견하셨습니까?”

“너무 분주했어요. 그렇다고 공격 준비를 하는 것 같진 않고 말이죠.”

“흠······. 알아볼 필요가 있겠군요. 감사합니다. 바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델은 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잠겼다.

전쟁 중인 진영에서 분주할 이유라곤 두 가지 뿐이었다.

공격이거나, 후퇴이거나.

무엇이든 맞추어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보게, 지금 성벽에 주둔 중인 병들에게 준비태세를 갖추고 경계를 확실히 하라 일러주게.”

“예, 알겠습니다.”


다델은 성벽을 내려오며 성벽을 총괄하는 수비대장에게 명을 내리고는 트루도를 찾아갔다.


“사령관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다델입니다.”

“들어오시오.”


사령관 막사 밖에서 다델은 방문을 알렸고, 트루도는 자리를 내주었다.


“아직 안 주무셨군요.”

“마침 누우려던 참이오. 이 야심한 시각에 무슨 일이오? 전장에 일이 생겼소?”

“쿠빌린 디오 백작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상대 진영이 굉장히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령사단을 움직여 주십시오.”

“눕긴 그른 것 같군. 일어나시오. 움직여 봅시다. 병들은 쉬게 두고 내가 직접 확인해 보겠소.”


##


다델과 함께 성벽에 다다른 트루도는 가장 높은 망루에 올라 정령을 소환했다.

트루도의 손짓에 따라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3기의 바람의 중급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슈리엘들아. 저 개자식들이 대체 뭘 하는 지 좀 내게 보여 다오.”


트루도의 거친 표현에도 은은한 미소를 보인 슈리엘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들의 빈자리는 선선한 바람만이 채워주고 있었다.

슈리엘이 사라진지 5분 정도 되었을까?

없어진 그 모습 그대로 슈리엘들이 다시금 나타났다.


“스피릿메트리.”


중급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술사들만이 사용가능 한 정령소통술법이 트루도와 슈리엘을 연결시켰다.

트루도의 눈앞에는 3기의 슈리엘이 바라 본 차인 군의 진영이 펼쳐졌다.

확실히 많은 움직임을 보이며 분주한 모습이었는데, 어찌 된 게 분주해 보이는 건 차인군을 제외한 제이프군 뿐이었다.


“어떻습니까?”


트루도의 눈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사라지자 다델은 다급하게 물었다.


“흠······. 뭔가 좀 이상하오. 바쁘긴 한데······.”

“그런데요?”

“제이프군만 바쁘오. 차인군은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소. 그리고 챙샹이 있었는데······. 새뮤린 기사단을 향해서 삿대질을 하고 있더이다. 상당히 화가 나 보이던데······.”

“그렇습니까? 이상하긴 하군요. 연합군 중 한 부류만 움직인다. 그리고 그 부류를 향해 총사령관이 화를 내고 있다. 음······.”


트루도가 말해준 내용을 곱씹던 다델이 불현 듯 눈을 크게 떴다.


“제이프가 차인을 두고 철수를?”

“그렇다면 설명이 되는군.”


다델의 말에 트루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전쟁의 끝이 보이는 소식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델의 표정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제이프가 차인을 도와가면서까지 모골린을 치려다가 목전에서 후퇴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모골린을 치려던 이유가 없어졌단 것인데······. 설마! 고려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다델의 머릿속에는 루안의 얼굴이 스치듯 훑고 지나갔다.


“안 돼! 전하!”


다델은 망루에서 뛰어내려 다급하게 후방부대를 향했다.


“이보시오! 용병왕! 아니, 저 사람 갑자기 왜 저래?”


트루도는 다델을 다급하게 불렀지만 이미 다델은 시야에서 사라진 후였다.


##


꽝!


문간이 부서지는 소리에 쿠빌린은 깜짝 놀라 숙소를 기습한 불청객을 바라봤다.


“아니, 군사님? 이게 대체 무슨······?”

“백작님! 저, 전하께, 루안 전하께 연락할 수 있는 방법 있습니까?”

“루안이요? 갑자기 무슨 말씀······.”

“있어!? 없어!?”


다델은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

그제야 다델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쿠빌린이 빠르게 대답했다.


“지금 당장은 없어요. 파얀에게 한 번 물어보죠. 따라오세요.”


쿠빌린은 다델을 데리고 파얀이 잠들어있는 침실을 향했고 거칠게 그를 흔들어 깨웠다.


“파얀, 어서 일어나 봐요.”

“어우······. 수면 부족하면 근손실 나는데······. 왜 그러나? 하하하하하.”

“루안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 있어요?”


루안의 이야기가 나오자 파얀은 눈을 부릅떴다.


“와하하하하, 반가운 이름이군. 당장 그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우리 부족을 통하면 가능한 일이지. 와하하하하.”

“그럼 당장 연락을 취해줘요.”

“와하하하하, 근데 당장은 안 돼.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 와하하하하.”

“빨리 알아봐줘요.”


파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옷에 달린 원판을 해제했다.


“와하하하, 건물 천장으로 가지. 와하하하하.”


자신의 짐이 담긴 가방을 번쩍 들더니 파얀은 앞장 서 걸어갔고, 쿠빌린과 다델도 다급하게 그를 뒤쫓았다.


##


“지금 뭐라 했는가?”

“저희 새뮤린 기사단을 필두로 한 새메인 주술단, 제이프 평기사단, 제이프 일반병 전원은 귀환 명령을 받았기에 총 사령관께 철수를 보고합니다.”

“이 쳐 죽일 놈들이 뭐가 어쩌고 어째?”


챙샹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단칼에 이들 전원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상대는 제이프였다.

조국에 해가 되는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령관께서는 응당 불쾌하시겠지만, 저희도 명을 수행하는 기사이자 군대임을 이해바랍니다.”

“후······. 누구의 명인가?”

“저희가 그런 것까지 사령관께 보고할 의무는 없습니다.”

“문드러질 켄퍼, 그 개자식일 테지.”

“입조심 하십시오.”


본국의 재상인 켄퍼를 능욕하는 언사를 보이자 새뮤린 기사단은 눈빛을 바꾸었다.


“흥, 네깟 놈들의 말을 들어야 할 내가 아니다. 일단 너희는 너희가 바라는 대로 철수하라. 다만, 켄퍼에게 꼭 전해라. 후에 만나게 될 때는 그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임을 말이다.”


안 그래도 제이프를 좋아하지 않는 챙샹은 이번에야말로 그들과 차인의 연계를 끊어낼 생각이었다.


##


죽음을 감지한 희아의 감은 눈 위로 떨어지는 새뮤린 기사단원의 검격은 티 하나 없이 완벽한 검로를 그렸다.

이제 찰나의 시간이 흐른 뒤 희아의 목은 허공을 가를 터였다.

하지만 싸움 전 빌었던 희아의 기도가 정말 삼족오에게 닿은 것인지,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에 의해 희아의 명줄은 끊어지지 않았다.


“희아! 세상에, 괜찮아요?”


희아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하나 남은 눈을 슬며시 떠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는 지팡이를 짚고 있는 백발의 노인과 익숙한 여성이 자신을 걱정스레 보고 있었다.


“푸, 풀리?”

“맞아요, 나에요. 알아보겠어요? 어쩌면 좋아요, 꼴이 엉망이네.”


풀리는 속상한 듯 입고 있던 후드를 쭉 찢어 베인 허벅지를 꼭 묶어주었다.

희아는 고통의 입을 악문 채 자신을 공격했던 기사들을 바라보았으나, 이미 그들은 시체가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나타난 노인의 솜씨인 듯 했다.


“쯧쯧, 고얀 지고. 이 어린 아이가 무에 그리 밉다고 이리 험한 꼴을 보게 한단 말인가?”


노인은 안쓰러운 눈으로 희아를 보며 혀를 찼다.

희아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아무리 산전수전을 겪었다 한들, 아직 그녀는 17살의 소녀였다.

순간적으로 다가온 너무 많은 이별과 아픔을 견뎌내기에는 무리인 나이인 것이다.

노인은 쭈글쭈글한 손을 들어 희아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는 온 몸에 진흙을 바른 듯 까만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굉장히 짧고 꼬불꼬불한 머리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 머리는 모두 새서 눈이 앉은 듯 했다.


“아가야. 이제 걱정 말거라. 아직 희망은 있단다.”

“가, 감사합니다.”


희아는 새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를 잘 돌봐주고 있거라.”

“알겠습니다.”


노인은 풀리에게 희아를 맡기고는 뒤돌아서 제이프군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흔들었다.

그러자 주위 벽이 마치 액체처럼 흐르더니 희아와 풀리 앞을 막았고 그대로 굳어 그들을 적들과 차단시켰다.


“노인장은 누굽니까? 우리는 대 제이프 제국의 군대입니다. 그러니 방해하지 마시오.”


제이프의 평기사는 검을 겨누며 소리쳤지만 불안했다.

누가 봐도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 같아 보이는 자가 갑자기 등장했으니 긴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대들은 나의 이름을 들을 자격이 없네. 나는 사람에게만 이름을 밝히지. 사람 같지도 않은 그대들에게는 밝히지 않겠네.”


노인은 자신의 키만 한 나무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말을 마치자마자 그 지팡이로 땅을 쿡쿡 찔렀다.

그러자 아까처럼 대지가 물처럼 흐르며 상승했고, 천장이 열리며 신시 지하에 있던 모든 제이프군을 지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노인의 아래에 있는 지반이 위를 향해 솟아오르더니 거대한 기둥이 되었고 노인은 그 위에서 모든 제이프군을 내려다보는 형세를 취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을 더러운 발로 짓밟다니······. 죄질이 무겁다.”


그의 표정은 매우 노한 듯 보였다.


##


켄퍼는 주술단의 마법을 통해 차인 연합군에 주둔중인 제이프군의 후퇴를 명하고는 콘웰의 상태를 살폈다.


“단장, 몸은 좀 괜찮소?”

“움직일 만 합니다.”


그들은 전선의 뒤로 물러나 언덕 아래에서 신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고려는 끝이 났으니, 이들의 목표 하나는 마무리가 된 셈이었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주위를 감싸는 수풀의 향긋함과, 맑은 하늘.

한번쯤은 이런 곳에서 여생을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신시 아래 지반이 흘러내리면서 지하에 있던 병사들이 마치 내뱉어지듯 솟아오른 것이다.

거기다, 그 사이로 거대한 기둥이 하나 치솟아 올랐고 그 위엔 웬 노인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아니, 저건 또 뭐야?”


켄퍼는 지끈대는 골을 누르며 노인을 자세히 바라보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역시, 그가 알 만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노인은 바로 프리카 왕국의 재상이자, 마스터즈의 한 명인 연금술의 제왕 샤미안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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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60화 : 급변하는 정세 +6 20.08.24 274 10 14쪽
81 제59화 : 해야 할 것들 +5 20.08.21 269 10 12쪽
80 제58화 : 결속 +7 20.08.20 280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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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제55화 : 사랑은 이루어진다. +7 20.08.14 314 9 12쪽
76 제54화 외전 : 창세신화 +7 20.08.13 327 9 15쪽
75 제54화 : 옛법 +6 20.08.12 305 8 11쪽
74 제53화 : 다시, 수련! +8 20.08.11 315 9 13쪽
73 제52화 : 숲을 찾은 헬리윤 +7 20.08.10 306 10 12쪽
72 제51화 : 다섯 번째 제단 +7 20.08.07 304 9 12쪽
71 제50화 : 상황파악 +7 20.08.06 306 9 10쪽
70 제49화 : 연금술의 제왕 +7 20.08.05 314 10 13쪽
» 제48화 : 종전의 기미 +7 20.08.04 328 9 12쪽
68 제47화 : 헤어지다. +7 20.08.03 32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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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제46화 : 숲을 탈출하라! - 1 +7 20.07.30 343 10 11쪽
65 제45화 : 풍전등화 +9 20.07.29 338 12 16쪽
64 제44화 : 외로운 계곡 +5 20.07.28 358 10 13쪽
63 제43화 : 또다른 결전 +7 20.07.27 340 10 12쪽
62 제42화 : 챙샹 vs 다델, 2차전 +7 20.07.24 367 10 13쪽
61 제41화 : 게릴라 +6 20.07.23 392 10 13쪽
60 부록 : 설정집 - 대륙 지도 +4 20.07.22 447 6 1쪽
59 제40화 : 귀환 +5 20.07.22 364 10 13쪽
58 제39화 : 1차 방어전 +7 20.07.21 349 11 10쪽
57 제38화 : 수성전 +7 20.07.20 378 9 12쪽
56 제37화 : 지켜야 할 것 +7 20.07.17 340 10 12쪽
55 제36화 : 결단 +7 20.07.16 351 9 16쪽
54 제35화 : 배신자 +5 20.07.15 344 9 17쪽
53 제34화 : 쿠빌린을 찾아라! +7 20.07.14 358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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