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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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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33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1.01.27 07:54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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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DUMMY

“정말 후회 안하겠어?”


임금은 해수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성휘는 그 사실이 영 탐탁치 않을 뿐이다.


해수는 역적의 자식이다.


9년전, 조정 내에서 파란을 일으킨, 양재현 대감의 장녀, 주희의 핏줄이니, 지금이라도 이 모든 사실이 알려진다면, 또다시 혼란이 찾아오고 말것이다.


어쨋거나, 이 나라의 유일한 세손은 해수 뿐이니, 왕위를 두고 결전이 시작되는 것은 물론이고, 강대감 측에서 이 사실을 괜히 자신을 향한 공격이라 잘못 해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천민촌 출신이니, 멸시와 차별은 당연지사 일테고, 왕위를 노리던 다른 세력들에 의해 표적이 될 가능성도 높았다.


아무리 여러가지를 따져봐도, 어린 아이의 객기 하나에 이렇게 큰 책임과 무게를 물려주는 것은 어리석었다.


하지만, 해수는 마치 그러한 성휘의 걱정을 이미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듯 행동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주어진 기회를 잃어버릴 수는 없다,


마치 어린 날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눈이 멀었었지.


지금의 해수 또한 다르지 않다.


원체 영민한 아이이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자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무언가, 가지고 있다고 눈치채지도 못할만큼, 가깝고, 그만큼 중요한 무언가를 잔인하게 잃어버리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겠지.


그때의 나는 틀렸었구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구나.


분명 아바마마께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계실 리가 없으실 텐데. 과거의 성휘에게 그랬던 것처럼, 막아 주어야 옳은 것일 텐데.


그의 결정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직 머리의 피도 마르지 않은 어린애의 선택을 존중한답시고, 지금까지 강승희와의 신뢰관계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쨋거나, 이렇게 된 이상, 성휘 또한 어쩔 수 없다.


그저 시간이 지난후, 해수가 인생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고 난 후, 자신은 최선을 다했노라고, 말해주는 것 밖에는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런 아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수는 그저 성휘의 물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옅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희망이란 것에 벅차, 지금의 성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궁녀들이 건넨 조복을, 아주 익숙하다는 듯 차려입곤, 성휘의 옆에 꼭 붙어서, 성양관(나라에서 주관하는 모든 국가적 규모의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으로 향했다.


아바마마 또한 그를 세손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이번 행사에서 모든 사실을 발표하겠다고 결정이 났기 때문이었다.


성양관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많은 왕족들과 귀족이 대열에 맞춰 제 자리에 서 있었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이런 낯선 상황을 마주하면, 궁금하답시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기 마련인데, 해수는 아니었다.


시종일관 날카로운 얼굴과, 흔들림 없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해수는 성휘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영악한 아이 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제가 소중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그 의도 만큼은 선할 지 몰라도, 행동거지 부분에서는 아니었다.


마치, 적어도 30년을 정계에서 보낸 베테랑의 기운이 느껴졌다.


어쩌면 지금으로부터 10년만 지나도, 지금의 성휘보다도, 임금보다도 훨씬 뛰어나, 아니 강력한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이 미래 아이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지는 미지수 이겠지만.


왕족의 대열은 왕위 계승에 가까운 순서로 나열 된다.


세손은 세자 바로 다음 서열으로 치부되므로, 해수의 자리는 다름 아닌 성휘의 바로 옆이었다.


다행이다.


오늘 만큼은 가까이 둘 수 있어서.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위치에서 바라볼수 있어서, 얼마나 천만 다행인지 모르겠다.


원래 세자의 바로 옆에 서고는 하는, 제 3부인의 외동아들, 창녕군에게 성휘는 손짓했다.


옆으로 좀 가라는 신호였다.


그는 어리둥절한 채, 말없이 그의 말을 따랐다.


본부인의 장남인 세자와 첩의 자식인 군은 그 서열로 보나, 계급으로 보나, 귀족과 천인의 차이 만큼 천차만별이었으므로, 딱히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 왠 낯선 아이 하나가 들어서자 어리둥절 한채, 바로 옆에 서 있던 효목 공주에게, 들리지 않는 말로 수상하게 속삭일 뿐이었다.


그런 그들을 해수는, 피식 웃으며 흘겨보고 있었다.


그 표정에서 내심 소름이 느껴졌다.


해수를 눈치챈 다른 왕족 그리고 귀족들 또한 자기들끼리 수군대기 시작했다.


성휘는 그런 분위기가 영 불편했다.


마치, 그들과 보이지 않는 벽 너머로 서로에게 화살을 던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언젠가 그 벽이 부서지지는 않을까, 그래서 그 화살이 자신에게 닿으면 어찌 될까, 두려움에 떠는 것이 그저 지긋지긋 했다.


하지만 해수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마치 이런 상황자체가 처음은 아니라는듯 익숙해 보였다.


“느닷없이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노비 출신 꼬맹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다들 반응이 어떨까요?

재밌겠어요. 시작부터 영 심상치 않은게···”


해수의 속삭이는 한마디에, 성휘는 그저 걱정스러운 눈빛을 흘길 뿐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해수의 입에서 이어서 나온 한마디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리고 걱정마세요. 이미 걱정하고 계시는 것 같지만. 오늘은 최대한 조용히 있어 보려고 노력할 테니까. 원래 정치는 기다림이잖아요, 안그래요? 지금이 시작인데 벌써부터 성급하면 안돼지.”


마치 자신의 머릿속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는듯,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에, 성휘는 시선을 옮겨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부디 아무일 없기를, 그저 간절히 기도한다.


평소와 같이 아바마마 그리고 어마마마가 석상에 오르고, 행사는 지속된다.


여전히 해수의 표정에는 미동조차 없다.


그 생각을 읽기는 커녕, 지금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해수를 보고 더욱이 의문을 가지며 수근거릴 뿐이고, 성휘는 그 가운데에서 안절부절,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드디어 아버지가 해수의 이야기를 꺼내고, 그를 세손으로 책봉하는 의례를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모두가 그를 향해 반발하며 이의를 던졌지만, 해수는 굳건히, 아주 당당하게, 그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 왕좌의 바로 앞까지 거침없이 오를 뿐이었다.


임금으로부터 새 신분을 하사받을때까지, 그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그러곤 왕족을 상징하는 옥색 명패를 집어 들어 하늘에 치켜 올릴 때가 되서야,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성휘는 깨달았다.


저 아이, 모두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구나.


초조했던 자신의 걱정은 모두 쓸데 없는 것에 불과했구나.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뒤집을 진짜 강력한 무언가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들이라니, 상상치도 못했습니다. 그제서야 저하의 그동안의 행적이 모두 이해 되는 군요.”


아니나 다를까, 의례가 끝나자 마자, 강대감은 세자에게 다가와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


그 순간, 성휘는 자신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디 이 사람이 그저 아들을 지키고 싶었다는 자신의 뜻을 왜곡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해수는 그저 짝다리를 짓고 건방진 눈빛으로 강대감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아이가 당돌하군요. 저번 철해관에서부터 봐왔지만, 역시 왕족의 피는 심상치 않은 모양입니다.”


담담했던 해수의 표정에서 당장이라도 강대감을 한대 치고 싶은 듯한 분노가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답게, 그는 그저 아무말 없이 묘한 눈빛을 계속하여 쏘아댈 뿐이었다.


“왕좌는 욕심내지 않으신다더니, 생각이 바뀌신 모양이에요. 저와 싸우기라도 하실 모양이로군요. 계승 후보를 잃어버린지 얼마 안된 저에게 세손을 들이대다니요.”


걱정하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결국 강대감은 해수의 이 무모한 결정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지금 이대로라면 강대감이 해수를 노리게 될 날도 머지 않은 셈이다.


막아야 했다.


아비로써, 과거의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들의 날개가 짓이겨지는 모습을 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 순간, 신분도, 수치도, 그저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해수는 그런 아비를 예상이라도 했는지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휘휘 내저을 뿐이었다.


허나, 지금은 상관 없었다.


강대감에게 믿음을 줘야 했다.


끝까지 자신이 권력에 욕심을 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후에, 해수의 경우에는 어찌 변할지, 비록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신뢰가 필요했다.


“저는 그저 아들을 떳떳하게 기르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아이가 왕위를 이어받을 리는 절대로 없을 겁니다. 다음 보위는 현재 황후의 아이가 되어야 해요. 천인 출신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저나, 아들이나, 그저 대감께서 일러주신 자리에서 잠자코 있겠습니다. 나라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절대 없을 거에요.”


그리고 그 순간, 어리석었던 성휘는 차마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의 아비에게만큼은, 천인 출신도, 그저 비단옷과 평탄한 삶을 원한 멍청한 꼬맹이가 아닌, 떳떳한 왕손으로 보이고 싶었던 해수의 바램을.


이미 아비가 무심코 건넨 한마디에 뼛속 깊이 새겨진 상처를.


또한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이 일로 인해, 또 이 말괄량이 꼬마가 어떠한 문제를 불러 일으킬지.


자신이 당한 수모를 복수하기 위해 이 나라를 어떤 식으로 산산조각 낼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7 레츄
    작성일
    21.02.18 04:13
    No. 1

    아이고 오해가 제대로 ... 자식에게 하는 말은 참 어려운 것 같네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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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8 2 10쪽
»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2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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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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