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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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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32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1.01.21 12:39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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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DUMMY

그로부터 대략 한 두시진쯤 후, 어느덧 푸르렀던 하늘에도 불그스름한 그림자가 지기 시작하고, 마을 아이들 또한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할때쯤이었다.


형선 또한 해수와 손을 맞잡고 세자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이는 반나절 전까지만 해도 잔뜩 긴장해 얼어 있던 것이 무색하게 활짝 핀 함박웃음을 머금고 끊임없이 재잘대고 있었다. 아이들과의 놀이가 제법 신이 났던 모양이었다.


해수는 늘 어른스러웠다.


철해관에서는 물론이고, 세자와 단순한 대화를 나눌 때 조차, 왠지 모르게 경험도 지식도 많은 학자 혹은 정치인처럼 느껴지곤 했다. 특유의 말투와 상대를 꿰뚫어 보는 듯한 판단력 때문인 걸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딱 아홉살. 또래의 꼬마 아이들 처럼 느껴진다.


다행이다. 이제야, 그 오목조목 자그마한 얼굴에 미소를 띄우니 말이다.


집안 어른들은 형선에게 누누히 일찍 철이 들 것을 강조하곤 했지만, 해수에게 형선은 아니었다.


너무 빨리 자라 버린 그 아이에게. 그저 지금처럼만 순수함을 유지해 주었으면 했다.

아홉살은 아직 그래도 될 나이이니까.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책임지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집에 가는 동안 쉴새 없이 수다를 떨던 아이는 뜨끈한 온돌바닥에 몸을 눕히자 마자 정신없이 골아떨어졌다.


많이 지쳤을텐데 저녁을 거르는 것이 찜찜했지만, 너무 곤히 새근새근 자고 있길래, 괜히 깨우지 않기를 결심했다.


형선 또한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더 지체했다간 아버지에게 또다시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른다.


안그래도 병약한 세자와 거리를 두라 강조하시는 그분이셨기에 괜히 눈밖에 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했던 분위기는 예상을 완전히 빗겨나갔다.


그토록 큰 저택이 텅텅 비어 어색한 공기의 흐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럴 때는 보통 집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종놈 하나 보이지 않길래 집안 곳곳을 수색해 보았다.


다행히, 사랑채까지 비워진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근엄한 표정으로 형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괜히 얼어붙어서는 살금살금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어찌 그리 늦은 게냐?”


나지막히 묻는 아버지에게 형선은 당황해선 더듬댔다.


“아...아니, 저, 그게...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읽고 있던 책을 세게 닫더니, 형선을 날카롭게 째려보며 물었다.


뭔가, 중요하게 판단하거나 물을 일이 있을때 아버지께서 나오는 눈빛이다.


혼을 내려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내심, 다행스러운 마음이 든다.


“세자와 관련된 일이냐?”


형선은 냅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하지만, 지금은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어요.”


“따라와라, 보여줄 것이 있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사랑채를 나서 어디론가 향하는 아버지를, 형선은 그저 얼떨결에 따라갈 뿐이었다.


세자가 정치를 놓은 이후, 아버지와 자세히 중요한 일에 대해 의논할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대체 무슨 일인 걸까, 궁금했다.


아버지를 따라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저택의 한 구석에 위치한 조그만 창고였다.

이 집에서 평생을 보낸 형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잘 쓰이지도 않고, 아버지를 제외하면 드나드는 사람도 없는 그런 허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문을 열자, 믿을 수 없는 모습이 펼쳐졌다.


승냥이었다.


이번 흡혈귀 사건을 해결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었다.


태화루의 조방꾼이랬나?


하여튼 말투와 행동거지 하나 하나에서 풍기는 특유의 천박함, 그리고 건방짐 때문해 거리를 두고자 기억해 두었다


왜인지 온몸이 결박된채로,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

대체 아버지가 이 사람을 어떻게 알고 있으며,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끌고 온 건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형선의 머릿속에 며칠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형선은 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숨기는 편이 아니었다.


그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궁금해 하신다면, 세자와 있었던 모든 일과 설령 정치적 입장까지 서스럼없이 드러내는 편이었다.


그것이 해가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흡혈귀 사건에 대해 유난히 관심을 가지시길래 몇가지 털어놓았을 뿐이었다.


헌데 그것을 이용해 일 사람을 납치하다니. 왠지 모르게 배신감이 들 따름이었다.


허면, 과연 강대감의 짓이라는 해수의 추측이 모두 틀린 걸까?


그렇다면 마을 아이들 또한 아버지께서..?


하지만 대체 왜?


더한 생각에 파고들기도 전에, 아버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 자는 이미 강승희에게 제거당했을 거다. 정치를 하면서 중요한 것은 당장 그 상황의 판을 짜는 것 뿐만 아니라 뒷처리 또한 꼼꼼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스스로가 짠 판에 나가 떨어질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러곤, 형선이 차마 끼어들기도 전에 덧붙였다.


“일이 정리될 때까지는, 승냥 이자를, 내 수하에 둘 생각이다. 또한, 후에는 내 사람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강승희와 주변 실세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후일을 도모할때 꽤 많은 도움이 되겠지.”


그러곤, 그는 홀연히, 고개를 돌려 사라졌다.


형선은 그저 그 자리에 어벙벙하게 서서, 쓰러져 있는 승냥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아버지가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


비록 허무하게 9년전에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박탈 당하기는 했어도, 워낙 평소에도 학문에만 열중하는 편이었어서 그런지, 쉬이 욕심을 내비치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아버지는 분명 한다면 하는 성격이었다.


분명, 이번에 아들을 위해 칼을 가는 세자를 보며 결심했으리라.

언젠가 저 것이 자신에게 다시 기회를 선물해 줄 것이라고.


그래서 승냥 또한 손에 넣기로 결심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불안했다.


또다시 궁에서 벌어지는 저급한 개싸움에 끼어 죽어나가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떨지 몰라도, 자신은 권력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이대로 아버지가 건넨 유혹에 세자와 해수가 현혹되게 할 수는 없었다.


또다시 그들에게 죄를 지을 수는 없었다. 그 전에 아버지를 막아야겠지.

하지만, 어떻게?


해수로 인해 잠시나마 행복했던 기분이 또다시 산산조각 났다.


형선은 또다시 복잡한 마음으로 시무룩해져선 침실로 걸음을 옮길 따름이었다.

부디 내일도 무사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


한편 그날밤.


아직 휘영청 밝은 달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 시점.


모두가 잠든 그 시간에, 해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깨어났다.


저녁도 먹지 않고 이렇게 곤히 잠든 것은 처음이다.


늘 일에 치여 늦을까 불안해 하며 잠들고, 악몽에 시달리는 것도 이젠 일상이기에, 제대로 눈을 감아보지 못한 것도 꽤 오래된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한껏 행복감에 젖어 나른한 밤을 보냈다.


오늘 드디어, 난생 처음으로 친구란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아직 많이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사실 놀이를 한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다.


전에는 늘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었는데.


고작 괴물 하나 죽인것으로 삶이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다.


뭔가, 지금까지의 고생이 억울하게 느껴진달까.


하지만, 그 순간, 또다른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강손 그리고 달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타버린 증거들 또한 과연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내야만 했다.


강승희 대감? 아니면, 그가 아직 예상하지 못한 제 3자의 누군가인걸까?


어쨋건간에 새로이 뭔가 해야할 일이 생겼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중에 하나였던 강손을 이대로 잃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람들은 영웅을 좋아하지 않은가.


배척당하던 불쌍한 천민촌 꼬마를 부잣집 도련님으로 만든 흡혈귀 사건 처럼.


또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면, 더 좋은일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을 그저 만족하고 싶지는 않았다. 영원하고 안정적인, 그런 행복을 얻어내고 싶었다.


태어났을때부터 편안한 인생과 사랑을 보장받는 여느 부잣집 아이들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다.


마침, 연호 형이 철해관의 관리로 일한다 하니, 부탁이라도 한번 해봐야 겠다.


만약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미행까지 시도해봐야 겠지.


몰래 궁에 잠입해 옥사의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비록 위험한 일이었지만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기회가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일 테니까.


해수는 그렇게 또다시 또다른 모험으로 자신의 몸을 던져넣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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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7 레츄
    작성일
    21.02.02 16:37
    No. 1

    허허 다행히도 승냥은 무사하지만 우리 강손은 고통을 받고... 해수는 기회의 맛을 알아버렸군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1.02.02 19:27
    No. 2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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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8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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