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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09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0.12.10 09:42
조회
36
추천
4
글자
9쪽

[ 시즌 1 ] 14회 번식기

DUMMY

원래 범죄란 하면 할 수록 더 대담해지는 법이다.


어느덧 사과나무집 아이를 납치한 지도 제법 며칠이 흘렀다.


한번 피맛을 본 대군은, 그 본능이 잠잠해 지기는 커녕, 폭발해, 이젠 도저히 철장만 가지곤 불안할 정도였다. 게다가 피를 갈망하는 그 주기가 점차 빨라져 이젠 매일 한 아이를 희생시키지 않고선 놈을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승냥은 편의를 위해 한꺼번에 열댓명 정도 되는 아이들을 한꺼번에 납치해 떠넘기는 방식을 택하기로 결심했다. 제강의 후손을 찾는데도 시간이 꽤 걸릴 테니 그 편이 옳았다.


처음에 불현듯 들었던 불안감과 죄책감 또한 어느샌가 잊혀져 버렸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고, 쉽사리 되돌릴 수 있는 거래가 아닐 뿐더러, 이제와 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해봤자, 좋지 않은 방법으로 희생당할 것이 뻔했다. 비밀을 가진, 그리고 더이상 그 쓸모가 없어진 심부름꾼 따위를 살려둘 이유는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승냥은 자신 또한 벗어날 수 없었던 덫에 발이 걸려 묶여 버린 거다,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니, 그 모든 악행들이 용서되는 것만 같았다. 물론,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는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치 않을 것 정도는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 자신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 그 모든 사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과나무집 아이의 비극이 있었던 바로 그 다음날, 승냥의 저고리로부터 수상한 핏자국을 발견했던 해수는 줄곧 그의 뒤를 밟고 있었다.


물론,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해수는 아무것도 잘난 것 없는 자신을 9년씩이나 보살펴준 승냥이 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우연이었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었다.


허나, 명확한 증거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귓가에 닿을 때마다, 그의 순수했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사과나무집 아이가 죽은지 딱 열흘이 되던날, 해수가 비로소 승냥이 아이들을 짐승의 포효 소리가 들리는 창고에 밀어넣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젠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 이유가 뭐든 간에, 승냥이 더이상 죄없는 아이들을 악몽에 구렁텅이에 밀어넣는 일을 두고 볼 수만은 아니었다.


죄악이란 단지 시간이 지난 다는 이유만으로, 아니면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뼛속에 깊이 새겨져 평생을 따라다니는 족쇄처럼, 평생을 얽매여 있어야 한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며 그 슬픔의 크기가 옅어지는 피해자의 아픔 보다 더한 형벌일지 모르지.


허니, 지난 9년간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더이상 그가 그러한 무모한 짓을 하고 다니게 놔둘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날밤. 환한 보름달의 기운이 은은하게 떠도는 눈 내리는 뒷산으로 해수는 홀로 길을 나섰다.


일부로 강손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형은 조방꾼 나리의 아들이니까. 언젠가 그의 잘못을 눈치채게 되면, 마치 자신의 일이라도 되는양 괴로워 할 것이 뻔했다.


형은 늘 그런 사람이었다. 제것도 챙기지 못하면서 상대를 살핀다. 자기 잘못도 없으면서 용서를 빌고, 모두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죄책감을 느낀다.


물론, 그런 형 덕분에 어린 해수가 사랑을 받으며 클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이렇게 신중을 기하는 일에는 방해가 될 것이 뻔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에 치우친 감정은 화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니 말이다.


눈내리는 뒷산. 저 멀리 까마귀와 늑대 울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지만, 놀랍도록 고요하다. 마치 한 천년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것 처럼 모든게 평화롭다.


그 가운데, 빽빽한 나무로 둘러쌓여 그 형체가 잘 보이지 않는, 하지만 놀랍도록 굳건히 서 있는 오두막 하나가 보인다. 생각보다 거대한 크기의, 튼튼한 소재로 지어져 있었다. 언뜻 봐선 그저 평범한 창고라 착각할 법 하지만, 자세히 뜯어다보면 아니었다. 마치 무기고를 연상시키는 위엄을 자랑했다.


바로, 이 며칠간 승냥이 아이들을 들여다 놓았던 감옥이자, 비밀 접선지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 아이들을 들여다 놓았으면, 탈출과 타인의 접근을 막기 위해 보초를 세우기 마련인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하면, 답은 하나였다. 승냥은 그 상대가 누구든 자신을 향해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정체를 궁금해 한다는 뜻이었다.


어쨋건 간에 그는 상상할 수 없이 큰 조직과 관련 돼 있는 것이 분명했고, 적 또한 가지고 있을 것이다. 허나, 그 정체를 알 수 없기에, 일부러 함정을 만들어 단서를 잡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분명 매복을 숨겨 두었을 것이고, 쉽사리 접근했다가는 위험한 상황에 놓일지 모르는 일이었다.


해서, 해수는 조그만 조약돌 하나를 집어들어 반대쪽 나무를 향해 힘차게 던졌다. 나무 위로 더덕 더덕 달려있던 새집이 한꺼번에 후두둑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아니나 다를까, 해수의 반대편 방향에서 무언가 수상한 움직임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니, 상단 사람들이었다. 그것도 둘.


해수는 다시한번 조약돌을 던져 그중 하나를 따돌린다. 혼자만의 힘으로 성인 남자 둘을 감당하는 것은 너무나 벅찼다. 물론, 단순히 조방꾼 나리의 사람들을 해하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했다.


그러곤 자신의 옷깃을 거칠게 찢어 가지고 있던 물을 쏟아 붓는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다행히 아무도 눈치채지 않았다.


살금 살금 다가간 해수는 뒤에서 갑작스럽게 습격해, 그의 목을 졸라매고 코와 입을 젖은 천으로 틀어막는다. 이리 하면 비명을 지를 일도 없고, 쉽게 기절 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다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했다.


그는 잠시 몸부림 치더니, 해수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풀썩, 쓰러진다. 평소에는 그저 귀찮기만 했던 그 능력이 비로소 그 역할을 해내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평생 배척의 이유이자 장애물이 될줄만 알았더니, 다행이다.


해수는 재빠르게 오두막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제서야, 두손이 묶인채, 기절해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해수는 반가운 마음에 그들을 흔들어 깨운다.


다행이다. 만약 이곳에조차 아이들이 없었다면, 해수는 정말 큰 덫에 걸려 버리고 만 것일 테니까. 굳이 그런 수고를 더하지 않아도 되서 너무나 다행이다.


만약 일이 잘못되서 조방꾼 나리가 해수를 탓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민망한 것도 없었다. 해수는 나름 그것을 계속해서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옆집 순돌이를 포함해 석이, 막동이 그리고 달래까지. 평소에 늘 홀로 외로웠던 해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지금이라도 복수하는 마음으로 그저 사소한 협박이라도 하려 들텐데, 해수는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보다도, 함께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컸던 그에게, 과거의 일은 더이상 중요치 않았다.


지금은 그저 모두를 탈출 시키고, 나리의 위험한 행보를 막아야 겠다, 그 생각 뿐이었다.


그들은 모두 어리둥절해 한채 해수의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너..너..!”


“걱정하지마. 이제와서 복수따윈 하지 않을 테니까.”


그들을 옭아매던 밧줄을 하나하나 풀며, 해수는 무심하게 중얼거린다.


느닷없이 달래가 입술을 깨물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너..너 우리 구하러 온거지. 그치..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다들 하나씩 죽어가고.”


해수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쉰다.


“칭얼 대지 말고 어서 일어서기나 해. 시간 없어.”


이런 상황에서 어리광이나 부리는 건 우리 마을 사람들 종특인건지. 당장 달려나와도 모자랄 판에 주저앉다니.


하지만, 그 순간, 해수는 느닷없이 떠오른 뜬금없는 생각에 얼어붙고 만다.


“죽어나갔다고? 여기에서?”


여전히 울먹이는 투로, 달래는 덧붙였다.


“응..저기..”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다름아닌, 두꺼운 자물쇠가 잠겨 있는 지하실 덮개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생 굳건할 것만 같았던 자물쇠가 휘청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실 덮개가 두개로 쪼개지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승냥은, 그리고 강대감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름달이 뜨는 밤은 흡혈귀의 번식기 라는 사실을 말이다. 흡혈귀는 번식기만 되면 그 힘과 능력이 배가 되어 더욱 많은 사람의 피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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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 시즌 1 ] 38회 짐승의 피 +3 21.02.04 18 3 10쪽
38 [ 시즌 1 ] 37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1 21.02.02 12 1 11쪽
37 [ 시즌 2 ] 36회 저 하늘의 별 +3 21.01.30 16 2 9쪽
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7 2 10쪽
35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19 1 10쪽
34 [ 시즌 1 ] 33회 한심한 인간 +2 21.01.27 15 1 13쪽
33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7 1 9쪽
32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2 21.01.21 17 1 9쪽
31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4 21.01.16 23 2 11쪽
30 [ 시즌 1 ] 29회 군주의 길 +6 21.01.14 19 2 9쪽
29 [ 시즌 1 ] 28회 평행선 +7 21.01.12 23 2 9쪽
28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4 21.01.09 23 2 9쪽
27 [ 시즌 1 ] 26회 트라우마 +4 21.01.07 22 3 10쪽
26 [ 시즌 1 ] 25회 위태로운 평화 +4 21.01.05 26 3 9쪽
25 [ 시즌 1 ] 24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6 21.01.02 28 4 11쪽
24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6 20.12.31 42 4 9쪽
23 [ 시즌 1 ] 22회 목숨 빚-5 +6 20.12.29 27 4 9쪽
22 [ 시즌 1 ] 21회 목숨 빚-4 +6 20.12.26 34 4 9쪽
21 [ 시즌 1 ] 20회 버림받은 아이 +4 20.12.24 25 4 12쪽
20 [ 시즌 1 ] 19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8 20.12.22 30 5 10쪽
19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6 20.12.19 32 5 11쪽
18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6 20.12.17 28 5 9쪽
17 [ 시즌 1 ] 16회 덫-4 +9 20.12.15 33 4 11쪽
16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6 20.12.12 31 3 10쪽
»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7 5 9쪽
13 [ 시즌 1 ] 12회 덫-3 +8 20.12.05 42 5 9쪽
12 [ 시즌 1 ] 11회 새로운 태양 +6 20.12.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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