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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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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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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4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1.01.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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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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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DUMMY

“오늘 형선이도 그렇고, 나도, 중요한 일이 있어서 입궁 해봐야 돼. 하루만, 혼자 잘 보낼 수 있겠지?”


생각보다 기회는 빨리 왔다.


그저 매일을 집안에서 놀고 먹던 연호 형이 입궁이라는 것을 하다니.


역시 하늘도 그의 편인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바람에 물어봐 보았다.


철해부에 억울하게 붙잡혀 있는 승냥과 마을 사람들에 대해 알아봐줄수 있겠느냐고.


당연하게도, 대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


연호 형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권한이 아니라 한다.


거짓말이라는 것이 흔들리는 눈빛에서 전부 드러났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그에게는 두번째 계획이 있었으니 말이다.


입궁하는 연호 형을 쫓을 생각이었다.


물론 경비가 삼엄하겠지만, 대부분의 귀족에 경우, 입궁 시, 업무에 있어서 시중을 들 종놈과 동행하는 것이 허락 된다고 한다. 은근슬쩍 노비들의 무리에 끼어들면 되는 일이었다.


잘못되면 더 큰 사단이 날지도 몰랐지만, 이젠 더는 두렵지 않았다.


왕족 시해 혐의를 안고서 철해부에서 살아남은 그였다.


이미 한번은 죽었어야 하는 목숨,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사용할 것이다.


그래서, 종놈으로 보이도록 허름한 옷을 애써 껴입곤 외출하는 연호 형을 다섯 발자국 뒤에서 몰래 뒤따랐다.


혹시나 고개를 돌려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온 얼굴에 구정물을 묻혔다.


최대한 소리를 줄여 살금 살금 뒤를 밟다보니,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골목에 들어가고 방향을 트는 매 순간 순간에 사람들 틈에 끼어 모습을 감추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수상한 몸짓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그것 또한 두려워 해야 했다.


역시 누군가 몰래 거짓말을 하고 뭔가를 한다는 것은 영 쉬운일이 아니다.


이럴 거면 그냥 대놓고 궁에 들어가겠다고 떼를 쓰고 말지. 그저 매 순간 두근거리는 탓에 꼭 쫄보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더한 문제는 또 있었다.


궁문의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삼엄했다.


입궁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설령 천인들까지도, 명단이란 것이 존재해, 일치하는 호적을 제시해야만 담을 넘을 수 있었다.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이면 그저 바로 감옥행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포기하고 말 해수가 아니었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이 세상에는 불가능이란 없는 법.


그 순간, 입궁을 준비하는 화려한 차림의 광대패들이 눈에 들어왔다.


광대패가 입궁이라니, 뭔 잔치라도 열리는 걸까? 뭔가 의심스럽지만, 어쨌거나 해수가 지금 필요한 것은 가짜 신분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무리에서 조금 뒤쳐져 있는 또래의 남자아이 하나의 입과 코를 틀어막고 골목 안으로 끌고 갔다.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일단 뒷탈을 막기 위해 흠씬 두드려 패준 후, 옷, 신분증 그리고 장신구들을 훔쳤다.


‘동이’


아이의 이름이었다.


혹시나 하는 바램에 해수는 모든 이름과 인적사항등을 기억해 둔뒤, 아주 자연스럽게 입궁 행렬에 스스로를 밀어넣었다.


“광대패들은 이미 다 입궁했는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묻는 관군들에게 해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능청스럽게 답했다.


“두고 온게 있어가지고 좀 늦었어요.”


해수가 또래 아이들보다 지능과 신체능력을 제외하고도 뛰어난 것이 더 있다면 그것은 연기였다.


선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아무런 죄책감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


눈을 깜빡이는 것은 물론, 근육의 움직임까지 계산해 상대방을 속일 수 있었다.


지난 몇년간 태화루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관찰해온 결과였다.


어디 그뿐인가.


상대를 속이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파악하는 것 또한 뛰어났다.


그래서 가끔은 그 모든 것을 역이용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이용해 그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행동하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특출난 판단 능력이 악한 자의 손에 들어가면 오직 스스로만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도구처럼 이용하다 버리는, 그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몰랐다.


하지만 해수는 아니었다.


마치 인간 모두를 파괴시킬 권리 또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 그러는 법이 없는 저 하늘의 신 처럼. 그는 사람이란 악한 존재의 본질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


오직 타인을 위해, 불가피할 때만 사용하는 응급처치일 뿐이었다.


해수는 지금까지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든, 그들 모두에게 솔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을 감히 이용해서 감정을 얻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해수에게 감정이란, 사랑이란 욕망은 그리 가볍고 얄팍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해서 맺은 관계는 어차피 겉치레일 뿐일 테니까.


그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한없이 기다렸을 뿐이다.


남들에게 괴물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스스로가 또다른 괴물의 먹잇감이 되기를 자청한 것이었다.


물론 그런 그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해수의 복잡하고 또 정교한 정신 세계를 눈치챈 승냥은 그런 그에게 역겨움을 느낄 뿐이었다.


‘건방지구나’


승냥이 해수에게 버릇처럼 반복하고는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늑대로 태어난 이상, 토끼들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월등한 스스로를 포기하고 그들에게 맞춰서 살아가는 것 뿐.


어쩌면 어렸을때 반짝 튀어오르는 재능을 보였다가 가라앉는 천재들의 운명이란 것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과 비슷한 종자들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특성이 만들어낸 세상의 규칙을 알아버린 것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괴물을, 외계인을 받아줄 곳은 없다는 것을.


어쨋건간에 그렇게 무사히 궁안에 들어선 해수는 곳곳을 헤메며 철해관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물론, 매사에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지만 말이다.


저번날 언뜻 보기는 했지만, 정말이지 궁이란 곳은 참으로 화려하고도 삭막한 곳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온갓 귀한 장식품들과 아름다운 벽화, 그리고 하늘에 닿을 듯 드높게 쌓아진 담벼락이 특유의 위엄을 풍기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빈 강정 만치 그 핵심은 공허하게 비어있었다.


이 공간에서 보내는 순간, 순간이 답답하기만 한 달까.


이곳에서 365일을 보내야만 하는 왕족들의 처지가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누구보다 부유하지만,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그런 그들이 바로 궁에 몸 담고 있는 이들 일 지도 몰랐다.


세상 모두가 부러워 하기에,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을 사람 하나 없는. 고독이란 자리가 어울리는 자리였다.


어쩌면 우리 천인 보다도 불쌍한 삶을 이겨내고 있었다.


귀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하곤 했지만, 왕족은 아니었다.


그럴 바엔,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뭔가 이상했다.


궁안이 유난히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광대패들부터 해서 교방 기생부터 온갓 화려한 차림의 전국 각지의 귀족들까지.


게다가 곳곳에 꾸며진 아름다운 장식들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역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명절은 아니고, 왕족의 탄일, 그도 아니면 왕실혼? 내심 여러가지 궁금증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하여튼 잘 된 일이다.


오히려 이렇게 중요한 일로 바쁠때에 거사를 치루면 모두가 복잡한 틈을 타 도주가 수월한 법이니까.


하지만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연호 형이었다.


물론 먼 발치일 뿐이었지만, 차림새가 뭔가 이상했다.


분명 외출할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관복 차림이었는데, 지금은 무려 임금을 지칭하는 용이 수놓아져 있는 조복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그의 뒤를 따르는 수많은 내관들까지.


조복이 붉은 색, 또는 황색이 아닌 푸른 색을 띄는 것을 보아 세자라도 되는 모양인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잘 판단이 안섰다.


분명 예전부터 형이 숨기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지만, 세자라니.


만약 그도 아니라면, 암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저하를 위해 변복이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당황하는 바람에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고, 그 탓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해수의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 커다란 움직임이었다.


연호 형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바람에 다가오는 관군을 보지 못한 것이다.


“게 누구냐? 대체 누구기에 정전을 어슬렁거리는 게야?”


그리고 그 순간, 소란에 시선을 옮긴 형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


심장이 아주 크게 쿵, 하고 내려앉는 듯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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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 시즌 1 ] 38회 짐승의 피 +3 21.02.04 19 3 10쪽
38 [ 시즌 1 ] 37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1 21.02.02 13 1 11쪽
37 [ 시즌 2 ] 36회 저 하늘의 별 +3 21.01.30 17 2 9쪽
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8 2 10쪽
35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20 1 10쪽
34 [ 시즌 1 ] 33회 한심한 인간 +2 21.01.27 15 1 13쪽
»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8 1 9쪽
32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2 21.01.21 18 1 9쪽
31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4 21.01.16 23 2 11쪽
30 [ 시즌 1 ] 29회 군주의 길 +6 21.01.14 20 2 9쪽
29 [ 시즌 1 ] 28회 평행선 +7 21.01.12 24 2 9쪽
28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4 21.01.09 23 2 9쪽
27 [ 시즌 1 ] 26회 트라우마 +4 21.01.07 23 3 10쪽
26 [ 시즌 1 ] 25회 위태로운 평화 +4 21.01.05 27 3 9쪽
25 [ 시즌 1 ] 24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6 21.01.02 29 4 11쪽
24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6 20.12.31 43 4 9쪽
23 [ 시즌 1 ] 22회 목숨 빚-5 +6 20.12.29 28 4 9쪽
22 [ 시즌 1 ] 21회 목숨 빚-4 +6 20.12.26 35 4 9쪽
21 [ 시즌 1 ] 20회 버림받은 아이 +4 20.12.24 26 4 12쪽
20 [ 시즌 1 ] 19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8 20.12.22 31 5 10쪽
19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6 20.12.19 33 5 11쪽
18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6 20.12.17 29 5 9쪽
17 [ 시즌 1 ] 16회 덫-4 +9 20.12.15 33 4 11쪽
16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6 20.12.12 32 3 10쪽
15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8 5 9쪽
13 [ 시즌 1 ] 12회 덫-3 +8 20.12.05 44 5 9쪽
12 [ 시즌 1 ] 11회 새로운 태양 +6 20.12.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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