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15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1.01.12 12:12
조회
23
추천
2
글자
9쪽

[ 시즌 1 ] 28회 평행선

DUMMY



한편, 하루종일 천민촌 어디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강손이 제발로 찾은 곳은 다름 아닌 강승희 대감의 저택이었다.


아버지가 사라지셨다.


밤 사이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집은 물론이고, 태화루 하며, 항구 까지 구석구석 찾아보지 않은 곳이 없건만, 꼬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만 하여도 벌써 흡혈귀 사건과 연루된 다섯 집이 철해부에 끌려갔다 하니, 어쩌면 이것은 의도된 실종이 아닐까 의심이 되던 차였다.


강승희 대감.


그래, 그 사람이 틀림 없었다.


세자의 협박에 지레 겁을 먹고는, 뒤늦게 나마 증거를 제거해 나가려는 것이겠지.

물론, 이제 거슬리는 장애물이 되어 버린 승냥 또한, 그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에 불과할테고.


밤 사이 납치하여 고문이라도 할 참 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미 다급했던 그들에 의해 송장이 되어 까마귀가 드글드글한 들판에 가차없이 버려졌을지도 모르고.


하여튼 지금 당장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 인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강손이 아들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가지 뿐이었다.

강승희 대감을 만나야 했다.


그것만이 지금 이 상황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것만 같았다.


물론, 그가 진실을 말할 것이란 보장은 없을 테지만.


그래서 일단 무작정 이곳을 찾았건만, 새로이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강승희 대감은 강손에게 두려움의 존재였다.


흡혈귀에게 마을 아이들을 바치고, 해수를 앗아간 것으로 모자라, 이젠 자신의 몸까지 탐하고 있었다.


아무리 조방꾼의 자식으로 태어나 귀족들에게 빌붙으며 자존심을 팔아 살아왔다지만, 순결만은 그가 마지막까지 지켜온 스스로의 정체성이었다.


그리고 그것마저, 저번날, 이곳에서 잔인하게 잃어버리고 말았다.


혹시나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아버지의 목숨을 담보로 또 다른 것을 빼앗으려 한다면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차라리, 강승희 이 놈을 죽이고 감옥에 가고 말지.


여러가지의 쓸모없는 괜한 생각들이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 평생 굳게 닫혀 있을 것만 같았던 저택의 문이 활짝 열리고, 강승희 대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출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는 강손의 방문을 차마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이 동그레져선 어리둥절 해 보였다.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엄습해 왔다.


만약 정말 강승희가 아버지를 납치해 간것이 맞다면, 당연히 강손이 그를 의심할 것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저리 당황한 듯 보이다니.


왠지 모르게 무고해 보이기 까지 했다.


“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들어 오게나.”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활짝 열어 젖기는 그에 강손은 뒷걸음질을 칠 뿐이었다.


“외출을 하시려던거, 아니셨습니까?”


호탕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미간이 절로 찌푸렸다.


“손님이 왔으면, 일단 맞이하는 게 옳지. 내 약속은 걱정하지 말게나.”


그러곤 강손의 손을 거칠게 잡고 사랑채를 향해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손은 또다시 어두운 동굴을 향해 발을 내딛고 있었다.


*


“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승냥이 밤사이 사라졌다는 말이냐? 너는 날 의심하고 있고.”


철해부를 향해 집을 나서던 승희의 눈앞에 뜻밖에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손이었다.


왜인지 언젠간 제 아비를 제거할 자신의 계획을 알아채기라도 한듯, 고운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적잖아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승냥이 벌써 누군가로 인해 실종이 되었다니.


세자의 속셈인걸까? 미연에 그를 보호하고자 했던 걸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만약 세자가 승냥을 보호하고자 했다면 그 사실을 강손에게 이야기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제 3자가 이번 사건에 관여하게 된 것이 분명했다.


현재 승냥과 함께 있는 자가 누군지, 그리고 감히 그를 납치한 이유가 뭔지, 조사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래야, 적으로 삼을지, 곁에 둘지 결정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 승냥에 관한 자신의 위치를 굳이 강손, 이 아이에게 알릴 필요는 없었다.


오늘은 승희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난 보름간 벼려 왔던 짝사랑을 이제는 끝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보름 쯤이었던가?


승희를 오랜만에 가슴뛰게 만들었던 강손과의 첫만남이 있었던 날 말이다.


승냥과 흡혈귀 사건에 대한 계약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매혹적인 눈매와 뽀얀 피부, 그리고 변성기조차 오지 않은 여린 목소리에 단숨에 반했었다.


그리고 언젠가 수하에 두고 첩으로 삼으리라 다짐했다.


허나, 근 며칠간, 그 놈의 별난 꼬마, 세자, 그리고 승냥과의 씨름에 온 정신을 허비하느라 차마 신경을 쓸 틈이 없었던 것이다.


차마 때가 아닌듯 싶어 포기하려던 와중 이리 좋은 기회가 오다니.


저번처럼 승냥이 제 손에 있는 것 마냥 연기하고 협박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여, 일단 붙잡아 두면, 그 알량한 자존심을 꺽고 굴리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저번날 못한 많은 것들을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그는 어느덧 생기가 돌아 벌게진 얼굴으로 소름돋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히 읊조렸다.


“맞아. 나다. 너도 언뜻 들어 알고 있겠지만, 승냥 그 놈이 감히 날 배반했단 말이지. 그런 놈을 어찌 살려 둘 수 있겠느냐”


태화루에서의 저번날 처럼. 오늘 또한 괜한 두려움을 불러 일으켜 간절하게 만든후, 마치 달콤한 사탕처럼 사랑을 건네면 쉬이 무릎을 꿇을 줄 알았다.


허나, 강손은 그가 생각하던 또래의 여느 어리석은 사내들과는 달랐다.


한번 넘어간 꾀에 다시 속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강승희 이 자가, 협상은 도저히 먹히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부탁한다고, 아니면 설사 빈다고 하여도 아랑곳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 이 상황에서 아버지를 구하려면 좀 더 용기를 내야 했다.


그래서 잠시 날카로운 해수의 눈빛을 흉내내려 노력하며 목소리를 깊게 깔았다.


“잘못 짚으신 겁니다. 흡혈귀 사건을 세자에게 귀뜸을 해준 자는 아버지가 아니라 저에요. 허니, 죽어야 할 자 또한 아버지가 아닌 저일겁니다.”


그 순간, 승희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얼굴을 찡그릴 뿐이었다.


그러곤 화가 났는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는 평소에 평정심을 꽤나 잘 유지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을때가 생기곤 하는데, 바로 자신의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배반할 마음을 품을 때였다.


양반의 마음에 드는 것은 아주 힘드면서도 한편으로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전국 어딜 가든, 돈 많고 시간 많은, 승희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든 뜨려 지랄발광을 해대는 남창들이 가득한데, 감히 이 놈은 손을 내밀어 주는 대도 불구하고 거부한단 말이지.


행복하게 사랑을 나누었던 지난 밤 일은 모두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다.


한 발자국만 다가오면 평생을 호강하게 해줄 텐데, 어리석을 따름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답답함에 괜한 짜증만 치밀어 오른다.


지금까지 강승희에게 가지지 못할 것이란 없었다.


그게 돈이든, 권력이든...아니면 사람이든.


그래서 그런지 마치 흐르는 시냇물 처럼 잡힐듯 잡히지 않는 그 아이에 대해서는 유난히 더 집착을 하게 되었다.


“정말 죽고 싶은 게지. 그리 소원이라면, 내, 친히 들어주마.”


승희는 잔뜩 얼어붙은 강손의 멱살을 잡고 분노 섞인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곤 마당에서 대기하고 있던 종들에게 무언의 손짓을 했다.


강손은 두려움에 온몸이 떨리는 와중에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 여전히 눈을 부라릴 뿐이었다.


해수라면 이런 상황에 어찌 했을까?


분명 그 아이라면 죽음이 오가는 이러한 위기에도 모두를 위하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텐데.


멍청하게 얼어붙어버린 제 머리를 탓하며 위협적이게 다가온 종들에게 알수 없는 어딘가로 끌려갈 뿐이었다.


그렇게 강손, 승냥 그리고 해수, 이 세 사람은 서로의 길로부터 잔인하게 엇갈려 끝없는 평행선에 놓이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이 된 아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0회 수정했습니다! 20.12.09 17 0 -
공지 세계관 정리 +2 20.12.09 37 0 -
39 [ 시즌 1 ] 38회 짐승의 피 +3 21.02.04 18 3 10쪽
38 [ 시즌 1 ] 37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1 21.02.02 12 1 11쪽
37 [ 시즌 2 ] 36회 저 하늘의 별 +3 21.01.30 16 2 9쪽
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7 2 10쪽
35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19 1 10쪽
34 [ 시즌 1 ] 33회 한심한 인간 +2 21.01.27 15 1 13쪽
33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7 1 9쪽
32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2 21.01.21 17 1 9쪽
31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4 21.01.16 23 2 11쪽
30 [ 시즌 1 ] 29회 군주의 길 +6 21.01.14 19 2 9쪽
» [ 시즌 1 ] 28회 평행선 +7 21.01.12 24 2 9쪽
28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4 21.01.09 23 2 9쪽
27 [ 시즌 1 ] 26회 트라우마 +4 21.01.07 22 3 10쪽
26 [ 시즌 1 ] 25회 위태로운 평화 +4 21.01.05 27 3 9쪽
25 [ 시즌 1 ] 24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6 21.01.02 28 4 11쪽
24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6 20.12.31 42 4 9쪽
23 [ 시즌 1 ] 22회 목숨 빚-5 +6 20.12.29 27 4 9쪽
22 [ 시즌 1 ] 21회 목숨 빚-4 +6 20.12.26 34 4 9쪽
21 [ 시즌 1 ] 20회 버림받은 아이 +4 20.12.24 25 4 12쪽
20 [ 시즌 1 ] 19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8 20.12.22 31 5 10쪽
19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6 20.12.19 32 5 11쪽
18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6 20.12.17 28 5 9쪽
17 [ 시즌 1 ] 16회 덫-4 +9 20.12.15 33 4 11쪽
16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6 20.12.12 31 3 10쪽
15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7 5 9쪽
13 [ 시즌 1 ] 12회 덫-3 +8 20.12.05 44 5 9쪽
12 [ 시즌 1 ] 11회 새로운 태양 +6 20.12.03 46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