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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23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0.12.19 10:14
조회
32
추천
5
글자
11쪽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DUMMY

충격적이었다.


마을에서 일어난 그 끔찍했던 납치사건이 모두 아버지의 소행이었다니.


물론, 아버지의 옷자락에서 핏자국을 발견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단 생각을 하긴 했지만, 아버지가 진짜 사람을 죽였을 줄은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얼떨결에 아버지를 따라가, 비밀리에 대감과 이야기를 하던 아버지를 염탐한 결과, 알게 된 사실 이었다.


게다가, 그 흡혈 요괴. 왕족일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 비단옷을 입고 있어 분명 고귀한 신분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대군, 게다가 정치적 상황과 심하게 엮여 있다니.


이제 해수는 정말 끝장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자네 또한 노비 하나 쯤은 없어져도 아무 상관 없겠지.”


대감의 그 마지막 한마디를 듣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기분이었다.


예상대로, 해수는 강승희 대감을 비롯한 수많은 높으신 분들의 희생양일 뿐이었다. 그 죄없는 꼬마가 남들의 고귀한 목적에 의해 함부로 이용되는 상황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구해야 했다.


어떻게든.


해수는 강손에게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다.


처음에는 흡혈귀뎐이라는 영웅소설 덕분에 시작된 관계였지만, 이젠 아니다. ‘해수’라는 아이를 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어떤 일을 하든 사랑하게 된 이상, 그의 보잘 것 없는 인생의 유일한 빛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겁 없이 방을 나서는 강승희 대감의 앞길을 막았다.


“대감, 제발...무슨 값이라도 치루겠으니, 해수, 그 아이의 목숨만을 살려주세요. 제게 목숨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자, 승냥은 잔뜩 당황한채, 무릎을 꿇은 강손을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썼다.


“뭐하는 게냐, 감히. 그만 일어서지 못할까!”


이럴 때면 아버지가 참 원망스러웠다.


사람을 죽이는 중죄를 지었음에도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은 무고하다는 듯 태연한 모습에서 소름이 끼쳤다. 자기 위로의 고수라 느껴질 정도랄까?


사실 따지고보면, 우리 마을에서 진짜 짐승은 해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확실하지도 않은 데다가, 벌써 9년도 더 된, 아이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시절의 일 가지고 계속해서 무고한 꼬마를 멸시하고, 또 외면하는 어른들과, 그런 아이에게 나서서 폭력을 휘두르고 아픔을 쏟아붙는 아버지.


그들이 우리 마을의 진짜 짐승이다.


해수는 그저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한없이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본성을 가진 꼬마 아이일 뿐인 거다.


“아버지는 참으로 나쁜 사람입니다. 비겁하고 또 악해요. 어찌 거의 10년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줄곧 한 사람을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 있답니까. 그 아이가 아버지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요!”


“네놈이 진정 미친 게로구나!”


강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승냥은 그저 자신만을 원망하는 아들의 행동에 분노할 뿐이었다.


순식간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강손은, 또다시 언성을 높이려다가 대감에 의해 저지당하고 말았다.


“정말, 무슨 값이라도 치루겠느냐?”


대감은 피식,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강손은 그저 본능적으로 서둘러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해수만 살려 주신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때 대감은 강손에게 자세를 낮추며, 마치 간난 아이의 것 마냥 뽀얀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노력은 해보마. 만약 네가 나에게 네 모든 것을 바칠 자신이 있다면.”


*


한편, 철해관(오늘날의 경찰서)으로 부리나케 뛰어간 성휘.


눈앞에는 정말 형선의 말 처럼, 몸집이 유난히 왜소한, 그래봤자 여덟살 남짓 해 보이는 어린 남자 아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소문대로, 저 아이가 대군을 죽였다는 사실이 정말, 사실일까.


눈물이 가득 고인 주먹만한 얼굴과 팔 다리를 가만 두지 못하고 바들바들 떠는 모습에 괜히 동정심이 들었다.


저 아이가 사람을 죽였던, 죽이지 않았던 사리분별도 못할 어린 아이에게 죄를 묻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저 마음이 무거워질 뿐이었다.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니,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저 유난히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 그리고 백옥같이 뾰얀 피부부터 깊은 눈동자까지. 분명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주희.


한때 사랑했지만,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는 그 여자.


그립고 또 그리운.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놓아주어야 할 소중한 사람이었다.


“저 아이, 누군가 닮지 않았니?”


성휘는 옆에서 잠자코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형선에게 무심하게 물었다.


“아...네, 그러네요. 저하를 닮았어요. 분명, 어린 시절의 저하와 꼭 빼다 박은 듯이 비슷한 걸요. 아들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저 눈매와 날카로운 콧날은 분명 흔하지 않은 데요.”


세자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뭔가, 풀리지 않는 매듭 마냥 불편한 무언가가 자리잡았다.


꼭 주희와 자신을 반반 섞은 것만 같은 얼굴. 과연 우연일까?


더한 고민을 시작하기도 전에, 재판관, 백만식이 목을 가다듬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강승희 대감의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며 아부를 부리던 놈인데, 분명 어떻게든 저 꼬마에게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낼 것이 분명했다.


이왕 성휘가 두 손을 걷고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그런 상황 만큼은 어떻게든 피해야 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아이에게 활을 쏘아 입을 막는 것이 옳았지만, 왜인지 손이 도무지 움직여 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또다시 바보같이 얼어버리고 말았다.


주희와 스승님이 이곳에 끌려온 마치 9년 전처럼, 성휘는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그 미련한 성향 탓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면 조사를 시작하도록 하겠소.”


아이는 잔뜩 겁을 먹었는지 울먹이기 시작했다.


하긴, 저 나이 또래의 꼬마들에겐 감당하기 힘들 두려움임에 틀림 없겠지. 다 큰 성인 남자들에게조차 오줌을 지리게 만들기로 유명한 철해관의 고신이니 말이다. 아마 몇 초 버티지 못하고 거짓 자백을 할 것이 분명했다. 두려웠지만, 여전히 성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관군으로부터 왕족을 시해한 현장에 체포되었다고 들었다. 배후가 누구인지, 솔직하게 답하면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다. 물론 괜한 고통 또한 피할 수 있을 테고.”


허나, 아이는 그저 묵묵부답일 뿐이었다. 겁을 먹어 말문이 막힌 걸까.


그러자. 백만식은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속삭였다.


“어서. 모두 세자가 시킨 일이다, 이리 말하면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단다.”


자신을 향해 비열한 눈빛을 쏘아대며 그리 말하는 만식에 성휘는 분노한다. 주먹을 꼭 쥔채 앞으로 나아서는 순간,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전 나리들께서 하려는 일이 대체 뭔지, 꿍꿍이가 뭔지 모릅니다. 허나,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의 아픔 때문에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아무리 천한 놈이래도 그정도로 비겁하지는 않을 겁니다. ”


조그만 꼬마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소름이 돋았다.


겁에 질려 바들 바들 떨면서도 제가 할 말은 꼭 하고야 마는.


또다시 주희가 떠올랐다.


목숨이 눈앞에서 간당간당 한 와중에 당돌한 모습을 보이는 자는 지금까지 주희뿐이 없었다.


하여튼 대군을 죽였다니. 보통 꼬마는 아닌 모양이다. 정말 누군가의 사주를 받기라도 한 살인 병기라도 되는 걸까. 그래서 어린 나이임에도 이러한 고신에 철저히 훈련 받아온 것은 아닐까.


그러자, 백만식은 당황했는지 땀을 잔뜩 흘리며, 군관들에게 손가락질 했다.


고신을 시작하라는 신호였다.


군관들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인두를 집어들었다.


아이는 또다시 평범한 꼬마로 돌아가 두려운지, 거친 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눈빛은 굽히지 않은채 확고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한꺼번에 몰아치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는지, 아이의 바지 밑으로 노란빛의 뜨뜬 미지근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형선은 한숨을 연신 내쉬며 중얼거렸다.


“가여운것. 그래봤자 어린 애일 뿐인데. 좀 당돌하긴 해도 많이 무서울 거예요.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사실이 억울할 따름이네요.”


아이는 창피한지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깨물었고, 백만식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9년전, 양재현 숙부님이 목숨을 잃었을 적에도 본 적 있는, 기분 나쁜 표정이다.


저 얼굴이 보기 싫어 지금까지 정계를 떠나왔건만, 다시 보게 되어 구역질이 날 따름이다.


인두가 꼬마의 가슴팍에 닿아 눈을 핑핑 돌게 만드는 역겨운 소리와 냄새를 만들어 낸다.


하늘 또한 노했는지, 순식간에 먹구름이 우람한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까마귀떼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아이는 고통에 눈물을 터뜨리며 엉엉 웃었고, 만식은 여전히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울음소리와 동반한 웃음소리, 까마귀와 먹구름, 멀리선가 울리는 늑대의 포효소리가 합쳐져 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온몸에 닭살이 돋아 오르는 듯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꼭 누군가가 가슴을 미친듯이 쥐어 짜는 것처럼 불편한 마음 또한 들었다.


어째서 성휘는 9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 나라의 국본이라는 지엄한 위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렇게 자신의 소중한 백성이 죽어가는 모습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봐야만 하는 걸까.


억울하고도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잠시후, 만식, 형선 그리고 성휘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타들어가야만 하는 아이의 피부가 고작 3초만에 다시 멀쩡하게 돌아온 것이다. 흉터 하나 남지 않은채, 완벽히 치료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눈빛. 어느샌가 붉은 색으로 변한 그 눈동자가 모두를 사로잡으며 그 순간 하늘의 구름과 까마귀, 늑대들의 포효 소리와 심지어는 백만식의 웃음 소리까지 모두를 지배했다.


마치 다시 돌아온 칠성 처럼.


유난히 당돌했던 그 아이는, 천지를 다스리며 자신 앞에 놓인 불합리한 현실에 대항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12.19 15:12
    No. 1

    ^^ 작가님 잼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추천임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19 18:21
    No. 2

    오늘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난이.
    작성일
    20.12.19 16:33
    No. 3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신을 시작하라는 신호였다.
    아이는 고통에 눈물을 터트리며 엉엉 웃엇고.
    이해가 조금 어려운 부분들이었어요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19 18:21
    No. 4

    엇! 두번째 문장은 오타인듯 하네요ㅠㅠ문장 알아보고 쉽게 정리가 필요할듯 해요! 피드백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레츄
    작성일
    20.12.22 23:42
    No. 5

    아오씨 걍 다 엎어버리자 해수 화이팅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23 21:17
    No. 6

    짠내만 주는 작가가 나쁜 놈 ㅋㅋ 산 너머 산이지요ㅋ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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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0회 수정했습니다! 20.12.09 17 0 -
공지 세계관 정리 +2 20.12.09 37 0 -
39 [ 시즌 1 ] 38회 짐승의 피 +3 21.02.04 19 3 10쪽
38 [ 시즌 1 ] 37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1 21.02.02 12 1 11쪽
37 [ 시즌 2 ] 36회 저 하늘의 별 +3 21.01.30 16 2 9쪽
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7 2 10쪽
35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19 1 10쪽
34 [ 시즌 1 ] 33회 한심한 인간 +2 21.01.27 15 1 13쪽
33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7 1 9쪽
32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2 21.01.21 17 1 9쪽
31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4 21.01.16 23 2 11쪽
30 [ 시즌 1 ] 29회 군주의 길 +6 21.01.14 19 2 9쪽
29 [ 시즌 1 ] 28회 평행선 +7 21.01.12 24 2 9쪽
28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4 21.01.09 23 2 9쪽
27 [ 시즌 1 ] 26회 트라우마 +4 21.01.07 23 3 10쪽
26 [ 시즌 1 ] 25회 위태로운 평화 +4 21.01.05 27 3 9쪽
25 [ 시즌 1 ] 24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6 21.01.02 29 4 11쪽
24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6 20.12.31 42 4 9쪽
23 [ 시즌 1 ] 22회 목숨 빚-5 +6 20.12.29 27 4 9쪽
22 [ 시즌 1 ] 21회 목숨 빚-4 +6 20.12.26 35 4 9쪽
21 [ 시즌 1 ] 20회 버림받은 아이 +4 20.12.24 26 4 12쪽
20 [ 시즌 1 ] 19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8 20.12.22 31 5 10쪽
»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6 20.12.19 33 5 11쪽
18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6 20.12.17 29 5 9쪽
17 [ 시즌 1 ] 16회 덫-4 +9 20.12.15 33 4 11쪽
16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6 20.12.12 31 3 10쪽
15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8 5 9쪽
13 [ 시즌 1 ] 12회 덫-3 +8 20.12.05 44 5 9쪽
12 [ 시즌 1 ] 11회 새로운 태양 +6 20.12.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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