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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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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24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0.12.31 13:31
조회
42
추천
4
글자
9쪽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DUMMY

다음 날 오후, 시전 외곽에 위치한 조그만 주막. 일을 마친 농부와 상인들이 소란스럽게 식전주를 나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평화로운 분위기 이다.


굳이 특이해 보이는 한가지를 손꼽으라 한다면, 바로 분위기였다.


어째서인지, 입담 좋은 정육점 아저씨를 중심으로, 모두가 둥글게 둘러 앉아 심상치 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요즘 태화루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요상한 소문과 벽서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 어제 오후즈음이던가? 흥등가는 물론이고, 저자와 항구에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벽서가 빠르게 퍼져 나갔다. 관군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그 음흉한 가십거리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이젠 수도의 모든 사람이 그 소식에 집중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니깐, 강승희 라는 인간이, 천민촌 아이들을 잡아다가 요괴로 변한 왕자에게 갖다 바쳤다 이거야. 몇달 전부터 항구에서 흡혈 요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었잖어. 다들 헛소문이니 뭐니 해서 쉬쉬 했지만, 난 이렇게 일이 터질 줄 알았다니까!”


정육점 아저씨의 열변에도 불구하고, 다들 그저 콧방뀌를 뀔 뿐이었다.


“그게 말이여, 방구여. 지금 시대가 어느땐데 흡혈귀 타령인게요?”


“어휴..답답하기는. 해수 그 얌전했던 꼬마가 사람을 죽인 이유가 있을 거 아니요. 열살도 안되는 아새끼가 무슨 자객이라도 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소문 못들었소? 해수가 체포된 그날, 저자에 있는 사람들이 분명 비단옷을 입었지만 짐승처럼 행동하는 반-송장을 봤다고 했다니까? 그게 흡혈귀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그러자, 배나무 집 상여꾼 또한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나도 그 소문 들었소. 해수가 눈이 시뻘게 저 가지고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그 반-송장을 단숨에 제압했다더군.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는데?”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600년전에 사라졌던 요괴가 느닷없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고지곧대로 믿을 사람은 바보가 아닌 이상 잘 없을 테니까.


“자네 말대로라면 고작 열살도 되지 않는 꼬마가 요괴를 제압했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더군다나 해수 그 아이는 평소에 마을 아이들 괴롭힘에 꿈쩍도 못하지 않았소.”


정육점 아저씨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9년전 일 기억 안나나 본데, 해수, 그 아이가 마을에 쳐들어온 늑대는 물론 제 어미까지 물어죽였잖소. 그렇게 치면 영 말이 안되는 이야기도 아니지. 주희 그 사람이, 산 속 늑대 새끼와 이렇쿵 저렇쿵 해서 태어났다는 소문도 있으니까.”


그 순간,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정육점 아저씨의 말에 빨려들어가듯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 강승희 대감이란 사람이, 망나니 세자의 어미를 역도로 몰아 죽였지 않소. 허니, 대군이 왕위에 오르지 않는 이상 죽을 목숨인 게지. 그런데 요괴로 변해버리고 말았으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살려야 했던 거야. 수많은 아이들의 희생이 있더라도 말이야. 흡혈귀는 피를 취하지 않고는 연명할 수 없으니 말이네.”


하지만 그때, 그의 말을, 갑자기 튀어나온 낯선 사내 하나가 끊고 말았다.


“다들 무슨 소리 하는 게요?”


바로, 달래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였다. 왜인지 눈동자가 심히 흔들리며 불안해 보였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고 있기라도 한듯.


“그래, 차라리 잘 됐다. 꼬마야, 그날 그때 어디에 갔었는지, 아저씨들에게 이야기 해 줄 수 있니?”


사람들은 달래에게 저돌적으로 달라붙어 캐묻기 시작한다. 이 흉흉한 소문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두려운 기억에 시달리며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의 기분은 고려조차 하지 않은채, 다들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을 뿐이었다.


“그...그게..”


심히 더듬는 아이의 말을 또다시 끊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또다시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는다.


“그 무슨 해괴한 소리요. 내 아이는 조방꾼 무리의 인신매매조직에게 끌려갔었던 것 뿐이오. 간신히 제 힘으로 탈출한 것이고. 되도않는 소리로 아이를 괴롭힐 생각이랑 마시오.”


그러곤 고개를 휙 돌려 돌아설 뿐이었다.


망설이는 아이의 손을 세게 끌어가며, 어디론가 바삐 향하는 그를 보고, 정육점 아저씨는 혀를 차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돌릴 뿐이었다.


한심하기도 하지, 원체 진실이란 것은 칙칙한 흙속에서 조차 밝게 빛나는 법이라, 어떻게든 숨기려 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자칫하다가는 무고한 소년, 해수가 죽어가게 생긴 지금과 같은 상황에 도망가는 것은 실질적으로 바보같은 짓이었다.


“목숨을 빚졌으면 갚을 생각이라도 해야지, 어찌 같은 사람으로서 저리 매정할까.”


*


“아버지, 왜 계속 숨기고 있어야 하는 거야? 해수는 죽어가는데, 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냐고.”


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저자의 외진 골목.


쫓기듯 달려나온 달래,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사람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 그곳에 닿고 나서야 거친 숨을 고른다.


어느덧 여유를 찾은 달래가, 아비를 향하여 따지듯이 묻는다.


“말했잖아. 우리 같이 천한 놈들은 귀족 놈들 싸움에 괜히 끼어들었다가 죽어나가기 십상이야. 고작 해수 그 아이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칠 수 있어.”


그러자, 달래는 울상이 되어선 중얼댄다.


그동안 마을 어른들은 늘 자신의 아이들에게 해수에 대하여 주의를 주고는 했다. 이유는 몰랐지만,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화를 내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었다.


달래 또한 다른 마을 아이들 처럼 마냥 그를 적대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보이지는 않지만 어렸을적부터 마냥 명확했던 규칙이었어서 그런지, 의문을 가진 적조차 없었다.


허나, 이제는 그 이유를 언뜻 알것만 같다.


다행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탈출의 그날, 가공할 만큼의 엄청난 힘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있던 해수가 기억난다. 흡사 서책에서만 보았던 승혈장군과 같은 모습을 띄는 것만 같았다.


물론, 귀한 집에서 해수와 같이 영웅의 운명을 지닌 자가 태어난다면, 집안과 국가의 경사이며, 천하를 다스릴 대장군의 미래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겠지만, 천민촌에서는 아니었다.


천하게 태어난 영웅은 끝이 좋지 않은 법이다.


일찍이 요절한 승혈 장군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은 물론 수많은 주위 사람을을 파괴시키기 마련이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은 그 불운의 씨앗이 자신에게 옮겨가는 것이 두려웠을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타고난 운명으로 평생의 행복을 잃어버리는 것은 너무나도 불공평했다. 타고난 신분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 만큼이나 기구한 것이었다.


괜시리 아무렇지 않게 무고한 동무를 따돌렸던 과거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치만 해수가 너무 불쌍하잖아. 저번날 저자에서도 그렇고, 평생 버림받기만 하니까...”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들에게 세상은 늘 부조리했다. 그렇다할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귀족에 눈에 들기라도 한다면 끌려가기 십상이고, 착취당하고 빼앗기는 것 또한 일상이었다.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의견이랄 것을 가지고 있는 것조차 금기시되어 왔다.


작위를 가지지 않은 채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태화루 조방꾼인 승냥이나, 농민 또는 상인들과는 다르게 돈, 땅, 인맥 중 단 한가지도 타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인현국 백성들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을 자처하는 자들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에겐 이런 일이 일상이었다.


해수 뿐만 아니라 괜히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자가 한두명이 아니니, 딱히 성을 낼 의지도, 이유도 없었다.


“어차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진실이 밝혀진다 해도 그 아이는 죽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라도 살자는 거야.”


그러곤 나지막히 덧붙였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해수, 그 아이, 어쩌면 600년 전에 사라진 흡혈귀를 부활시킬 방아쇠 일지도 모르잖아. 네 목덜미를 물었다며, 게다가 그 힘과 속도는...마을의 안좋은 일은 늘 그의 곁에서 일어나는 걸. 9년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을 덮쳐올 어두운 그림자는 어느새 가까히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을의 퍼진 모든 소문, 그리고 벽서가 해수를 살리기 위한 강손, 승냥 그리고 성휘의 작전이었을 뿐이란 사실을 말이다.


또한, 불운의 씨앗은 절대 스스로 꺼지는 법이 없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말이다.


작가의말

다음회면 드디어 해수 감옥 에피소드가 끝나겠네요...전개가 많이 지체되어 답답하셨던 분들 죄송합니다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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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6 엠새휜
    작성일
    20.12.31 13:41
    No. 1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와 있다니...(두근두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31 21:43
    No. 2

    또 어떤 어려움이 해수와 주변 사람들에게 벌어지게 될 지 기대해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레츄
    작성일
    20.12.31 15:26
    No. 3

    해수가 뜻밖의 코난행.... 그래도 시원한 전개의 전조가 보이니 좋네요 ^^ 해수와 작가님 둘 다 화이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31 21:54
    No. 4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이다 전개 노력할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1.01.01 17:40
    No. 5

    ^^ 좋은 글 잼있게 잘 보고 갑니다. 추천! 작가님 올해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길 기원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1.01.01 19:25
    No. 6

    늘 찾아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sun923님도 2021년 건필하시길~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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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7 2 10쪽
35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19 1 10쪽
34 [ 시즌 1 ] 33회 한심한 인간 +2 21.01.27 15 1 13쪽
33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7 1 9쪽
32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2 21.01.21 17 1 9쪽
31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4 21.01.16 23 2 11쪽
30 [ 시즌 1 ] 29회 군주의 길 +6 21.01.14 19 2 9쪽
29 [ 시즌 1 ] 28회 평행선 +7 21.01.12 24 2 9쪽
28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4 21.01.09 23 2 9쪽
27 [ 시즌 1 ] 26회 트라우마 +4 21.01.07 23 3 10쪽
26 [ 시즌 1 ] 25회 위태로운 평화 +4 21.01.05 27 3 9쪽
25 [ 시즌 1 ] 24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6 21.01.02 29 4 11쪽
»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6 20.12.31 43 4 9쪽
23 [ 시즌 1 ] 22회 목숨 빚-5 +6 20.12.29 27 4 9쪽
22 [ 시즌 1 ] 21회 목숨 빚-4 +6 20.12.26 35 4 9쪽
21 [ 시즌 1 ] 20회 버림받은 아이 +4 20.12.24 26 4 12쪽
20 [ 시즌 1 ] 19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8 20.12.22 31 5 10쪽
19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6 20.12.19 33 5 11쪽
18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6 20.12.17 29 5 9쪽
17 [ 시즌 1 ] 16회 덫-4 +9 20.12.15 33 4 11쪽
16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6 20.12.12 31 3 10쪽
15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8 5 9쪽
13 [ 시즌 1 ] 12회 덫-3 +8 20.12.05 44 5 9쪽
12 [ 시즌 1 ] 11회 새로운 태양 +6 20.12.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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