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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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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10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0.12.05 20:59
조회
42
추천
5
글자
9쪽

[ 시즌 1 ] 12회 덫-3

DUMMY

“ 대군 마마께서 흡혈귀에게 물리셨네. 그분은 곧 왕이 될 분이시야. 병약하고 망나니나 다름 없는 세자가 오래 버틸리, 만무하지 않은가. 허니, 반드시 고쳐야 하네. 그게 자네가 해야 할 일이야.”


강승희 대감의 제안은 생각보다 훨씬, 더 파격적이었다. 작위를 내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역시, 이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는 모양이다.


한때, 인현국의 경제는 한참 침체기에 머물러 있었다. 초대 군주이신 칠성대왕의 법도에 따라 500년도 넘는 세월 동안 나라의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완벽히 고립된 채 성장해 왔던 것이다. 인현국 밖에는 아직도 드글드글 한 흡혈귀의 창궐을 막기 위해서 라지만, 무역 없이, 그리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천운 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인현국 전체를 강타한 강력한 가뭄이, 바로 3년 전 여름에 닥쳤고, 일반 백성들은 물론 귀족들까지 굶어 죽을 정도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 맞아야 했다. 결국, 정부는 불가피하게 걸어 잠궜던 국가의 문을 활짝 열고, 600년동안 갈고 닦아왔던 인현국 특유의 금속 공예 기술을 이용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더랬다.


그 결과, 3년전부터, 아주 조금씩, 희미하게 흡혈귀의 그림자가 인현국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무역일에 종사하는 아주 극소수의 상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인데다가, 나라에서도 쉬쉬 하는 덕에, 흉흉한 소문으로만 남아 있었는데, 귀족이, 그것도 왕손이 흡혈귀에게 전염되다니. 있어서도, 아니, 감히 상상해서도 안될 일이었다.


대감의 말을 듣자하니, 잠시 무역 단속을 관리하러 항구에 나간 대군 마마 께서,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어느 뱃사공에게 공격당한 모양이었다. 다행히, 뱃사공은 현장에서 날카로운 은도로 사살되어 더한 감염을 막을 수 있었지만, 마마에겐 차마 그럴 수 없었던 모양이다.


대군은 현재 중전마마의 유일한 자식이다. 대감이 무능하다 칭하는 세자는 9년전, 주희의 부모와 함께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한 폐비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미와 그를 따르던 중신들이 모두 사라졌으니 이제 세자는 그저 이빨 빠진 호랑이일뿐, 허수아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게다가 허구헌날 기방에 다니며 유흥을 즐기니, 제왕의 자질은 더더욱 없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인지, 조정에서 날이면 날마다 회자되는 이야기가 바로 세자를 폐위해야 한다는 상소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지금으로써는 다음 왕위를 대군이 물려받게 되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할 수 있다. 조정의 중심인 강승희 대감을 필두로 한 외척과 든든한 지지세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천군만마라 이를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대군이 역병에 감염되었다니.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것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결국, 강승희 대감은 이 모든 일을 비밀에 부치고,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최근에 녹평국에서 들여온 소설 ‘흡혈귀뎐’에 그 답이 쓰여 있었다.


흡혈귀뎐은 반-흡혈귀, 즉 담피르의 능력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서술하고 있었다. 보통,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영생, 치유를 제외한 또 다른 강력한 힘 말이다. 그것은 바로 다른 흡혈귀를 치유, 즉 흡혈귀가 되기 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흡혈귀가 강력한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는 반-흡혈귀의 피를 아주 조금이라도 빨아들이게 되면, 그 힘은 물론이고 본능까지 잃게 된다.


해서 대감은 반-흡혈귀의 후손을 찾아 대군에게 바쳐 역병으로부터 치유될 수 있도록, 비밀 스러운 조사관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 평소 은밀한 심부름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승냥이 적합했던 것이고.


강승희 대감에 따르면, 인현의 백성들 사이에서 흡혈귀를 물리친 승혈장군이 초대 군주인 칠성과 같은 사람이 아니냐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떠돈다고 한다. 승혈 장군이 얼굴을 가로지르는 북두칠성 모양의 흉터를 가지고 있는 것 부터 해서 그의 능력 중 겹치는 것이 꽤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다른 언어로 쓰여져 다르게 해석된 것이 아니냐, 하는 추측 말이다.


만약 진짜 그들의 말이 맞다면, 대군에게 왕족의 피를 내어 준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셈인데, 그것이 어찌 쉽겠는가. 아무리 조정의 중심이라지만, 현재 모두의 집중이 향해 있는 세자를 건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상감이나, 그 위의 분들을 노릴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고.


허니, 초대 흡혈귀인 제강의 후손이자, 승혈 장군의 첫 정인이었던 ‘연’의 후손을 찾아야 했다. 그녀 또한 제강과 인간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담피르 이니 말이다. 흡혈귀뎐에 따르면 ‘연’ 또한 승혈과 함께 그들이 말하는 ‘서국’ 즉 녹평의 서쪽에 위치한 인현으로 자리를 옮겨 그를 도와 나랏일을 하였다 하니. 현재 인현의 귀족들 중에서 ‘연’의 후손이 있을 지 모르는 일이었다.


승냥은 인현의 모든 귀족들의 족보를 뒤져 ‘연’의 증거를 찾아야만 했다.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인현국이 그저 조그만 마을도 아니고. 모든 이의 족보를 꼼꼼히 뒤지는데는, 수년, 아니 수십년이 걸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애초에 그들 족보에 손을 대는 것 조차 엄청난 인맥과 선긋기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물론, 더불어, 그 후손을 찾기 전까지는 대군이 흡혈귀로 서라도 생을 연명할 수 있도록 피를 공급해 주어야 했다. 그 역할 또한 승냥의 임무 중 하나였다. 제물이 될 천민촌 출신 아이들을 찾아 그에게 바치는 것.


그토록 걱정했던, 인간성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깝게 지내던 이웃을 공격해야 하는 모진 작업이었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곧 자신 또한 귀족이 되어 떵떵 거리고 살 삶을 생각하니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군은 현재 역병에 감염된 이후 꼬박 3주째, 사가의 지하 감옥에 갇혀, 쫄쫄 굶은 채, 반-송장 상태로 생을 연명하고 있다 한다. 적절한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어떠한 행동도 위험했으니, 쉽사리 피를 공급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시라도 늦으면 큰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서둘러야 했다. 승냥의 첫번째 업무는 오늘 밤이 지나기 전, 대군을 위한 먹잇감을 사냥해 바치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소리 소문 없이 해내어야만 했다.


승냥은 믿을 만한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천민촌 근처를 기웃 거리며 사냥감을 몰색하고 있었다.


반-흡혈귀와는 다르게 순흡혈귀는 짐승의 피는 입에 대지도 않으며, 오직 사람의 피로만, 그것도 어리고 생기있는 이의 것을 탐하는 본능이 있으니, 반드시 어린 아이여야만 했다.


인현의 관군들은 대체로 귀족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승냥 처럼 돈 좀 꽤나 만지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당장의 식사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이들 사람들에게는 억울한 일이 생겨도 해결할 방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살인, 폭력, 강간등 강력 범죄가 일어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천한 놈들의 물고 뜯기는 상황따윈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승냥이 이리 스스럼 없이 납치란 중 범죄를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분명 엄청난 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틀림 없는데, 나라조차 신경쓰지 않는 이들이니, 죄책감 따위가 들리는 만무하고, 꼬리를 잡힐 걱정 또한 없으니, 그저 밤늦게 나와 피곤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 그들의 눈에 비몽사몽한채, 비틀 비틀 마당으로 걸어 나와 오줌을 누고 있는 열살 남짓의 어린 남자 아이가 보였다.


승냥은 이때다 싶어,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번쩍 들어올린다. 자신이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채, 아무 스스럼 없이 제 손으로 아이의 죽음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는 아이를 강승희 대감에게 넘기고, 흉측하게 변한 세자에게 건네고 아이의 뼈가 괴물에 손아귀에 으스러지는 것을 두눈으로 보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은 아주 큰, 강력한 덫에 걸려 버린 거라고.

어찌 생각하면 대군을 살림 으로서 나라를 구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승냥은 지금 어린 아이 하나와 그 가족의 삶을 처참히 무너뜨렸으며, 그 죄는 어찌해도 씻을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 동시에, 그 덫의 성질은 아주 유혹적이고 끈적거리는 것이라서, 승냥과 같은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저, 이번 또한 과거에 그랬던 것 처럼 눈 꼭 감고 기억 뒷편으로 넘길 뿐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 또한 이리 해서 살아남는다며 자기 위로를 해대며.


작가의말

오늘도 늦은 업로드 죄송합니다^^ 어째 토요일마다 까먹는지ㅠㅠ 꾸준하게 제시간에 올리시는 분들 존경해요 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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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4 난이.
    작성일
    20.12.05 23:40
    No. 1

    ㅎㅎㅎ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저도 가끔 까먹을 때가 있어요. 하기싫을 때도 많구요…ㅠㅠ 같이 힘내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06 10:26
    No. 2

    헉..댓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알림 설정이라도 해야겠어요 ㅋ 꼭 토욜에만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12.08 21:14
    No. 3

    ^^ 작가님 잼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추천!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09 10:46
    No. 4

    읽어주시고 추천까지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sun923님도 건필하셔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레츄
    작성일
    20.12.22 23:15
    No. 5

    허허 정황들이 점점 해수를 가리키고 있네요 ^^ ... 재미있게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23 21:12
    No. 6

    증거를 위한 기술이 딱히 없었던 과거에는 특히 조작 따위가 어렵지 않았을 것 같네요ㅠ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전봇대고양
    작성일
    21.01.15 11:03
    No. 7

    읽을때마다 느끼지만 조선풍에 흡혈귀물은 매력적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1.01.15 12:19
    No. 8

    매력적이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흡혈귀도 좋아하고 사극도 좋아하는 지라 어떻게 합쳐야 할까, 하여 생각해 낸 소설이거든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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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 시즌 1 ] 38회 짐승의 피 +3 21.02.04 18 3 10쪽
38 [ 시즌 1 ] 37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1 21.02.02 12 1 11쪽
37 [ 시즌 2 ] 36회 저 하늘의 별 +3 21.01.30 16 2 9쪽
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7 2 10쪽
35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19 1 10쪽
34 [ 시즌 1 ] 33회 한심한 인간 +2 21.01.27 15 1 13쪽
33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7 1 9쪽
32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2 21.01.21 17 1 9쪽
31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4 21.01.16 23 2 11쪽
30 [ 시즌 1 ] 29회 군주의 길 +6 21.01.14 19 2 9쪽
29 [ 시즌 1 ] 28회 평행선 +7 21.01.12 23 2 9쪽
28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4 21.01.09 23 2 9쪽
27 [ 시즌 1 ] 26회 트라우마 +4 21.01.07 22 3 10쪽
26 [ 시즌 1 ] 25회 위태로운 평화 +4 21.01.05 26 3 9쪽
25 [ 시즌 1 ] 24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6 21.01.02 28 4 11쪽
24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6 20.12.31 42 4 9쪽
23 [ 시즌 1 ] 22회 목숨 빚-5 +6 20.12.29 27 4 9쪽
22 [ 시즌 1 ] 21회 목숨 빚-4 +6 20.12.26 34 4 9쪽
21 [ 시즌 1 ] 20회 버림받은 아이 +4 20.12.24 25 4 12쪽
20 [ 시즌 1 ] 19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8 20.12.22 30 5 10쪽
19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6 20.12.19 32 5 11쪽
18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6 20.12.17 28 5 9쪽
17 [ 시즌 1 ] 16회 덫-4 +9 20.12.15 33 4 11쪽
16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6 20.12.12 31 3 10쪽
15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7 5 9쪽
» [ 시즌 1 ] 12회 덫-3 +8 20.12.05 43 5 9쪽
12 [ 시즌 1 ] 11회 새로운 태양 +6 20.12.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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