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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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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35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1.01.0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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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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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DUMMY

“저기, 해수 아니니?“


사실 사과나무 아랫집에 사는 그는 오래 전부터는 해수와 악연으로 엮여 있는 사이였다.


부인은 소싯적 양재현 나리의 노비였다. 주희 아기씨와는 간난이부터 함께 한 사이여서 그런지, 유난히 돈독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불청객처럼 찾아온 아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또한 그녀의 가문은 한때 몸을 나눌 정도로 사랑했던 아이의 아버지에 의해 멸문 되었다고 들었다.


물론, 자세한 전말은 이야기 하기 꺼려하는 바람에, 해수의 아비란 사람도, 그리고 그이가 정인을 배반한 이유도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허나, 그거 하나만은 분명했다.


해수는 부인에게, 마치 자신의 삶을 파괴한 악마와도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3년전, 어머님 마저 원인 모를 이유로 객사하고 모두가 해수를 탓하게 되자, 그 원한은 깊어만 같다.


이번 실종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마을의 골목대장이나 다름없는 아들놈은 시도 때도 없이 해수, 그 아이에게 시비를 걸기 바빴다.


공교롭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실종되어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차 모르게 되고 말았다.


자연히, 그 또한 다른 마을 사람처럼, 그동안 늘 그랬던 것 처럼, 해수를 탓했다.


아들놈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던 그가 복수를 한 것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 돌아보니, 그동안 아이를 가리키며 해왔던 모든 행동들이 무의미하게 생각된다.


예상과는 다르게 아들을 납치해간 진범은 해수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더 큰,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엮여 있었다.


모든 전말을 알고나니 그저 스스로가 멍청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뭐랄까? 선동당한 느낌이랄까? 모두의 시선이 해수 그 꼬마에게 집중되어 있는 사이, 정부의 높으신 분들은 힘 없고 우매한 그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무고한 꼬마에게 책임을 전과한 그들의 바보같은 행동 양식을 이용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빼앗기고 착취당하는, 이러한 끝없는 굴레로부터 천민촌 백성들을 구원해 준 것은 다름아닌 그저 모두의 욕짓거리일 뿐이었던 어린 소년, 해수였다.


진작에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그는 용감하게 전장 속으로 뛰어들어 아이들을 구했고, 스스로를 희생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를 위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두려웠던 것이다.


괜히 나섰다가, 그저 혼자 죽어나가는 것은 아닐까. 그저 스스로의 안위에 눈이 멀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기적처럼 아이는 풀려났다.


어쩌면 불운의 상징이었던 그는 하늘의 도움을 받는 신성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백성을 위해 나서 준 것으로 모자라, 어린 아이의 몸으로 흡혈귀를 물리치고, 이번에는 개미지옥과 다름없다는 철해관에서 무사히 빠져나오지 않았는가. 게다가 소문으로는 아무런 상처 조차 입지 않았다고 했다.


어찌됐든, 그가 해수를 배척할 이유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3년전 아버님이 돌아가신 사건부터 하여, 그저 그들의 눈먼 삿대질이었을 뿐이란 사실을,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주희의 죽음이며, 그의 아버지까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기는 했지만, 마을 아이들을 구한 영웅에게 기억나지도 않을 시절의 잘못까지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였다.


왜인지 흙바닥에서 꼼짝 않고 쭈그려 있던, 비단옷 차림의 그에게 다가간 이유 말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긴가민가 했었다.


철해관에서 풀려난 이후, 행방이 묘연해 졌다기에, 그저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 갔으려니, 상상했는데, 비단옷이라니. 그리고 누군가의 호위를 받는 모습이 마치 영락 없는 양갓집 도령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흙바닥에서조차 밝게 빛나는 그 눈빛은 감히 숨길 수 없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다가갔을 뿐인데, 아이는 계속해서 안절부절 하며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 마냥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호위무사로 보이는 그 사람또한 어찌할줄 몰라 우왕좌왕 될 뿐이었다.


“해수를 아시오?”


“그저 같은 마을에 살아 오며 가며 본 사이 이지요.”


“그러면, 아이가 왜 이러는지 혹, 아시오? 평소에 공황 발작이라든지, 간질이라든지, 병증을 가지고 있었소?”


호위무사의 질문에 그는 그저 얼버무릴 뿐이었다.


해수가 평소에 병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지만, 아이가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이유를 모르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두 자신 때문이었다.


3년전, 저자에서 마을 장정들에게 당한 기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날 일은 가해자인 자신이 보기에도 제법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으니 말이다.


모두가 해수를 죽이려 혈안이 되어선, 그 조그만 등짝을 구타하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큰 돌 또는 낫과 같은 무기를 내리 찍는 행동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것도 성인 남성 여섯이서, 아이 하나를.


어찌 보면 살아남은 것 조차 천운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런 일을 겪은 장소에서 멀쩡할 수 있는 꼬마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저 씁쓸한 마음에 아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일으켜 주었다.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더는, 이곳 사람들이 너를 해칠 일은 없을 거라고. 그 모든 악몽은 끝난 것이고, 우리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그저 망설이던 해수 또한 서서히 고개를 들어 그에게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마치, 모두 이해했다는 듯이.


거친 숨을 고르고, 옅은 미소를 띄는 꼬마의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 보였다.


*


“먹을 만 혀?”

사과나무집 아저씨는 해수, 그리고 형선을 이끌고 주막으로 향했다.


주막 아주머니는, 해수로 인해 자신의 아이를 지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사람이었다. 흡혈귀 사건 당시, 납치되어 있던 외동 아들의 어미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작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밀어내기 바빴던 아이에게 돈조차 받지 않고 고깃국을 대접해 주었다.


해수는 그저 얼떨떨한지 계속해서 눈치를 볼 뿐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거야? 없어졌다기에 걱정 많이 했잖아.”


여전히 떠는 기색을 멈추지 못하고 제대로 된 답을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해수를 대신해 형선이 입을 열었다.


“해수는 잘 지냅니다. 당분간은 저희 쪽에서 책임지기로 했어요. 워낙 상황이 상황인지라..”


형선이 딱 잘라 냉담하게 답했다.


조금 전부터 해수의 행동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평소에 사람 관계에 있어서 눈치가 지지리도 없는 그였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너무나 명확했다.


뭐랄까, 해수가 다소 억압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어제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과하게 꺼리는 경향이 있어 의심은 했다만, 뭔가 이상했다.


마치 학대 당하며 살아온 아이마냥.


세자와 서책을 읽으며 대화할 때와는 너무나도 달라 보였다.


그러곤 불편한 정적이 흘렀다.


그들 또한 해수의 두려움을 눈치챘는지 점차 말을 꺼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비로소 해수가 말을 꺼냈다.


“그런데...강손이 형 어디있는지 아세요? 이 시간쯤 저자에 나와 있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자, 주모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나야 모르지.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조방꾼 나리도 그렇고 어디 가기라도 했는지..”


갑자기 사과 나무 집 아저씨가 끼어들어 말하기 시작했다.


“혹시 어디 끌려 간거 아녀?”


“끌려가다뇨, 왜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의기소침 하던 해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니, 어제부터 달래네 도 그렇고, 무려 네집이 관군들이 쳐들어오더니 터무니 없는 이유로 끌려 가더라니까! 빚을 갚지 못한 모양인데, 솔직히 요 근방은 찾는 사람도 없어서 땅세 안받은지도 꽤 되었는데, 이상하잖아.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들 모두 이번 흡혈귀 사건하고 어떻게든 관련이 있더라구.”


그러곤 덧붙였다.


“그래서 혹시 모르지. 그 양반들도 해수 너랑 가족과도 다름 없는 사이이니, 입을 막으려는 겐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해수는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달려갔다.


형선은 뒤늦게 그를 따라가며 더한 사건과 엮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대체 강승희 대감이 무슨 속셈인지, 어떤 생각으로 목격자들을 제거하려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더이상은 세자와 관련 없길 바랄 뿐이다.


그 양반하고 핏대 세우는 것은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더는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바램과는 다르게 대전쟁의 서막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해수는 자신에게는 유일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승냥 그리고 강손을 위해서라도 어둠과의 끝없는 싸움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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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 시즌 1 ] 38회 짐승의 피 +3 21.02.04 19 3 10쪽
38 [ 시즌 1 ] 37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1 21.02.02 13 1 11쪽
37 [ 시즌 2 ] 36회 저 하늘의 별 +3 21.01.30 17 2 9쪽
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8 2 10쪽
35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20 1 10쪽
34 [ 시즌 1 ] 33회 한심한 인간 +2 21.01.27 15 1 13쪽
33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8 1 9쪽
32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2 21.01.21 18 1 9쪽
31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4 21.01.16 23 2 11쪽
30 [ 시즌 1 ] 29회 군주의 길 +6 21.01.14 20 2 9쪽
29 [ 시즌 1 ] 28회 평행선 +7 21.01.12 24 2 9쪽
»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4 21.01.09 24 2 9쪽
27 [ 시즌 1 ] 26회 트라우마 +4 21.01.07 23 3 10쪽
26 [ 시즌 1 ] 25회 위태로운 평화 +4 21.01.05 27 3 9쪽
25 [ 시즌 1 ] 24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6 21.01.02 29 4 11쪽
24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6 20.12.31 43 4 9쪽
23 [ 시즌 1 ] 22회 목숨 빚-5 +6 20.12.29 28 4 9쪽
22 [ 시즌 1 ] 21회 목숨 빚-4 +6 20.12.26 35 4 9쪽
21 [ 시즌 1 ] 20회 버림받은 아이 +4 20.12.24 26 4 12쪽
20 [ 시즌 1 ] 19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8 20.12.22 31 5 10쪽
19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6 20.12.19 33 5 11쪽
18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6 20.12.17 29 5 9쪽
17 [ 시즌 1 ] 16회 덫-4 +9 20.12.15 33 4 11쪽
16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6 20.12.12 32 3 10쪽
15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8 5 9쪽
13 [ 시즌 1 ] 12회 덫-3 +8 20.12.05 44 5 9쪽
12 [ 시즌 1 ] 11회 새로운 태양 +6 20.12.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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