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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28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0.12.12 18:04
조회
31
추천
3
글자
10쪽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DUMMY

가끔 항구를 오가는 상인들로부터 흡혈귀라는 존재에 대해 언뜻 들어본적이 있었다.


사람을 훨씬 능가하는 힘과 어둠을 다스리는 미지의 존재.


어린 해수에겐 마냥 신기하게만 다가왔었다. 마치 동화속에 가끔 나오곤 하는 매력적인 약점을 가진 주인공쯤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실상은 그 정반대 였다.


어둠을 아우르며 살아가는 그의 삶은 신비로움으로 설명하기엔 거리가 있었다. 마치 관속에 썩어가는 시신 처럼 창백하고 구더기가 잔뜩 달라붙어있는, 역겨운 피부와 온몸이 성한데 없이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초점 없는 눈동자는 의미심장한 붉은 빛을 자랑했고, 유난히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와 손톱은 소름돋을 정도였다.


위태롭던 자물쇠가 산산조각 나고, 창고로 향하는 문이 덜커덕 거리며 열리는 그 순간, 처참한 몰골의 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승냥이 요며칠간 마을 아이들을 납치한 가장 유력한 이유이자, 해수가 그들을 무사히 구출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장애물이기도 했다.


천지를 흔들기라도 할듯 엄청한 괴성을 내지르는 그에 아이들은 잔뜩 겁을 먹곤 울먹이며 뒷걸음쳤다.


해수에게도 두려운 마음이 전혀 없었다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 또한 그래봤자 9살 어린 소년일 뿐이었고, 사람을 산 채로 뜯어먹는 괴수와 맞닿뜨린 것은 처음이었니 말이다.


허나, 지금 이 순간, 아이들과 자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것은 해수, 본인 밖에 없었다.


무작정 겁을 먹어 얼어붙고 만다면 모두가 이곳에서 처참하게 살해될 것이고, 뒤늦게 돌아온 조방꾼 나리 또한 어떻게 될 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했다.


어떻게든, 비굴하게 꽁무니 빼고 도망가는 일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 나가야 했다.


하지만 그런 해수의 마음가짐이 무색하게, 괴수는 무서운 속도로 그들에게 달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난히 머뭇대던 달래가 그에게 제압당하고 만다.


그 순간, 해수의 마음 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오갔다. 그저 이미 당한 달래를 버려두고 남은 아이들이라도 챙겨 도망가야 하는 걸까. 과연 그것 만이 지금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걸까?


허나,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아무리 응급한 상황이라 하나, 그녀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고, 형제일 테니까. 이유가 어찌됐든 자기 자신만을 위해 마을 아이들을 바친 조방꾼 나리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스스로가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해서, 겁없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인 법이라고.


사냥을 위한 별다른 도구가 존재하지 않는 지금, 해수가 괴수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그 또한 짐승이 되어야 했다.


해수는, 그의 등에 매달려, 목덜미를 아주 세게 깨물었다. 동맥을 끊어 놓기 위해서였다.


물론, 9살 짜리 소년의 무모한 공격은 이 전지전능한 괴물에게 어떠한 타격도 줄 수 없었다. 열댓명의 장정마저 힘 들이지 않고 제거해내는 그에게 해수는 그저 성가신 피라미 새끼일 뿐이었다.


괴수는 해수를 벽 쪽을 향해 거칠게 던졌다.


쾅.


순간적으로 너무 세게 맨땅에 고꾸라지는 바람에 어깨와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입가에 비릿하게 맴도는 향과 함께 이마와 광대 쪽으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정신이 반쯤 나가 휘청거리는 그 순간에조차 해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어떻게든 큰 일은 막아보려 버둥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꼬마 영웅에게 잔뜩 겁을 먹어 오줌을 지리는 어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던 그때, 철철 흐르던 해수의 피를 의식했는지, 갑자기 괴수가 뒷걸음 치기 시작했다.


뚝뚝 떨어지는 한 방울 한 방울이 아이들 주위로 결계를 치며 보호막이 되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괴수는 아이들을 포기하고 먼저 그곳을 벗어나기로 마음먹는다.

꼭 이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이 갑갑한 오두막 밖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다양한 먹잇감들이 가득했다. 혼인 안한 처녀부터 갓난 아이, 또는 나이 지긋한 노인들까지. 갓가지의 향취가 온몸을 감싸며 그를 유혹한다.


그렇게, 해수는, 아이들은 살 수 있었다. 기적적으로.


사람의 피를 먹이로 삼으며 살아가는 그가 어찌 하여 해수의 것에는 그저 겁을 먹은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런 사소한 사실을 따지고 있기에는 마냥 혼란스러운 상황이기도 했고.


해수는 그저 잔뜩 쪼그라 들었던 심장을 애써 진정 시키며 거친 숨을 내쉴 뿐이었다.


물론, 평소의 해수라면 당장 괴수를 쫓아가 더한 희생자를 막으려 어떻게든 애를 쓸 테지만, 지금 당장은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갑자기 긴장이 풀리는 탓에 온몸이 축 늘어져 발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울 정도이니 말이다. 머릿속으로는 탈출해 버린 괴물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지만, 어차피 그저 9살 소년일 뿐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그 순간, 갑자기, 붉은 핏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달래의 목덜미가 눈에 들어왔다.


아까전, 습격을 당할 당시 살짝 긁힌 모양이었다. 물론, 역병의 균이 들어갈 만큼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눈에 들어왔다.


심장이 갑작스럽게 미친듯이 뛰었다. 두근거리는 그녀의 핏줄이 해수의 온 정신을 집중시켰다.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해수는 그러고 무려 몇분이나, 달래의 목덜미로부터 눈길을 뗼 수가 없었다.


뭐랄까, 온정신과 영혼이 한마음으로 외치는 듯 했다.


‘어서 달려들어, 그리고 물어 뜯어.’


소름돋았다.


이제야 모든 것이 마치 퍼즐 처럼 맞춰지는 듯 했다. 마을 사람들이 그를 유독 싫어하고 고립시켰던 이유. 유난히 별났던 힘과 속도. 그리고 붉은 눈동자까지.


어쩌면 해수, 그는 사람이 아닐 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차마 다른 생각 따윈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피 한방울이 해수의 모든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러곤 비로소 마음 먹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해수에겐 이 끌림을 거부할 수 있는 힘 따위는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 아주 조금. 그래봤자 조그만 컵에 얕게 담길 만큼의 핏방울을 천천히 빨아들였다.


그순간, 온몸으로부터 느껴본적 없는 묘한 힘이 마구 분출되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눈은 붉게 충혈됐다.


애써 몸을 일으켜 보니, 날카롭게 솟아 있는 손톱이 눈에 띄였다.


그러곤 본능적으로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체 썩는 냄새가 느껴지는 곳으로.


탈출한 흡혈귀가 일으킬지 모르는 소동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작은 영웅은 길을 나섰다.


*


동이 채 뜨지 않은 이른 아침. 아직 주변이 꽤나 깜깜한데도 불구하고 시장통 이곳저곳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찍이 일에 나선 장사치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바쁘게 이곳 저곳을 오가는 강손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정오가 되서야 겨우 몸을 일으키던 그들이 일찍이 집을 나선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다.


해수가 사라졌다.


한 한시진쯤 전이었던가. 강손은 갑자기 밀려들어온 유난히 찬 기운에 의해 거친 기침을 하며 잠에서 깨어났었다. 그런데 방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게다가 바로 옆에서 자고 있었던 해수는 보이지 않고, 그 신마저 사라졌으니,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물론, 처음에는 당연히 변소에 갔겠거니, 짐작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봐도, 기웃거려봐도 뒷 꽁무니는 커녕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직접 무거운 몸을 일으켜 변소로 향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대문을 나서는 발자국을 발견한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뒷산 아지트부터 해서 저자와 태화루, 거기에 항구까지 모두 뒤져 봤지만 소용 없었다.


대체 해수는 무슨 마음으로 이 밤늦게 집을 나선 걸까.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길래, 이리 자신을 걱정하게 만드는 걸까. 혹시 이미 누군가에 의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불안한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하지만 그때, 뜻밖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흡혈귀였다. 그것도 비단옷에 흉배까지 갖춘.


창백한 피부에 온통 헝클어진 머리, 넋이 나간듯한 표정과 칠칠맞게 계속해서 흘리는 엄청난 양의 침. 썩어 들어가는 그 피부에서 역겨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괴물일지, 사람일지 모르는 것은 시장통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닥치는 데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곳은 혼란에 도가니가 되고 말았다 어떻게든 도망을 치는 이들과 궁금증에 다가가는 이들 탓에 혼잡해 진 것이다.


그리고 잠시후.


강손이 밤새 미친 듯이 찾던 주인공이 눈에 들어왔다.


해수였다.


그것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채, 9년만에 처음으로 손톱과 이를 세우며, 반짝이는 붉은 눈과 함께 괴물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아침 해가 떠오름에 따라, 해수의 그 길고 흉측한 손톱이 괴물의 심장을 가격한다.


괴물은 천지를 뒤흔드는 마지막 포효를 내지르며 회색빛 감도는 재가 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마을의 욕받이 였던 9살 어린 소년이 모두를 구한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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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12.12 18:52
    No. 1

    ^^ 작가님 좋은 글 잼있게 잘 보고 갑니다. 추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13 09:56
    No. 2

    늘 찾아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난이.
    작성일
    20.12.13 14:10
    No. 3

    전 왜 해수가 늑대인간인줄 알고있었을까요 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13 20:25
    No. 4

    ㅋㅋ늑대 언급이 많기는 했죠..찾아보니까 벰파이어도 늑대, 박쥐, 까마귀와 관련이 있더군요. 갈릴 소지가 있기는 한 거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레츄
    작성일
    20.12.22 23:29
    No. 5

    역시 흡혈귀는 흡혈귀가 ^^ 이젠 좀 사람들이 해수를 좋게 봐줬으면 좋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23 21:14
    No. 6

    네ㅠㅠ짠내만 주는 작가가 나쁜 놈이죠 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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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0회 수정했습니다! 20.12.09 17 0 -
공지 세계관 정리 +2 20.12.09 37 0 -
39 [ 시즌 1 ] 38회 짐승의 피 +3 21.02.04 19 3 10쪽
38 [ 시즌 1 ] 37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1 21.02.02 12 1 11쪽
37 [ 시즌 2 ] 36회 저 하늘의 별 +3 21.01.30 17 2 9쪽
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7 2 10쪽
35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19 1 10쪽
34 [ 시즌 1 ] 33회 한심한 인간 +2 21.01.27 15 1 13쪽
33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7 1 9쪽
32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2 21.01.21 17 1 9쪽
31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4 21.01.16 23 2 11쪽
30 [ 시즌 1 ] 29회 군주의 길 +6 21.01.14 20 2 9쪽
29 [ 시즌 1 ] 28회 평행선 +7 21.01.12 24 2 9쪽
28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4 21.01.09 23 2 9쪽
27 [ 시즌 1 ] 26회 트라우마 +4 21.01.07 23 3 10쪽
26 [ 시즌 1 ] 25회 위태로운 평화 +4 21.01.05 27 3 9쪽
25 [ 시즌 1 ] 24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6 21.01.02 29 4 11쪽
24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6 20.12.31 43 4 9쪽
23 [ 시즌 1 ] 22회 목숨 빚-5 +6 20.12.29 27 4 9쪽
22 [ 시즌 1 ] 21회 목숨 빚-4 +6 20.12.26 35 4 9쪽
21 [ 시즌 1 ] 20회 버림받은 아이 +4 20.12.24 26 4 12쪽
20 [ 시즌 1 ] 19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8 20.12.22 31 5 10쪽
19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6 20.12.19 33 5 11쪽
18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6 20.12.17 29 5 9쪽
17 [ 시즌 1 ] 16회 덫-4 +9 20.12.15 33 4 11쪽
»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6 20.12.12 32 3 10쪽
15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8 5 9쪽
13 [ 시즌 1 ] 12회 덫-3 +8 20.12.05 44 5 9쪽
12 [ 시즌 1 ] 11회 새로운 태양 +6 20.12.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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