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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19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0.12.17 08:29
조회
28
추천
5
글자
9쪽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DUMMY

믿을 수 없었다.


해수가 사람을 죽이다니. 뭐, 차마 사람이라 할 수 없는 형상의 괴수였지만.

늘 품안에 어린 아이였을 뿐인 그가, 흡혈 요괴를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 되다니.


처음에는 눈 앞에 펼쳐져도 믿을 수 없는, 마치 신기루와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니, 어쩌면 해수가 태어나기도 부터 전해져 있던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강손이 13살쯤 되었을 해 였나.

맞아, 주희 누나가 원인 모를 이유로 객사한 그 때쯤 이었을 거다.


흡혈귀뎐 이란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북두칠성 모양의 흉터를 가지고 있는 반-흡혈귀 영웅. 태어나자마자 제 아비를 잡아먹고, 후에는 자신을 버린 마을 사람들을 구했더랬지.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허나 요괴의 힘을 지니고 있어 신이라 불리었던 사내.


어떻게 이렇게 해수의 이야기와 꼭 들어 맞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래서 였을 거다.


모두가 해수를 죽이자 하였을때, 강손 홀로 그의 편을 들었었다. 바로 흡혈귀뎐에 나온 이야기 덕분이었다. 혹시나 후에 그가 모든 이들을 구원할 영웅이 되지는 않을까, 막연한 꿈을 꿨었다.


물론, 아이가 자라며 그 생각은 조금씩 변했지만 말이다.


해수는 신이 아닌 완벽한 사람의 아이였다. 어찌보면 조금 연약한. 상대의 눈길을 심히 두려워 하고 또 가끔은 소심한 면도 보이는. 그저 부서지기 쉬운 어린 남자 아이일 뿐이었다.


그가 전설속에서나 나오는 영웅일 거란 생각은 그날 이후로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허나, 막상 이렇게 된 이상, 이제는 알것만 같다.


해수란 존재의 이유를. 그리고 앞으로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마지막으로, 그를 버린 사람들을 절대로 복수하지 않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되돌아 생각해보면, 결국 역사속에나 나오는 영웅들 또한 생전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을 테니. 해수 또한 진흙탕에서 시작한 이 어두운 인생을 어찌 끝맺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괴수가 소년에 의해 먼지가 되어 사라지자 마자, 사방으로 마을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다.


살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어린 아이가 자신을 구했다는 놀라움과 앞으로 펼쳐질 영웅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악마의 자식이라며 외면하고, 또 배척했던 사람들이 어느새 금세 돌아서 그를 얼싸앉고 있었다.


그때 해수의 표정이란.


마치 곁에서 지켜만 보던 강손의 마음 또한 절로 행복해 지는 기분이었다.


희미하게 띈 미소 사이로 흘러내리는 눈물 한방울이 그동안의 서운함을 모두 해소해 주고 있는 듯 했다.


무겁게 내쉬는 숨 한마디 한마디에 행복감이 묻어나왔고, 그제서야 제대로 마주한 마을 사람들의 눈빛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듯 했다.


어렸을때는 마냥 해수의 요괴 다운 본능을 잠재우려 그리 노력했건만. 어쩌면 영웅의 길을 열어주는 법은 그 운명을 그저 두려워 하는 것 보단, 주어진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인지도 몰랐다. 또다시 제 모습을 드러낸, 9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해수는 웃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허나, 그 잠시의 행복 조차 결코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관군들이 들이닥쳐 그를 어디론가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아는 이도, 설명해 주는 이도 없었다. 그저 혼비백산이 된 사람들 틈으로 해수의 존재는 마치 연기처럼 증발해 버렸을 뿐이다.


단지, 한가지 의심되는 점이 하나 있기는 했다.


괴수는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어째서 갑자기 저자 한복판에 그러한 흡혈 요괴가 나타난 건지, 고작 9살 짜리 꼬마가 그러한 괴수를 단숨에 해치울 수 있었는지는 알 지 못했다.


그저 확실한 것 하나는.


인현국에서 해수, 그리고 강손과 같은 일반 백성이 비단옷을 입은 자를 공격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 뿐이었다.


강손은 걱정되는 마음에 미친듯이 뛰는 심장을 애써 부여잡곤 집을 향해 뛰어갔다.


아버지는 뭔가 알지도 모른다. 발 넓은 조방꾼 이니까. 지금까지 수도에서 일어나는 일 중 아버지의 손아귀에 벗어나는 것은 단 한개도 없었다. 분명 흡혈 요괴에 대해서도, 해수에 대해서도 뭔가 알고 있을지 몰랐다.


“아침부터 어딜 나간 게냐?”


놀랍게도 아버지는 비몽사몽한 채로, 저자에서 일어난 소동은 상상조차 하지 않은채, 구들장에 앉아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아..아버지..해수가 잡혀갔어요...저자에..뭔 흡혈 요괴가 나타나서.”


강손은 거친 숨을 애써 고르며 혼란스러운 생각을 입에 담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게 말하거라. 흡혈 요괴라니?”


“아니, 저자에 갑자기 흡혈 요괴 비슷한 괴수가 등장하더니,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피투성이가 된 해수가 나타나 그를 한손에 베더니, 곧 관군들이 도착해 해수를 잡아갔어요. 저도 뭐가 뭔지..혼란 스러울 따름 이에요.”


그러자, 아버지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채,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강손은 어리둥절 한채, 그런 그를 따라갔다.


승냥에 있어서 인생의 새로운 막이 펼쳐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한 게야? 게다가 마마를 죽인 그놈은 바로 네 노비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승냥이 강손의 말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간 곳은 다름아닌 강승희 대감의 저택이었다.


분명 대감이 이렇게 큰 실수를 한 승냥을 그냥 내버려 둘 리는 없었다. 직위를 내걸만큼 중요한 임무였으니, 실패의 끝은 죽음, 아니면 납치. 그 둘 중 하나겠지.


변명이라도 내걸 려면 당장 만나 봐야 했다. 그래야 어떻게든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아니, 그럴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겠지. 위험을 마냥 회피하게 되면 어느샌가 다가와 있는 것이 칼끝인 법이니 말이다.


대군이 탈출하다니.


분명 철저히 보초를 세워 두었었다. 그것도 믿을 만한 놈으로. 괴수는 물론 쥐새끼 하나 통과하지 못하게 하라고 그리 당부했다. 그저 머리가 복잡할 따름이다. 이런 변수가 생길 줄은 차마, 상상치도 못했다.


해수, 그 아이 일까? 대군을 풀어 준 것이?


일리 있는 추측이었다. 대군을 죽인 자가 바로 그 아이 라고 하니, 자신이 벌여 놓은 판을 스스로 정리하려 했는지 모른다.


허나 대체 왜,


대군을 노리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닐테고, 흡혈 요괴는 물론 마을 아이들을 납치하는 일까지. 해수에게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는데, 앞뒤가 맞지 않았다.


게다가 그 조그만 꼬마가 거대한 괴수를 홀로 상대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간난 아이때는 그렇다 치고, 크고 난 후부터는 단 한번도 힘을 드러낸 적이 없었는데. 그동안은 그저 잃어버렸을 것이라 추측한 본성이 깨어나다니.


두렵다.

그 놈은 고작 6개월의 나이에 제 어미를 물어죽인 괴물이다.


어쩌면 그가 돌봐야 했던 대군을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놈을 한 손에 처단했다 하니 말이다.


헌데, 그런 아이를 지금까지 한껏 굴리며 주희의 죽음에 대한 원망을 쏟아 부어 왔으니.


앞으로 그 아이가 어떻게 복수를 하려 들지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대군을 탈출시켰다는 의미는, 그 속에 있는 아이들 또한 빼내 왔다는 의미인데. 혹시나, 해수가 입이라도 열면, 마을 사람들의 원망이 모두 승냥, 자신에게 쏟아 질 것이 분명했다.


강승희 대감은 물론 이리저리 미꾸라지 처럼 빠져나가, 9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살아남을 테고, 결국 이번 사건의 유일한 가해자는 승냥이 되겠지. 혼자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셈이다.


뭐, 따지고보면 죽음이 마땅한 악독한 범죄였던 것은 틀림 없으나,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대감의 강요를 그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래, 승냥은 그저 대감의 피하지 못할 덫에 운 나쁘게 걸려 든 것 뿐이다. 그가 잘 못한 것은, 따지고 보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직위를 거부하지 못했을 뿐이고, 죽음이 두려웠을 뿐이다.


“그러면..이제 어떻게?”


승냥은 잔뜩 긴장한채, 말을 더듬으며 묻는다.


강승희 대감에게는 변명은 커녕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쓸모 없어진 심부름 꾼은 제거하는 것이 깔끔하기도 하고.


대가는 바라지도 않으니, 부디 무사하게 이 방을 나갈 수 있기를.


“자네와의 모든 계약은 파기하네.”


강승희 대감은 냉정하게 중얼거리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계약 파기가 전부라니. 그러면 물론 강승희 대감에게 또한 위험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의미겠지. 더이상 입을 막을 필요가 없다는 희소식 이기도 했고.


“그리고 해수, 그 아이. 아마 죽을 걸세. 세자와 엮어 능상을 어긴 역적으로 밀어붙일 생각이니까. 자네 또한 노비 하나 쯤은 없어져도 아무 상관 없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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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4 난이.
    작성일
    20.12.17 21:54
    No. 1

    이쯤되면 대군의 입장도 들어봐야....? ㅋㅋㅋㅋㅋㅋ 많이 억울하겠네요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17 23:13
    No. 2

    그러게요 ㅋㅋ 나름 고귀한 신분인데 악독한 작가 때문에 물어뜯기다가 퇴장해 버렸죠 ㅋㅋ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12.18 17:48
    No. 3

    ^^ 작가님 좋은글 잼있게 잘 읽고 갑니다. 추천! 건필하십쇼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19 10:13
    No. 4

    늘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레츄
    작성일
    20.12.22 23:39
    No. 5

    승냥입장에서는 일이 너무 잘풀리네요. 곱게 파기할 사람이 아닐것 같은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보엠
    작성일
    20.12.23 21:16
    No. 6

    잘풀리지 않는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일이라는...그래도 전 승냥이 영 마음에 안드는군요 ㅋㅋ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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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 시즌 1 ] 37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1 21.02.02 12 1 11쪽
37 [ 시즌 2 ] 36회 저 하늘의 별 +3 21.01.30 16 2 9쪽
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7 2 10쪽
35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19 1 10쪽
34 [ 시즌 1 ] 33회 한심한 인간 +2 21.01.27 15 1 13쪽
33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7 1 9쪽
32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2 21.01.21 17 1 9쪽
31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4 21.01.16 23 2 11쪽
30 [ 시즌 1 ] 29회 군주의 길 +6 21.01.14 19 2 9쪽
29 [ 시즌 1 ] 28회 평행선 +7 21.01.12 24 2 9쪽
28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4 21.01.09 23 2 9쪽
27 [ 시즌 1 ] 26회 트라우마 +4 21.01.07 22 3 10쪽
26 [ 시즌 1 ] 25회 위태로운 평화 +4 21.01.05 27 3 9쪽
25 [ 시즌 1 ] 24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6 21.01.02 28 4 11쪽
24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6 20.12.31 42 4 9쪽
23 [ 시즌 1 ] 22회 목숨 빚-5 +6 20.12.29 27 4 9쪽
22 [ 시즌 1 ] 21회 목숨 빚-4 +6 20.12.26 35 4 9쪽
21 [ 시즌 1 ] 20회 버림받은 아이 +4 20.12.24 25 4 12쪽
20 [ 시즌 1 ] 19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8 20.12.22 31 5 10쪽
19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6 20.12.19 32 5 11쪽
»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6 20.12.17 29 5 9쪽
17 [ 시즌 1 ] 16회 덫-4 +9 20.12.15 33 4 11쪽
16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6 20.12.12 31 3 10쪽
15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8 5 9쪽
13 [ 시즌 1 ] 12회 덫-3 +8 20.12.05 44 5 9쪽
12 [ 시즌 1 ] 11회 새로운 태양 +6 20.12.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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