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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36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1.01.1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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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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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DUMMY

한편 그로부터 반시진쯤 후.


더이상 뒷산 오두막에서 확인할 것이 없어진 해수와 형선은 찜찜한 마음을 안고, 다시 저자를 향해 내려오던 중이었다.


숲의 끝자락쯤 되었을 무렵, 해수 또래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열씩 나뉘어 전략이라도 짜는듯 머리를 맞대고 있는 장면 하며, 저마다 손에 쥔 허접한 무기들로 보아, 전쟁놀이라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형선은 미소를 지으며 해수에게 손짓했다.


“저기 친구들 아니야? 가서 함께 놀지 그래? 걱정마, 시간은 아직 있으니까.”


하지만, 왜인지 해수는 또다시 순식간에 얼어붙고 말았다.


뭐랄까,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면서도, 동시에 익숙한 듯 해탈한 표정에 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까 전, 저자에서도 그렇고, 어른들과의 대화에서 눈에 띄게 움츠러든 몸짓에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정도는 눈치챘지만, 마을 아이들에게까지 거리를 둘 줄은 몰랐다.


대체 지금까지 해수는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리 목숨을 위협하는 칼날 앞에서도 당돌했던 아이가 이토록 겁에 질릴 수 있단 말인가.


쉽사리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해수는 형선의 옷소매를 꽉 쥐고는 반대편 길로 애써 이끌었다.


고개를 숙이고, 아무도 모르게 그 장소를 피하려던 순간이었다.


“어 저기 짐승새끼 아니냐?”


그래봤자 열살 남짓 해 보이는 꼬마 입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험한 말에 형선은 그저 당황할 뿐이었다.


사람에게 짐승새끼라니.


저번날 철해관에서 본 심상치 않았던 능력 때문인 걸까?


아무리 상처를 입혀도 절대 다치지 않는.


지난 며칠동안 아이와 가깝게 지내며 까맣게 잊어버린 점이기는 했지만, 분명히 뭔가 특별하기는 했다.


아주 가끔, 그래봤자 100여년 만에 한번 쯤, 왕족 중에서는 칠성 장군의 힘을 일부 이어받은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한다고 들었다.


현재 성휘의 할아버님인 선대왕 또한 일반 늑대를 부릴 줄 알았다고 하니, 어쩌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


단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니, 하늘의 운명인 죽음까지 거스르는 그 힘의 크기가 도저히 가늠이 안될 뿐이다.


어쨌던 간에, 신의 피를 물려받지 않은 일반 사람들에게 해수가 괴물로 비춰지는 것은 당연하겠지.


지금까지 해수는 어쩌면,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갈등하며 스스로를 고립시켜 왔을 지도 모른다.


뛰어나게 태어난 천인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제라도 세자의 품으로 돌아와 얼마나 다행인지도 모른다.


해수는 분한듯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들을 무시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어느덧 가깝게 다가온 덩치 큰 아이 하나가 멱살을 잡아 흔들며 비아냥 거렸다.


“며칠을 안보이더니, 어디에 갔었던 거냐? 이 옷은 뭐고...훔쳤냐? 사냥개 노릇도 부족해 이젠 어디 도적이라도 될 셈이야?”


상황이 점차 심각해 지자, 형선은 칼을 빼들어 아이의 목에 들이댔다.


“도련님에게 손 떼는 게 좋을 거다. 죽고 싶지 않다면.”


아이는 당황한듯 잔뜩 멍해져선 손을 서서히 떼기 시작했다.


해수는 이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형선에게 고맙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


그때였다.


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유난히 망설이던 아이 하나가 해수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는 말을 더듬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저...저기..해수야, 무사히 풀어난거 맞지?”


옷을 탈탈 털며 옷 매무새를 다듬고 있었던 해수는 그의 말이 적잖아 뜻밖이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당황하며 손을 놓았던 덩치 큰 아이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아이들 또한 당황한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 주막집 석이야. 저번에 네가 날 구해주고 난 후, 언젠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해수는 이제 알았다는 듯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필요없어. 그런거.”


그러곤 터덜터덜 돌아서 반대편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허나, 그런 그에게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또 다른 아이가 나섰다.


“나도 들었어. 네가 아니었다면 달래도, 석이도, 순돌이도 그리고 막동이까지 모두 죽어버렸을 거라더라. 그러니까 그렇게 가버리지 마. 우리가 미안해 지잖아. 같이 놀자. 너도 그걸 바라는 거, 아니었어?”


얼떨떨한 표정의 해수를, 그 아이는 강하게 자신을 향해 잡아끌었다.


해수는 그제서야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제 3자인 형선이 보기에도 감격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곤 내심 결심했다.


앞으로는 저하를 위해서라도, 해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줘야 겠다는 사실을 말이다.


더이상 아프지 않게, 눈물 흘리지 않게, 당돌할 필요 없이 또래 아이들에 맞는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것만이 아이에게 버려진 지난 9년을 보상받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


“그러니까, 우리가 상대 편 땅에 꽂혀 있는 저 깃발을 뺏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이길 수 있어.”


방금전까지 아이들과 거리를 두며 얼어붙어 있던 해수는 어느새 그 틈에 끼여 놀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동안 늘 멀리서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만 했었는데, 왠지모르게 동시에 씁쓸하면서도 좋았다.



지금까지의 아픔이 그저 이렇게 무시되는 것만 같아 허무했지만, 지금에서라도 누군가 자신의 편으로 돌아섰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전쟁 놀이라니.


가끔 태화루의 서책으로부터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언뜻 읽은 적이 있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용감한 젊은이들의 사투’


괜히 웅장하고 영웅적인 단어를 써서 문장을 아름답게 포장해 두었기에 의문이 들곤 했었지.


문장을 그대로 직역해보면, 전쟁이란 것은 그저 고래 싸움에 죽어나가는 조그만 새우들 처럼, 거대한 음모에 의해 힘없이 학살당하는 새파랗게 어린 군사들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을 죽여야만 하는 지옥, 게다가 영원히 치유될 수 없이 깊이 새겨질 아픔까지.


가히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전쟁을, 이런 어린 아이들이 그저 재미를 위해 따라하다니.


기가 찰 따름이었다.


허나, 지금 이 순간 싫은 티를 냈다가는 함께 어울릴 만한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다시 고립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군말없이 그들의 설명을 따랐다.


일단 간단하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먼저 영토를 정하고, 우리 땅에 있는 깃발을 지킴과 동시에 상대의 것을 훔쳐 내야 했다.


또한, 한 사람당 한개씩 주어지는 장난감 화살이나 칼에 맞으면 그 사람은 놀이에서 빠진다.


간단해 보이지만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두뇌 싸움이 틀림 없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하자면, 그저 개싸움에 끝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석이는 불만 섞인 목소리로 강조하며 말했다.


“이번 판에는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해. 벌써 보름째 그저 당하고만 있잖아.”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덕돌이가 한숨을 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치만 쟤네가 우리보다 힘이며, 달리기며, 하여튼 뛰어난 것을 어째, 별 수가 있나.”


해수는 그저 그런 그의 말에 피식 웃을 뿐이었다.


바보같긴.


실제 전쟁에서도 군사력은 그저 우승의 한 요소일 뿐이다.


꼼꼼하게 짜여진 전략과 뛰어난 무기만 있으면, 안될 것이 없다.


하지만 덕돌이는 그런 해수에 화가 났는지 퉁명스럽게 말을 더할 뿐이었다.


“뭘 쪼개냐. 너도 만날 골목대장 한테 얻어맞는 주제에.”


해수는 한숨을 쉬며 상대 편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게 깔려 중얼거렸다.


“전쟁은 힘 자랑이 아니야.”


그러곤 머리를 톡톡 건드리며 덧붙였다.


“이 머리가 중요한 거라고.”


해수가 내세운 계획은 이러했다.


일단, 팀원 열명 중에 수비를 맡을 사람, 그리고 공격을 맡을 사람을 정해야 했다.


수비는 비교적 정확도가 중요하니 활에 뛰어난 아이 다섯이 맡기로 했다.


깃발은 언덕 뒷편에 보이지 않게 꽂은 후, 그 앞쪽으로 수비 담당 다섯이 매복해 있을 작전이었다.


공격 또한 다섯.


허나 그중 네명은 그저 상대의 이목을 집중시킬 용도이다.


진짜 공격은 외곽으로 매복해서 비밀스럽게 상대의 중심지를 빙 돌아 차지할 사람 한명 뿐이다.


나머지 네명은 일렬로 상대 수비 팀과 칼로 근거리 대치를 해 그들의 시선을 앞쪽으로 유도하면 되는 일이었다.


해수의 입에서 끊이지 않고 술술 나오는 계획에 그저 아이들은 입을 쩍 벌리며 감탄할 따름 이었다.


그동안은 그저 감히 역할을 나눌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달려들 뿐이었는데, 이제 뭔가 진짜 전쟁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 진짜 공격수는 누가 할 건데. 걔가 죽으면 끝이잖아. 제일 중요한 역할이네 뭐.”


석이의 질문에, 모두의 이목이 해수에게 집중되었다.


그가 작전을 계획했으니, 책임을 질 사람 또한 그여야만 한다는 논리였다.


해수는 할 수 없이 공격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확신은 잘 서지 않지만, 그 동안 속도와 힘 하나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가.


틀림없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해수의 걱정과는 다르게 놀이는 싱겁게 끝났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순수했고, 해수가 이중으로 설치해 둔 덫에 제대로 걸려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게다가 해수를 일찍이 발견한 몇몇 또한 힘없이 그에게 죽어버리고 말았다.


마치 진짜 검술을 다루는 듯, 하늘을 가르며 이단옆차기 로 칼을 던져버리고 현란한 손놀림으로 동시에 다섯까지 나가떨어졌으니, 그 누가 그를 당해 낼 수 있단 말인가.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형선은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아이들은 물론 뛰어난 검술 수련자들과 견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치밀하게 짜여진 전술은 흡사 진짜 전장을 연상시켰다.


내심,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지 궁금해 졌다.


어린 시절의 아픔을 딛고,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재능으로, 뛰어난 머리와 무예까지 더하여, 어쩌면 나라를 뒤흔들 중요한 인물이 될 지도 모르지.


그 속에서 형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박수를 치며 운명이 흘러가는 대로 모든 상황을 관전할 뿐이었다.


부디, 하늘이 내려준 앞날이 그리 잔인하지만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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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 시즌 1 ] 38회 짐승의 피 +3 21.02.04 19 3 10쪽
38 [ 시즌 1 ] 37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1 21.02.02 13 1 11쪽
37 [ 시즌 2 ] 36회 저 하늘의 별 +3 21.01.30 17 2 9쪽
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8 2 10쪽
35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20 1 10쪽
34 [ 시즌 1 ] 33회 한심한 인간 +2 21.01.27 15 1 13쪽
33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8 1 9쪽
32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2 21.01.21 18 1 9쪽
»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4 21.01.16 24 2 11쪽
30 [ 시즌 1 ] 29회 군주의 길 +6 21.01.14 20 2 9쪽
29 [ 시즌 1 ] 28회 평행선 +7 21.01.12 24 2 9쪽
28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4 21.01.09 24 2 9쪽
27 [ 시즌 1 ] 26회 트라우마 +4 21.01.07 23 3 10쪽
26 [ 시즌 1 ] 25회 위태로운 평화 +4 21.01.05 27 3 9쪽
25 [ 시즌 1 ] 24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6 21.01.02 29 4 11쪽
24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6 20.12.31 43 4 9쪽
23 [ 시즌 1 ] 22회 목숨 빚-5 +6 20.12.29 28 4 9쪽
22 [ 시즌 1 ] 21회 목숨 빚-4 +6 20.12.26 35 4 9쪽
21 [ 시즌 1 ] 20회 버림받은 아이 +4 20.12.24 26 4 12쪽
20 [ 시즌 1 ] 19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8 20.12.22 31 5 10쪽
19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6 20.12.19 33 5 11쪽
18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6 20.12.17 29 5 9쪽
17 [ 시즌 1 ] 16회 덫-4 +9 20.12.15 33 4 11쪽
16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6 20.12.12 32 3 10쪽
15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8 5 9쪽
13 [ 시즌 1 ] 12회 덫-3 +8 20.12.05 44 5 9쪽
12 [ 시즌 1 ] 11회 새로운 태양 +6 20.12.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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