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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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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그림/삽화
라비보엠
작품등록일 :
2020.11.03 18:05
최근연재일 :
2021.02.04 17:5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17
추천수 :
165
글자수 :
172,717

작성
21.02.04 17:50
조회
18
추천
3
글자
10쪽

[ 시즌 1 ] 38회 짐승의 피

DUMMY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학선당과 세자궁을 정신 없이 오가며, 정말이지 바쁘게 지냈다.


예법부터 하여 배우고 또 적응해야 할 것이 넘쳐났을 뿐더러, 마을 사람들을 위한 전략을 짜는 데 또한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저번 말싸움 이후로 아버지와 정치적으로 엮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비밀스럽게 진행해야 했다.


물론, 강대감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기 위해서라면 그에게 또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현명했다.


이러한 상황해서 해수가 손을 건넬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다름 아닌 형선이었다.


덕분에, 요 며칠간 그들 통해 현재 인현의 모든 정부 인사들과 그들의 권력 양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상황으로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대감을 무너뜨리는 것 뿐이었음으로 동맹을 맺기 위한 인사를 찾아 나선 것이다.


강력하고, 또 굳건하며 개방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것이 지난 며칠간 아무런 수확이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허나, 언젠간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든,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뤄야 하든, 상관 없었다.


다만 그때까지, 조방꾼 나리, 강손이 형, 그리고 달래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이 잘 버텨주기를 간절히 소원할 뿐이다.


그 이외의 따분한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채경이었다.


며칠 전, 우연히 그녀에게 은혜를 입고 난 이후, 우리 둘은 꽤나 친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다.


채경 또한 해수 못지 않게 비루한 인생을 보낸 아이였다.


‘어미’라는 말 한마디를 채, 입안에 담기도 전에 아버지에 의해 군부인으로 궁에 팔려가야 했다.


그때 고작 남편, 희령은 한살 그리고 채경은 다섯살이었다.


인현에서는 왕족의 혼인은 아이의 탄생과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었음으로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뿐일까.


궁으로 팔려간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채경은 참담한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아버지와 형제들이 모두 역적에 가담해 처형당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어머니는 열병으로 돌아가셨고, 하나 남은 누이는 그 자취를 감춰 생사를 확인할 수도 없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채경 또한 줄곧 동무들로부터 멸시를 받아야만 했다.


아무리 지엄하신 군부인 이래도 역적의 자식이었으니까.


본디 폐위가 마땅하였으나, 전하의 은혜로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


그 대신 이 삭막한 궁에서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살아가야만 했다고.


언젠가 이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예를 익히며 힘을 키워왔지만, 그 뿐이었다.


육체적인 힘은 권력을 당해낼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그런지 해수의 소식을 들었을때 꽤나 기뻤다고 한다.


왠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나타난 것만 같아 동질감이 느껴졌겠지.


채경은 해수에게 늘 따뜻했다.


수업시간마다 굳이 다가와 선뜻 도움을 주었으며, 쉬는 시간을 함께 보내주기 또한 하였다.


다른 아이들의 따돌림으로부터 구해 주었고, 희령과도 다시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세손이 된지 딱 보름쯤 되는 날이었던가?


무예 수업이 있었다.


오늘은 활쏘기를 배우는 날이었다.


물론, 해수는 활쏘기 또한 다른 무예 못지 않게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형선이 형과 고작 몇번 연습해 본것이 전부였지만,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바람의 세기와 각도, 근육의 세밀한 움직임등에 집중하다보면, 명중은 금방이었다.


처음 접해보는 것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소처럼 학선당에서는 여전히 연기를 해야만 했다.


한번도 활을 접해보지 않은, 평범하고 멍청한 아이인 척, 일부러 다른 곳을 바라보고 쏘아댔던 것이다.


물론 선생들 또한 이제는 모두가 포기하여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고, 아이들 또한 키득거렸다.


그때 채경이 다가왔다.


그녀는 우리 반에서 무예로는 최고였음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자꾸 다른 곳을 보고 있잖아. 집중하고, 손에는 힘을 빼야 해.”


해수의 옆에 서서 자세를 잡아주는 그녀가 그날따라 유독 예뻐 보였다.


괜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채경은 짜증을 내며 어깨를 장난스럽게 때릴 뿐이었다.


“너 집중 안할래? 이러다간 평생 하나도 안 늘거야.”


그러곤 다시 팔짱을 끼고 해수를 슬쩍 보더니 중얼거렸다.


“이상하네..자세는 좋은데.”



워낙 눈치가 빠른 아이라 혹시라도 들킬까 싶어 관두려는 참이었다.


그만 그늘 아래로 들어가 쉬려는 해수를 붙잡으며 채경은 말했다.


“강해야해.”


“응?”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그러곤 자신 있게 활을 집어들어 곡선을 그리며 쏘기 시작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 중앙을 명중해야 했다.


“저번에 너 때리던 그 멍청이들, 나 한테는 꼼짝 못하는 거 봤지? 너도 그렇게 돼야 해. 모두가 널 쉽게 깔보지 못하 도록. “


그러곤 덧붙였다.


“내가 도와줄게. 내가 너,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내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 순간, 무슨 오기가 생겼던 건지.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한 틈을 타, 하늘을 슬쩍 바라본 뒤, 날아가는 참새에 화살을 명중시키고 말았다.


“내가 알아서 해. 신경쓰지 마.”


순식간에 채경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크게 당황한 것이 보였다.


그저 지키고 싶었다.


해수, 자신은 분명 예로부터 불운을 옮기는 존재임에 분명했으니까.


더군다나 이번에는 강승희를 맞서는 엄청난 작전을 품고 있는데, 괜히 휘말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거사에 있어서 사랑은 장애물일 뿐이었으니까.


함께 했다는 이유로 고통을 겪는 그런 아픔을 대물림 할 수는 없었다.


허나, 본디 사람의 마음이란, 운명이란 끊고 싶다 하여 그리 쉽게 없어지는 것이 아닌 것을.


그때는 몰랐다.


*


“너, 모두 연기였지?! 그치!! 하긴, 말하는 거 보면 보통은 아닌데, 왜이렇게 학선당에서만 유독 멍청한가, 싶었어. 활 쏠때 자세도 그렇고. 대체 왜 숨긴 건데, 왜?”


차갑게만 대하면 떨어질 줄만 알았는데.


오히려 이리 호기심을 갖고 더욱 적극적으로 들이댈 줄이야.


이럴줄 알았다면 진작에 친해지지 않는 건데.


후회가 될 뿐이었다.


게다가 쉬는 시간 내내 쉬지 않고 재잘 대니, 이렇게 귀찮을 수가 없다.


이제는 그만 멈춰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변소로 향하던 와중, 더욱이나 귀찮은 일이 해수의 앞길을 가로막고 말았다.


“아이고, 어디서 개가 짖나, 시끄러워 살수가 없네.”


익산이었다.


며칠전 겨우 이름을 알게 된 아이였는데, 아마 강승희 대감의 장남이라지?


제 아비를 닮아 천성이 포악해 학선당의 깡패가 다름 없었다.


채경 다음으로는 무예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이기도 하고.


하여튼 만만하지 않은 장애물라는 것 만은 틀림없었다.


며칠 전, 갑작스럽게 걸린 고뿔 때문에 해수가 덫을 걸렸던 그날,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늘 해수에게 적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만은 확실했다.


늘 호시탐탐 그를 노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욱 불안한 점은, 그는 채경을 무서워하지 않는 점에 있었다.


싸움에 소질이 있는 터라, 무기를 제대로 잡으면 채경 따위는 쉽게 넘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 또 힘든 하루가 되겠구나.


한숨이 나올 따름이었다.


“야! 강익산! 너 말 다했냐?”


떼거지로 몰려오는 익산의 무리에, 채경은 발끈했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기는 커녕 여유로워 보였다.


“계집은 빠지고,”


그러곤 해수의 이마를 툭툭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천한 놈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으로 모자라 이제는 군부인 마저 어떻게 해보려는 거지? 더러운 놈.”


“야! 너 말 조심 안해!”


꼭 자신의 일인것 마냥 대신 하여 화를 내주는 채경에게 내심 고마웠다.


하지만 이런 분란을 원하는 자들에게 어울리는 것은 딱 하나, 무시 뿐이다.


해수는 그저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익산은 또다시 붙잡았다.


“내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데 말이야. 네가 사실은 저하의 아이가 아니라며? 네놈의 어미가 이리저리 다리를 벌리고 다니는 창년인데, 같은 날에 저하와 저 산골에 사는 늑대 한마리가 동시에 얻어 걸린 게지. 허니, 너는 왕족이 아니라, 짐승 새끼의 자식 이라던데.”


장난스럽게 끔찍한 말을 내뱉는 그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괜히 저 나쁜 자식 때문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욕보이는 상황 자체가 싫었다.


강손에게 언뜻 들은 바로는 어머니가 해수,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했다.


그만큼 제 아들을 사랑했다고 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런 형의 말이 참으로 위로가 되었더랬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수를 그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해 주었구나, 싶은 마음에.


그러니 더욱 그분이 자신 때문에 욕을 먹는 상황을 참을 수만은 없었다.


그 순간, 모든 이성적인 판단은 그 힘을 잃어버렸다.


몸속에서 이는, 통제할 수 없는 짐승의 끓는 피가, 눈동자를 붉게 물들었고,


채 의식하기도 전에, 해수는 이미 주먹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실수하고 말았구나.


하지만 왜인지,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6 엠새휜
    작성일
    21.02.10 18:15
    No. 1

    첫번째 추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1.02.17 22:06
    No. 2

    ^^작가님 오랫만에 들러 밀린 글 잼있게 읽기 시작합니다. 추천! 저 신작 연재시작했슴다. 건필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레츄
    작성일
    21.02.18 04:31
    No. 3

    어린노무 쉐이킷이 ^^... 일단 연속기로 꽂고 보자 해수야 재밌게 읽었습니다^^ 채경이와의 케미도 기대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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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세계관 정리 +2 20.12.09 37 0 -
» [ 시즌 1 ] 38회 짐승의 피 +3 21.02.04 19 3 10쪽
38 [ 시즌 1 ] 37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1 21.02.02 12 1 11쪽
37 [ 시즌 2 ] 36회 저 하늘의 별 +3 21.01.30 16 2 9쪽
36 [ 시즌 1 ] 35회 목줄 찬 개 +3 21.01.28 17 2 10쪽
35 [ 시즌 1 ] 34회 나비효과 +1 21.01.27 19 1 10쪽
34 [ 시즌 1 ] 33회 한심한 인간 +2 21.01.27 15 1 13쪽
33 [ 시즌 1 ] 32회 토끼의 탈을 쓴 늑대 +4 21.01.23 17 1 9쪽
32 [ 시즌 1 ] 31회 또다른 모험 +2 21.01.21 17 1 9쪽
31 [ 시즌 1 ] 30회 신의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 +4 21.01.16 23 2 11쪽
30 [ 시즌 1 ] 29회 군주의 길 +6 21.01.14 19 2 9쪽
29 [ 시즌 1 ] 28회 평행선 +7 21.01.12 24 2 9쪽
28 [ 시즌 1 ] 27회 전쟁의 서막 +4 21.01.09 23 2 9쪽
27 [ 시즌 1 ] 26회 트라우마 +4 21.01.07 22 3 10쪽
26 [ 시즌 1 ] 25회 위태로운 평화 +4 21.01.05 27 3 9쪽
25 [ 시즌 1 ] 24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6 21.01.02 28 4 11쪽
24 [ 시즌 1 ] 23회 흙속의 진주; 진실 +6 20.12.31 42 4 9쪽
23 [ 시즌 1 ] 22회 목숨 빚-5 +6 20.12.29 27 4 9쪽
22 [ 시즌 1 ] 21회 목숨 빚-4 +6 20.12.26 35 4 9쪽
21 [ 시즌 1 ] 20회 버림받은 아이 +4 20.12.24 25 4 12쪽
20 [ 시즌 1 ] 19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8 20.12.22 31 5 10쪽
19 [ 시즌 1 ] 18회 돌아온 칠성 +6 20.12.19 32 5 11쪽
18 [ 시즌 1 ] 17회 노비 하나의 목숨쯤은 +6 20.12.17 28 5 9쪽
17 [ 시즌 1 ] 16회 덫-4 +9 20.12.15 33 4 11쪽
16 [ 시즌 1 ] 15회 힘의 원천 +6 20.12.12 31 3 10쪽
15 [ 시즌 1 ] 14회 번식기 +6 20.12.10 37 4 9쪽
14 [ 시즌 1 ] 13회 평판 +8 20.12.08 37 5 9쪽
13 [ 시즌 1 ] 12회 덫-3 +8 20.12.05 44 5 9쪽
12 [ 시즌 1 ] 11회 새로운 태양 +6 20.12.03 4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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