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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92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1.04.26 20:51
조회
60
추천
4
글자
7쪽

Episode179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7)

DUMMY

애쉬는 천재였다. 모두가 선망하며 질투해 마지않는 희대의 천재.


거기다 노력파, 애국자에, 과묵하며 진중하기까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핵심 인재인 암살단의 일원으로 거론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이 일에 적합한 인재가 또 어디 있곘는가?


그렇게 투르나가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을 요구했을 때, 애쉬는 무척이나 기뻐하며 암살단으로의 입단을 수락했다. 당연한 일이다. 국가의 비밀스런 임무를 수행하는 영광스럽고 고귀한 일을 거절할 인간이 또 어디 있겠는가.


물론 그 실상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끝도 없는 살육, 부정한 짓거리, 그 모든 것에 대해 함구하고 또 손을 더럽히는 것은 분명 그가 생각하던 영광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참았다. 일이 끝나면 합당한 보상과 재물이 따라오기도 했고, 공을 세울 때마다 들려오는 찬사와 천재라는 칭찬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크게 지탱해주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라는 의무감이었다. 그 어떤 잔혹한 일이든 나 하나 더럽혀지고 나면, 분명 끝에는 모두 옳은 일이었음이 밝혀질테니까.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 애쉬의 재물은 점점 불어났고, 애쉬의 명성 또한 높아만 갔으며, 그가 몰래 거북한 장해물을 처리해주기만 하면 국가는 더욱 통쾌하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결과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임무를 계속 수행하다보면, 그렇게 잔뜩 피와 내장에 칠해져서도 비린내를 맡을 줄 모르는 지경이 되고 나면, 그는 어쩐지 눈물이 났다.


한 해가 지나고, 몇 번의 학살을 더 경험하고 나서야 그 문제는 해결되었다. 이제 사람이 죽는 것 쯤에는 눈물이 잘 나지 않는 것이다.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무감각해진 제 심장을 부여잡고 애쉬는 스스로를 달랬다. 모두가 끝에는 옳았으리라 되새기며 흐느꼈다.


어느 날,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그 때는 바로 6년 전으로, 그가 네아를 처음으로 만난 날이었다.



***



“...아저씨, 아저씨가 맞죠?”


마음의 문이 열렸다. 바로 지금, 정말 필사적으로 감정을 내몰던 네아의 의식이 팔을 뻗어, 분명히 닿았다.


<네가 왜··· 대체 어떻게 이런···?>


그리고 바로 이 순간 들려오는 대답은 분명 하나같이 낮익고 따스하다. 애쉬였다, 틀림없는 애쉬의 목소리다!


“살아있었구나, 살아있었어! 하지만··· 아파라! 이렇게 아팠어요, 아저씨?”


<아냐, 난 괜찮다. 정말이야, 난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한테까지 다 느껴지는데!”


마음이 연결된 지금, 네아가 그의 거짓을 간파하는 것은 별 일도 아니었다. 애쉬를 이루는 모든 세포 하나하나의 아픔, 감각과 심상이 온전히 그녀에게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것들이 그런거죠? 저 반역자들이, 감히, 세상에 반기를 든 것도 모자라서 어떻게 아저씨까지..!”


<그만해!!>


그 강렬한 일갈에 끓어오르던 네아의 의식이 갑작스레 잠잠해졌다.


<잘 들어, 당장 도망가. 당장! 반역자들은 신경쓰지 말고, 날 수 있으면 도망치란 말이다! 싸움같은건 당장 집어쳐! 명령이야!!>


그렇게 전달된 애쉬의 명령에, 네아가 느낀 감정은 실망이었다. 감격에 젖었던 떨림은 예기치 못한 그의 꾸짖음에 확 가라앉아버리고, 대신 그동안 그녀를 계속 괴롭혀온 의문이 고개를 든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대체? 싸우지 말라니! 어차피 이 자들은 우리 투르나의 적이자 국왕폐하의 근심이예요, 암살단의 이름을 받은 내가 반역자를 막아야하는건 당연한건데!”


<투르나니 조국이니 그 따위가 뭔 상관이야, 그깟거 하나도 신경 쓸 필요 없어! 넌 네 생각만 하면 돼, 그러니까 제발···!>


“그건 단지 당신 생각이겠죠! 지금 이게 내 생각이고요!”


<네아, 나는 그저···!>


그 순간 전해지는 그 분노, 무시무시한 정신의 격류에 애쉬가 밀리고 말았다.


그렇게 엄습하는 정신의 손길, 네아의 의식이 지금 애쉬의 경험을 억지로 끌어당겼다. 그의 정신이 단숨에 침식당하며, 새로운 힘을 관장하는 기억의 일부분을 빼앗기고 말았다.


잠시 뛸듯이 기뻤던 네아의 마음은 지금은 온데간데 없고, 미움과 답답함이 가득 차오른다. 이제 더이상 그의 말을 듣고싶지 않았다.


“지금 당신 말 들을 시간 없어! 반역자놈들이 아저씨를 노리고 있잖아, 게다가 당신 지금 환자야, 급하단 말야!!”


그러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네아에게는 더 이상 상대의 마음이 읽히지 않는다.


“한시라도 빨리, 이것들 족치고 갈게요. 그러니 닥치고 누워나 있어.”


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애쉬 역시 더는 네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대화는 단절되었다. 마음문이 굳게 닫혔다.


다시금 현실의 적 앞으로 고개를 돌린다. 손가락을 몇번 까딱거리다 주먹을 꽈악 쥐어보았다. 지금 그녀에게 주어진 새로운 힘이 똑똑히 느껴진다.


그동안의 자신과는 다르다. 지금 네아에겐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 국가와 전사의 영광이 눈 앞에 있다. 해낼 수 있다!








이미 부러져 모양빠지는 꼴이 된 창(들)이었지만, 사라는 그거라도 어디냐 싶은 심정으로 각 부분을 양손에 하나씩 쥐어들었다.


날 부분은 칼처럼 잡고, 손잡이 부분은 봉처럼 휘둘러 적에게 겨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정신을 가다듬어보자, 역발상을 해보는거야.


그동안 크기를 변형시켜서 자그맣게 줄이는게 가능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네아는 이를 꽉 악물었고, 거머쥔 주먹을 확 뒤로 당긴 뒤 단번에 앞으로 뻗었다. 허공에 날린 펀치는 곧이어 새로운 형체를 탄생시키며 허상에 실체를 부여한다.


애쉬의 세번째 기적, 허상의 주먹을 날려 눈 앞에 무지막지한 물리력을 가하는 힘이다.


네아로부터 발사된 거대하고 투명한 주먹의 형상, 그것이 적에게 직행하며 경로 안의 모든 것을 박살내 깨부수며 질주했다.








맹렬히 다가오는 주먹과 그에 동행되는 파괴의 물결에, 사라 역시 이를 악물었다.


다급히 하온의 앞으로 달려가 그를 뒤로 가로막은 뒤, 양 손에 든 무기를 앞으로 뻗어, 이전의 창 모양으로 짜맞춰 들었다. 그리고 이를 꽉 악물고 충격에 대비했다.


이 간절한 마음에 응하듯이 창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20210605_225712.jpg

우득, 우드득, 가운데의 가장 큰 창날 한줄기가 점차 길어지기 시작했고, 나머지 창날도 조금씩 길어지고 방향을 바꾸며 하나의 검의 형상으로 전환되었다.


봉 부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점차 길이를 늘려가며 끝부분에는 무게가 더해졌다.


크기가 커진 두 무기를 교차해 들고, 드디어 도달한 주먹의 허상이 그녀에게 부딪혔다. 무지막지한 충격이 그 안으로 흡수되며 진동했고, 이제 남은 것은 최선을 다해 버텨내는 것 뿐이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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