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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409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1.04.04 20:58
조회
49
추천
4
글자
8쪽

Episode174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2)

DUMMY

아, 알았어, 좀 목소리 좀 낮춰봐···


결국 애쉬도 두손두발 다 들었다. 오냐 네 말이 옳다. 이렇게 반역자들은 또하나의 적을 상대해야 할 운명에 처한 것이다.


대신 애쉬는 조건을 걸었다. 다른 암살단 팀에 합류해 그쪽 명령을 따르는 짓 따윈 하지 않는다. 오직 그들끼리만 처리하기로 한다. 이유야 간단하다. 애쉬는 암살단에서 제일가는 반항아니까.


헌데 애쉬가 네아의 말에 동의한 뒤에도 말싸움은 끝도없이 늘어진다. 이유란 이놈의 반항아 애쉬가 내건 또하나의 조건 때문이다.


황당하게도 그 내용이란, '애쉬 혼자 적 앞에 나서서 싸우고 오겠다'는 것이다.


"절대 안돼! 이번만은 정말 안돼요. 아저씨도 들을 말 다 들었으면서 왜 이리 고집부리신대!"


"너도 그동안 계속 해온 이 말싸움을 언제까지 계속할 생각이냐!"


이 역시 그들에게는 나름 일상적인 일이었다. 다만 이번엔 유독 길게 이어질 뿐이다.


"이번에는 정말 이전과는 다르니까 그렇죠!"


제 상관에게 박박 악을 지르면서 네아는 눈에 슬쩍 눈물이 맺힐 정도로 떼를 쓴다.


"저 반역자 놈들은 '특별히 유의할 대상'이라고 본부에서 몇번을 강조했는데! 암만 아저씨가 세든 말든 혼자서는 절대 안돼요, 몇번을 말해요 나도 싸우겠다니까!"


네아가 하는 말은 모두 지극히 옳은 말. 애쉬 본인을 위해서라도 더더욱 바른 말.


"가만 있어 봐! 세상 사람 죄다 싸우기 싫다고 매일 징징대는데, 얘는 뭐가 좋다고 지 발로 죽이고싶다 난리야? 금방 끝내고 올게. 그러니 너까지 괜히 나설 필요 없어!"


그런데 애쉬는 굳이 그토록 비효율적인 판단을 내리면서도 그녀에게 이토록 불공평한 처사를 강요하는 것이다.


불만에 가득 찬, 씩씩대는 네아의 눈빛이 느껴지자 애쉬는 한숨을 푹 쉰다. 그러고는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걱정 마라. 식은 죽 먹기니까. 이래뵈도 한때 희대의 천재소리까지 듣던 내가 아니냐."


"그래놓고 아직까지 말단인 댁이라서 더 걱정되는 내 맘은 아실런지 모르겠네요!"


정확히는 안심시키려곤 했으나, 더 고단수인 네아 앞에서 무참히 논박당하고 만다. 결국 애쉬는 설득을 관두고 지름길로 직행하기로 한다.


"됐다, 어디서 계급도 낮은게 말참견이야! 차렷 자세로 여기서 대기한다, 실시!"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예요?!"


"상급자로서의 명령이다, 자식아!"


"거 참 치사하게 구시네!"


"치사하면 암살단 관두시던지!"


거의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거의 남매처럼 느낄 정도의 말대꾸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말은 잘 듣는 네아는 차렷 자세로 명령받은 바를 충실히 이행한다. 시킨 애쉬 본인이 피식 웃음을 터트릴 정도로 말이다. 암살단만 아니었으면 참 착한 애인데, 안타깝기도 해라.


그녀를 가만 세워두고, "편히 쉬어." 한마디 한 뒤 그대로 적들을 향해 나아가는 애쉬. 그 뒷모습을 보고 네아의 입 속에서 무수한 불만들이 용솟음친다.


나도 힘 세요, 최고라면서요! 당신이 훈련시켜서 더 잘 알잖아! 전부 이 조국에 한 몸 바치기 위해 그 뼈를 깎는 수행을 계속해온건데!


그런데 왜 난 이런 식으로 나가리에, 공을 세울만한 일은 지 혼자서 다 해먹는거야? 야, 이 머저리야! 치사한 놈아!


"다쳤다간 두고봐요! 내가 정말 암살단 관두고 말지!..."


하지만 그런 자잘한 불만은 모두 삼킨 채, 네아의 복잡한 마음은 크게 외치는 말 한마디로 대신한다.


그리고 뒤 한번 안돌아보는 저 무정한 상관놈 뒤통수에 메롱 한번 날릴 뿐이다.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그저 게으른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모든 힘들고 위험한 일을 맡기면 될텐데. 그는 그래도 되는 사람인데. 진심으로, 애쉬는 알 수 없는 인간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랬었구나. 걱정 말라고. 이래뵈도 천재라면서 널 안심시켰지. 그런데 네게 또다른 거짓을 빚진 셈이구나.


미안하다. 이번엔 전혀 자신이 없단다.'


기껏 폼 잡고 나간 애쉬는 적 근처에 도달하자 마자 곧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사실 애쉬 본인도 전혀 하온과 사라를 상대로 이길 자신이 없었다.


만약 이 싸움 전에 그들이 암살단 다섯을 동시에 상대해 이겼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애쉬는 의무고 뭐고 곧바로 씩씩대는 네아를 끌고가 줄행랑을 쳤을 것이다.


이토록 겁많고, 애국심이라곤 쥐뿔도 없는 인간이 굳이 단신으로 임무에 나섰으니 이제와서 애쉬는 후회가 막급하다. 아! 그냥 박박 우겨서 작전상 후퇴나 할걸!


하지만 그렇다고 네아를 싸움터에 들이게 할 수는 없지. 그래, 그건 너무 불공평하니까.


반역자들은 길을 따라 점점 애쉬가 숨어있는 지점에 다가오고 있다. 으휴, 저 징그러운 놈들. 그래, 나라고 뭐고 다 엿까고 니들 맘대로 해대니까 좋더냐?


부럽다, 이것들아.


괜한 잡생각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마침내 하온 일행이 사정거리 내로 들어옴에 따라 그의 눈빛은 사람이 바뀐듯 변한다.


무척이나 예리하고 교활한 맹수의 눈으로, 그리고 곧장 행동에 들어선다. 흑광석에 정신을 집중하고, 발을 크게 들었다가 내려찍는다.


그렇게 땅을 쿵 하고 울리자, 갈라지고 쪼개지며 천지가 개벽하듯 흔들리는 대지.


그 격렬한 진동에 반역자들 모두가 당황해, 중심을 잡느라 애를 쓴다. 말고삐를 쥐고 있던 울은 놀란 말이 질주를 시작함에 따라 저 멀리까지 질질 끌려가버린다.


그리고 갑작스레 둥둥 떠오르는 애쉬의 몸.


느닷없는 지진에 한껏 당황한 반역자들을 향해 그의 신체가 날아간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고도 빠른 비행이다.


별다른 기척도 없이 불쑥 나타난 애쉬의 형체, 하온은 그토록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그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남자에겐 보였다. 그렇다면 남은 적발 여자에게 곧바로···!'


애쉬는 하온을 가볍게 제치고 그대로 날아가서, 아직 자신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한 사라의 뒤통수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힘껏 팔을 뻗는다.


허공에 투명하게 비춰지는, 거대한 주먹의 형상이 그의 팔을 지나 그 궤적을 따르며 쾌속으로 앞으로 뻗어나간다.


하지만 사라에게도 보였다. 하온이 본 그 시각, 적의 모습을 담은 착상은 흑광석을 통해 끈끈한 유대로 전달되어 사라의 뇌에 덧씌워졌다.


고개 한번 돌리지 않은 채 사라는 즉시 창을 들어올려 그의 주먹을 받아쳤다. 애쉬의 기적은 그 궤도가 흐트러져서, 옆으로 틀어져 바닥에 내려꽃혔다.


기적으로 형성된 철권이 습격한 지면은 그 엄청난 압력에 푹 꺼져들어갔다. 바위가 깨어지고 흙먼지가 화악 일어난다.


이제 사라도 뒤를 돌아보고 마침내 마주한 적의 얼굴. 그러나 습격한 기적의 종류는 여러가지임에도, 보이는 적은 오직 하나인 것에 그들은 순간 놀랐다.


애쉬가 한때 역대급의 재능이라 평가받은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았다.


한 사람 당 한 종류의 기적을 수련하는것이 효율적이란 기존의 방식을 깨트리고, 혼자 여러가지 기적을 한번에 유용한. 그럼에도 그 파괴력은 한 우물을 판 자 못지 않은 무서운 인재.


하온과도 비슷한 타입, 그러나 더욱 화려하고 파괴적인 능력. 이전에 무수한 이들의 질투를 산 그 재능의 주인이 바로 애쉬인 것이다.

20210603_061817.jpg


작가의말

휴가를 다녀와서 외부세계를 맛본 대가로 지금 격리중

싸지방을 못가니 핸드폰으로 타자를 치고있는 나

모두가 연금된 생활관 안에서, 혼자 소설쓰는 그 꼴을 보는 주변인의 시선에 오늘따라 더욱 숨고싶어집니다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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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Episode189_운수가 지독히도 나쁜 날(1) +2 21.06.04 36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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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Episode187_잠시만 평화롭게(1) +2 21.05.25 4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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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Episode185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3) +2 21.05.19 47 4 13쪽
184 Episode184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2) +2 21.05.14 69 4 11쪽
183 Episode183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1) +2 21.05.08 55 4 8쪽
182 Episode182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0) +4 21.05.05 45 3 8쪽
181 Episode181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9) 21.05.03 37 4 12쪽
180 Episode180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8) +2 21.04.30 60 4 9쪽
179 Episode179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7) +2 21.04.26 61 4 7쪽
178 Episode178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6) +4 21.04.21 48 4 8쪽
177 Episode177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5) +2 21.04.18 45 4 10쪽
176 Episode176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4) +2 21.04.12 58 2 10쪽
175 Episode175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3) +2 21.04.07 59 3 8쪽
» Episode174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2) +4 21.04.04 50 4 8쪽
173 Episode173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 21.03.31 50 4 8쪽
172 Episode172_짤막한 이야기 +4 21.03.29 58 4 10쪽
171 Episode171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12) +5 21.03.19 61 2 11쪽
170 Episode170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11) +4 21.03.12 55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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