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68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1.03.31 19:50
조회
49
추천
4
글자
8쪽

Episode173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

DUMMY

그동안 하온과 사라가 부쩍 죽이 잘 맞는 모습을 보인건 사실이다.


이상할 정도로 서로 마음이 잘 읽히는 둘이라서, 그러고보면 이전 전투에서도 서로 의논도 안했는데 알아서 협공을 펼치고 합을 맞추기도 했다.


그렇다 하니 울은 그들의 증언을 듣고 기억을 더듬어본다. 확실히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기는 있었다.


“너희같은 경우를 가끔 들어본 적은 있다. 유난히 유대관계가 깊은 두 사람이 감정과 기억, 의식을 공유하게 되는 일이 아주 드물게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특히 함께 사선을 넘나드는 군인들 가운데서 그런 일이 발견된다고 하지.”


물론 울 본인도 눈 앞에서 보는 것은 거의 처음이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기적이란 것의 원리는 사람의 강한 바램이 흑광석에 투영되어 현실로 이뤄지는 것이다. 즉 사람의 정신과 흑광석은 서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이렇게 각각의 인간의 마음을 잇는 흑광석이 서로간의 강한 유대로 교류를 할 때가 있어.


각자의 흑광석이 제 주인의 마음을 읽고, 서로 연결되며 두 사람의 마음을 잇는 통로 역할을 해준다는 거야. 정말 드문 일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있다.”


때문에 강렬한 감정이 치솟아오를때면, 넘처흐르는 정신의 파동이 표출되며 흑광석을 통해 연결되어있는 서로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강한 투챙심, 넘치는 기쁨, 가슴저린 슬픔과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그렇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이에 따른 하온 왈,


“그러니까 결국, 각자 흑광석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그걸 매개체로 생각이 서로 전달된다는 뜻 아니예요?”


그리고 이에 더해지는 사라의 덧붙임.


“하지만 난 흑광석이라곤 하나도 안 갖고 있는데요! 내 마음을 읽을 매개체가 없는데 어떻게 우리 둘이 이어지는거예요?”


이후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울의 대답은.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그 뒤, 아는척 하고싶어 안달이 났지만 우물쭈물하는 왕눈이 괴물의 표정까지.




***



꼭 광대처럼 눈 밑에 진하게 분장을 하고, 예쁜건지 우스꽝스러운지 모를 화장으로 얼굴을 덮은 괴이한 사내가 하나 있다.


사내의 이름은 애쉬 사우전. 무서우리만치 화려한 기술과 기적을 부리는 것에 대한 천재적인 재능으로 인해, 한때는 암살단을 이끌어나갈 차기 인재로 대우받았던, 더 정확히는 그럴 수도 있었던 자다.


무슨 암살자라는 인간이 그리 요란한 행색을 하고있나 싶겠지만, 이 자의 괴이한 행실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그는 지금 길을 따라 움직이면서도 누워있다.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정말이다. 그렇다고 공중부양같은건 단연코 아니다.

20210603_061747.jpg

애쉬는 말 뒤에 천 덮은 널빤지를 하나 매달아놓고선, 그 위에 좋다고 누워선 늘어져 자고 있다. 땅바닥에 질질 끌려서 덜컹대는데 용케도 말이다.


한때 역대급 천재 소리를 들었던 그가 지금 한낱 퇴물 소리를 듣는 이유는 다름이 아닌 이토록 무능하고 게으른 모습 탓이었다.


한편 말을 끌고있는 다른 소녀도 이를 보고 혀를 끌끌 차고있다. 저 인간, 대체 언제쯤이면 정신을 차리려나.


그녀의 이름은 네아 밀리아. 보기에는 어리지만 이 아이도 엄연한 암살단의 일원이다.


그 뿐이랴, 제대로 된 절차도 밟지 않고 상부의 특채로 단번에 암살단원이 된 인재이며, 뼛속까지 투르나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진 애국자이기까지 하다.


...물론 그런 것 치곤 아직 제대로 한 일이라곤 없었지만, 그건 모조리 여기 말 뒤에 팔자 좋게 늘어져있는 이 인간 탓이다. 이 인간만 아니었다면 내가 공 한번 제대로 세워 출세할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이 사람도···


그런 마음을 듬뿍 담아 네아는 말의 엉덩짝을 팍 후려친다. 깜짝 놀란 말의 갑작스런 용트림에 메달린 널빤지도 덜컹 흔들려 애쉬도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아악!"


땅에 내팽개쳐져서 눈이 빙빙 도는 애쉬에게 다가가선, 옷을 툭툭 털어주며 네아가 그를 깨웠다.


"아저씨, 해가 중천이예요."


"버··· 벌써 다 왔냐?"


"예, 보고 들어온 대로면 이 길 따라 지나갈 확률이 높아요. 보이면··· 장땡이고, 아니면 헛고생 한거고."


저쪽 끝 풍경 아래에 그들이 목표로 한 길목이 보인다. 그 유명한 반역자들이 지나가리라 여겨지는 곳이다.


"그래서, 뭐··· 보이냐?"


"아저씨 눈으로 좀 확인해보세요. 부사수만 고생시키지 말고."


아직도 졸린 눈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애쉬. 눈가를 찌푸리며 저 멀찍이를 바라봐도 어째 영 흐릿해서 똑바로 보이는 것이 없다.


"뭐 보여요, 아저씨?"


“야 인마, 넌 왜 자꾸 나더러 아저씨라는거야? 아직 그렇게 안늙었다니까 그러네?”


“근데 또, 풋내기 대원을 아직까지 달고다닐 정도로 어린 나이도 아니잖습니까.”


에이 어린 놈이. 져주는 법도 없어요. 기껏 선빵을 친 애쉬의 입은 옳은 말 한방에 그대로 꾸욱 닫히고 만다.


"...쩝, 뭐 보이는 게 없네."


"그야 그렇겠죠. 정상적인 뇌가 박혀있다면 사람이 지나가지 않는 길목을 골랐을테니까."


무안함에 기껏 꺼낸 말에도 곧바로 따박따박 맞는 말만 대꾸하는 네아. 그렇다보니 애쉬 쪽은 더 할 말이 없어 머리를 한번 더 긁적이지만, 곧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변 풍경을 둘러보자니 어느정도 생각이 정리되었다.


애쉬는 그렇게 떠오른 생각을 일체의 망설임 없이 그대로 입에 담았다.


"됐다, 없으니까 그만 가자."


"에엥? 온지 5분만에?"


네아는 한껏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하지만 이는 반쯤 연기인데, 이 인간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려 떼쓰는 것도 이제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유를 모를 정도로 애쉬는 게으르다. 그는 알 수 없는 인간이다.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해요. 여기까지 와놓고 벌써 돌아가면 그게 말이야 방구야."


"그래? 그럼 10분 더 기다려보고 안나오면 돌아가지 뭐."


애쉬는 그런 팔자좋은 말과 함께 기분좋은 하품을 한다. 한숨밖에 안나오는 제 상사의 모습을 보고 네아의 골이 아파온다. 이러는 일분 일초가 우리 투르나 왕국에 있어 얼마나 큰 낭비인지 이 사람은 모르는걸까. 이마를 감싸쥐고 그를 타박한다.


"아니, 우리는 지금 잠복작전을 나왔잖아요. 적들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으니 몇날 몇칠을 계속 숨어서 지켜봐야 하는게 우리 의무라고요. 고작 10분 기다린다고 적이 나와줄 것 같아요?"


"왔다!!"


"왔다?!!"


애쉬가 다급하게 가리킨 곳을 네아의 고개가 쏜살같이 따라간다. 거기에 보이는 것은 말 한 필과 빨강머리 검은머리 한 쌍, 그리고 늙은이 하나. 누가 봐도 그놈들!


"야··· 야, 야, 비둘기! 우리 비둘기 아직 안잡아먹었지?"


"이 사람은 지금 농담이 나오나! 지금 새장 가져올테니 눈 떼지 마요!"


네아는 그 말과 동시에 서둘러 말의 안장으로 달려가 뒤에 매달린 새장을 떼어 가져온다. 새장 문을 열자 애쉬가 안의 비둘기를 움켜쥐고 끌어내더니, 두 발에 매달린 쪽지 중 하나를 풀어 버린다.


오른다리에 매달린 것은 예측이 틀렸음을 뜻하는 쪽지. 왼다리에 매달린 것은 적이 예상대로 이 길을 따라가고 있음을 뜻하는 쪽지. 애쉬가 버린 것은 오른쪽이다.


그렇게 비둘기는 성공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달고 드높은 하늘로 날아갔다.


"됐다, 우린 할 일 다했어. 돌아가자!"


휘유, 가슴을 쓸어내리며 새장을 다시 걸어놓으려는 애쉬.


그 때, 그의 어깨를 확 부여잡고서는 가지 못하도록 막는 손길이 하나 있었다.


"이봐요 이 아저씨야. 지금 어딜 가세요?"


"왜··· 왜? 할 일 다 했잖아?"


멍청한 표정으로 슬쩍 웃어넘기려는 애쉬였지만, 하도 닳고 닳은 네아는 이런 수작질에 넘어가지 않았다. 되려 아주 멱살을 부여잡고 외치는 것이다.


"투르나의 적이 눈 앞에 있잖아요! 암살단이면 싸워야 할 것 아녜요?!!"


아, 알았어, 목소리 좀 낮춰봐...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늘을 등지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5 Episode195_운수가 지독히도 나쁜 날(6) +1 21.06.21 34 4 7쪽
194 Episode194_운수가 지독히도 나쁜 날(6) +1 21.06.18 40 4 7쪽
193 Episode193_운수가 지독히도 나쁜 날(5) 21.06.17 30 5 8쪽
192 Episode192_운수가 지독히도 나쁜 날(4) 21.06.13 33 4 9쪽
191 Episode191_운수가 지독히도 나쁜 날(3) +2 21.06.09 36 4 12쪽
190 Episode190_운수가 지독히도 나쁜 날(2) 21.06.08 35 5 9쪽
189 Episode189_운수가 지독히도 나쁜 날(1) +2 21.06.04 35 4 8쪽
188 Episode188_잠시만 평화롭게(2) +2 21.05.30 46 4 9쪽
187 Episode187_잠시만 평화롭게(1) +2 21.05.25 47 4 11쪽
186 Episode186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4) +2 21.05.21 55 4 14쪽
185 Episode185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3) +2 21.05.19 46 4 13쪽
184 Episode184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2) +2 21.05.14 68 4 11쪽
183 Episode183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1) +2 21.05.08 55 4 8쪽
182 Episode182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0) +4 21.05.05 44 3 8쪽
181 Episode181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9) 21.05.03 36 4 12쪽
180 Episode180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8) +2 21.04.30 59 4 9쪽
179 Episode179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7) +2 21.04.26 60 4 7쪽
178 Episode178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6) +4 21.04.21 48 4 8쪽
177 Episode177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5) +2 21.04.18 45 4 10쪽
176 Episode176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4) +2 21.04.12 57 2 10쪽
175 Episode175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3) +2 21.04.07 59 3 8쪽
174 Episode174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2) +4 21.04.04 49 4 8쪽
» Episode173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 21.03.31 50 4 8쪽
172 Episode172_짤막한 이야기 +4 21.03.29 57 4 10쪽
171 Episode171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12) +5 21.03.19 61 2 11쪽
170 Episode170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11) +4 21.03.12 54 2 7쪽
169 Episode169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10) +2 21.03.08 38 3 8쪽
168 Episode168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9) +4 21.03.04 86 4 8쪽
167 Episode167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8) +2 21.03.01 62 5 9쪽
166 Episode166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7) +4 21.02.21 86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