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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410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1.04.21 20:49
조회
48
추천
4
글자
8쪽

Episode178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6)

DUMMY

사라의 은창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특별하다는 것은 물론 감상적인 영역도 포함이었다. 누가 뭐래도 신비한 괴물과 함께 찾아온, 여행의 시작부터 함께한 무기가 아닌가. 게다가 창날이 다섯갈래로 뻗어나가는 특이한 디자인도 묘하게 사라의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창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그 괴이한 기능이었다.


형태가 변한다.


가끔 말을 건다.


충격을 되돌린다.


깨지지 않는다.


그래, 무엇보다 깨지지 않는다는 점이 그동안 사라에게 무엇보다도 큰 힘을 실어주었다. 언제라도 함께, 언제라도 굳건히 지지해준다는 점이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의지가 되는 부분이었다.


아마 한 3초 전까지는 그게 진리였다.


하지만 지금 그 신비한 은창은 두 동강이 나서 바닥에 떨어졌다. 처참한 몰골이다. 그 자랑스럽던 다섯갈래 서슬 부분이 똑 떼어져버리고, 사라의 손에는 휑한 봉 부분만이 무심히 들려있었다.


“어··· 이게··· 아니···?”


머리가 새하얗다. 그동안 정말 별 일이 다있었지만 창이 부서진다는 사건은 전혀 상상도 해본적이 없었다.


분해의 기적도 버텨내고, 무기 세례도 버텨내고, 광탄도 다 이겨내던 이 믿음직스럽던 창은 오늘을 끝으로 사라의 믿음을 배반했다.


사라가 넋이 나가 멍을 때리는 동안, 하온은 재빨리 튀어나가 원래 쓰던 흑광석 목걸이를 도로 쥐어 품에 꼬옥 안았다.


“뒤늦게 고마움을 알아서 미안하다 목걸아!!!”


무한동력장치의 힘이 아무리 강대하다 한들 결과가 이따위여선 도무지 써먹을 길이 없을 것이다. 아니, 차라리 좀 더 약했다면 좋았을텐데! 설마 사라의 창까지 깨부수는게 가능할지 누가 알았나!


한편 네아는 금세 또 정신을 차려 사라를 향해 아득바득 기어가지만, 반대쪽은 아직도 쇼크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다급히 발을 뗀 하온이 그녀를 향해 돌격했다.


“위험해!!!”


“어억···!”


네아가 사라의 다리로 손을 뻗기 직전, 하온이 몸을 날려 그녀를 옆으로 밀쳐냈다. 맨땅에 부딪친 네아의 팔이 그 주변의 지형을 완전히 작살내고 나서야 사라는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것이다.


“사라, 정신차려! 지금 이럴 시간이···!”


그 순간 뒤에서 하온을 확 잡아채는 손길, 네아가 그를 품에 확 끌어안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단숨에 온 힘을 다해 도약하는 네아. 덤으로 땅을 박차자마자 커다란 진동이 울리며 대지가 갈라진다.


“하온—!!”


허나 땅에 발을 붙인 사라로서는, 하늘 위로 솟구치는 그들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높이 뻗은 허공에서 네아는 품에 잡은 하온을 사정없이 구타했다. 하온 역시 그녀에게 대항해 팔을 뻗어보지만, 디딜 곳 하나 없는 공중에서 혼자 날아다니는 네아를 상대하는건 무모한 짓이었다.


복부, 머리, 명치, 제멋대로 방향을 틀며 아무런 제약 없이 적을 때려패는 네아. 비행으로 추진력을 얻은 공격 하나하나가 상상을 초월한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하온은 보호의 기적만은 결코 쓰지 않았다. 아무리 아프고 뼈가 시리는 고통이어도 지금 참지 않으면, 곧 다시 땅으로 추락하는 순간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이 없다.


반면 네아는 네아대로 네가 버티면 죽을 때까지 패주마 하고 아주 신이 나서 하온을 몰아붙인다. 어느새 그들의 비상은 하늘 끝까지 닿아 구름에 이르렀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가 그들을 감쌌다.


그런데 그 순간, 네아가 찡그리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녀의 뇌로 파고드는 기이한 감각에 당황한 것이다. 너무나도 낮설고 괴이한 감각, 자신이 경험하지도 않은 기억에 정신이 온통 혼란스럽다.


집중력이 흩어져 일을 그르치기 전에 네아는 서둘러 마지막 일격을 개시했다. 하온을 내팽개치고 허공에 남겨두고선, 홀로 저 높이까지 날아간 뒤, 발을 밑으로 뻗어 그대로 적에게 수직낙하했다.


하온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건 못버틴다, 가드를 올리든 뭘 하든 분명 그대로 작살내고 내 심장에 명중한다! 맞았다간 100% 즉사다!


그런 직감이 하온의 뇌리를 스치고, 끝내 반사적으로 보호의 기적을 사용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네아의 날카로운 킥이 하온에게 내리꽂혔다.


“이야아아아!!!!!”


그 반동으로 하온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밑으로 쏴날려졌다. 하지만 구름 너머까지 높이 올라와있는 하온이 도로 떨어지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보호의 기적이 그때까지 지속될리가 없다.


그렇다고 이 높이에서 맨몸으로 떨어졌다간 하온은 지면에 닿자마자 분해되버린다. 뭔가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떻게든···!


하온은 먼저 제 망토의 끄트머리를 정지의 기적으로 허공에 멈췄다. 공중에 메달린 천이 안전끈 역할을 하며 추락속도를 낮춰주었지만, 그 무게를 온전히 받아내기엔 역부족이라 금세 찢어져버린다.


다시 추락을 시작하자 이번엔 제 겉옷을 멈춘다. 다시금 추락속도가 늦춰지고 또 천이 찢어진다.


추워서 두른 옷가지 여럿을 죄다 버릴 작정으로 몇번을 반복하자, 어느새 그의 속도는 눈에 띄게 감소해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았다. 이대로 맨땅에 떨어지면 분명 치명상이다. 하지만 지면 위에는 이리로 빠르게 내달려오는 사라가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하온의 바로 아래에 도달한 사라는 두 팔을 쫙 벌리고 그를 향해 뛰어올랐다. 직후 자신의 품 속에 들어온 하온을 꽉 붙들고, 이를 꽉 악물고 땅에 발을 딛었다.


착지와 동시에 사라의 온 몸으로 진동이 흐른다. 먼지가 팍 튀어오르고 무릎이 엄청 저릿거리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하온! 멀쩡하냐?!!”


“나···, 나 모가지가 부러진 것 같아...”


당연하지만 모가지가 부러진 것 같다는 말을 모가지가 부러진 채로 할 수 있을리는 없다. 하온은 멀쩡했다. 후들거리는 다리가 안도감으로 평정심을 찾았다.


“우선 여기 누워, 회복에만 집중해봐.”


“괴물 아저씨 말이 맞았어, 더··· 더럽게 춥더라, 하늘 위가···.”


“집중하라니까!”


사라는 그를 조심스레 제 뒤에 뉘이고는, 잠시 내려놓았던 창을··· 아니, 창 조각들을 다시 손에 쥐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깟 창 부러졌다고 정신을 놓다니 멍청하긴! 이까짓게 무슨 상관이야, 제길. 두동강이 나면 어때? 그냥 무기가 둘로 늘었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가만,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러네...?”


그래, 생각을 반대로 바꿔보자. 발상을 역으로 뒤집어보는거야.


만약 이 창날이, 줄어드는 것 뿐 아니라··· 늘어나도록 할 수 있다면?



***



사라가 저쪽에서 뭔가 기이한 사고회로를 돌리고 있는동안, 머리를 움켜쥔 네아가 땅 위로 내려와 비틀대었다.


계속 머리를 괴롭히는 잔상이 골을 아프게 한다. 이게 뭐지? 정신착란? 너무나 이질적인 감각, 그러나 스스로에게 발생된 감각이 아님은 어째선지 알 수 있었다. 그래,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고있다. 누가? 어째서? 대체 어떤 방법으로?


“누구야··· 적이야···? 아냐, 적은 아니야, 그럼 당신···.”


그 순간 퍼뜩, 뇌리를 스치는 누군가의 이미지. 누군가의 인상. 그 사람의 목소리.


네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와 동시에 머리의 고통도, 혼란도 맑게 개인 하늘처럼 단번에 걷히고, 무척이나 명징한 그 사람의 정신이 한가득 들어왔다. 그래, 틀림 없었다!


“아저씨···?”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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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Episode187_잠시만 평화롭게(1) +2 21.05.25 4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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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Episode185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3) +2 21.05.19 47 4 13쪽
184 Episode184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2) +2 21.05.14 69 4 11쪽
183 Episode183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1) +2 21.05.08 55 4 8쪽
182 Episode182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0) +4 21.05.05 45 3 8쪽
181 Episode181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9) 21.05.03 37 4 12쪽
180 Episode180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8) +2 21.04.30 60 4 9쪽
179 Episode179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7) +2 21.04.26 61 4 7쪽
» Episode178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6) +4 21.04.21 49 4 8쪽
177 Episode177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5) +2 21.04.18 4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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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pisode174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2) +4 21.04.04 50 4 8쪽
173 Episode173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1) 21.03.31 50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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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Episode168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9) +4 21.03.04 87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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