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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52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1.04.07 17:22
조회
58
추천
3
글자
8쪽

Episode175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3)

DUMMY

굉음과 지진, 타격과 폭발. 떨려오는 진동이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심장을 조여오며 쾅쾅 뛰게한다.


사방에서 깨지고 흩뿌려지는 나무와 돌, 땅의 파편조각들. 막대한 파괴규모를 자랑하는 반역자와 애쉬 간의 싸움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현란하고 치열하게 이루어졌다.


첫번째 기적인 비행 능력. 이 지점부터 애쉬는 무척 성가신 적이다. 일반적인 사람은 수평을 넘어 수직으로까지 확장되는 빠르고 화려한 그 움직임에 정신을 빼앗긴다.


멋모르고 눈을 굴리다간 금세 어지럼증을 느낄만큼 요란스런 움직임. 사라의 초인적인 동체시력이 아니었다면 따라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그의 힘이 닿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무사하지 못한다. 온 사방이 파괴된 파편들로 가득하다


지면에 닿았을 때 지진을 일으켰던 그의 두번째 기적을 사용해, 바위며 나무며 각 부분을 크게 진동시켜 부수고 쪼개버린다.


하온은 깨져버린 방어벽들을 겨우겨우 복구시키며 애쉬의 진로를 막고, 아찔한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 때 멀찍이서 내달려오는 사라. 그녀를 향해 허상의 주먹을 실체화시키며 후려치니 엄청난 압력과 충격이 덮쳐온다. 이것이 애쉬의 세번째 기적이다.


돌진하던 도중에도 기가막힌 드리프트로 회피해, 옆을 스치는 주먹의 환영을 창으로 찌익 긁어대며 막는 사라. 그 마찰력만으로 불꽃이 튀고 굉음에 소름이 돋는다.


막아냈다는 사실에 안심한 그녀지만, 곧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작고 반짝이는 금속덩어리들.


애쉬가 던진 이것은 황금시대때 산더미처럼 만들어진 군용 보급품이다. 하지만 지금은 하등 쓸모없어 맘대로 써먹는 장난감이다.


규격이 맞는 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있던 억울한 탄알들, 그러나 그 내부에는 여전히 얕볼 수 없는 폭발력이 태어난 그대로 잠재되어 있었다.


애쉬의 네번째 기적은 그 힘을 매개체로 하여, 막대한 불꽃과 열기를 발생시키는 폭발의 힘이다.


총알은 사라의 코앞까지 접근해, 이제 발화하는 순간 그녀의 얼굴을 조각내버릴 정도의 열과 압력을 발산할 것이다.


그 때,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또다른 손이 그 총알을 잡아 품에 꼭 안는다. 하온의 두 손에 꼬옥 잡힌 탄환은 곧장 폭발해 섬광과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다.


하온의 몸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리며 참혹한 꼴을 면할 수 없었다··· 만약 보호의 기적이 없었더라면.


애쉬의 힘은 굉장했다. 쓰는 기적 하나하나가 강력하며 또한 능숙하다. 사라와 하온 둘 중 한 명만 빠져도 필시 손도 못쓰고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하온과 사라 둘 다 서로 꼭 붙어서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고 서로의 등을 봐주고 있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니 결국 애쉬가 더 불리하다는 결론에 다다르는 것이다. 애쉬는 가쁜 숨을 토하며 생각한다.


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 자들, 지나치게 강하다···!!


개개인의 힘도 힘이지만, 텔레파시라도 통하는건지. 아주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데 암만 봐도 저런 협동력은 불가능하다.


이들에게 승기를 되찾을 방법은 나 역시 동료를 부르는 것 뿐, 하지만···


...아니, 아니다. 잊자! 그 애를 부르는 것 만은 절대 안된다, 네아를 싸우게 해서는 안된다···!




***



같은 시각, 네아는 그냥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것이 상관의 명령이자 애쉬의 부탁이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그를 기다리는 동안 생각해본다. 어째서 그는 항상 자긴 이렇게 내버려두고 혼자만 임무에 나서는지.


애쉬가 그녀를 약하다고 무시해서 이런 처사를 강요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되려 지나칠 정도로 그녀의 재능을 고평가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공을 세우는데 눈이 뒤집혔다 볼 수도 없다. 그의 평소 반항적인 행실은 물론이요, 기껏 제 땀 흘려 세운 공적마저도 전부 자신과 반반으로 나누어 보고해버리니 말이다. 이에 대해서도 몇번이고 사양과 이의제기를 했으나 들어먹지를 않는다.


그럼 대체 뭐하자는거지? 심지어 혹시나 잃어버린 자기 친아빠나 혈육이 아닐까 싶었지만 역시 아니다. 나이차도 그만큼 나지 않는데다 생긴것도 닮지 않았다.


이전에 본 기억도 전혀 없다. 역시 나랑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어째서 날 이렇게 싸고도는걸까? 암만 묻고, 따져봐도 애쉬는 묵묵부답. 네아는 그의 어떠한 과거도 알 수 없었다.


대체 애쉬는 뭐하자는거야? 어째서 출세며 조국이며 그런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는건가? 조금만 신경쓴다면 금세 쭉쭉 위로 올라갔을만한 인간인데.


아니, 이쯤 되면 더 궁금한게 있다. 왜 그는 아직도 암살단에 남아있는걸까? 뭘 위해서, 뭘 이룬답시고?


아아, 괴이한 인간. 진짜 진짜 진심으로, 애쉬는 알 수 없는 인간이다.




한편 저 멀찍이서 들려오는 폭발음과 진동, 우지직 쓰러지는 나무들의 소리. 네아로서는 그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상상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어째선지 애쉬가 싸우는 모습은 어떨지 눈에 선하다.


하기야 확실하지. 고작 두 명이서 애쉬를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 틀림없이, 틀림없이 애쉬가···


'애쉬가 위험할지도 몰라.'


아무런 단초도, 개연성도 없이 갑자기 드는 불안감. 그러나 마치 자력과도 같이 거부할 수 없는 그런 충동에 이끌려 네아는 말 위에 올라탔다.


어라, 내가 왜 이럴까? 스스로도 얼떨떨해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지만, 곧이어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이미지에 그런 생각도 모조리 날아가버린다. 단숨에 고성과 함께 박차를 가한다.


"이랴!!"


그리고 힘껏 고삐를 튕겼다. 애쉬가 있는 곳을 향해. 더 빨리, 더 급하게! 물론 그 약샥빠른 사람한테 무슨 큰일이 생길까 싶지만, 그래도···



***



'이제 더는 안되겠다.'


애쉬는 긴박한 상황 속 넘실대는 위협 가운데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암만 그 개인이 강하다 한들, 반역자 둘의 힘이 이토록 대단하면서도 완벽히 합을 맞추는 이상 애쉬가 당해낼 방법이 없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 한쪽이 공격해온다. 한 쪽을 공격하면 다른 한 쪽이 방어한다.


이길 수가 없다. 따라서 애쉬는 무척이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제길, 어서 튀어야···!'


애쉬는 등을 돌리고, 눈 앞을 향해 빠르게 가속했다. 급히 허공을 가로질러 멀리멀리, 안전한 곳에 도달하도록 몸을 피해야만 했다.


하지만 반역자들이 퇴각하려는 그의 의중을 알아줄 리 없다. 그 커다란 빈틈을 반역자들이 놓칠 리도 없었다. 뭣모르는 자에게 이는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였다.


"잡았다!!"


즉시 창을 힘껏 뻗어 조준한다. 그렇게 발사된 사라의 섬광파가 이제껏 축적한 물리력을 뿜어내어 거대한 바람을 날린다.


'자, 잠깐. 이런 건 못들어봤-'


애쉬의 뇌리에 그런 생각이 스침과 동시에, 엄청난 열기와 충격이 애쉬의 몸뚱이를 습격했다. 그 파동에 휩쓸려 그의 이동궤도가 흐트러진다.


도주를 위해 가속한 빠른 속도, 불안정한 비행, 그리고 한순간의 방심. 사방에 깔린 장애물. 그것이 도출하는 결말은 정해져있었다.


애쉬는 허공에서 고꾸러지며 나무에 머리를 강하게 처박아버린 것이다.


얼굴 정면을, 나무 전체가 진동할 정도로 세게 박았다. 쏟아지는 마지막 낙엽들과 함께 그의 의식은 그대로 끊어졌다.


축 늘어진 애쉬의 몸뚱이는 그대로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져버렸고, 이 예기치 못한 참혹한 광경에 사라마저 당황한 나머지 이와 같은 소리를 중얼거릴수밖에 없었다.


"주··· 죽은건 아니겠지?"


작가의말

희대의 천재 설정을 갖고나와서 1화만에 나가떨어지는 캐릭터가 있다??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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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Episode179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7) +2 21.04.26 60 4 7쪽
178 Episode178_비밀요원의 고요한 잠복(6) +4 21.04.21 48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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