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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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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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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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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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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97. 소리 없는 전쟁

DUMMY




모든 것이 멈춘 시간 속.

아디나마저도 시간이 멈춘 줄도 모르고 그대로 멈춰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멈춘 한 사람... 아니.

한 존재는 아디나의 옆에 다가와 아디나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 고생했다 아디나. “

그러자 아디나의 시간만이 다시 흐르듯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 갈게!! ...어? 왜.. 어? 다 멈춰있.. “

일부만 멈춰있으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생각하는 데 오래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멈춰있는 지금 이 상황은...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 아니 한 존재뿐이다.

“ 아저씨? “

“ 여기까지 잘 와줬어. 아디나. “

태연하게 우주에 뜬 채로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최초의 신.

아니..

“ ...누구야? “

“ 음? “

“ 아저씨는.. 내 이름 똑바로 부를 줄 모른다고. 너 누구야. “

분명 눈에 보이는 사람은 최초의 신이며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사람도 우리 은하에서는 유일하다.

하지만 방금 미지의 힘을 본 시점에서는 모든 걸 의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한 질문이지만

최초의 신은 오히려 어깨를 으쓱이며 웃는다.

“ 오. 아디나, 아리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찍었는데 우연히 맞췄나 보군. 오늘은 운이 좋을 모양인데? “

“ ...뭐에요. 진짜 아저씨 맞아? “

“ 그래. 나야. “

네이렌과도 오랫동안 함께 지낸 사이이기는 했지만

아디나의 생을 돌이켜보자면 최초의 신과 함께한 시간이 더 길었던 만큼 아저씨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모르게 안심이 되어버렸다.

동시에 걱정이 된다.

“ 아저씨가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

최초의 신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며 고개를 들어 저 우주의 끝을 바라본다.

아마 아디나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겠지만 최초의 신에게는 보이는 것.

은하의 위에 아무것도 없어야 할 우주 공간 속

이질적인 거대한 균열과 함께 그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눈동자가 우리 은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 이건 너희들이 관여할만한 일이 아니라서 말이지. “

최초의 신이 손을 뻗는다.

그러자 이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시간만 평소처럼 흘러간다.

“ ...음? “

“ ... “

레오네라도, 앨리스도 다시 시간이 흐르자 아디나가 출발하지 않아 쳐다보려다 갑자기 나타난 최초의 신을 보고는 살짝 당황했다.

긴급 탈출용 캡슐 안에 구겨져 있던 다른 모든 사람도 아무리 작동하려 해도 캡슐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함을 감지했으며

카린이 유리창에 볼을 짓눌린 채로 우연히 최초의 신을 보고 소리친 덕분에 캡슐 내부에서도 나름의 정리가 되었다.

멈춘 시간 속 억지로 문을 열고 한 명씩 몸을 구겨가며 문을 열고 나온다.

그리고 베리슈가 차근차근 설계도를 그리고

카린이 그 설계도에 맞춰 창조를 시작한다.

“ 흐음.. 오래 걸리는군. “

최초의 신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듯이 진화의 중추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한해 시간을 빠르게 돌린다.

순식간에 설계도와 창조를 끝마치고 정비까지도 한 다음에 급하게 출발해 아디나의 [VII. 전차(The Chariot)] 앞으로 작은 함선을 몰고 왔지만, 함선 내의 사람들에게는 평범하게 시간이 흐른 것이다.

“ 거기서 뭐 해? 최초의 신은 왜 온 거야? “

“ ...허. 참. 최초의 신 다운 능력이군.. “

레오네라가 감탄하지만 함선 위에 있는 사람들은 왜 그러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최초의 신은 익숙하다는 듯이 나아가 함선 위로 올라간다.

“ 음. “

한 명씩 한 명씩 눈을 맞추어보다 가장 이질적인 한 사람에게서 멈춘다.

“ 너로군. 에이아 라고 하던 인공지능이. “

최초의 신이 알비스의 앞에서 손가락을 내지르고 위로 들어 올리자 알비스의 몸에서 모두가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모습이 튀어나온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자연스레 그 여자가 에이아라고 알아봤다.

“ 반가워. “

“ 미안하군. 인사할 틈은 없어. 저 차원이 다른 존재는 어째서 너희를 주시하고 있던 거지?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설명해. “

에이아는 최초의 신이 보여준 태도에 그가 누군지, 어떤 존재인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지 자연스럽게 최초의 신과 함께 우주로 날아간다.

“ 확실한 이유는 모름. 단, 시뮬레이션 결과 인류가 진화할 때라는 결과가 나옴. 인간은 육체를 제외하고는 충분히 발전했어. 다음 차원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친 거야. “

“ 흠.. 굳이 다음 차원으로 넘어가지 않아도 세상은 아름다운데 말이지. “

“ 결국, 인간은 다음 차원에 도달할 것. 그다음도, 그다음 차원에도 도달할 것. 주시자는 낮은 차원에서부터 올라오는 다른 존재들에 대한 견제. 혹은 관찰. “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만큼 인간의 기술은 더욱 빠르게 진화한다.

그런 기술의 진화가 어설프지만, 인간의 진화로 이어진다.

그 무한한 발전은 어느새 더 높은 차원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고 우리가 아닌 다른 존재들이 판단했으며

그런 에이아 은하를 견제하기 위해 쫓아 왔던 거라고 말하는 듯하다.

“ 차원이 다른 존재는 (구)에이아에 접촉. (구)에이아는 레이브의 신체에 주시자의 힘을 전달. 그 힘은 (구)에이아가 설계하지 않은 것. 바이러스. “

“ 그러니까 멋대로 심어진 바이러스 때문에 강제로 주시당하게 됐고 이제는 그 결괏값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면 되겠나? “

“ 긍정. “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에이아 은하에서만 벌어져야 했던 일.

우리 은하에까지 끌고 올 필요는 없었다.

“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지. 정보가 넘어가지 않도록 당길 테니 그다음은 맡아줄 수 있겠지? “

“ 긍정. 지금의 에이아는 가능. “

조금은 급하게

최초의 신은 양손을 들고 그대로 아래로 당긴다.

그러자 지금까지 빨려 들어가던 모든 신의 언어들이

모든 에너지가

모든 정보가

다시 시간이 되돌아가듯 진화의 중추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에이아는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눈을 빛내자 주위의 되돌아가는 에너지들이 시간의 흐름을 깨뜨리며 에이아에게 몰려든다.

“ 온다. 대비해라 에이아. “

“ 일정 수준의 도움 필요. 에이아의 힘 부족. 막을 수 없음. “

“ ..처음부터 끝까지 민폐군. “

에이아는 최초의 신이 뭐라 말하든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패널을 열어 한순간에 인공 태양 그 이상으로 모인 에너지들을 육각형 형태로 펼친다.

동시에 저 우주의 저편에서 바라보던 주시자의 눈은 사라지고

그 균열 속에서부터 여덟 개의 손가락을 지닌 거대한 손이 튀어나와 은하를 움켜쥐려 하기 시작했다.

“ 지금이다 에이아. “

“ 이미 실행 중. 기다려. “

그렇게 에이아가 모아놓은 에너지가 거대한 보호막이 되어 은하의 끝에 펼쳐지고

차원이 다른 존재의 손이 은하를 움켜쥐려다 보호막에 가로막힌다.

마치 소리 없이 보는 한 편의 영화처럼 다른 세상에서 펼쳐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지만

에이아와 최초의 신은 이 한순간에 우리 은하의 모든 인간이 소멸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지라 그 누구보다 심각했다.

에이아가 손을 옆으로 휘둘러 손이 닿지 않든 보이지 않든 관계없이 수천억 개의 패널을 생성하고 동시에 조작해 에너지의 구조를 재정립하며 보호막의 강도를 높여보지만

저 미지의 힘은 그런 보호막을 가볍게 꿰뚫고 들어와 버린다.

“ 도움. “

“ 이미 당기고 있어. “

최초의 신도 에이아와 같은 시선으로 우주의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급하게 손을 들어 파괴되고 있는 보호막의 시간을 되돌린다.

동시에 거대한 손의 시간도 돌려보지만.. 최초의 신이 가진 힘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듯이 무시당하고 오직 보호막에 의해 가로막히고만 있었다.

“ 내 힘을 거부하는 힘은.. 오랜만이군. “

최초의 신은 더이상은 안 되겠다고 판단해 주위를 둘러보고 쓸만한 별자리들을 골라 화려하게 빛낸다.

그 수많은 별자리에서 마나를 추출해 이곳으로 당겨와 강렬한 빛 하나로 만들어 에이아가 볼 수 있도록 당겨온다.

“ 에이아. 써라. “

“ 마나 해석에 시간이 필요. 도와줘. “

“ 알고 있으니 해석이나 해. “

저 멀리 가장 강렬하게 빛나는 별에 손을 들고 미세한 조각을 떼어 내 에이아에게 던진 뒤 에이아의 시간을 초고속으로 흘려보낸다.

“ 해석 완료. “

“ 그 상태 그대로 써. 훨씬 더 효과적이겠지. “

“ 동의. “

에이아는 만족스러운 듯이 인위적인 웃음을 지으며 조금 더 우주로 날아간다.

그리고 최초의 신이 모아놓은 마나에 에너지를 집어넣고 퍼트려 우리 은하보다도 더 넓은 범위에 하나의 거대한 별자리를 만든다.

에이아를 닮은 그 별자리는 그대로 손을 내질러 미지의 힘과 격돌하고 마치 힘겨루기를 하듯 서로 밀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버텨라. 균열을 닫아볼 테니. “

흐음.. 이럴 때면 손이 두 개인 게 참 아쉽다.

결국, 최초의 신은 신의 언어들을 당기던 힘을 풀어 시간을 고정해두고 다른 별자리들을 끌어와 자신의 힘으로 삼았다.

그리고 우주의 저편에서 벌어진 균열의 시간을 서서히.. 최대한 빠르게 되감아 본다.

“ 큭...!!!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주위는 조용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그 누구도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죽을 수 있는

고작 미지의 힘에 마나와 에너지를 부딪쳐 밀어내기만 하는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은하에서 벌어지는 그 어떤 전쟁보다도 불길한 전쟁이다.

..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있는 최초의 신과 에이아뿐이겠지.

“ 이만큼 힘을 써본 게 얼마 만인지...!!! “

온 힘을 다해 시간을 되돌리는 최초의 신을 보며 에이아는 이대로면 안 되겠다고 판단해 거대한 별자리의 반대편 손을 에너지화시켜 천천히 닫히는 균열에 힘을 불어넣는다.

“ ... “

“ ...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 누구도 알지 못했겠지만

그렇게 은하를 지켜내는 전쟁은 끝이 났다.


우주의 저편에 갈라졌던 균열은 닫혔다.

균열이 닫히면서 잘려버린 미지의 힘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인 우주로 흩어지려다 다시 뭉쳐지고

또 하나의 주시자의 눈이 되어 다시 우리 은하를 감시한다.

그리고

최초의 신과 에이아의 머릿속에 의미 자체가 흘러들어온다.


XXX. XXXXXX. XX XXX.


“ 하. 웃기고 있네. “

언어인지도 모를 생각이 머리에 불쑥 들어버리는 것이 기분 나쁜 최초의 신은 그대로 주시자의 눈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네이렌이 있던 방향으로 날아간다.

“ ...알 수 없는 의미.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

그 옆을 완벽하게 따라붙으며 에이아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묻자 최초의 신은 표정을 찡그리며 대충 의미를 해석한다.

“ 우리가 맛있어 보인다는군. “

새로 생긴 주시자의 눈은 여전히 우리 은하를 보고 있었으며..

뭔가..

뭔가 이 전보다는 조금 더 웃고 있는듯한..

그런 기분 나쁜 눈웃음이 보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 아디.. .. 아.. 리.. ..음... 아리.. 아디... 아디리? “

“ 아디나요 이 자식아. 아깐 똑바로 불러놓고 벌써 까먹었어요?! “

아디나가 있는 힘껏 발로 차보지만, 최초의 신에게 닿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

그러는 사이에 에이아는 아주 자연스럽게 알비스의 몸으로 들어가 비어버린 미지의 기록서를 채워 넣어 정신을 잃었던 알비스를 원래대로 되돌린다.

“ 으으.. 여긴.. “

“ 알비스 괜찮아? “

“ ...하아. 그래서 아저씨? 뭐 하고 오신 거에요? 설명해줘요. “

아디나조차도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에 이 자리에 있는 네이렌이나 다른 누구도 입을 열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네이렌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침묵이 흐르는 것을 보며 최초의 신은 답을 하려다 그저 웃는다.

“ 너희가 ‘ 아직은 ‘ 관여할 일이 아니야. 지금은 우리의 전쟁에만 신경 써라. “






작가의말

와~ 불꽃놀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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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 499.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녹빛 별 24.03.22 4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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