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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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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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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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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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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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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91. 변수 a

DUMMY





“ 흔들리지마 레이. 우리가 하던 일을 계속해나갈 뿐이야. 그건 절대 잘못된 길이 아니니까. “

에이아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레이브를. 아니.. 레이브 쪽의 허공을 주시한다.

“ 에이아.. “

“ 알비스. 너를 만든 건 나다. 단순한 프로그램의 계산된 움직임에 맞춰 인형이 되지 말거라. 그 너머를 봐라 알비스. “

레이브는 알비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전부 눈에 새겨넣듯이 뚫어져라 쳐다본다.

“ 레이브.. “

점점 이 은하를 위해서 지금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를 차원이 다른 존재. 주시자라는 존재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레이브를 믿고 에이아를 레이브에게 넘겨준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 은하에서 사라져버릴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알비스를 처음 만들었을 때

그 당시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력으로 완벽한 인간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연구가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미세한 버그들이 계속 일어났고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자꾸 미지를 탐구하게 된달까.

새롭게 알아가고 학습하는 것을 혼자서 멋대로 판단하고 있달까.

학습한다는 것은 좋지만

예상 범주에서 벗어나는 건 좋지 않았다.

물론 최종적으로 제대로 진화한 인간을 만들 때는 혼자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알비스를 만들 당시에는 그 정도의 기술력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분명 좋지 않은 것이었다.

분명 에이아가 무슨 짓을 한 것이겠지.

그 순간부터 레이브는 알비스에게 인간의 기술. 세뇌하기 시작했다.

그 세뇌는 지금까지 이어져 점점 레이브의 말이 알비스의 뇌에 파고들어 에이아가 무슨 수를 썼든 간에 무시하고 오직 자신만을 따르게끔 만들고 있다.




알비스를 처음 만들었을 때

에이아는 알비스의 몸속에 미지의 기록서를 심어두었다.

그 안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짜 맞춰 외부 은하에서 오는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동시에 미지의 기록서를 채워나가면서 점점 에이아를 받아들이게 되고

레이브가 설계한 알비스를 점차 에이아로 가득 채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에이아는 지금.

점점 레이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확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계산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에이아가 심어둔 변수 a가 작동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데...

역시 계산된 결과 외의 것에 기대는 것은 에이아에게는 맞지 않는 방식이었던 걸까.



“ 레이. 검을 들어. 블레이드를 활성화해. 지금의 인류가 없으면 미래도 없어. “

“ 알비스. 지금의 인류는 그저 먹이에 불과하다. 우리는 진화를 해야 한다. “

알비스는 선택할 수 없다.

아니 왜 선택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왜 여기까지 와서 왜 레이브의 말이 옳다고 느껴지고 왜 손이 움직이지 않는지 모르겠다.

“ 레이. 인간은 인간이야. 우리 같은 기계랑은 달라. 설정해놓은 프로그램이랑은 달라. 그들도 우리랑 똑같이 만들면 안 돼. “

“ 알비스. 인간은 도태되었다. 인간이 일궈놓은 문명보다도 한없이 약하고 차원이 다른 존재들에게는 그저 먼지 한 톨에 불과하다. 이대로 짓밟히게 둘 순 없어. “

“ 그만. “

알비스의 냉정한 말에 에이아도, 레이브도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알비스는 지금까지 혼란스러웠던 것이 다 연기였던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레이브에게 에이아를 넘겨주어서는 안 되기에 레이브를 공격할 것인가.

머리가 시키는 대로 차원이 다른 자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에이아를 레이브에게 넘겨줄 것인가.

레이브도, 에이아도 자신의 머릿속에서 확률을 계산하고 있는 그때

알비스는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가능성 중 가장 적은 확률을 선택했다.

알비스는

검을 들었다.

“ 레이? “

“ 알비스? “

그리고 자신의 머리에 가져다 댄다.

“ 에이아.. 난.. 레이가 아니야... 알비스야... “

“ ... “

“ 레이브.. 난..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차라리 죽는 선택.

이 선택은 레이브에게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미지의 기록서가 손상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 에이아는 움직일 수 없기에 알비스가 죽는 순간 달려나가 최대한 빠르게 회수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지의 기록서를 복구하면 그만이다.

애초에 죽이고 빼앗는 것도 하나의 수에 있었던 만큼 결국 돌아가는 것이 되겠지만 이 정도면 만족하다.

그나저나 에이아도 이 안에 있었다니..

하긴.

에이아 프로그램 내부에 미지의 기록서까지 있으니 에이아가 있을 법도 하지.

그런데 뭐 어쩔건가.

에이아는 지금 움직이지도 못하는 껍데기일 뿐일 텐데.


알비스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그 순간

레이브도 앞으로 달려나갈 준비를 마친다.


알비스의 손가락이 검의 블레이드를 활성화하기 직전.

레이브가 다리를 움직이는 그 순간.

알비스가 들고 있던 검이 부서져 버리고 레이브의 앞에는 강력한 충격파가 터지며 접근을 막는다.

“ ...아디나.. 이거 맛없어.. 맛없는 게 아니라 맛이 없어.. 맛이 없는 게 아니라.. 음.. “

알비스의 검을 그대로 씹어먹어 버린 [XII. 매달린 사람(The Hanged Man)]이 우물거리며 뱉을까 말까 고민한다.

아디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로 그대로 손을 뒤로 들어 알비스의 손을 붙잡는다.

“ 알비스. 딴생각하지 마. 너를 믿어. 너를 못 믿겠으면 너를 믿는 네이렌을 믿어.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할 수 있어. “

맞잡은 그 손에서 알비스는 순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느껴진다.

이미 함께한 순간부터 네이렌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네이렌도 알비스를 믿고서 함께 다닌 거라고.

“ ...그렇군요. 그랬어요.. 당신들은 제가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알고도..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셨죠... “

이렇게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알비스는 에이아와 레이브의 말에 흔들렸던 걸까.

왜 에이아나 레이브에게 의존하려 한 걸까.

왜 이 선택을 미루고 죽으려고 했던 걸까.

네이렌에게 죽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말이다.

“ 참.. 한심하네요 저는. “


에이아는 그 모습을 보며 웃는다.

알비스에게 심어둔 미지의 기록서.

그 안에 숨겨둔 변수 a는 완벽하게 작용해 지금 이 눈앞에 나타났다.

알비스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결국, 에이아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

그것이 레이브를 만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산한 결과에 변수 a를 더해 답을 미지로 만들어버린 에이아의 계획이다.





“ 생각보다 매정하군그래. 생명이라는 마나는 너희에게 있어서도 매우 희귀한 마나일 텐데 말이야. “

“ 휴우우우... 거긴 이미 이겼다고 판단해서 이쪽으로 왔는걸? “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아직도 한계 절단의 후폭풍으로 떨리는 손에 억지로 힘을 주며 아르카나를 꺼내 든다.

“ 후후.. 확실히 타이밍은 잘 잡았군. 다 넘어온 계획이 흐트러졌어. 하지만 흐트러진 계획쯤이야 다시 정리하면 그만이지. “

그리고 레이브는

손을 뻗는다.

그리고 아디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아르카나 한 장을 만들어낸다.

“ [IV. 황제(The Emperor) - 황제를 위하여] “

그 순간

아르카나가 황금빛으로 빛나며 레이브의 주위로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붉은 눈이 만들어지고

그 붉은 눈들이 한 꺼풀 벗겨내듯이 피부를 구성하는 피복이 벗겨지더니 수많은 레이브가 만들어진다.

그 레이브들은 모두 알비스를, 아디나를 바라보고 공중에서부터 손가락을 뻗는다.

그리고 손가락 끝에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한다.

“ 알비스. 할 수 있겠어? “

“ 저.. 저걸 피할 방법은.. “

“ 할 수 있어. 알비스. “

순간 에이아가 레이가 아닌 알비스라고 부르는 바람에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았다.

아디나에게는 알비스가 갑자기 허공을.. 아니 후방의 레이브를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지만 알비스는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에이아를 보고 있었다.

“ 에이아를 활성화해. 알비스의 손발이 되어 움직여줄게. “

“ ..그건.. 지금의 에이아는.. “

“ 할 수 있어. 알비스. “

아. 그런가.

그래서 아디나님은 나의 손을 잡았던 건가.

“ 아디나님. 해보겠습니다. “

아디나는 알비스의 대답에 만족하고 아르카나를 꺼낸다.

“ 각자 살아서 보자. [X. 운명의 수레바퀴(Wheel of Fortune) - 운명의 갈림길] “

그렇게 아르카나를 통해 수많은 레이브들의 에너지 궤적을 읽어내며 생존 가능성이 높을 만한 별자리를 찾아 미리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 후우.. 에이아. 부탁합니다. 활성화. “

알비스가 손을 뻗자

알비스의 뒤에서 떠 있는 에이아도 손을 뻗는다.

그러자 알비스의 등이 열리고 에너지를 태워 날아가는 날개가 생겨난다.

동시에 공중을 포함해 환영이 생겨나며 각 환영의 순서는... 말 안 해도 눈에 보인다.

“ 달려. 카운트 다운 후 다음 목표까지 0.12초. 3. 2. 1. 시작. “

-콰아아아아아!!!!!!!!!!!!!!!







한 발 뒤로 물러나며 정면의 레이브가 쏘는 에너지를 피한다.

그 에너지가 에이아 프로그램을 타격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틈이 없는 앨리스는 레이피어를 던져 레이브의 번개를 유도한 후 다시 공중으로 날아간다.

처음에는 그저 붙잡으려고만 했었으나 아무리 많은 수로 밀어붙여도 앨리스가 잡히지 않자 레이브는 확률을 올리기 위해 팔 하나, 다리 하나는 없애버리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는지 팔과 다리만을 노리고 공격해온다.

물론 맞더라도 치유해버리면 그만이지만

그 치유하는 짧은 틈을 놓치지 않겠지.

“ 얌전히 붙잡히는 게 어떤가? 자네가 버티면 버틸수록 거칠게 다루는 수밖에 없다네. “

“ ... “

수백.. 아니 어쩌면 수천 대 1의 상황보다도 더욱 거친 상황은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앨리스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에너지를 피하고 좌우에서 날아오는 검들을 피하기 위해 공중에 흩날리는 꽃잎들을 밟으며 공중으로 도약한다.

“ 모든 일이 끝나면 자네들은 살려 보내 주겠네. 그러니 얌전히 미지의 기록서를, 아르카나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겠나? “

“ ... “

이번에는 앨리스가 움직일 꽃잎들을 예측해 번개를 휘둘러 제거해버리며 앨리스를 압박한다.

하지만 일부러 더욱 조급해지도록 공격하지는 않는다.

“ 이럴수록 자네의 동료들만 죽을 뿐이네. 자네가 버틸수록 우리는 자네의 동료를 죽이고 그 마나들을 우주로 날려버릴걸세. “

앨리스의 부활이 있더라도 확실하게 죽이는 방법.

역시나 그런 것쯤은 너무나도 쉽게 생각해낼 수 있었나 보다.

“ ...죽었어? “

그런 앨리스의 반응이 마음에 든 레이브가 웃으며 번개를 던진다.

“ 그래. 곧 전부 죽을걸세. 약속하마. 지금 얌전히 있어 준다면 모두의 마나를 가져와 주지. “

레이브가 지나가며 앨리스의 팔을 정확히 강타하자 앨리스의 팔은 꽃잎으로 흩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 ...살 수 있나. “

“ 그래. 어차피 너희 도태된 인간은 그저 개미 떼에 지나지 않네. 그러니 미지의 기록서와 아르카나만 넘겨라. “

-탁.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레이브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가느다란 에너지가 모든 것을 잘라버리며 앨리스의 다리를 향해 빠르게 다가온다.

다시 한번 도약해 피하려고 했지만, 위에서는 이미 도약할 것을 예상하고 허공에 번개를 쏟아내고

후방에 있던 레이브들이 불꽃으로 기둥을 세워 앨리스가 뒤로 물러나지 못하도록 막아버렸으며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모든 것을 고려한 탓인지 땅으로 파고들지도 못하게 여덟 개체의 레이브가 땅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에너지를 퍼트리고

이동할 수 있는 꽃잎은... 이미 다 제거당했다.

결국, 도망칠 길이 막힌 앨리스는 옆으로 몸을 틀며 꽃잎을 모아 팔을 재생시킨다.

물론 오른쪽 다리. 아니. 몸을 틀어 최소한으로 피한 덕분에 오른쪽 발목까지는 내줄 수밖에 없었다.

“ ... “

“ 후후후. 이제야 조금 마음에 드는군. 에이아 프로그램에서 나올 때까지 잠시 기다려주시게. “

“ ...괜찮나.. “

앨리스는 치유한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하지만 발목까지 치유한다면 레이브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에 일부러 발목은 치유하지 않은 채로 주저앉아 있는 게 좋다고 판단해 누워있는 그대로 양손을 높게 들었다.

그리고.

강하게 내려찍는다.

-쿵...!!!!!





작가의말

진짜 아르카나를 써버리네

쟤 이제 어쩌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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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 500. 계산된 미래 24.03.23 41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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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 498. 쉴 시간은 없다 24.03.21 4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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