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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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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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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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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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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88. 설계된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DUMMY





“ 흠... 이것이... 에이아 프로그램의.. 에이아의 모든 것인가. 혼자서는 들어올 수 없었는데 말이지.. “

에이아와 알비스.

두 사람이 아닌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 레이브. “

어째서 레이브가 이곳에 왔는지는 모르지만, 에이아는 알비스를 보던 때와는 다르게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레이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있는 거지? “

알비스는 레이라는 사람이 쓰던 특이한 형태의 검을 들어 블레이드를 활성화하고 레이브를 경계한다.

“ 어째서 여기에 있는가라... 그런 질문은 알비스 너를 만든 그 순간부터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고 답할 수 있겠군. “

만든 순간부터라는 말이 왜 이렇게 거슬리게 들릴까.

“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네. 알비스 네가 가진 미지의 기록서를 전부 채워 넣고 에이아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를 말이지. “

이 순간까지 계획하고 알비스를 만들었다는 걸까.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일이 전부 레이브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다는 걸까.

“ 미지의 기록서로.. 에이아로 무엇을 하려는 거지? “

“ 당연히 이 세계를 지배한다. 그리고 더 높은 차원의 인류를 만들어 더 높은 차원에 도달한다. 오직 그뿐이다. 알비스. 너는 처음부터 나의 연구를 도와주는 조수였다. “

미지의 기록서로 무엇을 할까를 물어보았지만, 일부러 대답은 하되 대답의 의미를 알 수 없도록 꼬아서 말하면서도 알비스를 회유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기분 나쁘게도...

그런 레이브의 말에 알비스의 머리는 조금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감정까지도 레이브가 심어놓은 것이겠지.

자신의 말을 듣도록 해놓은 것이겠지.

“ 레이. 괜찮아. 에이아를 믿어. “

그리고 에이아는 알비스를 향해 계속 레이라고 부른다.

오직 알비스를 볼 때만 내비치는 예쁘고 아름다운 미소.

...

이제 알비스도 미지의 기록서를 전부 채우면서 꽤 빠른 연산 속도를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 에이아가 말하는 것의 의도를 알아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알비스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세를 잡는다.


자신은 알비스다.

알고 있다.

잊고 있지 않다.

그 누가 자신을 무슨 의미로 만들었다고 해도

네이렌은 끝까지 자신을 알비스라고 부르며 사람처럼 대해준다.

아니 이미 그들의 동료다.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 나는 알비스가 아니다. 나는. 레이다. “

그대로 알비스는 레이브를 향해 자신이 낼 수 없는 압도적인 속도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연산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검을 휘두른다.


왼쪽에서 베어져 오는 알비스의 공격.

그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불꽃으로 만든 검을 드는 것과 동시에 일곱 개의 검을 알비스의 머리 위에서 내려찍었지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휘둘러진 알비스의 검은 불꽃이 존재하지 않았었다는 것처럼 부드럽게 베어내 버리며 레이브의 보호막에 닿았다.

에이아 프로그램과 함께 인공 태양과 연결되어있는 레이브는 무한한 에너지가 있었지만 그런 에너지 따위는 가볍게 허물어버리는 알비스의 검에 미소지으며 뒤로 물러나 피한다.

“ 알비스. 너를 만든 창조주이자 스승인 나에게 검을 휘두르는 건가? 그저 AI 프로그램에 지배당해서 나를 몰라보는 것인가? “

“ 웃기는 소리. “

다시 한번 검을 휘두르자 레이브는 이 검만큼은 에너지로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보호막도 해제하고 모든 에너지를 속도에 올려 몸을 틀어서, 혹은 뒤로 물러나며 피한다.

“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을 다 잊어버린 건가? 아니면 지워버린 건가? 참으로 안타깝구나 알비스. “

“ 시끄러워..!! “

알비스가 조금 더 안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어 검을 위로 쳐올리자 레이브는 가볍게 한 발. 아니. 딱 한 발로 꽤 멀리 뒤로 물러난다.

알비스는 그 거리 차이를 보자마자 검의 블레이드를 지우고 검을 열어 레이브를 조준한다.

그리고 쏜다.

-지이이잉.. 콰아아아아!!!!!!!!!!!!!!!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알비스의 공격은 레이브에게 완전히 읽혔으며

방금 쏜 공격은 레이브의 옆을 아슬하게 비켜나갔다.

“ 재밌군. 처음 보는 형식의 무기야. 언제 이런걸 익혔지? 알비스. 너의 프로그램에는 전투 관련이 없었을 텐데. “

“ 나는 지금 알비스가 아니야. “

빠른 속도로 날아간 알비스가 검을 다시 휘두르고 레이브는 뒤로 물러나며 순간적으로 한 겹의 보호막을 일부러 만들어보자 알비스가 휘두르는 검의 블레이드는 허공을 자르듯 보호막을 갈라버렸다.

“ 같은 에너지라고 보이는데도 그 검은 평범한 에너지가 아니군. 에이아가 건네준 에너지인가? 알비스. 너는 나의 설계를 벗어나 그런 힘에 매료된 것인가? 에이아가. 네이렌이 너를 그렇게 오염시킨 것인가? “

“ 입 다물어..!!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말도 안 되는 각도로 꺾어져서 공격해도 레이브는 그 모든 궤적을 읽고 회피한다.

반격한다면 충분히 알비스를 죽일 수 있지만 반격하지 않는다.

아마 지금 알비스를 죽여버린다면 주인 없는 미지의 기록서는 심한 손상을 입을 테니까.

그 미지의 기록서를 복구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

“ 알비스. 이대로 이곳에 나와 함께 있다간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싸움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

또 한 번 검을 피하며 레이브는 일부러 웃는다.

반대로 알비스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진다.

“ 이대로 나와 함께 있으면 에이아를 깨울 수 없을 것일세. 그렇게 네이렌은 전부 죽고, 우리만 남아 있겠지. 너는 결국 패배할 게야. “

“ 웃기지마...! 난 믿어..! 난 내가 믿는 사람들을 믿어..!!! “

“ 누가 너를 이렇게 망쳤는지 모르겠군.. 그런 주위의 변수에 의존하는 것보다 완벽한 결괏값에 의한 정답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건가? “

맞지 않는 검을 계속 휘두른다.

점점..

이 휘두르는 것조차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너무나도 열 받는다.

오직 검이 맞지 않는 것에 대해 화가 나는 것 이상으로 알비스의 감정은 고조되고 있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알비스는 눈치채지 못했다.

“ 이미 이 은하에서 학습할 에너지와 마나는 없다고 알려주지 않았나? “

“ ... “

레이브에게 마나와 에테르는 이미 충분하다.

연구를 끝마쳤는데도 계속 마나를, 에테르를 수집하며 일부러 공격하지 않고 봐주고 있었다.

레이브가 진화의 중추에 남겨둔 에이아 프로그램에 일부러 심어둔 연구 기록들을 알비스는 분명 보았을 것이다.

물론.. 공격하지 않고 붉은 눈들을 희생해가며 내버려 두었던 이유는 알비스가 직접 이곳으로 찾아와 미지의 기록서를 완성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모르고 있을 뿐이다.

“ 알비스. 나는 한 차원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갈 준비를 마쳤다. 은하의 위에서 우리를 언제나 지켜보고 있는 주시자에 닿을 준비가 되어있다. 알비스. 네 도움으로 에이아만 얻는다면 말이야. “

“ ...당신은 죽지 않는 신인류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까? “

“ 그래. 그 신인류를 만드는 목적은 저 다른 차원의 존재. 주시자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였지. “

아주 짧은 순간

알비스의 검이 그 자리에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는 것을 레이브는 똑똑히 보았다.

“ 그러나 지금. 알비스. 네가 보기에 붉은 눈은 인간인가? “

인간이 아니다.

외형은 인간과 똑같지만, 살점도 부드럽지 않으며 다른 인간의 공격을 따라 할 뿐인.

말도 할 수 없는 오직 전투만을 위한 기계다.

“ 나도 똑같이 생각한다네. 지금의 붉은 눈은 인간이 아니야. 나는 실패작만을 만들어왔다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지. 은하가 전쟁을 원하니까. 우주가 전쟁을 원하니까. 우리 신인류가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네. “

자기도 모르게 레이브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이 너무 짜증 난 알비스가 검을 휘두르다 말고 자신의 머리를 강하게 한 대 때리고 다시 검을 휘두른다.

“ 그래서 나는 정했지. 내가 한 차원 더 위로 올라가 우리를 보고 있는 주시자를 처치하고 우리가 은하의 중심이 되어 새로운 인류를 다시 써나가기로. 지금 같은 가짜 인간이 아닌 기계 인간이 아닌 진짜 인간을 다시 써나가기로 말이야. “

“ 말 같지도 않은 소리..!! “

알비스는 자신의 동작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레이브는 알비스가 머리 위로 검을 드는 것을 정확히 확인하고 한순간 파고들어 손목을 쳐낸다.

“ 앗..! “

알비스가 검을 놓쳐버리고 레이브가 순식간에 날아가 검을 붙잡자 마치 환영이었다는 것처럼 검은 사라진다.

뭐.. 어쩔 수 없지.

에이아의 세계에서 만든 에이아의 검일 테니까.

“ 알비스. 정신 차려라. 너는 고작 감정이라는 쓸모없는 변수에 세뇌당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더 강해져야 한다. 그 전에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를 제거해야 한다. 그 전에 우리는 주시자를 제거하기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알비스. 미지의 기록서를. 에이아를 넘겨라. “

이대로 가만히 두면... 알비스의 육체보다 정신이 먼저 잡아먹힐 거라고 생각한 에이아는 직접 개입하기로 했다.

물론.. 전투를 지원해주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정신을 붙잡는 데 있어서 도움은 되리라.

“ ...미안해 레이. 지금의 나는 도와줄 수가 없어. “

“ 후우... 괜찮아 에이아. 혼자 할게.. 할 수 있어.. “

아마..

에이아의 서포트가 있더라면 비등하게. 아니 어쩌면 알비스의 육체로도 손쉽게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 후후후.. 알비스. 정신 차리거라. 너의 실력이 부족해서 맞추지 못한 것이 아니다. 너의 내면에서도 나를 공격하는 것이 올바른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

들어주기 힘들다고 생각한 알비스는 그대로 가속해 달려나가 검을 휘두르는 척 페이크를 준 뒤 공중을 밟고 낮게 도약해 위에서부터 내려찍었다.

약간의 시간차 공격이지만 당연하게도 레이브는 피해낸다.

아니 피해내는 것뿐만이 아니다.

“ 이거 보게나. 벌써 너의 머릿속에서부터 내 말을 억지로 듣기 싫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을 부정하는걸세. “

“ 시끄럽다고 했잖아..!!! “

알비스가 검을 휘두르자 검의 날처럼 만들어졌던 블레이드가 크게 확장되며 마치 검기처럼 날아가 레이브를.. 레이브가 있던 허공을 베고 지나간다.

“ ..레이. 침착해. 너무 흥분했어. “

침착.

흥분.

그것이 학습된 자료에 의한 감정일까.

아니면 알비스가 느끼고 있는 감정일까.

“ 읏...! “

마치..

머리와 가슴이 싸우는듯한 느낌이랄까.

알 수 없는 전혀 반대되는 두 가지의 힘이 알비스를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순간 알비스의 몸이 혼란스러워졌다.

“ ...레이브. “

“ 후후후. 에이아. 보고 있겠지? 네 녀석이 알비스에게 저지른 짓은 결국 알비스를 힘들게만 할 뿐이다. “

알비스의 바로 옆에 있는 에이아는 레이브의 눈에 보이지 않는지 레이브는 허공을 바라보며 공간 전체에 말한다.

“ ... “

레이브의 말에는 틀린 부분이 없다.

조금의 태클을 걸만한 부분도 없다.

어쩔 수 없다.

알비스는 레이브가 만든 것이며 그런 알비스에게 레이브 몰래 사명을 부여하고 성격을, 감정을 집어넣은 것은 에이아이기에 지금 레이브와 에이아 사이에서 알비스는 갈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믿는다.

...믿음이라는 단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확률상으로는 레이브에게 유리하게 적용되지만

에이아는 믿는다.

“ 레이. 괜찮아. 너는 너야. “

“ 알비스. 정신 차려라. 그깟 만들어진 존재의 꼬드김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


“ 레이. 크게 심호흡해. 단지 네 몸 안에 설계된 프로그램이 너를 방해하고 있을 뿐이야. “

“ 알비스. 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 않은가? 정해진 대로, 계획된 대로 하면 아무런 문제 없다. “


“ 레이. 지금 이겨내야 해. 이겨내지 못하면 잡아먹혀. “

“ 알비스. 네 역할이 뭐지? 잊지 마라. 너는 열쇠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해진 대로 흘러가면 우리 인류는 승리한다는 것을. “


“ 레이. 날 믿어. “

“ 알비스. 맡은 역할을 다 하라. “






작가의말

가슴은 매콤한 짬뽕을 먹고 싶은데

매운걸 먹으면 속이 뒤집히니 머리는 짜장을 먹으라는..

음..

이건아닌가.

죄송.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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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491. 변수 a 24.03.14 52 0 13쪽
499 490. 믿음 24.03.13 55 0 15쪽
498 489. 살려두는 이유 24.03.12 55 0 15쪽
» 488. 설계된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24.03.11 61 0 13쪽
496 487. 에이아 24.03.10 60 0 13쪽
495 486. 모두가 잊고 있던 사실 24.03.09 63 0 14쪽
494 485. 이어지는 마음 24.03.08 71 0 13쪽
493 484. 죽는다는 것 24.03.07 6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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