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5 19:24
연재수 :
595 회
조회수 :
122,153
추천수 :
296
글자수 :
3,683,659

작성
24.03.18 19:28
조회
43
추천
0
글자
13쪽

495. 죽음에 굴하지 않고

DUMMY




“ ... “

처음 맛본다.

아니.

보통 사람은 죽음을 처음 맛보는 것이 당연하다.

혀끝에 죽음이 닿는 순간 그대로 죽어버리기에 죽음이라는 맛은 두 번 이상 느낄 수 없는 맛이다.

레이브는..

분명 싸우고 있었다.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눈앞에 아르카나 소유자가 있었다.

그 아르카나 소유자가 가진 아르카나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둠 속이다.

“ ...여긴.. 뭐지? “

마지막 기억이 흐릿하다.

아니.

알고 있지만 억지로 외면한다.

분명 잡아서는 안 되는 아르카나를 손에 쥐었다.

[XIII. 죽음(Death)]


‘ 크크크... 새로운 녀석이군... ‘


섬뜩한 목소리.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

들어서는 안 되는 목소리.

“ ... “

[XIII. 죽음(Death)]의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깊고도 깊은 어둠 속에서 커다란 붉은 눈동자가 눈을 뜨고 레이브를 바라본다.

레이브의 붉게 빛나던 눈이 [XIII. 죽음(Death)] 앞에서 조아리듯 점점 꺼져가는 듯한 느낌이다.


‘ 크큭... 그렇게 겁먹을 것 없다. 모든 생명이 도달하는 종착지에 온 것을 환영하지. 크크크.. 크크크크크크.... ‘


아무것도 없는 공간.

이 공간 자체도 [XIII. 죽음(Death)] 앞에 겁을 먹은 듯이 갑자기 떨리는듯한 착각을 한다.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뭐라 말을 하든 공격을 하든 도망을 치든 해야 할 것 같은데

이것은 머릿속의 뇌가 억지로 살기 위해 연산을 하는 것이지 레이브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다.

그래.. 침착하자...

이건 아르카나.

종이 쪼가리다.

그리고 지금 이 [XIII. 죽음(Death)]조차도 나의 손에 있다.

나의 것이다.

“ .... [XIII. 죽음(Death)]. “


‘ 그래. 레이브. ‘


“ 나와 함께.. 세.. 세상을 바꿔보지 않겠나..? “

떨리는 손을 억지로 뻗어본다.

[XIII. 죽음(Death)]의 손을 붙잡는 다는 것 자체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란 것을 알지만

그래도 뻗어본다.

[XIII. 죽음(Death)]이 나의 편이라면...

그만큼 든든한 아군은 없으니까.


‘ [XIII. 죽음(Death)]은 모든 생명에 평등하다. ‘


‘ 생명은 탄생과 동시에 [XIII. 죽음(Death)]을 향해 달려나간다. ‘


‘ 그 순리를 비틀어 뒤로 돌아 달려간다 해도 결국 그 끝에는 언제나 [XIII. 죽음(Death)]이다. ‘


‘ 너는 [XIII. 죽음(Death)]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


한순간.

레이브의 눈동자에 [XIII. 죽음(Death)]이 들어간다.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

아니.

이건 아디나가 의도한 것이다.

“ ...다들... 정말.. 진짜 조심해. “

[IV. 황제(The Emperor)]로 만들어낸 레이브는 마치 작은 주황빛 구슬처럼 쏟아져 내려 사라져 버리고

모든 레이브는 마치 날개 없는 비행기처럼 그대로 추락해 벽에 처박거나 떨어져 부서진다.

그러나 단 한 명의 레이브.

아디나의 눈앞에 있던 레이브는 강렬한 어둠의 오라를 내뿜으며 억지로 일어선 듯이 온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디나조차도 그 오라를 감당하지 못하고 튕겨 나가는 바람에 앨리스와 아리나가 급하게 달려와 부축하고

눈앞의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건드릴 수가 없었다.

그 누가 [XIII. 죽음(Death)]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아니.

딱 한사람.

아디나는 다르다.

“ 큿...! 얘들아.. 정신 차려...! 이제 적은 레이브가 아니야. [XIII. 죽음(Death)] 그 자체야..! “

“ 엄청난 짓을 저지른 거 아니냐...? 레이브가 더 나아 보이는데...? “

춘향마저도 압도당했는지 평소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아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억지로 자세를 잡고는 있지만.. 이 발이 떨어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디나는 오히려 웃는다.

“ 뭔 소리야. 너희는 수백 번 죽어본 사람들이잖아? “

“ ...그건 그렇지. “

“ 그러네. 이번에도 앨리스가 살려줄 거야. “

라티안이 갑자기 긴장이 풀린 것인지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며 검을 다시 정렬한다.

아리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자신의 뺨을 강하게 때린다.

라티안도 저러는데

길드장인 자신이 이렇게 겁을 먹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모두가 있는데

길드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 이래서 카린을 안으로 보낸 거구나? “

“ 분명 난리 칠 테니까. “

비전투 인원까지 신경 쓰면서 싸울 수도 없겠지.

아디나의 판단은 정확했다고 볼 수 있겠다.

“ 먼저 간다..!!!!!! “

이번에는 전위를 레오네라에게 뺏기지 않겠다는 듯이 라티안이 빛을 두르고 달려나가 레이브에게. 아니 [XIII. 죽음(Death)]에게 검을 휘두른다.

레이브는.

아니.. [XIII. 죽음(Death)]은 라티안의 검이 닿기 전에 손을 들었다.

-팡!!!!!!!!!!!!.....

그 손에서 퍼져나오는 검은 오라가 라티안을 관통하고

라티안은 그대로 멀리 나가떨어지며 죽어버렸다.

자신이 직접 [XIII. 죽음(Death)]을 받아들여 본 적은 있지 다른 사람이 [XIII. 죽음(Death)]이 되는 것을 본 적이 없던 아디나조차도 당황했다.

“ 앨리스! “

아리나의 지시.

하지만 그 전부터 움직였던 앨리스가 급하게 라티안의 이마에 꽃잎을 집어넣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 ...아.. 앨.. 리스. “

평소에 죽었다 살아났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

라티안의 눈동자와 입술이, 손이 떨린다.

그러나 라티안은 그 떨리는 손을 억지로 들어 앨리스의 손을 억지로 잡는다.

그렇게 오랜 세월 함께 했었는데 이렇게 앨리스의 손을 잡는 건 처음이지 않을까.

그리고 앨리스와 라티안은 동시에 말한다.

“ 괜찮아.. 내가 있잖아. “

“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 그래.. 괜찮아. 난 널 믿어. “

라티안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다시 달려나가...

“ 이번엔 내 차례다 라티안. “

레오네라도 각오를 다진 걸까.

네이렌도 아니었던 녀석이 라티안의 마음에 동요한 것인지

아니면 네이렌에 있는 앨리스라는 존재를 믿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대검을 들고 달려나가 [XIII. 죽음(Death)]에게 내려찍는다.

“ 흐아아아압!!!!!!!!!!!!!!!! “

[XIII. 죽음(Death)]은 한순간 레이브의 등을 찢어버리더니 검은 날개가 펼쳐져 하늘로 날아간다.

-콰콰쾅!!!!!!!!!!!!!!!!!

“ ...무서워서 쫄기라도 했냐? [XIII. 죽음(Death)]...!!! “

[XIII. 죽음(Death)]에게 하는 말이지만

동시에 레오네라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다.

공포라는 감정마저도 들지 않는 적을 향해 다시 한번 뛰어오르려는 순간

이미 [XIII. 죽음(Death)]은 레오네라를 끌어안고 있었다.

“ ... “

-털썩.


“ ...저걸 어떻게 이기라고? “

레이브를 상대할 때는 분명 불리하기는 하지만 언젠간 끝이 나리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압도적인 존재 하나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뭐. 이럴 땐.. 우리가 해야겠지? “

그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가 가장 특별한 존재에게 말을 건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언제나 느끼고 있었으며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았다간 잡아먹히는, 언제나 마나를 추구하고 내면의 마나를 잡아먹으며 마나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춘향이 생명 그 자체를 꽃피우는 앨리스를 바라보자 앨리스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배고파? “

“ 이젠 배고프기 싫다는데? “

이것은

춘향의 내부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망령들이 소리치는 말이다.

‘ 마나를 내놔 ‘ 에서

‘ 날 이제 놔줘 ‘ 로

차마 죽지 못했던 망령들이 이제는 죽고 싶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 야. 다 나와. 니들은 건들기만 해도 죽잖아? 저건 내 거다. “

춘향은 가면을 쓰듯 얼굴을 쓸어내리며 검은 마나를 몸에 두른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지금까지 했던 마나보다 더욱 진하게.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면 온몸이 검은 마나에 잡아먹힐 듯이 온몸의 망령들을 겉으로 드러낸다.

“ 버텨 춘향. “

그런 춘향을 옆에서 보고 있는 앨리스는 꽃잎 한 장을 춘향의 몸속에 집어넣으며 검은 마나가 아닌 춘향 그 자체의 육체를 안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고마워 앨리스. 간다. ‘


춘향이 검은 그림자를 발로 차며 달려나가 손을 휘두르자 마치 낫을 휘둘렀던 것처럼 조금 더 앞에 거대한 망령의 입이 튀어나와 [XIII. 죽음(Death)]을 집어삼키려 들었다.

[XIII. 죽음(Death)]은 가볍게 손을 들어 쳐냈지만, 춘향의 육체는 그대로 서 있었으며

어둠이 한 겹 벗겨지며 순간 춘향의 괴로워하는 얼굴이 나타났다 다시 검게 물든다.

느껴진다.

자신의 육체를 이루던 망령들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레오네라의 앞에서 [XIII. 죽음(Death)]을 떨어뜨리고

앨리스가 레오네라를 살리는 사이에 춘향은 더욱 [XIII. 죽음(Death)]을 몰아붙인다.


‘ 날. 받아들이는 건가? ‘


“ 그래.. 내 안에는 널 원하는 수천억 마리가 득실거리거든...?! 다 가져가라고..!!! “

춘향은 그대로 [XIII. 죽음(Death)]을 끌어안고 축 쳐져 있는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강하게 때려 박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춘향은 딱히 두렵지 않다.

아니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두려움 속에서도 익숙함이 존재한다.

“ 이 정도로 겁먹을 것 같냐? “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어둠 속에서 마치 빨랫줄에 널려 있는 젖은 빨래처럼 축 늘어진 레이브가 보인다.

그리고 그 뒤에 거대한 붉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레이브의 붉은 눈이 아니다.

[XIII. 죽음(Death)]의 눈이며

마치 춘향과도 같은.

망령과도 같은 눈동자다.

“ 음.. 뭐. 쫌 무섭긴 하네! “


‘ 놀랍군. 내 앞에서도 당당하게 있을 수 있다니 말이야. ‘


“ [XIII. 죽음(Death)]은 뭐. 내 친구나 마찬가지니까. “


‘ 크큭.. 그렇군... 놀랍도록 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 녀석이야. ‘


춘향은 기분 나쁘듯 코웃음을 치며 춘향이 좋아하는 검고 큰 낫을 하나 꺼내 들고 [XIII. 죽음(Death)]을 겨눈다.

“ 그런데. 가끔은 친구들끼리 싸우기도 하거든? 그러다 영 마음에 안 들면 영원히 연락을 끊기도 하고 말이야. 마침.. 이 녀석들이랑은 평생을 싸워와서 말이지. “


눈앞의 레이브.. 아니. [XIII. 죽음(Death)]은 재밌다는 듯이 아르카나를 들고 검은 그림자를 뽑아낸다.


‘ 크크크... 평생 싸우지 않도록 해 줄 수 있다만. [XIII. 죽음(Death) - 사신의 낫] ‘


춘향이 가볍게 날아가 낫을 휘두르고

[XIII. 죽음(Death)]도 똑같이 낫을 휘둘러 서로의 낫이 부딪친다.

두 검은 낫은 서로의 날이 닿자마자 뭉개지며 마치 살아있는 입처럼 벌어져 서로를 잡아먹는다.


‘ 느껴진다.. 수많은 [XIII. 죽음(Death)]...!! ‘


“ 니가 딱 좋아하는 거네..! 더 쳐먹으라지!!!! “

춘향은 내면의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검은 마나를 전부 쏟아내 [XIII. 죽음(Death)]의 낫을.

아니.

[XIII. 죽음(Death)]이 덧씌워진 레이브의 육체를 전부 집어삼킨다.


어지럽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다.

아니 이미 잃은 게 아닐까.

아니.. 아니야..

“ 괜찮아. 응. 괜찮아. “


‘ [XIII. 죽음(Death)]이 두렵지 않은가? ‘


“ 두려울 리가. “


‘ [XIII. 죽음(Death)]에 익숙하기 때문인가? ‘


“ 그딴 게 익숙한 것부터가 문제 아니냐? “


‘ 그러면 어째서 아직도 너인 채로 남아있는 거지? ‘


“ 킥. 안타깝게도 나보고 죽지 말라는 친구가 있거든. “

춘향은 이미 눈을 감고 미소짓고 있다.

느껴진다.

누군가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이.

그 무한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 생명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XIII. 죽음(Death)]을 향해 나아간다. ‘


“ 하지만 그 [XIII. 죽음(Death)]도 애초에 생명이 없다면 존재할 수도 없었겠지. “


‘ 그렇기에 나는 무한히 존재한다. ‘


“ 그러니까 생명 또한 무한히 꽃피어날 수 있는 거지. “


춘향의 손에서 아름다운 꽃잎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 어둠밖에 없던 세상에 씨앗을 내린다.

그렇게 피어오른 앨리스가 [XIII. 죽음(Death)]이 덧씌워진 레이브의 머리를 완벽하게 부숴버리며 앨리스와 춘향은 현실로 돌아온다.






작가의말

큰거 하나 해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적월미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7 508. 생각 정리 24.03.31 23 0 16쪽
516 507. 우리의 문제 24.03.30 28 0 14쪽
515 506. 알던 레베른과는 다른 레베른 24.03.29 26 0 13쪽
514 505. 영원히 따르겠습니다 24.03.28 28 0 13쪽
513 504. 레베른의 공격 24.03.27 34 0 14쪽
512 503. 진심이 담긴 사과 24.03.26 31 0 15쪽
511 502. 사람을 살린다는 것 24.03.25 31 0 15쪽
510 501. 사람 하나 죽이는 것 쯤이야 24.03.24 34 0 16쪽
509 500. 계산된 미래 24.03.23 41 0 15쪽
508 499.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녹빛 별 24.03.22 40 0 13쪽
507 498. 쉴 시간은 없다 24.03.21 41 0 14쪽
506 497. 소리 없는 전쟁 24.03.20 42 0 12쪽
505 496. 끝난건가 24.03.19 44 0 14쪽
» 495. 죽음에 굴하지 않고 24.03.18 44 0 13쪽
503 494. 그토록 원하던 아르카나 24.03.17 49 0 16쪽
502 493. 이길 수 없는 전투 24.03.16 48 0 12쪽
501 492. 처음부터 쌓아올린 작전 24.03.15 50 0 13쪽
500 491. 변수 a 24.03.14 52 0 13쪽
499 490. 믿음 24.03.13 56 0 15쪽
498 489. 살려두는 이유 24.03.12 55 0 15쪽
497 488. 설계된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24.03.11 61 0 13쪽
496 487. 에이아 24.03.10 61 0 13쪽
495 486. 모두가 잊고 있던 사실 24.03.09 63 0 14쪽
494 485. 이어지는 마음 24.03.08 71 0 13쪽
493 484. 죽는다는 것 24.03.07 69 0 12쪽
492 483. 자연스레 녹아든 완벽한 지원 24.03.06 72 0 13쪽
491 482. 노리던 것은 24.03.05 72 0 13쪽
490 481. 피나는 노력의 이유 24.03.04 76 0 14쪽
489 480. 원래 인간이 하던 것 24.03.03 74 0 13쪽
488 479. 학습하기 위한 함정 24.03.02 80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