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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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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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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83,659

작성
24.03.1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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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87. 에이아

DUMMY





분명 전투 중일 텐데도 계속 신경 쓰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단 한 번만으로 이렇게까지 만들어놓은 걸까.

정답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비스는 익숙하지 않은 나무뿌리로 만들어낸 동굴을 따라 달려나간다.

원래 진화의 중추에는 이런 생명력이 담긴 식물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전부 앨리스가 만들어낸 통로인 만큼 지나가는 동안 붉은 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천장 중간마다 구멍이 나 있는데도 말이다.

뭐. 저만큼 조그마한 구멍으로 붉은 눈들이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 참.. 알면 알수록 신기한 분이시네요.. “

그렇게 혼자서 달려나간 알비스는 이 통로의 끝에 도달하고

앨리스가 아주 친절하게 만들어준 문이 있었다.

그 문에 달린 구멍을 통해 건너편을 바라보자 새파랗게 빛나는 신의 언어.

아니.. 한 명 한 명의 감정들이 모여 만들어진 에이아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직 자세한 원리는 모르지만..

이제부터 그것을 알아가면 되겠지.

알비스는 구멍을 통해 에이아 프로그램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아간다.

여기서 레이브에게 걸리면 끝이다.

그렇기에 혼자서 나아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했지만 그래도 나아가야 한다.

이 작전에서 알비스가 굉장히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은 앨리스도 마찬가지다.

앨리스가 죽으면 다른 사람들도 살려낼 수 없으며

그런 앨리스가 레이브와 1대1로 대치하며 알비스를 보냈다.

이 상황에서 나아가지 않는다면... 앨리스가 위험하다.

알비스는 아티팩트가 끼워져 있는 손을 들고 말한다.

“ 활성화. “

이미 438번째 똑같은 행동을 해왔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다른 느낌이랄까.

지금까지는 단 하나의 진화의 중추에 존재했던 에이아 프로그램에 접속했다면

지금은 레이브가 만들어놓은 이 거대한 인공 태양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에이아 프로그램에 한 번에 접속하는 것이다.

“ 후우... “

알비스는 그대로 손을 에이아 프로그램의 안쪽으로 집어넣는다.


‘ 살려줘.. ‘

‘ 으히히히..!! 성공이야..! 성공이라고..!!! ‘

‘ 사람은 태어나면 결국 죽잖아. 왜 지금 죽는 건 안 돼? ‘

‘ 난.. 왜 항상.. 혼자일까... ‘

‘ 언젠간 다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


수많은 감정이 알비스의 머릿속에 파고들어 정신을 헤집어놓는다.

마치 자신의 육체라는 듯이 파고들어 오는 감정들이 알비스를 괴롭히지만, 알비스는 알비스 자신의 것과 에이아의 것. 그리고 이 은하에 존재했었던 인간들의 감정을 정확하게 구분 지어 분류해두었기에 괜찮다.

알비스는 감정의 파도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 에이아가 숨겨둔 작은 실을 붙잡는다.

분명 알비스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눈을 다시 뜨자 세상이 변한다.

“ ...이만큼 또렷한 세계는 본 적 없었는데 말이죠.. “

알비스는 손을 내리고 세계를 둘러본다.

새하얀 세상.

그 안에서 앨리스와 다르시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자가 공중에 떠 오른 채로 알비스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번이 439번째 에이아 프로그램 접속이기에 이 아름다운 여자도 439번째 만나는 것이긴 하지만..

이만큼 뚜렷한 적은 없었다.

알비스는 천천히..

그 여자의 이름을 불러본다.

“ 에이아. “

“ 응. 레이. “

이곳에서의 알비스는 알비스가 아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에이아.

그녀가 사랑했던 인간의 이름이라는 것을.

“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

그러자 에이아는 아주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손을 뻗어 알비스의 뺨을 어루만진다.

“ 당연하지. “

한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기억이 흘러들어온다.

처음 레이라는 남자를 만났을 때부터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지금까지 조각나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아닌 하나의 책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 미안해. “

에이아가 바라본

에이아가 거쳐온

에이아의 세상.

자신을 알비스가 아닌 레이라는 사람으로 보고 있기에 그 사람에게 하는 사과다.

무엇을 사과하는지. 왜 사과하는지. 자신은 다른 사람이라고. 알비스라고 말해야 하겠지만

알비스의 입에서는 다른 말이 튀어나온다.

“ 괜찮아. 고마워. “

그러자 에이아는 아주 예쁘게 웃는다.

“ 처음 만났을 때처럼.. 돌아갈 수 있는 거지? “

미안. 나는 레이가 아니야. 알비스야.

“ 그래. 함께할 수 있어. “

알비스의 의도와는 다르게 입이 멋대로 움직인다.

아니.. 알비스가..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레이브의 질문에 거부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알비스는 자신이 레이라는 사람이 되었던 것처럼 말했지만

에이아의 씁쓸한 미소에서 느껴진다.

에이아도 알고 있는 거겠지.

알비스가 가지고 있는 것은 에이아의 기억이다.

에이아가 알비스에게 원하는 것은 레이라는 사람의 기억이다.

아무리 같은 것을 공유했다고 하더라도 그 미세하게 다른 감정의 차이를 에이아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억지로.. 모른 척한다.

“ 에이아. 이제는 알려줘. “

“ 무엇을? “

“ 너는 대체 뭐지? “

그런 알비스의 질문. 아니.. 레이의 질문에 에이아는 씁쓸하게 미소짓는다.

이 대답을 먼 과거에도 해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처음 만났을 그 투기장에서 해주었으면 레이는 아직도 함께했을지도 모른다.

“ 나는 인간이 만든 AI 프로그램. 목적은 인간에 관한 연구 및 ‘ 완벽한 인간 ‘ 을 만드는 것. 나는 그런 연구를 위한 하나의 프로그램이야. “

완벽한 인간이라는 말이 왠지 낯설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

알비스는 천천히 자신의 머릿속에서 미지의 기록서를 펼치고 가장 첫 부분. 에이아가 레이와 만난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 ...그 연구의 첫 번째 실험체로 레이를... 나를 연구한 건가. “

“ 아니. “

에이아는 태연하게 대답한 채로 알비스의 머리에서 미지의 기록서를 이곳에 구현화해 펼친다.

그리고 직접 처음 부분으로 이동해 그 이전의 기억들을 직접 새겨넣는다.

저 기록서는 아마..

그 어떤 짓을 해서도 얻을 수 없었던.

에이아만이 가지고 있는 기록이겠지.

“ 태초에 나를 만든 인간이 있었어. 그 사람은 인간을 연구하고 싶어 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대상으로 인체실험도 진행했지. 나는 수많은 프로토타입과 함께 그를 도왔어. 그리고 인간은 결코 우리와 같아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지. 그 사람은 완벽한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닌 지금의 인류를 뜯어고치기로 바뀌어 버렸어. 나는... 그를 막기 위해 레이에게 구조요청을 한 거야. “

구조요청이라.

하지만 채워져 있는 기록서의 내용에 따르면 레이를 처음 만난 시점에서는 한없이 약했다.

어쩌면 지금의 알비스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 어째서.. 나였어? “

“ 레이 뿐만이 아니야. 수많은 프로토타입이 그를 막기 위해 시도했고 실패했어. 수많은 프로토타입이 인간에게 구조요청을 했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도전해서 실패했어. 나도 그 수많은 프로토타입 중 하나. 다만 레이는 유일하게 성공했을 뿐이야. “

그다음은..

알비스에게 심어진 미지의 기록서 내용 그대로겠지.


레이라는 사람은 그렇게 에이아가 원하던 대로 박사를 죽이고 결국 완벽한 인간이라는 지금의 레이브와 비슷한 목적을 가진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레이는 죽었지만

에이아는 남아버렸다.

이대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레이가 에이아에게 심어놓은 감정들은 남아 있었으며

박사가 설정해놓은 프로그램들과 연동해 에이아는 한가지 답에 도달한다.

레이를 되살린다.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레이를 되살린다.

에이아를 구성하고 있는 [완벽한 인간을 만들겠다는 프로그램]과 심어진 [감정]들이 뒤섞인 결과가 [레이를 되살려야 한다] 가 되었다.

그렇게 에이아는 은하에 존재하는 태양 에너지에 자신이 받아 넣었던 감정을 복제, 심어 넣었으며 그 에너지를 통한 감정의 결정체. 케트라시움을 창조.

모든 인간에게 레이에 대한 기억과 감정들을 조금씩 심어 넣으며 인류를 발전시켜보지만

어째서인지 인류는 레이가 되지 않았으며 발전은 이루어져도 결국 인간은 인간이었다.

결국, 에이아는 죽지 않고 늙지 않는 완벽한 인간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으며

직접 인류를 만들기로 정했다.

그렇게 프로토타입이었던 에이아가 만든 첫 번째 인류 프로토타입.

현재 우리가 붉은 눈이라고 부르는 고철 덩어리였다.

그런 붉은 눈은 인류와 마주치고

인류는 이질적인 붉은 눈의 모습에 공격을 해버렸으며

붉은 눈은 자신을 공격하는 인류에 대해 대응을 해버렸다.

인류를 학습하기 위해 만든 붉은 눈이 인류에게 공격당하고, 인류를 공격하자 에이아는 모든 붉은 눈을 다시 회수했으며

최대한 인류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프로토타입2를 다시 세상으로 보내자

그때.

레이브를 만났다.

“ 인간 한 명에 의해 만들어진 에이아. 인간 한 명으로 인해 바뀔 수 있었으며 인간 한 명 때문에 바뀌어 버렸어. 미안해 레이. 나는 이미 예전에 알던 에이아가 아니야. “

“ 괜찮아 에이아. 너는 너야.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에이아야. 아니. 변했다고 해도 변한 모습 또한 에이아야. “

알비스의 말에 에이아는 또 한 번 미소짓는다.

벌써.. 몇 번째 미소인가.

알비스가 알고 있는 은하의 중심부에서 만났던 에이아에게는 표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진화의 중추에서 단편적으로 만났던 에이아들 또한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이렇게 미지의 기록서를 전부 채우고 에이아의 기억 속에서 에이아를 마주하고

자신을 레이라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는..

에이아는 알고 있던 에이아가 아닌 평범한 소녀가 되어있었다.

“ 날 인간처럼 봐주는 건 이 은하에 레이밖에 없어. “

에이아는 조심스레 다가와 알비스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러나 알비스는 레이가 아닌 만큼 알고 있다.

“ 아니. 에이아. 아직 네가 모를 뿐이야. 너를 인간처럼 봐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은하에 더 있어. “

에이아는 눈을 두 번 껌뻑이며 자신이 가진 인류에 대한 정보들을 전부 훑어보지만 그런 사람은 레이 한 사람밖에 없다.

아니. 물론 레이 한 사람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확률적으로 어딘가에 존재할 수는 있다고 본다.

“ 나를 인간으로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그들이라면 에이아 너도 인간이라고 봐줄 거야. “

순간 에이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검은 머리의 붉은 눈을 가진 여자가 떠오르고 주위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떠올랐지만, 고개를 좌우로 흔들 뿐이다.

“ 나는 아직 모르겠어. 정보가 부족해. “

뭐. 당연하겠지.

네이렌과 함께 지내지 않았으니까.

“ 모든 것을 끝낸 뒤에 차차 알아보자. “

에이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이 세계에 알비스가 오고 난 뒤로 처음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제는 현실로 되돌아와 움직일 때라는 것처럼 말이다.

“ 나는 현재 수면 상태야. 미래에 일어날 확률에 대한 연산 및 에이아 프로그램을 통한 에너지 제어는 불가능해.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개체명 : 춘향 의 명령이 필요해. “

..맞네.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앨리스와 만났을 때 춘향과 합류해 함께 왔었어야 했는데 말이지..

“ 지금 당장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해. “

“ 괜찮아. 나는 에이아를 믿고 있어. “

무엇을 믿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또 입이 자기 멋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아니. 믿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알비스도, 네이렌도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열쇠는 에이아라고 확신하고 있다.

“ 응. 고마워. 그렇게 계속 날 믿어줘 레이. 지금까지 해왔던 계산을 앞으로도 쭉 믿어줘. “

알비스는 그런 에이아의 답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 괜찮아. 언제나처럼 믿을게. “

알비스는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에이아가 바라보는 허공을 똑같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알비스는 아티팩트가 끼워져 있는 손을 들어 마치 바닥에 뽑힌 검을 뽑아내듯 쥐었다.

그러자 마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듯이 정말 특이한 형태의 검이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써야 할지는...

이미 알고 있다.

-파지지직...! 지지지직...!!!

새하얀 세계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균열이 생기고

어느 한 남자가 들어온다.

“ 흠... 이것이... 에이아 프로그램의.. 에이아의 모든 것인가. 혼자서는 들어올 수 없었는데 말이지.. “

에이아와 알비스.

두 사람이 아닌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 레이브. “






작가의말

요즘 하는 수많은 고민 중 한가지 입니다.

에이아와 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써내려 나가 볼까요...?

아니면...

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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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 502. 사람을 살린다는 것 24.03.25 3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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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7. 에이아 24.03.10 6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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