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8 19:21
연재수 :
596 회
조회수 :
122,365
추천수 :
296
글자수 :
3,689,674

작성
24.03.29 19:21
조회
26
추천
0
글자
13쪽

506. 알던 레베른과는 다른 레베른

DUMMY





최대한 마음을 추스르고 방에서 나온 아디나는 수많은 사람이 아디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허리를 깊게 숙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건 원치 않는데..

“ ...델 큰 길드의 길드장은 어디 있지? “

최대한 침착하게 묻자 가장 앞에 나와 있던 델 큰 길드의 길드원이 대표로 말한다.

“ ...우리를 살리겠다고 자신의 마나를 소모해 자신이 탄 우주선을 제외하고 모든 우주선을 뒤로 물렀습니다. 레베른은 그 심상치 않은 마나를 감지했는지 그대로 물러났습니다만... 마라 델 큰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저희도 잘 모릅니다... “

길드장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다.

물론 길드장이 죽으면 다른 길드장을 세우면 된다지만 그것이 과연 과거의 길드와 같은 길드일까?

다르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마라 델 큰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건 이 자리에 모인 델 큰 길드의 길드원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말하지 못하겠지.

그 누가 주제도 모르고 신의 대리인님께 ‘ 우리 길드장을 구해주세요 ‘ 같은 말을 뱉을 수 있겠는가.

...아디나는 그런 말을 해 주길 바랐지만..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 너희는 이제 어떻게 할 거지? “

“ ... “

“ ... “

“ ... “

“ ...모르겠습니다. “

...모두의 사고가 마라 델 큰에게 몰려있던 건가.

아니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수가 생각나지 않는 건가.

아니면 아디나가 앞에 있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아디나는 순간적으로 여기에 있기 싫다고 생각했다.

“ 알았어. “

앨리스를 데리고 떠나자.

그것이 좋겠다.







“ ...괜찮아? “

[VII. 전차(The Chariot)]를 타고 나아가던 도중에 앨리스가 먼저 아디나에게 묻는다.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걸까.

아니 애초에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던 아디나는 자신의 뺨을 매만져본 뒤 앨리스를 보고 웃는다.

“ 응 괜찮아. 아마도. “

안타깝게도 아디나의 상태는 앨리스가 치유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쯤은 가볍게 알 수 있었다.

아디나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크흠.. 흠..

“ 고민이 있으면 말해줘.. 우리는 들어주는 것밖에 못 하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야.. 아리나도. 피렌도 현명한 아이들이니까.. 좋은 답을 내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우리는.. 아디나 너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 도와줄 테니까. “

앨리스가 길게 말하는 것에도 놀랐..

“ ..나도 사람이야. “

아니아니 그건 알고 있고..

그래 사람은 길게 말을 하지.

그건 그렇다 치고..

앨리스의 말 그 자체가 왠지 아디나의 밑에서 아디나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겠다는..

마치 아디나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아마 앨리스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닐 것이다.

라티안이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어도, 카린이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어도 똑같이 말했겠지.

그것이 네이렌이니까.

그들은 특별하다.

지금도 신의 대리인인 자신을 앞에 두고 자신과 동등한 사람이라고 보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 고마워. “

“ ..여기야 아디나. “

“ 어? 벌써? “

앨리스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아디나가 깜짝 놀라 주위의 별자리들을 바라보며 계산해보자 목표로 하던 장소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저 옆에 타고 있었을 뿐인데도 별자리를 읽고 좌표를 만드는 법을 익혀버린 것인가 싶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이 조금 더 나아가자 강렬한 마나의 파동이 있었던 잔재가 아디나의 뺨에 느껴졌다.

아마 앨리스는 이런 마나의 파동.... 죽음을 읽고 말한 것이겠지.

이곳은 델 큰 길드가 레베른을 마주하고 전쟁을 벌인 좌표다.

아마 이곳에서부터 마라 델 큰이 마나를 활용해 다른 우주선들을 뒤로 보내고 자신의 우주선을 앞으로 보낸 것이겠지.

그렇다면...

아마 마라 델 큰이 간 위치는...

“ 흐음..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조금 빨리 갈게 앨리스. “



그렇게 아주 먼 거리에 있는 별들도 빛의 고리를 만드는 수준으로 한순간에 날아간 아디나는 한 행성이 조각나 있는 것을 보고 곧바로 아르카나를 꺼내 들었다.

“ [XXI. 세계(The World) - 거짓된 세상] 읏..! “

아무리 아디나라고 해도 행성 하나를 전부 복사해 만든 새로운 세상 그 자체를 거짓으로 만드는 건 무리였는지 아르카나를 빛내자마자 얼굴을 찌푸린다.

앨리스는 그런 아디나의 머릿속에 자신의 꽃잎 한 장을 살며시 집어넣으며 묻는다.

“ ...저기야? “

“ 응.. 고마워 앨리스. 저거.. 마라 델 큰의 마나야. 행성 자체를 조각내서 싸울 정도면... 상대가 만만치 않은가 봐. “

다만.

마라 델 큰이 저만큼의 힘을 냈다면 행성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미 핵과 분리되어 감당할 수 없을 만한 거대한 폭발과 함께 행성의 조각들이 저 안에 있는 레베른에게 쏟아지고 행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전부 우주로 날아갔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저 행성은 분명 조각나있기는 하지만 행성의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무언가의 힘이.

저 행성을 덮고 있는 얇은 에테르로 만든 막이 누르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게 판단해 곧바로 세상을 거짓으로 만들고 아디나와 앨리스는 행성의 대기권으로 들어간다.

“ 앨리스. “

“ 알아. “

고작 이름만 불렀는데도 자신의 역할을 깨닫고 달리는 마차에서 일어나 꽃잎을 퍼트린다.

참 든든한 동료랄까.

“ 부탁할게. “

그대로 앨리스는 공중에 꽃잎으로 길을 만들어 마차에서 벗어난다.

저대로 지상에 내려앉으며 죽었던 델 큰 길드의 길드원을 전부 부활시키겠지.

아디나가 할 일은 따로 있다.

지금 바로 밑에서 싸우는 마라 델 큰을 지원하는 것.

지금 마라 델 큰의 앞에 거대한 손아귀를 움켜쥐려는 레베른을 막는 것.

“ [VIII. 힘(Strength) - 강하게 내려찍기]!!!!! “

-콰콰콰쾅!!!!!!!!!!!!!!!!!!!!!!!!!!!!!!



마라 델 큰은 이 상황의 변화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부끄럽게도 자신은 목숨을 포기했다.

그럴 수밖에.

자신이 믿고 있던 길드원은 전부 죽었으며

주위에는 레베른들이 마라 델 큰을 어떻게 죽이고 놀지 고민하고.

다른 레베른들은 귀찮은 듯 얼른 끝내고 오라는 식으로 말하고 떠나기까지 하고 있다.

허무했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들이 이렇게까지 쉽게 무너질 수 있었다.

그렇게 삶을 포기하고

거대한 손아귀가 온몸을 쥐어뜯었다.

그 고통은 남아있다.

아니.. 남아있었다.

마치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새하얀 여자가 마라 델 큰의 앞에 있었다.

“ ..아아.. 신의 대리인님... “

아디나는 자연스레 눈을 찌푸리며 양손에 거대한 칼날을 손에 쥐었다.

“ 물러나 있어. “

“ ..예. “

순순히 말을 듣고 마라 델 큰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몇 걸음 걸어간다.

그러면서 끝까지 예의를 지키며 허리를 굽힌다.

아.. 아아 진짜.. 짜증 나네..

이 상황에서도 진짜로 물러나라는 말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러나는 행동을 해버린다.

아니.. 그렇게 해달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아..

모르겠다.

이젠 진짜 모르겠다.

난 어쩌고 싶었던 걸까.

“ ...빨리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오셨군요. 아니. 예상했었어야 했어요. 이 부분은 제 계산 미스입니다. 반갑군요 신의 대리인. 주라그 레베른이라고 합니다. “

“ 키킥.. 키키키킥.. 키키키키키키키키..!! 무서워..! 살벌해..! 새하얘...! 죽이면 푸른 마나가 나올까 하얀 마나가 나올까?!!!!! “

거대한 검은 손이 녹색 연기처럼 사라지고 평범한 인간의 손이 되어 최대한의 예의를 담아 인사를 하는 주라그 레베른.

뒤에서 마라 델 큰이 보이는 예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예의다.

그리고.. 그 옆에서 쪼그려 앉아서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잔혹하게 웃고 있는 티케리 레베른.

티케리 레베른은 레베른이 이렇게 되기 전에도 꽤 유명했던 녀석이었기에 아디나는 알고 있는 녀석이다.

단지 아무나 죽여버리려는 성격 때문인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전쟁이 시작되니까 목줄을 풀어버린 건가.

“ 그래. “

그 이상으로 할 말이 있을까.

아디나는 전혀 없었지만.. 주라그는 있었나 보다.

“ 후후.. 어째서 여기까지 오셨는지요?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실 것 같은데 말이죠. “

“ ...사람을 지키는 데에 있어서 우선순위는 없으니까. “

“ 좋은 답변입니다. 하지만 신의 대리인님께서 여기에 계신다면 크릭을 막을 수 없을 텐데요. 아니. 당신이라도 크릭을 막을 수는 없는 걸까요? “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한 아디나는 눈빛을 바꾼다.

그래.

지금은 전쟁 중이다.

싸우는 중이다.

누가 아디나를 위해서 행동하고

아디나의 말만을 듣고

아디나를 신처럼 생각하고

그런 문제는...

다음으로 미뤄도 된다.

지금 죽으면

지금 패배하면

그런 생각 따위를 하면서 싸웠던 시간이 허무해질 테니까.

“ 할 일이 많아서 말이야. 지금 당장 너희가 떠나준다면 시간이 조금 날 것 같은데? “

순간 달라진 분위기에 주라그는 한쪽 눈썹을 올려 보인다.

“ 대단하군요. 한순간에 보고 받았던 신의 대리인님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크릭의 이야기가 방아쇠를 당긴 겁니까? “

“ 그런 건 관심 없어. 난 내 아이들을 지킬 뿐이야. “

“ 주라그 주라그 주라그 주라그 주라그 언제?? 언제?? 지금? 지금 터트려도 돼? 지금 죽여도 돼??? “

주라그가 말하려는 순간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티케리가 주라그의 거대한 팔을 붙잡으며 입에서 에테르가 새어 나온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굶주린 사냥개가 목줄을 풀어달라는 듯이..

하지만 주라그의 생각은 다르다.

자그마치 신의 대리인이다.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저 사람은 우리가 상대할 존재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힘은 최초의 신에게 필적할 힘이 아닐까 싶다.

“ ...물러나도록 하죠. 티케리. 갑시다. “

솔직히.. 상대와 싸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물러나 달라고 하니 주라그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신의 대리인을 이기려면 피아슈페르와 다프트는 무조건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아디나를 견제하며 주라그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가려고..

“ ...싫어 주라그. 왜 가야 해? 왜? 왜왜? 왜?? 나는 마라 델 큰도 못 죽였는데??? 왜????????? “

...

“ 저래 보여도 신의 대리인은 강력합니다 티케리. 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더 많은 수의 인간을 죽일 수 있어요. “

침착하게 달래보려 했지만..

이미 티케리는 마음을 굳힌 걸까.

“ 난. 쟤. 죽일래. 죽여보고 싶어. 죽이고 싶어. 재밌을 것 같아. 즐거울 것 같아..!! 마나가 달콤할 것 같아..!!!! 비명이 아름다울 것 같아..!!!!!!! “

가능하면 가족이 하고 싶은 대로 들어주고 싶지만..

안된다.

이건 너무 무모하다.

상대는 신의 대리인이다.

“ 티케리 안됩니다. 나중에. 다음번에 싸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

“ 나는 지금!!!!!!!! 지금 싸우고 싶다고!!!!!!!!! 지금 저 마나를 핥아먹고 싶다고 주라그!!!!!!!!!! “

...

이 자리에서 티케리를 잃으면 안 된다.

아니..

가족 중에 그 누구도 잃어서는 안 된다.

그건 레베른이니까 당연하다.

주라그는 있는 힘껏 주먹을 쥐고 티케리를 공격한다.

-콰콰콰쾅!!!!!!!!!!!!!

가족이 공격한다는 생각 자체가 들어있지 않았던 티케리는 그대로 주라그의 공격을 맞고 땅속으로 파묻혀버린다.

“ ...주라그? “



...

충격적이다.

너무나 당황스럽다.

알고 있던 레베른이 맞나?

가족이 가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해 주던 것이 레베른이 아니었나?

왜 하지 못하게 막는 거지?

왜 의견이 다른 거지?

왜 티케리 레베른을 말리기 위해 주라그 레베른은 폭력까지 사용하는 거지?

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꿈을 펼치려고 하는 거지?

뒤에 있는 마라 델 큰은.. 여전히 허리를 숙여 아디나의 명령대로 있는데..

왜 저들은..

...왜???

...내가.. 잘못된 거였어?

이렇게 하면 안 됐던 거였어..?

...넌..

어떻게 했길래..

“ 크릭... 넌 대체 뭐야..? “





작가의말

ㅇ0ㅇ

나도 레베른이 레베른을 때릴 줄은 몰랐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적월미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8 509. 대담한 기습 24.04.01 24 0 12쪽
517 508. 생각 정리 24.03.31 23 0 16쪽
516 507. 우리의 문제 24.03.30 28 0 14쪽
» 506. 알던 레베른과는 다른 레베른 24.03.29 27 0 13쪽
514 505. 영원히 따르겠습니다 24.03.28 28 0 13쪽
513 504. 레베른의 공격 24.03.27 35 0 14쪽
512 503. 진심이 담긴 사과 24.03.26 32 0 15쪽
511 502. 사람을 살린다는 것 24.03.25 32 0 15쪽
510 501. 사람 하나 죽이는 것 쯤이야 24.03.24 34 0 16쪽
509 500. 계산된 미래 24.03.23 41 0 15쪽
508 499.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녹빛 별 24.03.22 41 0 13쪽
507 498. 쉴 시간은 없다 24.03.21 42 0 14쪽
506 497. 소리 없는 전쟁 24.03.20 43 0 12쪽
505 496. 끝난건가 24.03.19 44 0 14쪽
504 495. 죽음에 굴하지 않고 24.03.18 44 0 13쪽
503 494. 그토록 원하던 아르카나 24.03.17 50 0 16쪽
502 493. 이길 수 없는 전투 24.03.16 49 0 12쪽
501 492. 처음부터 쌓아올린 작전 24.03.15 51 0 13쪽
500 491. 변수 a 24.03.14 53 0 13쪽
499 490. 믿음 24.03.13 56 0 15쪽
498 489. 살려두는 이유 24.03.12 56 0 15쪽
497 488. 설계된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24.03.11 61 0 13쪽
496 487. 에이아 24.03.10 61 0 13쪽
495 486. 모두가 잊고 있던 사실 24.03.09 64 0 14쪽
494 485. 이어지는 마음 24.03.08 72 0 13쪽
493 484. 죽는다는 것 24.03.07 70 0 12쪽
492 483. 자연스레 녹아든 완벽한 지원 24.03.06 72 0 13쪽
491 482. 노리던 것은 24.03.05 73 0 13쪽
490 481. 피나는 노력의 이유 24.03.04 76 0 14쪽
489 480. 원래 인간이 하던 것 24.03.03 74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