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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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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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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3,659

작성
24.03.0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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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84. 죽는다는 것

DUMMY




끝이 없다.

“ 아 진짜... 좀 과하네...! “

마나를 사용하며 빛을 두르고 마레이니의 실을 어떻게든 구분해 밟아가며 붉은 눈을 부숴가는 라티안은 슬슬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슈리와도 계속 교대해가며 상대를 얼리고, 태우고를 반복해 지금까지 버틸 수는 있었지만 슈리도 슬슬 한계에 도달했는지 교대하는 순간부터 주저앉아버리는 바람에 더이상 나아가질 못하고 있었다.

그 무엇보다 계속해서 실을 뽑아내며 두 사람을 서포트하던 마레이니는 처음보다 눈에 띌 정도로 적은 숫자의 실들을 뽑아내 그 튼튼했던 집이 허술한 거미줄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붉은 눈은 ‘ 지친다 ‘ 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제는 불에도, 얼음에도 완벽한 내성을 지니게 되어 라티안은 불꽃으로 만든 검에 담긴 마나 그 자체로 때려 박아 부수는 것이 최선이다.

어떻게든 다른 동료들과 합류를 해야 하지만..

마치 그런 것을 억지로 틀어막듯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하면 붉은 눈들이 더 과격하게 몰려든다.

“ 마레.. 괜찮아..? “

“ 하아... 하아... “

대답할 힘도 없는 건가..

“ 읏..! “

하필 이 타이밍에

가장 먼저 실수가 나온 것은 라티안이 되어버렸다.

어쩌겠는가. 에테르는 주위의 에너지에서 자잘하게나마 흡수할 수 있다지만 마나에는 한계가 있는 것을.

“ 크악...!!! “

“ 마레.. 너도 조금은 쉬어..!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

슈리가 지금까지 자신이 활용하던 방식이 아닌 에테르를 어떻게든 공중에 뽑아내 그대로 얼려가며 방벽을 형성하고 라티안에게 달려간다.

이런 식으로 에테르를 활용하는 건 슈리에게 있어서 어색한 방법이기에 금방 깨지겠지만 어쩌겠는가.

비효율적으로 에테르를 사용해서라도 버텨야 한다.

“ 괜찮아?! 대체 니네들은 지원을 언제 오는 거야..?!! “

“ 그쪽도.. 큽...! 다 힘든 거겠지... “

라티안의 옆구리에서 마나가 쏟아져 나오다 슈트의 수복기능으로 다시 틀어막는다.

하지만 꿰뚫려 버린 옆구리는 재생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고통스러운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젠.. 진짜 방법이 없나 보다.

-까득... 까드득... 챙..!!!

최대한 힘을 내서 펼쳤던 방벽은 결국 슈리에게 맞지 않았던 방식이었다는 것처럼 너무나도 허무하게 깨져버리고 붉은 눈들은 다시 공격해온다.

“ 이런...!! “

그렇게 슈리가 교대로 싸우러 떠나고

마레이니가 라티안을 향해 힘겹게 달려온다.

“ 괘.. 괜찮.. 으세요...? “

안 괜찮다.

알고 있다.

“ 괜.. 찮아. 너야말로.. 미안하다. 너한테는 과한.. 부담이었지? “

라티안이 바라본 마레이니의 눈에는 어느새 빛이 옅어져 있었으며 마치 눈물처럼 에테르가 잔뜩 흘러나와 있었다.

딱 봐도.. 무리한 게 보인다.

“ 마레이니.. 잘 들어. “

이젠..

결심해야겠지.

“ 다음번에 슈리가 오면.. 그대로 날 두고 떠나.. 내가 어떻게든.. 큭..! ?쫓아가는 녀석들을 저지해볼 테니..! “

“ 그럼 당신은...? “

“ 괜찮아. 나는 살아날 수 있어. 하지만 너네는 에테르잖아? 그건 살릴 수 있다는 소리를 못 들어봤어. 그러니 싸우지 말고 도망쳐서 살아..! “

앨리스가 가진 부활이라는 힘을 믿고 이 자리에서 죽으며 미끼를 자처하겠다는 건가.

...그래도 죽는 건데?

앨리스도 이 근처에 없는데?

그 사람도 지금 위험할 텐데..?

게다가..

“ 우리를.. 왜..? “

아무리 그래도 슈리와 마레이니는 레베른이었다.

이들에게는 적이라고 취급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함께 싸워나갔지만 여차하면 버려질 수도 있는 그런 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눈앞의 라티안은 살아날 수 있다고 굳게 믿은 채 우리를 살리려고 한다.

앨리스라는 사람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라티안은 솔직히 자신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정확한 이유를 대라고 말한다면 답을 할 수 없다.

그저 서로 등을 맡기고 싸우고 있기에

함께 싸워나가는 동료이기에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그 대상이 에테르를 지닌 레베른이었던 녀석이고는 딱히 별 생각이 없다.

아니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라티안은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냥 손을 들어 마레이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너가 살아야 나중에 미야랑 또 놀 수 있잖아. “

그렇게 라티안은 정확히 슈리가 지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 마레이니의 등을 밀며 가지고 있는 마나를 최대한 뿜어낸다.

-화르르르륵!!!!!!!!!!!!

“ 가!!! “

이제는 검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마나인 불꽃 그 자체를 온몸에 두르고 양손으로 휘둘러 주위의 시야를 전부 가린다.

그리고 무리하게 달려나가 붉은 눈의 머리를 움켜쥐고 뜯는다.

마레이니가 만들어놓은 실을 타고 얼려가며 발판을 넓히고 공중으로.

슈리와 마레이니가 다른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기 위해 불꽃을 내지른다.

그때 팔찌를 타고 혼자서 너무나도 평화로운 목소리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질문을 한다.

“ ...죽었어? “

순간 피식 웃음이 난다.

“ 죽은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해. 이건 나도 아는 건데. “

붉은 눈이 내지른 공격에 팔이 잘려나간다.

억지로 몸을 들고 일어나 뒤로 물러섰지만 슈리와 마레이니를 쫓아가는 붉은 눈을 저지하기 위해 다시 빛을 두르고 방향을 꺾어 달려나갔다가 다리도 잘려버린다.

“ ...살 수 있나. “

죽었다는 말에 이어서 너무나도 평화로운 말에 라티안은 죽기 직전인데도 긴장이 풀려버린다.

함선에서도 무조건 살아날 거라는 것을 알고 수백 번 잘려보고 수백 번 죽어보았기에 두렵지 않다.

아니.

오늘만큼 확실하게 두렵지 않은 적은 없다.

“ 믿을게 앨리스!! “

그리고 목이 잘려나간다.







바람.

일부러 익숙한 마나인 바람이 담긴 검(Swords) 아르카나를 빌려온 피렌은 그나마 익숙한 느낌이기는 했지만 결국 아르카나는 아르카나.

자신의 마나가 아니기에 컨트롤이 미숙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바람이었기에 그렇게까지 세밀하게 다루지 않아도 됐던 점이지만

점점 지쳐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콰과과과과과!!!!!!!!

“ 눈에 띄게 바람이 죽어가는군. 이제 그만 넘겨주지 않겠나? “

레이브가 만든 태풍이 번개를 내뿜으며 사납게 울부짖고

그 안에서 피렌의 맑고도 푸른 바람이 끼어 들어가 태풍을 밀어낸다.

“ 미안하지만 그러진 못하겠군. “

피렌은 자신의 영역이 좁아진 대신 아르카나에 더욱 강렬한 바람을 불어넣어 다시 한번 바람으로 만든 투명한 검을 대놓고 레이브를 향해 찌른다.

피하기에는 충분한 시간.

하지만 피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렸다간 바람이라는 특성상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망쳐봤자 붙잡으면 된다지만

아르카나가 여기 있다.

이길 수 있는데 굳이 물러설 이유가 있을까.

패배한다 해도 어차피 이기게 되는 싸움인데 굳이 물러설 이유가 있을까.

레이브는 최대한 보호막을 뭉쳐 피렌의 바람을 막아낸다.


피렌은 알고 있다.

자신은 지금 아무리 아르카나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레이브 하나를 이겨낼 수 없다.

미야와 레오네라가 함께 싸워주지만, 이 싸움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아니.. 미야와 레오네라는 억지로 버티면서 이 폭풍 속을 뚫고 들어와 레이브를 공격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할 수 없는지 폭풍의 바깥에서 다르시를 지키며 틈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마저도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듯이..

붉은 눈들이 일부러 ‘ 다르시를 향해 ‘ 달려든다.

심각한 부상에 상당히 지친 미야와 레오네라는 아픈 몸을 이끌고 억지로.. 진짜 억지로 힘겹게 붉은 눈들을 제거해나간다.

“ 자네는 그 두 장의 아르카나가 전부인가? “

답해줄 이유는 없기에 피렌은 검을 계속 휘두르며 레이브를 공격한다.

아무리 후방으로 이동해 사각에서 동작을 보여주지 않고 싸우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렇듯 읽히는 건 물론이고 대화할 여유까지도 있나 보다.

“ 대답하지 않으면 아래 한 명을 죽이도록 하지. “

“ ...칫..! 세 장이다. “

물론 두 장이지만 세 장이라고 말해 숨겨둔 패라도 있는 것처럼.

그 숨겨둔 패를 공개한다고 말하듯이 4장이 있는 것처럼 했지만 레이브는 그 모든 것이 페이크라는 것쯤은 가볍게 간파했다.

네이렌 피렌은 [하나의 검(Ace of Swords)], [검의 여왕(Queen of Swords)] 이렇게 두 장을 가지고 있다고 레이브는 확신한다.

“ 후후후. 거짓이라도 답해주니 좋군. 네이렌 앨리스는 영 말이 없어서 말이지. “

그 이름이 레이브에게서 나온 순간부터 피렌은 굉장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 신경 쓰이나? 아르카나 한 장과 네이렌 앨리스가 어떻게 됐는지 교환하는 건 어떤가? “

“ 너의 그 말투가 제일 신경 쓰이는군... “

“ 원한다면 아르카나 한 장에 이 개체의 언어기능을 없애주도록 하지. 어떤가? “

끊임없이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도 피렌 자신이 만든 마나이기에, 레이브가 만들어낸 에너지 폭풍이기에 서로의 말이 들린다는 게 조금 더 짜증 나는 느낌이다.

차라리 말이라도 들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 슬슬 끝내도록 하지. 아르카나 한 장을 넘기면 저들 중 두 명만 살려주도록 하겠네. 아르카나 두 장을 넘긴다면 자네를 포함해 네 명을 다 살려주도록 하지. 어떤가? 괜찮은 거래가 아닌가? “

레이브는 지금까지 봐주고 있었다는 듯이 자신이 만들어낸 에너지 폭풍을 붉은 에너지로 물들이며 피렌을 강하게 압박한다.

“ 큭...! “

아르카나를 가지고도 이만큼이나 밀리다니..

원래 피렌의 것이 아니었기에 당연하기도 했으며 아디나도 분명 말해주기는 했지만 적어도 진심으로 맞부딪쳤을 때만 밀릴 줄 알았다.

이렇게.. 봐줄 수 있을 정도인 줄은.. 몰랐다.

그때.

폭풍을 뚫고 들어온 마나가 피렌의 팔찌에 연결돼 누군가의 목소리가 마치 노이즈가 낀 것처럼 들려온다.

“ ...죽었어? “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몰라도

모두가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혼자 세상의 평화를 다 가져온 듯한 차분함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 아직.. 끝나지 않았어. “

“ 후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좋지만 가끔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네. “

피렌은 앨리스에게 말했지만, 일부러 모호하게 말하는 덕분에 레이브는 자신에게 하는 말로 알아들은 듯하다.

레이브는 피렌의 검을 한 번 더 튕겨내면서 갑자기 아래로 빠르게 날아간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행동에 피렌이 아주 살짝 당황했지만, 레이브의 의도를 바로 파악하고 금세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 짧은 틈새에 붉은 폭풍에 휩싸인 미야와 레오네라는 붉은 눈에 의해 죽어버렸다.

“ 마지막 기회일세. 아르카나를 넘기시게. 순순히 내놓는다면 다르시와 네이렌 피렌. 둘은 살려두도록 하지. “

동시에 앨리스의 말도 들려온다.

“ ...살 수 있나. “

피렌은 그런 순수한 질문에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 이 자리에서 죽겠다. “

이번에도 애매하게.

일부러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최대한 도망치기 위해 바람을 몸에 두르고 다르시를 향해 달려나간다.

“ 크큭... 재밌는 선택이군. “

네이렌 피렌이 살아서 아르카나를 넘기든 네이렌 피렌이 죽어서 아르카나를 넘기든

어차피 아르카나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다.

네이렌 피렌이 살아있으면 살아있는 대로 협박의 재료가 되며

네이렌 피렌이 죽어있으면 죽은 대로 협박의 재료가 된다.

즉, 어떠한 수를 쓰든 상관없었다.

단지 시간만 끌고 싶었을 뿐이다.

그대로 레이브는 붉은 폭풍을 쏟아내 붉은 번개를 내려치며 피렌과 다르시까지 한 번에 죽여버린다.



피렌은 알고 있다.

이대로면 죽는다는 것을.

그리고 다르시를 붙잡고 끌어안고 이렇게 말한다.

“ 괜찮아 다르시. 아직은 우리가 계획한 대로야. “

미야.

레오네라.

피렌.

다르시.

이렇게 네 명은 여기서 죽는다.

이대로 아르카나도 레이브의 손에 넘어가겠지.

아디나.

나는 우리의 계획대로 성공했다.

다음은 너에게 맡긴다.





작가의말

큰일났네..

도와주려고 아르카나까지 주고 보냈는데 뺏겼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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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 499.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녹빛 별 24.03.22 4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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