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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8 19:20
연재수 :
5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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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54,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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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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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8. 발명가와 창조자 그리고 과학자

DUMMY

전쟁은 그렇게 허무하다면 허무하게, 다행이라면 천만다행으로 아무도 죽지 않고 끝났다.

그나마 죽거나 다친 사람들도 앨리스가 전부 치유해주었다.

기적을 볼 때마다 사람들이 성녀님 성녀님 하면서 달라붙는 바람에 앨리스가 난감해했지만

그 난감해하는 미소조차도 아름다웠던지라 앨리스에 대한 명성은 순식간에 행성 전체로 퍼져나갔다.



“ 흐음... 나는.. 그건 조금.. “

“ 왜!! 왜 안된다는 건데?! “

네이렌에 의해 강제로 전쟁이 종료된 지 3일째.

아직도 바크렘과 아인크, 베리슈의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 초록 괴물 녀석들에게 이런 것까지 해줘야 한다니.. 답도 없.. “

“ 아인크! 또 말 심하게 하지?! 네이렌한테 말한다?! “

“ ...결국, 협박인 거냐. “

베리슈가 이 행성 전체에 해버린 짓은 단순히 전쟁을 막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었다.

베리슈의 발명품인 특수 마나 추적장치는 베리슈가 등록해놓은 마나와 80% 이상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으면 아무리 변형된 마나라도 추적해낼 수 있게끔 만들어져있었으며, 그 마나를 감지하자마자 또 다른 발명품인 마나 분쇄기를 활용해 마나가 감지되면 추적하고, 분쇄해 방울로 만들어 공중에 날려버리는 기술이었다.

그 두 가지 발명품이 하나로 합쳐진 작은 구체는 오직 이 렘크르리슈람 행성의 마나에만 반응했으며, 더는 마나를 활용한 전투 자체가 불가능해져 버렸다.

즉, 외부에서 쳐들어온다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얌전히 죽을 수밖에 없는 위험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베리슈에 의해 강제로 화해시키고,

서로 다른 인종의 화합을 이루고 난다면 그때 앨리... 음.. 성녀님께서 저주를 풀어주신다고 했다.

그런 화합을 위한 첫걸음을 떼기 위해 이런 회의를 하는 것인데..

“ ..하아... 제발 날 위해서라도 서로 한발씩만 물러나 주면 안 될까..? “

“ 미안해 베리슈.. 이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

“ 흥. 초록 괴물 녀석에게 양보라니.. 어이가 없군. “

정말...

이런 녀석이 내 오빠고

이런 녀석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니..

절로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 됐어... 하아... 조금만 쉬었다가 계속 이야기하자. “

“ 어.. 어디가? “

“ 어디 가는 거지? “

베리슈는 이제 다시는 보지 않을 듯이 둘을 째려보고서는 소리친다.

“ 니네 꼴 보기 싫어서 네이렌한테 간다!! 됐냐?!!! “

...

어..

이 자리에 두 남자만 남아있는 건 좀 어색하고 싫은데..

둘만 남겨놓고 떠나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남자들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았는지

베리슈는 바크렘과 아인크를 내버려 두고 떠나버렸다.

“ 음.. “

“ 크흠... “





베리슈는 아무도 없던 땅에 뜬금없이 세워진 거대한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정말..

창조라는 게 엄청 뛰어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굳이 꼭 그렇게 손가락을 튕겨서 이런 아무것도 없는 땅에 거대한 궁전을 만들었어야 하나 싶었다.

이제는 형제 길드가 되어 서로 말을 놓고 가족처럼 편하게 지내자고 했었으니..

베리슈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서는 네이렌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 ...안녕? “

아주 아름다운 목소리..

정말 그 누가 들어도 반할듯한 맑고 고운 목소리에 베리슈가 옆을 바라보자

꽃들 사이로 붉은 머리의 성녀님이 베리슈를 보고 화사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 헉.. 성녀님.. “

“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깐... “

“ 아.. 나도 모르게.. 미안해. 속 뒤집히는 놈들 때문에 잠시 쉴 겸 뭐하나 보러왔는데.. 다들 어딨어? “

앨리스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따라오라는 의미만큼은 정확히 전달됐기에 베리슈는 얌전히 그 뒤를 따라갔다.

“ 다들.. 뭐하.. 고 있어? “

“ 오! 왔냐 공주! “

“ 아 베리슈. 회의는 끝났나? “

어느 한 훈련장 같은 엄청 넓고 평평한 곳에서 미야의 눈을 가린 채로...

다 같이 빙글빙글 돌며...

...

“ 이거 괴롭히는 거 아냐..?! “

“ 베.. 베리슈님 오셨나요?! 아니에요?! 이건 제가 원해서..! 아얏..! “

“ 집중집중~! “

정말로.. 베리슈의 눈에는 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것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미야가 주위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결해보고자 마나에 대한 감지 능력을 늘리기 위해 눈을 가린 채로 주위에서 느껴지는 마나들을 통해 어떤 마나가 언제 어디서 공격해 오는지를 확인하고 정확하게 회피하는 연습이었다.

이것은 라티안도, 피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서로 돌아가며 한 번씩 했었으며, 하필 미야의 차례에 베리슈가 온 것 때문에 단단히 오해하고 만 모양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집단 괴롭힘... 은.. 미야에게 있어서 필요한 훈련 중 하나라는 것이다.

“ 그래서? 공주님께서는 무슨 일로 오신 거람? “

베리슈는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바닥에 앉으려고 했으나 카린이 손을 튕겨 의자를 만들어준 덕분에 편하게 앉았다.

“ 그냥 쉴 겸.. 이것저것 물어보러. “

“ 야 춘향. 너는 그 전에 베리슈에게 제대로 사과해야지. “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훈련을 마치려는 듯이 라티안이 미야의 안대를 벗기며 춘향을 바라보았다.

사과라...

뭐... 그래도 모든 일이 잘 풀렸으니 상관없는 것 아닐까.

“ 아~ 원래 이런 거 사과 안 하기는 하는데! 뭐.. 그래도 나도 내 세상을 만들어 봤던 사람인지라.. 그게 망쳐지면 기분이 잡치는 건 잘 알고 있지.. 미안! “

베리슈의 자세한 계획은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전쟁을 멈춰달라는 요구밖에 듣지 못했고 그것을 멋대로 실행하면서 성녀님이라는 이 행성만의 신적인 존재를 이용해 전쟁을 멈추게 했으며,

동시에 이 행성의 평범한 사람들을 앨리스의 발밑에..

그러니까.. 약간 과장하자면

춘향의 말대로 이 행성을 앨리스의 식민지화시켜버렸다.

게다가...

“ 뭐.. 급해서 어쩔 수는 없었다만.. 네 설계도를 뜯어고친 건 사실이니까! 그 부분도 사과해야지! “

사실..

네이렌은 베리슈가 요청했던 그 작은 구체로 행성 전체를 뒤덮는 건 실패했다.

직접 몸을 움직이며 설치를 해보았으나

이미 바크렘 길드와 리슈람 길드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절반 넘게 남은 이 구체를 설치하기에는 역부족이라 판단해 춘향과 앨리스, 카린이 모여 베리슈가 주었던 설계도를 기초로 이리저리 수정하고, 창조하여 일부 지역의 마나만 바꾸게끔 설정했다.

그다음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검은 춘향이 훔쳐 가버린 폴리모프 스프레이를 이용해 춘향을 앨리스의 모습으로 바꾸고 모두의 앞에서 성녀 행세를 하며 전쟁을 종결시켰다.

물론 지난 3일간 네이렌이 몰래 움직이며 다시 이 행성 전체에 구체를 깔아두었기에 지금은 어느 지역에서나 전쟁을 벌일 수는 없게 되었지만..

참... 다시 생각해도 아슬했던 상황이었다.

“ 나는.. 그런 사과보다.. 어떻게 한 거야? 지금까지 누구도 내 계획서를 이해한 사람은 없었는데.. “

“ 큭큭.. 그래그래. 너도 너 나름대로 고생 많았겠지.. 세상은 알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취급하니까 당연해! “

발명이란 아무도 몰랐던 상식을 뒤집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남들 눈에는 비정상적인 것들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며,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게 당연했다.

베리슈 역시 발명가로서 그런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집에서만 열심히 연구를 해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망상의 영역인데..

그런 베리슈의 연구를 멋있다고, 뛰어나다고 처음으로 말해준 사람이 바크렘이 아니었을까 싶다.

혹은.. 베리슈의 발명품들을 활용해 무언가 하는 모습을 보고 성녀님으로 오해해 대화하다 사랑에 빠졌다거나...

아무튼, 그렇게 모두에게서 이해받지 못했지만 단 한 사람에게만큼은 이해받고 싶었던 마음이 결국 그 누가 읽어도 기초지식만 있다면 이해하기 쉬운 설계도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었다.

뭐.. 화학이나 생물학 같은 기초지식이 부족한 카린은 읽어도 힘들어했지만 말이다.

“ 뭐.. 그래서. 너만이 그런 걸 생각해낼 수 있는 건 아니거든. 우리 지구에도 과학자라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너의 뒤에 있는 사람이 그 당시에 마나라는 최첨단 지식을 달리고 있던 과학자였지 음음. “

베리슈는 뒤라는 말에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언제나처럼 아름답게 서 있는 앨리스가 있었다.

“ 개념이 조금 달라서.. 쉽지는 않았어. “

“ 나도 이번 창조는 아주 어려웠어. 언제나 내 상상대로 만드니까.. 그런 자세한 원리가 들어간 건 굉장히 어렵더라구. 그런데.. 전쟁을 막을 수 있을 정도라면.. 나도 어느 정도 공부는 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 “

분명 카린은 베리슈와 비교하면 더욱 압도적인 발명을 할 수 있는 인재였다.

하지만 실제로 새로운 걸 개발하고 만들어내는 데에는 베리슈가 앞서있는 것을 보며 지식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은듯했다.

그래서 쓸데없는 창조를 남발하는 걸 싫어하는 카린이 베리슈가 왔을 때 의자를 만들어준 건가 싶다.

아리나는 그런 세 명을..

아리나의 머리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 명을.. 아니 춘향까지 포함해 네 명을 향해 다가가 제안한다.

“ 뭐..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이 이상 관여하는 것도 말이 안 돼. 베리슈도 찾았으니 우리가 쓸만한 발명품이나 기술 같은 걸 공유하고 난 뒤에 오시리스로 돌아갈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

“ 오! 그럼 좋지. 여기 있는 사람들이랑 결투도 하면서 미야의 실력을 키우기도 좋아 보이고 말이야. 미야 괜찮지? “

최근 라티안은 이렇듯 미야를 엄청나게 신경 쓰는 것이 뭔가 스승으로서 뭐라도 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 들었던지라 웃음이 절로 나온다.

“ 아~ 뭐~ 돌아가고 싶기도 하지만 미야의 훈련 때문이라면 안타깝게도 여기 남아야겠네~ 할 것도 없는데 공주님이랑 이야기라도 해볼까나? “

“ 답 없는 남정네들이 조금이라도 친해질 때까지는 나도 시간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같이 이야기하자! 정말.. 유익하고도 즐거운 대화가 되겠는데? “

베리슈는 어쩌면 발명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첫 번째 친구들과 함께 해맑게 웃으며 거대한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 흐음... 아무도 없네... “

아디나가 난감한 듯이 오시리스의 천공섬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 난 있는데 말이지. “

그 앞에서 케이아도 똑같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 아.. 그래. 그럼 정정할게. 우주로 나갈 수 있는 네이렌은 아무도 없네 라고. “

“ 그건 확실히 없군.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시리스에는 남아있는 네이렌 길드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이 오시리스를 지키는 것은 케이아 프란츠 단 한 명뿐이었는데..

그렇기에 최대한 우주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아디나가 오시리스로 날아오는 것만큼은 감지해내지 못했다.

아디나가 규격 외의 존재이지만 케이아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감지는 할 수 있었어야 다른 외계의 침공에 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 눈살을 찌푸렸다.

“ 그래서? 이번에도 의뢰인가? “

“ 어~.. 의뢰라고 해야 하나.. 지명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 좋은 소식은 아닌데.. “

“ ..음? “

평범하게 쉬러 온 것 같지는 않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왤까.

돌려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케이아는 한 발 앞으로 나가며 아디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 더 자세히 말해라. 무슨 일이지? “

“ 솔직히 너는.. 할 일이 없긴 한데.. 응. 그냥 딱 말하자면. “

아디나도 잠시 생각을 거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많은 사람이 알면 혼란이 일어날지도 몰라 최대한 숨기고 싶었지만..

어떻게 보면 눈앞의 케이아가 알아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인지하고는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최초의 신이 네이렌 길드를 호출했어. “


작가의말

별자리가 심상치 않네요

근데 좀 많이요

아주 많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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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289. 춘향처럼 열받게 춘향처럼 짜증나게 23.09.09 25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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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286. 실수는 성장의 어머니 23.09.06 250 0 13쪽
293 285. 길잡이와 인도자 23.09.05 249 0 14쪽
292 284. 고래 사냥 23.09.04 24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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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282. 들어올땐 마음대로지만 23.09.02 249 0 14쪽
289 281. 여행자 23.09.01 249 0 14쪽
288 280. 다른 은하 23.08.31 249 0 12쪽
287 279. 끊어진 미래의 시작 23.08.30 248 0 13쪽
» 278. 발명가와 창조자 그리고 과학자 23.08.29 247 0 12쪽
285 277. 진짜 성녀님은 23.08.28 251 0 13쪽
284 276. 또 바뀐 계획 23.08.27 248 0 15쪽
283 275. 무에서 유를, 발명에서 창조를 23.08.26 250 0 14쪽
282 274. 세계 최고의.. 아니 은하 최고의 발명가 23.08.25 250 0 13쪽
281 273. 임무를 250% 완수하는 방법 23.08.24 251 0 14쪽
280 272. 미야의 기묘한 관광 23.08.23 251 0 13쪽
279 271. 외계인이라는 것 23.08.22 249 0 13쪽
278 270. 놀러 왔는데요 23.08.21 25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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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267. 우주의 성녀님 23.08.18 248 0 12쪽
274 266. 떨어진 별 하나 23.08.17 25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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