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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8 19:20
연재수 :
590 회
조회수 :
121,716
추천수 :
296
글자수 :
3,654,577

작성
23.08.1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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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67. 우주의 성녀님

DUMMY

지금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죽어 나갈지도 모른다.

바크렘은 점점 더 초조해지지만 어쩔 수 없다.

이 협상에서 실패한다면 모두가 죽어버린다.

칼자루는 저쪽이 쥐고 있다.


지금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죽어 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춘향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죽어버리는 편이 춘향에게.

오시리스에게 이득이 더 크게 돌아온다.

죽은 사람도 살리는 사기급 힐러가 지금 옆에 있으니까!


하지만 춘향은 그렇게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은 없다.

패는 숨길수록 좋으니까.

가능하면 죽어버린 사람들은 그대로 내버려 뒀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앨리스의 판단에 맡기도록 한다.

“ 그럼~ 우리 길드장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니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면서 ‘ 첫 번째 ‘ 요구를 해볼까나~? “

첫 번째라는 말에 바크렘의 표정이 살짝 찡그려졌지만 뭐 어쩌겠는가

요청하는 쪽도, 먼저 쳐들어온 쪽도, 잘못한 쪽도 전부 렘크르 쪽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최대한.. 빨리해주었으면 좋겠군. “

상대의 순종적인 태도에 마음에 들었는지 춘향이 신나게 웃으며 앨리스의 팔을 잡았다.

“ 흐흐.. 우선! 우주선 구경시켜줘! 내부가 보고 싶어! “

참 생뚱맞은 말이었지만 바크렘은 춘향이 내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쳤는지 파악하고 렘크르 길드의 전력과 기술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 받아들였다.

뭐.. 도움받는 처지에서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이 정도는 당연했다.

“ 그래. 들어오도록 해라. “

춘향은 활짝 웃으며 앨리스를 끌고 보호막 안으로 들어간다.

“ 우리는 먼저 가서 순찰하고 있을게! 너희는 아리나가 오면 설명 좀 부탁해~! “

어찌 보면 적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곳이었기에 가장 반응이 빠르고 적진에 던져놔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춘향과 앨리스가 먼저 들어간다.

그리고 외부에서는 네이렌의 길드장인 아리나가 올 때까지 라티안과 피렌이 지키며 수상한 움직임이 없는지 확인한다.

물론 춘향은 호기심에 들어가는 것이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조건들을 따져보면 어찌 됐든 잘 배분한 게 아닌가 싶었다.


우주선의 강력한 보호막 안으로 들어서자 앨리스의 시야에 수많은 마나의 파동이 눈에 들어왔다.

대략..

어림잡아 천명쯤 되는듯한 마나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있었으며..

대부분이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듯이 흐릿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 ...전부 당했어? “

아직 우주선 내부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감지한 것을 보고 바크렘은 한 번 더 얼굴을 찌푸렸지만 뭐 어쩔 수 없다.

“ 그래. 레크라시아 작전에서 레베른이 외부 보호막을 맡은 우주선들을 부수고 다녔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

물론 알고 있었다.

그 일 때문에 아디나가 굉장히 분노했었으니까..

승리라고는 하지만 어딘가 잘못된 승리였기에 레크라시아에서 싸워왔던 네이렌도 외부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들었었다.

여기서 그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 우리는 그 전투에서 절반 이상이 레베른에게 당했다. 더 많은 우주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우리 같은 대형 길드들은 앞장서서 레베른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지... 패배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야. “

음.. 뭔가 네이렌이 잘못한 것은 없지만

어딘가 뒷맛이 씁쓸한.. 고개가 숙여지는 이야기다.

“ 그거참 안타깝네! 그래서? 그때 다친 사람들을 아직도 치료하지 않고 있던 거야? 그건 좀 너무한데? “

“ 하하. 그럴 리가 있나.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치료는 끝낸 상태였지. 다만.. 전력이 반 이상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었어. “

우주선의 벽에 바크렘이 손바닥을 올리자 우주선 자체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지 바크렘의 마나가 아주 얇게 퍼지더니 손을 가져다 댄 부분부터 열리기 시작한다.

“ 그리고... 우리 렘크르가 사는 행성.. 렘크르리슈람은 두 구역으로 나뉘어 영역 전쟁을 벌이고 있었지. 뭐 이건 개인 행성 사정이니 자세한 이유는 말하지 않겠다만.. 레크라시아 전투로 인해 양측 다 전력이 약해졌고 하필 우리 쪽이 더욱 큰 피해를 본 모양이더군. 결국 우리는 패배했고, 우주에서 습격당해 이렇게 너희의 행성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

“ 오호.. 그런 일이 있었군.. 그래서 설마 여기에 추락했다고 여기 얹혀살려는 건 아니겠지? “

“ 그럴 리가. 치료 약을 협상테이블에 올려준 것만으로도 무한한 감사를 표해야 하는 마당에 그런 민폐 되는 짓은 하지 않아. 우리는 우리의 땅을 되찾기 위해 다시 싸우러 돌아간다. 그러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며 앨리스와 춘향은 긴 복도의 끝까지 도착했다.

겉보기에는 막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아마 우주선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처럼 마나 인식장치가 존재할 것이다.

“ 이제부터는 우리 렘크르 길드원이 있을 거다. 너희가 우리를 신기하게 생각하듯, 우리 또한 너희를 신기하게 생각하지. 게다가 이곳은 우리의 우주선인 만큼 다소 시선을 받을 거라는 건 이해해주었으면 해. “

바크렘의 상당히 예의 바른 모습에 앨리스는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 알았어 알았어! 빨리 열어봐! 빨리! 궁금하다! 빨리빨리~! “

호기심에 바크렘의 손을 직접 들어 벽 아무 데나 찍어버리기까지 할 정도로 기대하고 있는 춘향에게는 안타깝지만

춘향의 기분에 배신이라도 하듯 문이 자연스럽게 열리고 그 안에는 사방으로 죽어가는 초록 인간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 미안하군. 자네는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겠지만 지금 우리는 그럴 상황이 아니라서 말이야. “

“ 바.. 바크렘님... “

그중에서 가장 앞에 있는..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마치 소리 나는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이 애매한 각도로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바크렘을 찾는다.

“ 그래. 괜찮을 거야. 조금만 더 버텨줘. 금방 낫게 해줄 테니까.. “

“ ....네.. 감사.. 합니다.. “

사실 이미 잃어버린 눈을 어떻게 되살린단 말인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신나게 관찰하려던 춘향이 조금 찝찝해졌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표정을 찡그린다.

그러다 우연히 앨리스와 눈이 맞는다.

“ 춘향.. 나 멋대로 해도 돼..? “

앨리스는 이미 춘향이 앞장서서 바크렘과 대화를 하는 시점부터 모든 의도를 파악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순순히 우주선 안으로 함께 들어온 것인데

지금 이렇게 말을 한다는 것은 춘향의 계획과는 조금 다른 식으로 행동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렇게 허락을 구한 것인데

역시나 춘향은 춘향답게 해맑게 웃어주었다.

“ 좋아! 오히려 변수가 있는 편이 더 재밌지 않겠어? 아하하!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너의 무대 위라면 나도 신나게 놀 수 있지! “

사실 춘향은 앨리스가 무엇을 할지 바로 예상할 수 있었다.

그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앨리스가 하는 일이라면 어찌 되었든 좋게 작용하리라.


앨리스는 그렇게 조용히 바크렘의 옆에 쪼그려 앉는다.

“ 음? “

“ ...비켜봐. “

앨리스는 바크렘이 상체를 들어 올렸던 남자의 이마에 꽃잎 한 장을 올려둔다.

그리고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그 남자의 마나를 분석한다.

확실히.. 지구인과 헤브나인이 미세하게 달랐듯이

렘크르 길드의 사람들도 다르다.

아니 이번엔 조금 많이 다른 느낌이지만..

그래.

이 정도면 충분히 치유할 수 있다.

“ 윽...! 으윽...! 아아악!!! “

“ 뭐.. 뭐 하는 짓이야..! “

남자가 갑자기 괴로워하기 시작하자 바크렘이 깜짝 놀라 앨리스를 말린다.

하지만 바크렘이 움직이자마자 춘향이 낫을 들어 바크렘의 목에 걸어버리는 덕분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 앨리스를 말리면.. 네 목도 떨어질걸? “

“ ...이런 짓을 하는 걸 신의 대리인.. 아니.. 네이렌 아디나도 알고 있는가? “

귀엽다.

치유해주는 줄도 모르고 괴로워하는 모습만 보고 바로 이렇게까지 이빨을 갈다니 말이야..

물론 치유를 하는 것일 텐데 괴로워하는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앨리스를 믿고 있으면 뭐라도 될 것이다.

“ ...이제 괜찮을 거야. 눈 떠봐. “

“ 아아.. 아.. 아... 아.... 눈....? “

눈을 잃어버리면서 눈을 뜨는 감각 자체를 몸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지 아주 어설프게 눈꺼풀이 열린다.

그러자 바크렘은 깜짝 놀란다.

“ 누.. 눈이.. 있어...?! 분명... 어...?! “

“ 흐.. 흐리지만.. 보여요... 보여요...!!! 흐리지만..!!! 깜깜한 세상이 아니야!!!! 눈이 보여!!!! “

아무래도 서로 마나가 조금씩은 다르다 보니 앨리스는 완치를 생각하고 치료했지만 아직 시야가 흐린 수준으로밖에 치유하지 못했나 보다.

분명 치유였는데 괴로워하는 것도 그렇고.. 계속 치유를 해나가면서 조금씩 조정해봐야 하는 부분인 모양이다.

“ 다른 곳은.. 아픈 데는 없어..? “

“ 아아.. 다... 당신은.... 성녀님...! “

“ ...응? “

성녀님..?

...

대체 어떤 뜻을 담고 말을 하기에 성녀라는 단어로 치환되어 들리고 있는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들에게 신적인 존재인 것 같다는 점이었다.

뭔가..

귀찮아질 것만 같은 이 느낌...

어쩌면 춘향은 이런 것도 예상해서 마음대로 하게 둔 걸까.

음... 아마 그건 아니겠지.

“ 성녀님이다..! 우주의 성녀님께서는 실존하셨어!!! “

“ 성녀님!!! 성녀님 저 좀 봐주십시오!! “

“ 성녀님이다!! 우린 살았어..!! 살았다구..!! “

주위에서 사람들이.. 환자들이 자신의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바닥을 기어서라도 앨리스의 앞으로 다가와 바닥에 온몸을 바짝 붙이고 자신의 양손을 모아 바닥에 댄 채로 그 위에 자신의 이마를 붙인다.

자신의 모든 생각과 정신을 바친다는 뜻을 가진 최대한의 경의를 담은 렘크르의 예법이었다.


모든 이들의 절을 받고있는 앨리스의 옆에서 바크렘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불안했다.

렘크르 측에서 요청한 것은 상처를 치유하고 마나를 안정화하는 약재들이었는데

없어져 버린 눈을 새롭게 만들어버릴 정도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엄청난 치유기술을 사용한다면..

이들은..

대체 어떠한 요구를 해올까.

그런 요구를 받아줄 힘이 렘크르에 남아있을까.

....

굉장히 특이한 마나의 기운을 뽐내는 검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치유능력을 보여준 아름다운 외모의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

최초의 신이 레크라시아로 침공하는 길드로 네이렌을 선택한 이유는 이런데에 있었나...

네이렌은 평범한 소규모 신생 길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흐흐흐.. 자자! 다들 물러서라고? 우리 성녀님께서 난감해하시잖아? 곧 있으면 깨꼬닥할 녀석들부터 차근차근 치료할 테니까 알아서들 쉬고 있어! 저리가 저리가! 어허어!!! 우리 성녀님을 위한 길을 터라! “

물론 거짓말이다.

앨리스라면 몰라도 춘향은 쉽사리 치유해줄 생각은 없다.

단지 앨리스의 치유능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봐버린다면

이들은 더이상 그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앨리스를 멋대로 풀어둔 것이었다.

물론.. 성녀라고 불릴 줄은 몰랐지만 뭐 어떤가.

오히려 좋은 상황이다.

지구에서 파멸의 마녀님이라고 불리던 것보다 더 듣기 좋은 이름이니 앨리스도 만족하겠지.

춘향은 바크렘에게 다가가 조용히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 자.. 그럼 이제 우리의 협상을 다시 시작해 볼까? 흐흐흐흐흐...! “


작가의말

음!

난 포기!

난 모르겠다!

알아서 해라! 그냥 니들 하는거 받아적기만 할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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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287. 심문 23.09.07 24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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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285. 길잡이와 인도자 23.09.05 25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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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278. 발명가와 창조자 그리고 과학자 23.08.29 24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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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276. 또 바뀐 계획 23.08.27 249 0 15쪽
283 275. 무에서 유를, 발명에서 창조를 23.08.26 251 0 14쪽
282 274. 세계 최고의.. 아니 은하 최고의 발명가 23.08.25 250 0 13쪽
281 273. 임무를 250% 완수하는 방법 23.08.24 25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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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268. 사고를 치지 않으면 죽는 사람 23.08.19 250 0 14쪽
» 267. 우주의 성녀님 23.08.18 249 0 12쪽
274 266. 떨어진 별 하나 23.08.17 251 0 14쪽
273 265. 스승의 자격 23.08.16 249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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