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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살해자가 될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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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20.04.04 01:43
최근연재일 :
2020.05.08 20:52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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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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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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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볼테르 백작(3)

DUMMY

(3)


“그렇잖아. 어떻게 너 때문에 친구들이 다 잘못돼? 네가 그렇게 잘났어? 그렇게 가치 있어?”

“···하. 솔직히 열받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네. 이거 뭐지?”

“사실이라 그런 거야. 자신감도 적당히 높아야지.”

“아, 진짜.”



찡그린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도 같은 표정으로 리메르가 미소 지었다. 얼굴에서 한결 그림자가 걷힌 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깊게 고개를 끄덕인 트레비안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암만 생각해도 리메르 영향인 것 같긴 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눈치 챈 리메르에게 확인사살을 시켜줄 필요는 없었다. 속으로 자신은 선의의 거짓말을 한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인 트레비안이 한 손을 가슴 위에 올려놓으며 결연하게 소리쳤다.



“특별히 내가 너의 첫 번째 편이 되어줄···히익?!”



트레비안이 다급하게 나무 기둥에 밀착했다.


무언가가 트레비안의 허리 부근을 지나쳐갔다. 빠르게 다가왔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그것은 분명히 날붙이였다. 트레비안도 검술을 배우고 있긴 했지만 아직 진검은 가까이 가보지도 못했던 터라 이런 류의 공포에는 생경했다.


덜덜 떨리는 팔로 다시금 나무 기둥을 꼭 끌어안은 트레비안이 억울한 듯 소리쳤다.



“아니, 그렇게 싫었냐?! 내가 네 첫 번째 편이 되어준다는 게 단검 던질 정도로 싫었냐고!”



악을 쓰듯 내뱉어지는 말에 리메르가 오른쪽 귀를 막았다. 그 모습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을 더욱 치켜올린 트레비안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리메르는 자신을 쳐다보지 않고 있었다. 멍하니 하늘을 보는 것도 아니었다. 초점 맺힌 눈이 분명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리메르의 시선을 쭉 따라간 트레비안은 리메르가 던진 것이 분명한 단검을 중지와 검지 사이에 끼운 채로 여유롭게 웃고 있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멋들어지게 뒤로 넘긴 중년의 남자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단검을 요리조리 살폈다.



“아버님!”

“아이고, 백작님!”



정작 단검을 받은 남자는 태연한데 주변 사람들이 유난이었다. 금세 시끌벅적해진 주변에 리메르가 작게 혀를 찼다. 다시금 나무에 등을 기댄 리메르가 멍하니 발만 까딱였다. 높은 사람 같은데 괜히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그 무표정에 금이 갔다. 나름 예리하게 날렸다고 생각한 단검을 피한 것도 아니고 쉽게 잡아챈 저 남자에게 짜증이 솟구쳤다. 그 행동이 마치 ‘너 따위는 안돼. 이런 식으로는 아무도 지킬 수 없어’ 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아서.


뭐라 투덜거리는 리메르를 흘끗 바라본 트레비안이 체념한 듯 주섬주섬 자신의 짐을 챙겼다. 엉금엉금 기어 내려가기 시작하는 트레비안을 내려다본 리메르가 고개를 기울였다. 결 좋은 연갈색 머리가 어깨를 타고 물결쳐내렸다.



“어디 가?”



트레비안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설핏 미소 지었다. 의기양양하게 웃는 모습에 리메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야. 왜 그렇게 웃어.”

“그야, 우리 사촌동생님께서 절 잡아주셔서?”

“누가 잡았다고 그래? 그냥 어디 가냐고 물은 것뿐인데?”

“아, 그러면 어디 가냐고 관심 가져줘서?”

“···.”



빙글거리는 트레비안은 진심인 듯했다. 워낙 기쁜듯한 표정이라 뭐라 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리메르는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어디든 가버리세요. 오라버니.”

“에이~ 이럴 때 오라버니 쓰기야?”



갑자기 능글맞게 구는 트레비안은 다른 사람 같았다. 눈썹을 꿈틀거린 리메르가 다시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저 방싯거리는 표정이 꼴보기 싫었지만 빨리 내려보내야 했다.



‘역시나.’



트레비안을 살핀 리메르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닌척하지만 나무를 붙잡은 트레비안의 팔이 조금씩 떨려오고 있었다. 이미 손은 옛적에 하얗게 질려있다. 그 모습을 잠자코 내려다보던 리메르의 얼굴에 한심함이 떠올랐다.


리메르의 표정에 울컥한 트레비안이 뭐라 말하려던 찰나, 리메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응?”

“그만 버티고 얼른 내려가. 팔 아프잖아.”



트레비안의 눈이 금세 촉촉해졌다.



“우리 리리가 나를 걱정해주기도···”

“하, 진짜 닥치지 않으면 내가 친히 떨궈줄게.”

“···죄송합니다.”



사납게 내뱉는 리메르의 표정이 심상찮음을 느낀 트레비안이 얌전히 내려가는 것을 택했다. 조심조심 내려가다 고개를 든 트레비안이 다시금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닌 척해도 리메르는 트레비안이 잘 내려가고 있나 확인하고 있었다. 제 시선을 느끼고는 딴청을 피우긴 했지만.


실실 웃으며 바닥에 착지한 트레비안이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어느새 그의 앞에는 백작이라 불린 남자가 서있었다.


트레비안이 서둘러 내려온 것도 이 정체불명의 백작 때문이었다. 원래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소공작이 된 리메르의 역할이었지만 리메르의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른들이 미리 손을 써둔 것이 이것이었다. 이런 돌발 상황에 후계자 수업을 받은 트레비안이 대처하는 것.


트레비안이 정중히 미소 지었다.



“주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라레나 하 리레프.”



남자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호오. 이거 제법이구만. 레디알에 주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크세트 하 리레프.”

“처음 뵙겠습니다. 백작님. 트레비안 드 레디알입니다.”

“헤르신 세브 볼테르라네. 이것 참, 뤼르시엔 고 말괄량이 아들이 이렇게나 잘 컸단 말이지?”

“어머니를 아십니까?”



갑자기 어머니 이름이 나오자 당황한 트레비안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이 땡그란 것을 보니 영락없는 소년이라며 껄껄 웃은 볼테르 백작이 고개를 시원스레 끄덕였다.



“알다마다. 우리 헤르시아와 허구한 날 말썽을 피우고 다녔는데.”



백모님까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트레비안이 이내 탄성을 내뱉었다.



“아! 백모님 성함에 볼테르가···! 백모님의···?”

“아비라네.”

“그렇다면 리메르를 보러 오셨군요?”



트레비안의 말에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이 나무 한구석으로 향했다. 리메르는 볼테르라는 말이 들린 순간부터 백작을 주시하고 있던 터였다.


손녀와 얼굴을 마주한 백작의 얼굴에 아련한 표정이 어렸다 빠르게 사라졌다. 리메르는 얼핏 봐도 헤르시아를 똑 닮아있었다.


단검을 던졌다 받으며 리메르가 있는 곳 바로 아래로 이동한 백작이 이를 보이며 씩 웃었다.



“이 할아비가 손녀 보러 왔단다. 얼굴 좀 자세히 보여주렴, 아가.”


***


“기어내려가기 싫은데. 그냥 뛰어내려 버릴까.”



나무에 기대 팔짱을 낀 리메르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분명 뛰어내려가면 손도, 옷도 더러워지지 않으니까 편하다. 바닥에 착지할 때 큰 소리가 나긴 하지만 다리에도 별 무리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 높이에서 뛰어내려서 멀쩡한 아이는 없다.


결국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리메르는 양팔로 나무 기둥을 살짝 감고 얕게 파진 홈에 제 발을 걸쳤다. 홈을 톡톡 밟으며 빠르게 내려간 리메르가 손을 탁탁 털고 백작의 앞에 섰다. 리메르가 나무를 내려오는 모습을 지켜본 볼테르 백작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를 빤히 올려다보는 선명한 보랏빛 눈동자를 재미있다는 듯 응시하던 백작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운동신경을 보니 내 손녀가 맞긴 맞구나.”

“에이, 아버지. 그게 아니지요.”

“응? 뭐가 아니라는 거냐?”



볼테르 백작에게 타박을 준 놀빈이 빙긋 웃었다.



“운동신경 때문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의 시아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구나. 맞아. 막내가 돌아온 줄 알았어···.”



백작의 눈에 아련한 빛이 서렸다.



“고 꼬맹이가 그렇게 어엿한 아가씨가 될 줄 누가 알았답니까.”

“쯧. 몇 살 차이도 안 나는 놈이 주책은. 누가 보면 네가 아빠인 줄 알겠다.”

“허? 아버지?”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들으며 애꿎은 땅만 박박 긁고 있던 리메르는 주변이 조용해진 것을 느끼고는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의아한 듯 깜빡거리는 보라색 눈동자와 밝은 금색 눈동자가 서로의 모습을 담았다.


눈을 두어 번 깜빡여 초점을 맞춘 리메르가 ‘아’하는 짧은 소리를 내고는 무릎을 조금 굽혔다.



“볼테르에 주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니바흐 하 리레프.”

“크세트 하 리레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보인 리메르가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리메르 로시에나 드 델리상트가 볼테르 백작님께 인사드립니다.”

“헤르신··· 헤르신 세브 볼테르란다.”

“이렇게 뵙게 돼서 기쁩··· 니다아······?”



당황해서 새된 목소리를 낸 리메르가 입을 합 다물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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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볼테르 백작(3) 20.05.08 27 0 9쪽
27 3.볼테르 백작(2) 20.05.07 24 0 9쪽
26 3.볼테르 백작(1) 20.05.06 25 0 9쪽
25 2.에드쉬-(9) 20.05.04 36 0 9쪽
24 2.에드쉬-(8) 20.05.03 26 0 8쪽
23 2.에드쉬-(7) 20.05.02 28 0 9쪽
22 2.에드쉬-(6) 20.05.02 28 0 9쪽
21 2.에드쉬-(5) 20.05.02 34 0 11쪽
20 2.에드쉬-(4) 20.04.27 26 0 10쪽
19 2.에드쉬-(3) 20.04.26 24 0 10쪽
18 2.에드쉬-(2) 20.04.24 32 0 10쪽
17 2.에드쉬-(1) 20.04.23 21 0 11쪽
16 1.5.트레비안 레디알-(2) 20.04.22 21 0 10쪽
15 1.5.트레비안 레디알-(1) 20.04.21 38 0 11쪽
14 1.5.황족이었습니다. 20.04.20 43 0 12쪽
13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2) 20.04.19 25 0 9쪽
12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1) 20.04.17 32 0 9쪽
11 1.공녀, 리메르-(10) 20.04.16 39 0 12쪽
10 1.공녀, 리메르-(9) 20.04.16 35 0 10쪽
9 1.공녀, 리메르-(8) 20.04.14 49 0 9쪽
8 1.공녀, 리메르-(7) 20.04.11 31 0 8쪽
7 1.공녀, 리메르-(6) 20.04.10 33 0 9쪽
6 1.공녀, 리메르-(5) 20.04.08 39 0 9쪽
5 1.공녀, 리메르-(4) 20.04.07 41 0 9쪽
4 1.공녀, 리메르-(3) 20.04.07 39 0 9쪽
3 1.공녀, 리메르-(2) 20.04.06 49 0 13쪽
2 1.공녀, 리메르-(1) 20.04.04 80 0 9쪽
1 0.프롤로그 20.04.04 15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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