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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살해자가 될 운명이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20.04.04 01:43
최근연재일 :
2020.05.08 20:52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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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121,467

작성
20.04.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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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공녀, 리메르-(7)

DUMMY

(7)


“하아, 이제 고비는 넘긴 것 같군요.”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토멘이 숨을 고르게 몰아쉬는 꼬마를 눈에 담았다.


‘···정말이지. 송장인 줄 알았다고.’


처음 아이를 넘겨받았을 때, 송장을 치우라는 줄 알았을 정도로 아이는 간신히 숨이 붙어있는 수준이었다. 입가와 옷은 온통 피투성이였는데 상처가 없는 걸 보았을 때 죄다 내상을 입어 역류한 피인 듯했다. 그렇게 토해낸 피만 해도 거의 생명을 쥐어짠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따라 계속해서 잔혈이 흘러내렸다.


토멘은 미리 준비해 둔 침대에 아이를 눕히고 최상급 포션을 아이 입에 조심스레 흘려보냈다. 진찰 후 적절한 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닌, 바로 포션을 부어버리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조금 상했으나 지금은 의원으로서의 자존심 따위를 지킬 때가 아니었다. 자연치유로 돌릴 수 있는 외상도 아니었을 뿐더러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오늘내일 할 수준이었으니.


토멘은 포션을 쓰더라도 아이가 제대로 살아만 준다면 된 거라고 생각하며 포션의 효과가 돌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어째선지 이 포션은 아이에게 중급 포션 만큼의 치유력을 보였다. 잠시 편안해지는 듯했던 안색이 희게 질리며 다시 각혈을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발작까지 하기 시작하니 토멘은 미칠 노릇이었다.


‘당장 치료사를 부를 시간은 없어.’


그는 우선 옆에 있던 시종 둘을 시켜 아이의 팔다리를 잡게 한 뒤 고민을 시작했다.


‘몸이 마나 포션을 거부하는 것을 보면 마나 저항력이 큰 체질이고, 내상을 입은 후 체내의 마나가 폭주하는 중이라···.’


그는 흘긋 방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기사 둘을 훑었다. 두 사람은 발작하는 아이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마 아이 몸을 두르고 있는 검은색 마나의 힘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는 기사를 시켜 후작님께 마나 구속구를 받아올 것을 지시했다. 지시를 들은 기사는 처음에 정말 마나 구속구가 필요한 것이냐고 멍청하게 몇 번 되묻더니 토멘이 기어코 호통을 치고 나서야 서둘러 방을 나섰다.


이후 후작이 직접 마나 구속구를 들고 들어왔다. 그는 시종 둘이 팔다리를 붙잡고 토멘이 아이의 입가를 연신 닦아내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내려던 화도 잊고 조용히 마나 구속구를 내밀었다. 철컥, 철컥 소리를 내며 아이의 양 발목에 마나 구속구가 달렸다.


팔짱을 끼고 이를 지켜보던 네르온이 입을 열었다.


- 사안이 급한 것 같아 바로 가져오긴 했다마는······ 제정신인가, 토멘?

- 몸 안의 마나가 폭주하여 아이를 좀먹고 있습니다.

- 그래도···.

- 이대로 두면 아이가 마나에 잠식되어 버립니다. 그럴 바에는 치유가 늦더라도 마나를 안정시키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마나를 억제한다고 죽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 치유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뿐이고, 이 부분은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뭣하면 치유사를 불러도 되고요.


네르온이 마나구에 손을 올리고 생각에 잠겼다. 토멘은 후작이 생각이 바뀌었다며 마나 구속구를 풀어 버리기라도 할까봐 서둘러 말을 이어갔다.


- 이것 보십시오.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지 않습니까.

- 확실히 그렇기는 하다만···.


네르온은 토멘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안색이 파리하긴 해도 더 이상 발작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또 발작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언제라도 제 마나를 아이 몸에 두를 수 있게 준비하고 있던 네르온이 아이의 이마를 한 번 쓸어준 뒤 몸을 일으켰다. 그는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아이 발목을 바라본 뒤 완전히 등을 돌렸다.


- 토멘. 힘들겠지만 아이가 깨어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라. 사람은 얼마든지 써도 괜찮으니 시종과 기사들도 2인 이상 꼭 대기하고 있도록 해.

- 예.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약물 치료를 진행하겠습니다.

- 그래. 이상이 생기면 바로 보고하고.


그로부터 수 시간 후, 아침이었다.


토멘은 수마가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거칠게 눈을 비볐다. 집사 헤르센이 시종에게서 따뜻한 차를 받아 토멘에게 내밀었다.


“토멘님. 괜찮으십니까?”

“아아. 괜찮은 것 같네요. 더 이상 마력 폭주도 일어나지 않고요. 하지만 내상은 심각합니다.”

“얼마나 심각합니까?”

“제가 붙어서 세 달 이상 집중 치료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좀 위험합니다. 아이가 어려서 죽을 고비가 계속 올 수도 있는데··· 차라리 신관을 부르는 것이 어떻습니까?”

“사실 오늘 아침 일찍 신전에 사람을 보냈습니다.”


헤르센은 괜스레 미안해져 시선을 피했다. 가문 주치의의 상의도 없이 신관을 불렀다는 것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토멘은 오히려 반색하며 되물었다.


“잘하셨습니다! 어떤 사제님이 오신답니까? 무조건 상급 사제 이상이시면 좋겠는데요.”

“아, 마침 상급 사제님이 오신다고 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제 이 아이도 더 이상 아픔을 안 느껴도 되겠군요.”


토멘이 한결 환해진 얼굴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르센이 그런 토멘을 보고 빙그레 웃음지었다.


“네. 정말 다행입니다.”

“하아. 이제는 조금 쉴 수 있겠네요. 따뜻한 스튜가 먹고 싶··· 집사님?”

“토멘님! 이리로!”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기지개를 쭉 폈던 토멘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손길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뒤로 넘어가던 의자가 소년의 손짓에 제 자리로 돌아왔다. 헤르센에게 팔을 붙잡힌 토멘이 집사와 시종들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가 눈을 부릅떴다.


방금까지 침대에 누워 있던 소년이 허공에서 무기질한 눈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입을 뻐끔거리던 토멘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소년을 가리켰다.


“떠··· 떠있어?”


소년이 의원을 향해 손을 뻗었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기사들은 그와 헤르센을 등 뒤로 밀어 놓고 칼을 뽑아 들었다. 에드쉬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역시 그냥 가는 게 낫겠지.


그렇게 손을 튕기기 직전이었다. 소년은 손을 튕기려다 말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한 인영을 눈에 담았다. 가쁜 숨을 내쉬던 소녀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소녀를 따라왔던 시녀 하나가 소녀를 부축하며 눈을 크게 떴다.


리메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메마른 입을 열었다. 갈라진 목소리가 애처롭게 에드쉬를 불렀다.


“에드쉬···.”

“리리···.”

“가지마. 가지마 에드쉬!”


‘이별은 어떻게 아신건가요.’


소년이 허공에서 몸을 비틀거렸다. 울컥,하는 느낌과 함께 입가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썩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역시 이 상태로 신관을 만나면 안 된다. 에드쉬는 리메르를 보고 약해졌던 마음을 갈무리하고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리리. 전 이제 가야 합니다.”

“가지마······. 가지마, 에드쉬······!”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에드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미 짓무른 눈에서 또 눈물이 나게 하다니. 그는 기사들 틈을 비집고 들어와 제게 손을 뻗는 리메르에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주고는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가 망연히 물기 어린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리리······.”

“리메르!”

“리리!”

“···!”


그가 아쉽다는 얼굴로 다시 허공에 떠올랐다. 시간을 끌수록 이 몸상태로 더 많은 인간들을 상대해야 할 터였다. 심지어 지금 다가오는 네 명은 지금의 그로서는 조금 버거운 상대들이었다.


마음을 굳힌 에드쉬가 허공에서 손을 튕기며 미소지었다.


“리리. 돌아올게요. 기다려주세요.”

“에드쉬!!!”


충동적으로 뱉은 그 말과 함께 소년이 공중에서 사라졌다. 파사삭, 소리를 내며 마나구가 가루가 되어 떨어져 내렸다. 그 직후 네르온과 헤르시아, 뤼르시엔, 게레인이 들이닥쳤다.


네르온과 게레인이 뒤늦게 저택 주위를 살피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에드쉬는 발견할 수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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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3.볼테르 백작(3) 20.05.08 26 0 9쪽
27 3.볼테르 백작(2) 20.05.07 24 0 9쪽
26 3.볼테르 백작(1) 20.05.06 25 0 9쪽
25 2.에드쉬-(9) 20.05.04 36 0 9쪽
24 2.에드쉬-(8) 20.05.03 26 0 8쪽
23 2.에드쉬-(7) 20.05.02 28 0 9쪽
22 2.에드쉬-(6) 20.05.02 28 0 9쪽
21 2.에드쉬-(5) 20.05.02 33 0 11쪽
20 2.에드쉬-(4) 20.04.27 26 0 10쪽
19 2.에드쉬-(3) 20.04.26 24 0 10쪽
18 2.에드쉬-(2) 20.04.24 32 0 10쪽
17 2.에드쉬-(1) 20.04.23 21 0 11쪽
16 1.5.트레비안 레디알-(2) 20.04.22 21 0 10쪽
15 1.5.트레비안 레디알-(1) 20.04.21 38 0 11쪽
14 1.5.황족이었습니다. 20.04.20 43 0 12쪽
13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2) 20.04.19 25 0 9쪽
12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1) 20.04.17 32 0 9쪽
11 1.공녀, 리메르-(10) 20.04.16 39 0 12쪽
10 1.공녀, 리메르-(9) 20.04.16 35 0 10쪽
9 1.공녀, 리메르-(8) 20.04.14 49 0 9쪽
» 1.공녀, 리메르-(7) 20.04.11 31 0 8쪽
7 1.공녀, 리메르-(6) 20.04.10 33 0 9쪽
6 1.공녀, 리메르-(5) 20.04.08 39 0 9쪽
5 1.공녀, 리메르-(4) 20.04.07 41 0 9쪽
4 1.공녀, 리메르-(3) 20.04.07 39 0 9쪽
3 1.공녀, 리메르-(2) 20.04.06 49 0 13쪽
2 1.공녀, 리메르-(1) 20.04.04 80 0 9쪽
1 0.프롤로그 20.04.04 15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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