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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살해자가 될 운명이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20.04.04 01:43
최근연재일 :
2020.05.08 20:52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085
추천수 :
0
글자수 :
121,467

작성
20.04.07 11:48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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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9쪽

1.공녀, 리메르-(3)

DUMMY

(3)


“먼저 가시죠. 저는 좀 더 구경하고 싶어서.”

“나도 마찬가지야.”

“······흐음.”


그는 제 앞에서 투닥거리는 꼬맹이들을 말없이 응시했다. 다 보낸 줄 알았더니 두 녀석이 다시 되돌아온 모양이었다.


짙은 녹안의 소년이 묵색 단검을 집어 들었다.


“아저씨. 아까 그 단검. 할인해 주신다는 가격으로 살 수 있습니까?”

“어···.”

“아니, 판매가에 살 테니 저에게 팔아주십시오.”

“아, 그러면 저는 거기에 50동 더 얹겠습니다.”

“으응?”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에드쉬는 물러서지 않는 디안에게 피곤함을 느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귀찮았다.


“뭡니까?”

“아니. 나도 이 단검이 마음에 들어서.”


디안이 몇 가닥 흘러나온 금발을 모자 속으로 집어넣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 사람, 이런 사람이었나? 상대방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디안에 대한 평가를 수정하던 에드쉬가 한스의 말에 퍼뜩 고개를 들어올렸다.


“저기 근데 꼬맹이들아. 이러다가 일행 놓칠 것 같은데?”

“···!”

“···!”


뒤를 돌아본 둘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미 리메르 일행은 사람들 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다급해진 에드쉬가 싱긋 웃으며 말을 쏟아냈다.


“저도 마침 단검이 필요해서요. 디안은 이미 검을 가지고 계시니 저에게 양보하시죠.”

“아니. 이렇게 검신까지 검은 것은 찾아보기가···.”


상체를 내밀고 꼬맹이들이 어디까지 갔는지 확인한 한스가 작게 혀를 찼다. 지금은 뭘 구경하고 있어서 멀리 가지 않았지만 지금 놓치면 오늘 축제가 끝날 때까지 못 만날지도 몰랐다.


“잠깐!”

“네?”


에드쉬와 디안이 아차, 하는 시선을 교환했다. 이대로 안 판다고 할까봐 조급해진 두 사람이 입을다물고 다소곳하게 섰다. 한스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에드쉬에게 앞, 디안에게 뒤를 배정하고 동전을 튕겼다. 무슨 짓을 하는지 깨달은 아이들이 불만 어린 얼굴을 했지만 칼자루는 한스가 쥐고 있었다.


탁-


긴장 어린 시선이 한스의 손등을 향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사람들도 아이들 뒤에서 고개를 빼고 한스의 손을 바라봤다.


‘가끔 이런 행사도 있어야지.’


피식, 작게 웃은 한스가 아이들이 조금 더 잘 볼 수 있도록 팔을 아래로 내리며 손을 치웠다. 동전은 누가 봐도 앞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른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은 에드쉬가 한스가 내민 단검을 받아 품에 넣고 주머니에서 6실버를 꺼내 건넸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응. 그래. 애들은 저 앞에 반지 파는 양반한테 가 있네. 얼른 가봐.”


에드쉬가 멍하니 동전의 앞면을 바라보던 디안까지 챙겨 사라지자, 가판대 앞은 다시 조용해졌다. 흐뭇하게 아이들이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한스가 제 손에 놓인 동전을 세어보고는 작게 혀를 찼다.


“아니. 그래서 결국 6실버만 내고 가져간 거냐고······?”




“리리.”


고개를 들고 에드쉬와 디안이 온 것을 확인한 리메르가 얼굴을 찡그렸다.


“다들 말이야. 이 인파에서 미아가 되면 어쩌려고 이렇게 막 쏘다니는 거야?”

“죄송해요. 금방 돌아올 수 있을 줄 알고··· 많이 걱정했어요?”

“걱정하기는! 리나가 바로 알아차려서 너네 기다릴 겸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었지.”


입술을 삐죽 내민 리메르가 다시 머리핀으로 시선을 돌렸다. 에드쉬가 오늘은 얌전히 있어야 겠다고 생각하며 딴청을 피우다가 파삭- 하는 소리에 디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창백해진 디안이 리나에게 혼나고 있었다. 아마도··· 발을 밟힌 모양이었다.


소년은 그 모습에 위안을 받았다.


“저기, 이거 봐봐!”

“응?”


시르가 세실과 함께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건넸다. 무늬 하나 없는 반지로, 특별한 점은 나무 같은 재질이라는 것이었다. 분명 나무 색에다 나무 특유의 향이 나는데 표면은 매끄러웠다.


반지를 손에 끼운 리메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지는 크기가 너무 커서 손가락을 지나쳤다가 조금도 닿는 느낌 없이 다시 나왔다. 엄지손가락까지 넣어봤지만, 눈대중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반지는 컸다.


‘혹시 우리가 클 때까지 같이 끼자는 건가.’


꽤나 일리 있는 가정이었다. 제멋대로 결론을 내리고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리메르에게 반지를 돌려받은 시르가 씩 웃으며 목걸이 줄을 들어올렸다.


그제서야 아이들이 하나 둘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목걸이 줄에 달자고?”

“응! 게다가 아저씨가 원하는 글자도 써 주신대.”

“와! 아저씨 정말요?”


노점상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에 15글자 이상은 안돼.”

“네!”

“근데 이거 얼마에요?”

“50동이야. 문구 결정되면 알려주렴.”


아이들은 노점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동그랗게 모여 섰다. 모처럼 6명이서 뭔가를 맞출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아이들 얼굴에 비장함이 서렸다.


“으음. 이름 앞 글자?”

“그러기에는 너무 안 예쁘다.”

“그럼 오늘 날짜.”

“나쁘지 않네.”

“누가 꽃이게.”

“아, 뭐야!”


대경실색한 리메르가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에 팔을 벅벅 문질렀다. 낄낄거리며 웃은 세실이 뭐가 있을까···라고 중얼거리는 사이, 리나가 입을 열었다.


“’언덕 나무 아래에서’는 어때?”

“’언덕 나무 아래에서’?”

“우리 자주 가는 동산 있잖아. 아직도 거기 처음 갔던 때가 생각나서.”


리나가 정말 행복하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결국 정해진 것은 ‘언덕 나무 아래에서’에서 따온 영원의 언덕이었다. 영원한 우정을 기린다는 그런, 어린 아이들이나 할 법한 생각이었지만 리메르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글자수가 남는 관계로 아저씨한테 부탁드려서 오늘 날짜도 작게 새겼다.


쨍-


반지들끼리 부딪히자 나무답지 않게 맑은 소리가 울렸다. 연신 음각된 부분을 만지작거리던 아이들이 잔뜩 뿌듯한 표정으로 목걸이를 걸었다.





어느새, 하늘이 알록달록하게 물들어 있었다.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호위를 떠올린 디안이 먼저 운을 뗐다.


“슬슬 어두워지네.”

“그러게. 이제 슬슬 집에 가야 할 것 같아.”


아이들이 아쉬운 듯 목걸이만 만지작거렸다. 특히 아쉬워하는 리나에게 방긋 웃어준 리메르가 손을 흔들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 집에서 푹 쉬고 또 보자.”

“그럼 우리는 이쪽으로 가볼게.”

“다음에 봐!”


방향이 다른 세실과 디안, 리나가 먼저 떠나고, 리메르와 시르, 에드쉬도 집에 가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놀렸다. 그리고 시르와도 헤어진 후 집에서 두 블록정도 떨어진 골목 근처에 다다랐을 때 에드쉬가 자리에 멈춰섰다.


“에드쉬?”


조금 굳은 채로 한 방향을 쳐다보고 있던 에드쉬가 곧장 표정을 풀고 웃었다.


“아, 그냥 아까 사려고 했다가 까먹은 것이 생각나서요.”

“어? 뭐였지?”

“아니야. 애쓸 필요 없어. 에드쉬.”


리메르가 눈을 크게 떴다. 평소와는 다른 복장을 한 시아가 에드쉬가 방금까지 바라보던 골목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엄마! 마중 나온 거야?”

“응. 다 같이 밤거리를 좀 구경할까 하고 말이야. 어때?”

“난 좋아!”


리메르는 환하게 웃으며 시아에게 달려가 안겼다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무언가 비릿한 향이 나는데?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리메르가 미묘한 얼굴을 했다. 보통 축제 구경을 칼을 차고 하나? 저렇게 온통 검은 옷을 입고? 게다가 집에 칼이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는데. 이상했다. 분명히 이상한 상황이 맞는데······. 하지만 살짝 눈을 굴려 바라본 에드쉬는 더없이 태연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엄···.”

“리리. 미안. 에드쉬는 뒤를 좀 부탁해.”

“네.”


긴장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던 시아는 리메르가 더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얼른 그녀를 옆구리에 들쳐 맸다. 물 흐르듯 시아의 뒤를 점한 에드쉬가 품에서 초록색 단검을 꺼내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아는 지체하지 않고 발을 놀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리메르는 시시각각 바뀌는 옆 건물들을 멍하니 보며 눈을 깜빡였다.


머리속에 온통 물음표가 가득했다. 왜 갑자기? 정말 이렇게 갑자기? 그동안 우리가 숨어 사는 구나ㅡ라고 생각은 했어도 이렇게 밤에 엄마에게 안겨 지붕 위를 뛰어다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에드쉬는 엄마를 너무 잘 따라오고 있었다.


고요하기만 한 시아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뒤에 따라오는 에드쉬를 흘긋거리던 리메르가 눈을 크게 떴다. 에드쉬 뒤에서 접근하는 인영들이 있었다. 그건 앞도 마찬가지였는지, 시아가 천천히 보폭을 줄였다. 그녀의 얼굴에 낭패가 서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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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3.볼테르 백작(3) 20.05.08 27 0 9쪽
27 3.볼테르 백작(2) 20.05.07 24 0 9쪽
26 3.볼테르 백작(1) 20.05.06 25 0 9쪽
25 2.에드쉬-(9) 20.05.04 36 0 9쪽
24 2.에드쉬-(8) 20.05.03 26 0 8쪽
23 2.에드쉬-(7) 20.05.02 28 0 9쪽
22 2.에드쉬-(6) 20.05.02 29 0 9쪽
21 2.에드쉬-(5) 20.05.02 34 0 11쪽
20 2.에드쉬-(4) 20.04.27 26 0 10쪽
19 2.에드쉬-(3) 20.04.26 24 0 10쪽
18 2.에드쉬-(2) 20.04.24 32 0 10쪽
17 2.에드쉬-(1) 20.04.23 21 0 11쪽
16 1.5.트레비안 레디알-(2) 20.04.22 21 0 10쪽
15 1.5.트레비안 레디알-(1) 20.04.21 38 0 11쪽
14 1.5.황족이었습니다. 20.04.20 43 0 12쪽
13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2) 20.04.19 26 0 9쪽
12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1) 20.04.17 32 0 9쪽
11 1.공녀, 리메르-(10) 20.04.16 39 0 12쪽
10 1.공녀, 리메르-(9) 20.04.16 35 0 10쪽
9 1.공녀, 리메르-(8) 20.04.14 49 0 9쪽
8 1.공녀, 리메르-(7) 20.04.11 31 0 8쪽
7 1.공녀, 리메르-(6) 20.04.10 33 0 9쪽
6 1.공녀, 리메르-(5) 20.04.08 39 0 9쪽
5 1.공녀, 리메르-(4) 20.04.07 41 0 9쪽
» 1.공녀, 리메르-(3) 20.04.07 40 0 9쪽
3 1.공녀, 리메르-(2) 20.04.06 49 0 13쪽
2 1.공녀, 리메르-(1) 20.04.04 81 0 9쪽
1 0.프롤로그 20.04.04 15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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