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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살해자가 될 운명이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20.04.04 01:43
최근연재일 :
2020.05.08 20:52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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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121,467

작성
20.04.2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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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에드쉬-(3)

DUMMY

2.에드쉬(3)


확실히 에드쉬에 대한 처우는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스베르디와 함께 듣는 기본 소양 수업과 후계자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체벌은 스베르디가 울며 어머니를 찾아갈 정도로 심해졌으며 밤 훈련에서는 진검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아홉 살배기 아이에게 진검을 휘두르게 하는 것 자체도 잘못된 것이었지만 그 아이를 상대로 진검을 휘둘러 옷으로 가릴 수 있는 곳만 골라 상처를 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에드쉬는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제 형을 지키기 위한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이 행위에 그저 순응했다.

소년는 살기 위해 한 번이라도 더 피하고 한 번이라도 더 검을 휘두르는 수밖에 없었다.


후작 부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네쉬를 제 눈앞에 두었다.

자신과 친한 귀부인들을 초대한 티파티에 불러 그녀에게 망신을 주거나 언질 없이 가네쉬에게 찾아가 왜 차를 진즉 준비해놓지 않았냐며 도리어 화내어 가네쉬가 얼굴을 붉히면 그 모습을 보며 은근하게 웃는 식이었다.


후작 부인의 그런 행태에 가네쉬는 미쳐갔다.

후작 부인의 시녀 시절 동료들 사이에서도 마음씨 곱기로 소문났던 그녀는 점점 망가져 갔으며, 상냥하게 웃던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


에드쉬는 그를 감싸주는 형이라도 있었지만 가네쉬는 후작이 일찍이 공작과 후작부인의 등쌀에 밀려 그녀의 손을 놓아버렸기에 그녀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목격한 에드쉬는 어머니의 변화가 안타깝기만 했다. 제 한 몸 건사하지 못함에도.


“어머니. 석양 지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오랜만에 같이 정원을 거닐고 싶어요.”


에드쉬는 가네쉬의 등 뒤에 그림처럼 펼쳐진 석양을 바라보며 웃었다. 가네쉬도 에드쉬의 시선을 따라 별채에 딸린 정원을 눈에 담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에드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가네쉬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에드쉬의 손바닥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잠시 정신이 돌아온 그녀가 아홉 살 아이의 손에서 느껴지는 굳은살에 쓰게 미소 지었다. 에드쉬 또한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녀의 지친 표정과 갸냘픈 몸을 보며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름다운 석양이 가네쉬의 머리와 볼, 드레스를 색색이 물들였다.

알록달록한 그녀에 더해 싱긋 웃음 짓는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래, 이거면 된 거다. 어머니가 가끔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어머니와 이렇게 한가이 정원을 거닐 수만 있다면.


오랜만에 가네쉬를 향해 실없이 미소 짓던 에드쉬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


-----하지만. 만약 후작 부인이 이 이상 도를 넘는다면······. 그때는 그도 지금처럼 순한 개처럼 후작가의 발밑에 순순히 엎드리지는 못할 것이다.

설령 그의 삶 자체인 스베르디가 그를 막아선다고 해도.


그는 자신을 온전히 담고 웃음 짓는 가네쉬를 보며 어서 더 힘을 키워야겠다고 또 한번 다짐했다.

어머니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가실까요.”

“기꺼이.”


에드쉬는 저녁 훈련까지 남은 시간을 가늠하고는 천천히 그녀를 문 밖으로 이끌었다.


***


“에드쉬! 일어나!”

“으응··· 누구···?”


늦은 밤이었다. 풀벌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깊은 밤.


이 밤중에 찾아올 사람이 있었나 생각하며 에드쉬는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오늘도 훈련이 늦게 끝난 에드쉬는 잠이 든지 얼마 안 되었다. 수마와 치열하게 싸우며 제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는 에드쉬의 귀로 익숙한 이름이 박혀왔다.


“나야! 데르한!”

“응? 데르한 형···?”

“그래! 얼른 일어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형, 왜 그..으윽!”


놀라서 몸을 일으키는 에드쉬에게 익숙한 통증이 찾아왔다. 반사적으로 옆구리를 움켜잡는 에드쉬를 보며 데르한이 혀를 찼다. 얼마나 굴려댄 건지.


하지만 마냥 가여워할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에드쉬를 후작저에서 빼내야만 했다.


창문 사이로 밖을 흘낏거린 데르한이 에드쉬를 일으켰다. 앓는듯한 신음소리가 들렸으나 무시했다.


“얼른 벗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에드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헛소리가 들리다니. 자신이 아직 잠이 덜 깬 듯했다.

반사적으로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에드쉬가 멍한 표정으로 데르한을 응시했다. 달빛에 비친 에드쉬의 표정은 몽롱하기 짝이 없었다.


꽈악-


“아야!”


얼얼한 통증에 에르쉬가 작게 신음하며 손바닥으로 볼을 감싸 쥐었다.

에드쉬의 눈에 어느 정도 초점이 맺힌 것을 확인한 데르한이 허리에 손을 올리며 작게 윽박질렀다.


“아프냐? 아프지? 꿈 아니라고, 바보야! 얼른 옷 벗어!”

“어어··· 이상하다. 분명히 꿈 아닌 것 같은데···? 아야! 아픈데···?”


제 볼을 꼬집으며 꿈이 아님을 확인하는 에드쉬의 바보 같은 행태에 입을 헤 벌린 데르한은 이내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 이렇게 바보 같고 순진한 놈이다. 이놈을 내가 안 살리면 누가 살리냐.


그의 눈에 사뭇 진지한 기운이 서렸다. 그는 결심한 듯 에드쉬에게 손을 뻗었다.


“으앗! 형!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가만히 있어! 그리고 목소리 죽이고!”


우악스럽게 잠옷을 벗기는 손길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에드쉬는 착실하게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살에 손이 스치는 간지러운 느낌에 자꾸 웃음이 튀어나왔지만 데르한의 눈치를 보며 열심히도 참아냈다.


에드쉬의 상의를 완전히 벗겨낸 데르한의 눈이 침중하게 가라앉았다.

달빛에 비친 상체에 온통 멍투성이였다. 항상 있는 일이긴 했지만 오늘은 유독 심했다. 칼에 베인 듯한 상처도 군데군데 존재했다.


평소였으면 에드쉬가 자는 사이에 와서 연고를 발라주고 조용히 돌아갔을 테지만 오늘은 연고를 발라줄 수도, 조용히 돌아갈 수도 없었다.


‘조금만 더 잘해줄걸···.’


그는 입술을 강하게 짓이겼다. 비릿한 맛이 입안에서 느껴졌다.


“형···?”


‘이러면 안 되지. 정신 차려, 데르한.’


조심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데르한이 고개를 붕붕 저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자신의 기행에 차마 손을 붙잡지는 못하고 걱정스레 올려다보기만 하는 에드쉬를 보며 데르한이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제일 위험한 것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저 착해빠진 게 남 걱정이나 한다.


그는 옷방을 뒤적여 외출복을 하나 꺼냈다.

그의 손이 부산스럽게도 움직였다. 셔츠를 입히고, 조끼의 단추를 꿰고, 마지막으로 겨울용 정장 재킷을 입히고. 하의는 상처가 더 심할 것 같아 에드쉬에게 갈아입으라 시키고는 뒤를 돌았다.


천 스치는 소리가 들리기도 잠시, 에드쉬가 다 갈아입었다며 데르한을 불렀다.


에드쉬의 옷을 점검한 데르한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에 치워뒀던 주머니를 건넸다.

연고와 데르한이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이 들어있는 주머니였다.


주머니를 넘겨받은 에드쉬가 주머니와 자신의 복장, 데르한을 번갈아 바라봤다.

당최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깊은 밤 외출복을 갖춰 입을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


저절로 의문 가득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형. 이게 다 뭐야? 왜···?”


이쯤 되면 눈치 좀 채라, 멍청아- 라고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말을 간신히 집어삼킨 데르한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내일 공작님이 오신대. 한동안 머무신다는 모양이야. 그러니까 피하려면 지금밖에 없어, 에드쉬.”

“···!”


에드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덜덜 떨리기 시작하는 에드쉬의 손을 꽉 잡아준 데르한이 이내 눈을 크게 뜨고는 아이의 이마를 짚었다. 이마가 뜨거웠다.


이래도 되는 건가,

자신이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가- 옷을 갈아입혀주면서도 갈팡질팡하던 것이 한 번에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래. 난 옳은 일을 하는 거야.




사실 에드쉬를 탈출시키겠다는 생각은 충동적으로 나온 것이었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연고를 챙겨 품에 갈무리하고 나갈 틈을 보고 있던 데르한은 평소와는 달리 아버지가 좀처럼 방으로 들어가지 않자 결국 기다리다 못해 방 밖으로 나섰다.


“아버지. 뭐 하세요?”

“아아- 제복 장식 하나가 안 보여서 찾느라 말이다.”

“제복 장식이요? 아버지 평소에 그런거 싫어하셨잖아요.”


한참 동안 상자를 뒤적거리던 기사단장이 던진 말은 그에게 큰 파문을 일으켰다.


“내일 공작님이 오신다고 해서 말이다.”

“네···? 공작님께서요? 다녀가신지 얼마 안 되셨잖아요.”


결국 장식을 찾지 못한 기사단장이 상자를 아예 뒤집어 물건을 바닥에 쏟아냈다.

물건들이 부딪치며 나는 소음에 작게 얼굴을 찡그린 데르한이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다.

다행히 제 아버지는 아직까지도 고개를 바닥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아아- 그게···.”


그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여기밖에 있을 곳이 없는데-라며 작게 중얼거린 그가 잔뜩 피곤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둘째 공자님을 집중 교육하겠다고 선언하셨다는구나. 한동안 저택에 머무실 것 같다.”


당황으로 인해 데르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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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3.볼테르 백작(3) 20.05.08 26 0 9쪽
27 3.볼테르 백작(2) 20.05.07 24 0 9쪽
26 3.볼테르 백작(1) 20.05.06 25 0 9쪽
25 2.에드쉬-(9) 20.05.04 36 0 9쪽
24 2.에드쉬-(8) 20.05.03 26 0 8쪽
23 2.에드쉬-(7) 20.05.02 27 0 9쪽
22 2.에드쉬-(6) 20.05.02 28 0 9쪽
21 2.에드쉬-(5) 20.05.02 33 0 11쪽
20 2.에드쉬-(4) 20.04.27 26 0 10쪽
» 2.에드쉬-(3) 20.04.26 24 0 10쪽
18 2.에드쉬-(2) 20.04.24 32 0 10쪽
17 2.에드쉬-(1) 20.04.23 21 0 11쪽
16 1.5.트레비안 레디알-(2) 20.04.22 21 0 10쪽
15 1.5.트레비안 레디알-(1) 20.04.21 38 0 11쪽
14 1.5.황족이었습니다. 20.04.20 43 0 12쪽
13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2) 20.04.19 25 0 9쪽
12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1) 20.04.17 31 0 9쪽
11 1.공녀, 리메르-(10) 20.04.16 39 0 12쪽
10 1.공녀, 리메르-(9) 20.04.16 35 0 10쪽
9 1.공녀, 리메르-(8) 20.04.14 49 0 9쪽
8 1.공녀, 리메르-(7) 20.04.11 30 0 8쪽
7 1.공녀, 리메르-(6) 20.04.10 33 0 9쪽
6 1.공녀, 리메르-(5) 20.04.08 39 0 9쪽
5 1.공녀, 리메르-(4) 20.04.07 41 0 9쪽
4 1.공녀, 리메르-(3) 20.04.07 39 0 9쪽
3 1.공녀, 리메르-(2) 20.04.06 49 0 13쪽
2 1.공녀, 리메르-(1) 20.04.04 80 0 9쪽
1 0.프롤로그 20.04.04 15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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