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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살해자가 될 운명이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20.04.04 01:43
최근연재일 :
2020.05.08 20:52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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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
추천수 :
0
글자수 :
121,467

작성
20.04.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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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에드쉬-(2)

DUMMY

(2)


“어머니.”

“에드쉬!”


싱그러운 연녹색 머리카락을 우아하게 틀어올린 여인이 활짝 웃으며 달려 나왔다.

뒤에서 시녀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모르는지 그녀의 표정은 해맑기만 했다.


에드쉬는 시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언제든 그녀를 잡아줄 수 있도록 팔을 벌린 소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가네쉬를 응시했다.


“어머니, 조심하세요. 넘어지셔요.”

“우리 아들이 왔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니? 아, 이렇게 서있을 게 아니지. 얼른 이리 와 앉으렴.”


가네쉬는 진녹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를 소파 자리로 이끌었다.


어느새 약간의 다과와 차를 준비시킨 가네쉬가 에드쉬 옆에 앉아 살갑게 팔을 잡아왔다.


“요즘 공자님과는 어떠니?”

“형님이야 항상 잘해주시죠.”

“그렇구나.”


싱그럽게 웃은 가네쉬가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차를 한 껏 음미한 가네쉬가 제 어머니를따라 찻잔을 입가에 가져다 댄 에드쉬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면··· 네 형을 실수로 찌를 수 있을 정도로?”


아니면 슬쩍 독을 먹일 정도로 말이야.


위험한 말을 아들에게 사랑고백하듯 가볍게 쏟아낸 가네쉬가 가늘게 떨리는 에드쉬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반달로 눈을 접었다.


“···글쎄요.”


그는 떨리는 손을 들어 가까스로 찻잔을 내려놓고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천연덕스럽게 미소 짓는 어머니의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에드쉬는 답답하게 조여오는 목을 살짝 어루만지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가 간신히 평정을 되찾고 빙그레 웃음지었다.


“···형님이 너무나 잘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런 형님이 계신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에요.”

“그것 참,”


가네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것 참 다행이구나. 요즘 후작부인은 안녕하시고?”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후후. 이 어미보다야 네가 더 자주 만나 뵐 것이 아니겠니.”

“요즘 훈련이 좀 바빠서 자주 뵙지 못했네요.”

“그래도 자주 찾아 뵙고 인사 드려야지.”


에드쉬는 자신을 책망하는 가네쉬를 보고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땀으로 축축해진 손이 허벅지를 꾹 잡아 눌렀다.


‘하필··· 언급해도 후작부인이라니.’


뒤에 서있는 시녀들이 신경 쓰여 미칠 것 같았다.

항상 나오는 주제이긴 했지만 아홉 살의 소년에게 이런 상황은 몇 번을 겪어도 버겁기 그지없었다.


가네쉬가 처음부터 에드쉬와 후작부인에게 집착했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 그녀는 후작 부인의 시녀였다.

흔하디 흔한, 평민 출신 시녀가 첩이 되는 과정 그대로, 어머니는 어쩌다 후작의 눈에 들어 에드쉬를 가지게 되었다.


후작은 가네쉬를 사랑했다.

후작 부인과의 정략결혼 생활이 질릴 때쯤 가네쉬가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잠시 동안의 일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관계를 이어갈수록 그녀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주게 되었다.


“가네쉬! 나의 사랑스러운 가네쉬, 나에게 당신은 축복 그 자체야.”


간간이 이어지던 관계는 그녀의 임신 소식으로 인해 절정을 맞았다.

후작은 매우 기뻐하며 그녀를 첩으로 맞아들였으며 별채를 통째로 내주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후작부인만 바라보고 살던 가네쉬에게도 에드쉬의 존재는 축복과도 다름없었다.


에드쉬가 세상에 고개를 내밀기 전까지.


태어난 아이는 남아였다. 에드쉬의 성별을 듣는 순간 후작 부인이 돌아섰다.

행복해하는 가네쉬의모습을 보고 진정으로 임신을 축하해줬던 그녀였으나 제 아이의 자리를 위헙할 가능성이 있는 남자아이를 마냥 축하해줄 수는 없었다.


거기에 더해 후작 부인의 외가에서 에드쉬의 존재에 대해 불쾌함을 표했다.

스텔리 바할 후작부인은 공작이 애지중지 아끼던 둘째딸이었다.

그녀가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말해 가네쉬를 살려뒀던 공작은 그때 손쓰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첩의 아들에게 칼을 세웠다.


“새로 태어난 아이가 우리 손자와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난다지? 제 주제를 망각할까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군.”

“걱정하실 만한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흠.”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공작이 계속해서 표명하는 불편한 심기에 후작은 제 목에 스스로 목줄을 채웠다.

그가 계속 사교계에서 활동하는 이상 공작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에드쉬에 대한 환대는 생후 3개월만에 끝이 났다.




후작은 가네쉬만큼은 계속해서 찾았지만 에드쉬는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애정을 줄 수 없는 아들이라면 차라리 멀리하는 편이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옳았다. 예민하게 후작을 주시하던 후작부인이 에드쉬만은 건드리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게 에드쉬는 후작가의 사생아로 태어나 조용히 별채에 처박혀 생을 마감하게 되는 듯했다.


“안녕! 네가 내 동생이니?”


그에게 여섯 살의 스베르디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스베르디는 별채에 누가 사는지 궁금했다.

가끔 아버지가 가셨다고 듣긴 했는데 누가 별채에서 나왔다는 말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소년은, 별채에 동화책에서 봤던 유령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참, 도련님도 엉뚱하시네요. 유령 같은 건 없어요. 둘째 아드님이라면 계시지만.”

“제인!”

“아앗···! 죄송합니다! 실언했습니다! 잊어주세요 도련님···!”

“둘째 아드님? 사람? 제인! 그게 누구야?”

“아니에요! 아니에요 도련님! 벼, 별채에는 유령이 살아요!”


실언을 한 시녀가 처절하게 소리쳤지만 이미 ‘사람이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스베르디는 별채에 가봐야겠다는 의무감으로 머리를 채웠다.

그리고 틈을 보던 중, 어느 틈에 교체된 시녀를 이끌고 별채까지 찾아가게 되었다.


“도련님! 어디가세요, 도련님!”

“응? 나 별채에 가고 싶어. 유모.”

“도련님.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게다가 후작님이 위험하니까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아버지가? 근데 저기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는 걸. 그리고 다른 목소리도 들리잖아. 아냐?”

“···그게,”

“몰라! 난 갈거야!”

“도련님! 잠시만요! 잠시만요, 도련님!”


뒤늦게 쫓아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실토하는 유모의 말에 스베르디가 눈을 맑게 빛냈다.

울다 지쳐 눈이 퉁퉁 부은 채 잠들어 있는 이 어린아이가 그 무엇보다 귀하게 느껴졌다.


첫 만남 이후 스베르디의 하루 일과는 에드쉬를 찾아가는 것이 되었다.

그 또한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했지만 자기보다 작은 손을 꼬물거리는 에드쉬는 매 순간 새로웠다.

이런 아들의 행보를 듣고 후작부인이 별채에 가는 것을 막았지만 무서울 것이 없던 스베르디는 모든 방해를 뿌리치고 에드쉬를 만나러 갔다.


매일 막아도 어떻게든 다녀오는 통에 스텔리 후작부인은 잠깐의 여흥이겠거니 애써 자기합리화를 하고는 아들에게서 손을 뗐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사람의 고약한 심보가 작용했다고 여겼기에 할 수 있었던 행동이었다.


하지만 스텔리에게는 아쉽게도 스베르디는 매일같이 별채를 찾아가는 것도 모자라 에드쉬를 별채에서 끌고 나왔다.

그 둘은 어느새 같이 후작저를 쏘다니게 되었다.


“혀엉, 스베에, 르디 혀엉···.”

“벨이라고 불러, 에드쉬.”


스베르디가 입술을 오물거리며 눈을 깜빡이는 에드쉬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분명 사람은 크면 징그러워진다고 어떤 시녀가 그랬는데, 에드쉬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인 듯했다.

형아, 형아 거리며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동생이 얼마나 귀여운지,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보였다.


안타깝게도, 후작부인이 이복 동생에 대한 애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두 사람을 떼어내고자 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그 둘을 떼어놓으세요.”

“하지만 도련님이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하십니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떼어내!”


앞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스베르디의 유모가 후작부인의 일갈에 어깨를 움칠 떨었다.

호흡을 하며 제 화를 가라앉힌 후작부인이 입술을 까득 깨물었다.

이빨 갈리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려퍼졌다.


이 시기는 에드쉬에게 있어서도, 스베르디에게 있어서도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폭풍 전야라 하던가.


이 행복한 일상은 스베르디가 사냥대회에 다녀와 검을 놓은 후에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후작은 아들의 엇나감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는 후작부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불안감의 해소는 에드쉬와 가네쉬에게 이어졌다.


스텔리는 ‘저 사생아만 아니었으면’이라고 말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이 가문에 다음 세대가 스베르디뿐이면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드쉬는 검에 두각을 보였다.

기사들은 겉으로는 에드쉬를 굴리면서도 뒤에서는 습득이 빠르다고 칭찬을 했고, 이런 에드쉬의 재능은 후작가에 알음알음 퍼져갔다.

그리고 이것이 후작과 후작부인, 더 나아가 공작에게까지 닿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에드쉬는 이제 명백하게 눈엣가시가 되었다.


스베르디는 그를 많이 아끼는 듯했지만 이대로 놔뒀다가는 주인의 목을 물어뜯는 개가 될지도 몰랐다.

그랬기 때문에 스텔리는 아버지에게 은근하게 부탁해 에드쉬의 훈련 강도와 체벌 강도를 올렸다.


“아버지. 그 녀석··· 아니, 에드쉬가 검술에 재능을 보인다는데 좀 더 훌륭하게 키워보는 것이 어떠실까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에게 비친 독기를 빤히 바라보던 공작이 입꼬리를 부드럽게 끌어올렸다.

공작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그렇구나. 내가 좀 더 그 아이를 봐줘야겠어.”

“어머나, 아버지가 직접 봐주신다니. 그 아이의 실력이 얼마나 빠르게 늘지 너무 기대되네요.”

“나만 믿으려무나. 에드쉬는 장차 스베르디의 그림자가 될 아이가 아니냐. 내 스베르디를 생각해서라도 누구보다 강하게 키워보마.”

“부탁드릴게요.”


스텔리가 공작을 바라보며 화사하게 웃었다.


제 아들에게서 떼어낼 수 없다면 스스로 떨어져 나오게 만들면 될 터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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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볼테르 백작(1) 20.05.06 25 0 9쪽
25 2.에드쉬-(9) 20.05.04 35 0 9쪽
24 2.에드쉬-(8) 20.05.03 25 0 8쪽
23 2.에드쉬-(7) 20.05.02 27 0 9쪽
22 2.에드쉬-(6) 20.05.02 28 0 9쪽
21 2.에드쉬-(5) 20.05.02 33 0 11쪽
20 2.에드쉬-(4) 20.04.27 26 0 10쪽
19 2.에드쉬-(3) 20.04.26 23 0 10쪽
» 2.에드쉬-(2) 20.04.24 32 0 10쪽
17 2.에드쉬-(1) 20.04.23 21 0 11쪽
16 1.5.트레비안 레디알-(2) 20.04.22 21 0 10쪽
15 1.5.트레비안 레디알-(1) 20.04.21 38 0 11쪽
14 1.5.황족이었습니다. 20.04.20 43 0 12쪽
13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2) 20.04.19 25 0 9쪽
12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1) 20.04.17 31 0 9쪽
11 1.공녀, 리메르-(10) 20.04.16 39 0 12쪽
10 1.공녀, 리메르-(9) 20.04.16 34 0 10쪽
9 1.공녀, 리메르-(8) 20.04.14 48 0 9쪽
8 1.공녀, 리메르-(7) 20.04.11 30 0 8쪽
7 1.공녀, 리메르-(6) 20.04.10 33 0 9쪽
6 1.공녀, 리메르-(5) 20.04.08 39 0 9쪽
5 1.공녀, 리메르-(4) 20.04.07 41 0 9쪽
4 1.공녀, 리메르-(3) 20.04.07 39 0 9쪽
3 1.공녀, 리메르-(2) 20.04.06 49 0 13쪽
2 1.공녀, 리메르-(1) 20.04.04 80 0 9쪽
1 0.프롤로그 20.04.04 15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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