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살해자가 될 운명이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20.04.04 01:43
최근연재일 :
2020.05.08 20:52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073
추천수 :
0
글자수 :
121,467

작성
20.05.04 07:17
조회
35
추천
0
글자
9쪽

2.에드쉬-(9)

DUMMY

(9)


“쯧- 이렇게 맹한 놈이라니. 갈아입기나 해라.”

“역시··· 웁...?!”



옷가지를 얼굴로 받은 에드쉬가 바둥거렸다. 간신히 옷에서 얼굴을 떼고 정체불명의 물체가 옷임을 확인한 에드쉬가 다행이라는 듯 웃음 지었다.


안 그래도 이런 차림으로는 집으로도, 거리로도 갈 수 없던 터였다.



“고맙습니다···!”



조심스럽게 인사하고 옷을 갈아입은 에드쉬가 바닥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지던 소년의 눈썹이 축 처졌다.



“뭘 찾나.”

“제 단검이···”

"후."



우물쭈물거리며 내뱉어진 말에 허공에서 또다시 무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얏!”



정수리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은 에드쉬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한참 동안 아픈 부위를 쓰다듬던 에드쉬가 제 머리를 가격한 물체를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초록색 검집에 감싸져있는 단검이었다.



“우와아.”



조심스레 단검을 빼든 에드쉬의 입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관리도 잘 되어있을뿐더러 에드쉬의 손에 착 감기는 검이었다.



“우와! 이건 뭐예요? 신 님 거예요?”

“···신?”



언제 떨었냐는 듯 에드쉬가 신나서 조잘거렸다. 하지만 이윽고 들려온 살벌한 목소리에 시무룩해진 소년이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보며 눈치를 봤다.



“그게··· 짠하고 나타나서 구해주셔서, 혹시 신이 아닐까 하고···.”

“나는. 신 따위가. 아냐.”

“···알겠어요. 죄송해요.”



씹어뱉듯 내뱉어진 말에 에드쉬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또 누군가를 화나게 했구나. 나를 도와주신 분인데 도리어 화나게 해서 어쩌지, 따위의 생각이 에드쉬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더더욱 깊게 가라앉는 에드쉬의 표정을 보고 또다시 혀를 찬 존재가 큰 손을 올려 에드쉬의 머리를 벅벅 쓰다듬었다. 그의 손짓에 따라 에드쉬의 조그마한 머리통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진짜 귀찮게··· 그건 너 가져.”

“앗! 이렇게 좋은 것을 받을 수는··· 그리고 감사합니다. 구해주셔서.”



약간의 정적이 이어질 무렵, 피곤한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찍 죽으면 내가 귀찮으니까, 최대한 살아남아.”

“···.”

“그 단검. 비싼 거니까 잃어버리지 말고.”

“흐읍···네. 보물처럼 지닐게요.”

“보물은 흔하잖···아, 됐다.”



툭-하고 에드쉬의 발치로 무언가가 떨어져 작은 원을 그렸다. 그 원은 점점 개수를 늘려갔다.



“어어··· 이상하다. 지금 비 안 오는데.”



눈물이었다. 에드쉬는 제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재차 손등으로 닦아내면서도 도리질을 쳤다.



“···뭐 이런 걸로 울고 그러냐. 그냥 마음대로 써.”


꾸욱-



에드쉬는 자신의 머리를 강하게 누르는 손길에 결국 엉엉 울고 말았다. 살아남으라는 말이 소년의 가슴속에 깊게 박힌 순간이었다.


에드쉬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린 존재는 그에게 손수건을 툭 던져주고는 작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눈물을 소매에 쓱쓱 닦아낸 에드쉬는 남자에게 받은 손수건에 코를 풀고는 벌떡 일어났다. 손수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신 님···.”



허공을 향해 내뱉은 간절한 울림이 서서히 흩어져 종적을 감췄다.





그 후 리메르 일행에게 돌아간 에드쉬는 그 옷은 어디서 난 거냐며 리메르에게 추궁을 들었다. 당황하여 집에서 갈아입고 온 것이라 변명한 에드쉬를 지그시 쳐다보던 리메르였으나, 이내 한숨을 내쉬며 손을 잡아왔다. 에드쉬에게 아무것도 안 묻기로 결심한 이상, 리메르가 이해해야 할 부분이었다.


“얼른 이리 와서 간식이나 먹어.”

“네!”


틱틱거리는 리메르의 음성에도 에드쉬는 밝게 웃었다. 티끌 하나 없는 모습에 압도당한 리메르도 덩달아 웃고 말았다.



***



기사들이 다녀간 후, 일주일에 한 번씩 사람이 찾아왔다. 그 기사들은 시간이 갈수록 암살자로 교체되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던 암살자는 약 일곱 번의 습격 이후 일주일에 두, 세번씩 찾아오기에 이르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암살자들 때문에 에드쉬는 항상 긴장한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후작가에서 리메르와 헤르시아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저번에 집 주변에서 발견한 핏자국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주표적은 언제나 에드쉬였고, 에드쉬를 죽이기 위해 파견되는 암살자들의 실력은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리메르와 헤르시아를 따돌리는 것과 별개로 이들을 상대하는 것 자체도 에드쉬에게는 상당히 벅찬 일이었는데 그가 아직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신 님’ 덕분이었다.


아직 한 번도 형체를 본 적이 없는 그 존재는 에드쉬의 목숨이 위험할 때쯤 나타나 암살자들을 재로 만들어버리고 사라지곤 했다. 하도 빠르게 사라지는 통에 첫 암살 시도 이후로 에드쉬는 그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완연한 봄이 넘실거리는 어느 날 밤, 최정예로 이루어진 암살자들이 에드쉬를 찾아왔다. 지금까지 두, 세명으로 팀을 이뤄 찾아오던 것과 달리 열 명의 암살자들이 에드쉬 앞에 진을 쳤다. 더 이상 애꿎은 목숨을 잃지 않겠다는 후작가의 의지였다.


지금까지 수십 명의 동료를 잃은 암살자들의 살기가 넘실거렸다. 살을 에는 듯한 살기에 에드쉬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죽음의 기운이 그를 강하게 옥죄어왔다.



‘최대한 살아남아.’



신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내려앉았다. 에드쉬가 칼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래.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열 명의 암살자들이 그에게 칼을 내뻗어오고, 에드쉬 또한 그 속에서 춤을 췄다.


피가 튀고, 눈앞이 번쩍거렸다. 고통을 받고, 고통을 주는 억겁의 시간이 지나갔다. 에드쉬는 암살자들에게 둘러싸여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작은 손이 감싸 안은 곳에서부터 꿀렁꿀렁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하아···하아···.”

“···더 이상 못 살 것 같군. 이만 철수하지.”



에드쉬의 피로 군데군데 붉어진 바닥에 에드쉬가 등을 대고 누웠다. 어느 정도는 그가 위험할 때마다 도와주던 존재가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칼을 뽑아 들었던 것이기도 했다. 항상 이렇게 목숨이 위험할 쯤 되면 그 존재가 암살자들을 재로 만들어버렸으니까.


그래서 은연중에 겁도 없이 칼을 뽑아들고 달려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오늘은 진짜로 죽을 지도.



“뭐가 좋다고 웃나.”

“윽···!”



신만 믿고 뛰어든 자신이 바보 같아 킥킥거리며 웃던 에드쉬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목소리가 들리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급한 마음에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휘몰아치는 고통에 다시 하늘을 볼 수밖에 없었다. 에드쉬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많이도 다쳤네.”

“시, 신···.”

“그놈의 신 소리 좀 집어치워. 그나저나 겁대가리도 없이 왜 싸워. 그것도 하필 나 없을 때.”



낑낑거리는 에드쉬를 보며 한차례 한숨을 내쉰 남자가 에드쉬의 머리맡에 쭈그려앉았다. 그는 상처 부위에 올려져 있는 손을 억지로 떼내고는 그 위에다 지혈 가루를 들이부었다. 간지러운 느낌에 에드쉬가 몸을 휘었다.


그런 소년의 시야에 결 좋은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에드쉬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검은 머리를 길게 흩날리는 남자는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모습이···.”

“그래. 나다.”



에드쉬의 눈동자에 그가 가득 찼다. 턱을 괴고 잔뜩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집요한 시선을 느끼면서도 애써 이를 모른척하던 남자가 결국 성을 냈다.



“왜 그렇게 보냐.”

“헤헤. 멋져서요.”

“실없기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지 그저 조용히 에드쉬를 바라보는 그였다. 그와 마주 보며 에드쉬는 아주 오래도록 그 남자를 머리에 새겼다. 언제 또 볼지 모르니까.


신. 나의 신 님. 저를 구원해줘서 고마워요. 감사해요. 감사했어요.


그리고 신이 존재함을 알게 해줘서 고마워요. 설령 당신이 진짜 신이 아니라 할지라도··· 당신은 나의 신이니까. 당신이 나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부여해 줬으니까.


에드쉬가 빙긋 미소 지었다.



“무슨 꼬마가 이렇게 애늙은이같이 웃나.”



그의 투덜거림에 에드쉬는 상처가 벌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왕 살해자가 될 운명이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3.볼테르 백작(3) 20.05.08 26 0 9쪽
27 3.볼테르 백작(2) 20.05.07 24 0 9쪽
26 3.볼테르 백작(1) 20.05.06 25 0 9쪽
» 2.에드쉬-(9) 20.05.04 36 0 9쪽
24 2.에드쉬-(8) 20.05.03 25 0 8쪽
23 2.에드쉬-(7) 20.05.02 27 0 9쪽
22 2.에드쉬-(6) 20.05.02 28 0 9쪽
21 2.에드쉬-(5) 20.05.02 33 0 11쪽
20 2.에드쉬-(4) 20.04.27 26 0 10쪽
19 2.에드쉬-(3) 20.04.26 23 0 10쪽
18 2.에드쉬-(2) 20.04.24 32 0 10쪽
17 2.에드쉬-(1) 20.04.23 21 0 11쪽
16 1.5.트레비안 레디알-(2) 20.04.22 21 0 10쪽
15 1.5.트레비안 레디알-(1) 20.04.21 38 0 11쪽
14 1.5.황족이었습니다. 20.04.20 43 0 12쪽
13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2) 20.04.19 25 0 9쪽
12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1) 20.04.17 31 0 9쪽
11 1.공녀, 리메르-(10) 20.04.16 39 0 12쪽
10 1.공녀, 리메르-(9) 20.04.16 35 0 10쪽
9 1.공녀, 리메르-(8) 20.04.14 48 0 9쪽
8 1.공녀, 리메르-(7) 20.04.11 30 0 8쪽
7 1.공녀, 리메르-(6) 20.04.10 33 0 9쪽
6 1.공녀, 리메르-(5) 20.04.08 39 0 9쪽
5 1.공녀, 리메르-(4) 20.04.07 41 0 9쪽
4 1.공녀, 리메르-(3) 20.04.07 39 0 9쪽
3 1.공녀, 리메르-(2) 20.04.06 49 0 13쪽
2 1.공녀, 리메르-(1) 20.04.04 80 0 9쪽
1 0.프롤로그 20.04.04 157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