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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 살해자가 될 운명이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20.04.04 01:43
최근연재일 :
2020.05.08 20:52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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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2
추천수 :
0
글자수 :
121,467

작성
20.05.0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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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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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에드쉬-(6)

DUMMY

(6)


끼기긱-


칼이 밀리면서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다. 교차된 검 옆으로 다른 검이 소년을 향해 뻗어 나왔다.


에드쉬가 입을 앙 다물었다.


힘으로도, 기술로도 이기지 못한다. 그렇다면-


에드쉬는 단검을 제 쪽으로 휙 당겼다. 안 그래도 자신의 허리께까지 밖에 오지 않는 아이를 상대하느라 상체를 구부리고 있던 암살자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다른 암살자가 급히 검을 제 쪽으로 당겼지만 이미 칼날이 동료의 허리를 파고든 후였다. 상당히깊게 박혀 빠지지 않는 검을 놓으며 작게 혀를 찬 남자가 왼손으로 단검을 잡았다. 소년은 칼에 찔린 남자를 축 삼아 회전하고는 상체를 낮게 숙였다.


머리 위로 단검이 빠르게 지나쳐갔다. 조금 잘린 머리카락들이 허공에 흩날렸다.



“크윽!”



남자의 눈먼 검이 또다시 동료의 가슴을 훑었다. 두 번이나 동료의 검을 받은 암살자가 이를 악물고 검을 빼냈다.


허리를 강하게 누른 손 사이로 진득한 액체가 묻어 나왔다. 대충 지혈제를 상처에 쏟아낸 남자가 검을 손에 쥐었다.


이대로 살아 돌아가도 10살에게 칼 한 번 제대로 겨눠보지 못한 자신은 제거될 가능성이 컸다. 제거되지 않으려면 제거해야 한다.


피 묻은 손이 다시금 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어느새 소년은 42의 허벅지를 베고 뒤로 물러난 후였다. 상체를 숙이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소년이 다시금 남자의 검을 받았다.


손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통증에 에드쉬의 잇새 사이로 억눌린 신음이 튀어나왔다. 장시간 맞대지도 않았건만 진심으로 달려들어오는 검을 계속 마주하니 팔에 피로도가 쌓였다.


이제 한계란 것을 알려주듯, 자세 또한 눈에 띄게 흐트러졌다.


이를 눈치챈 42가 소매 사이에서 얇은 단검을 튕기듯 꺼내 에드쉬의 목을 향해 쇄도했다. 간신히 일어선 46도 에드쉬의 허리를 향해 독침을 던졌다.


제 눈 앞에 빠르게도 다가오는 단검을 보며 에드쉬가 설핏 웃었다. 이제 진짜 끝이구나.


하지만 요사이 그랬듯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눈을 감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조심스레 눈을 뜬 에드쉬의 앞에 재가루가 흩날렸다.


자신의 목을 뚫을 듯 다가오던 단검도, 두건을 쓴 남자들도 모두 흔적 없이 사라졌다.



“후우···.”



안도감이 밀려왔다. 아직은 안 죽어도 되겠구나.


긴장이 풀린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 자리에 가만히 쪼그려 앉은 에드쉬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툭 떨어져내렸다.


자신이 입은 것과 똑같은 상의와 하의를 본 에드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저 오늘은 피 안 튀었는데···.”



제3자가 봤다면 누구에게 말을 거는 거냐며 소년에게 의문을 표했겠지만, 에드쉬는 허공을 보며 빙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꾹-


멀뚱히 쪼그리고 앉은 에드쉬의 등 뒤를 찌르는 손길이 있었다.



“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찔린 부근의 옷을 끌어당긴 에드쉬의 입에서 작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남자를 끌어안았을 때 닿은 건지 품 넓은 상의 뒤쪽이 피로 물들어있었다.



“감사합니다.”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은 에드쉬가 또다시 허공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손을 튕기는 소리가 나더니 에드쉬의 팔에 걸쳐져있던 옷이 재가 되어 흩날렸다.


그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에드쉬가 하늘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앗! 너무 오래 있었네요! 전 이제 가봐야겠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또다시 허공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힌 에드쉬가 바닥에서 단검을 줍고는 손을 흔들며 사라져갔다.




*




“뭐야. 금방 다녀온다며.”

“하하. 배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뭘 잘못 먹었나 봐요.”



머리를 긁적이며 하는 말에 리메르가 눈썹을 모로 모았다.



“너 요즘 맨날 배 아프지 않아? 솔직히 말해.”

“네? 뭐를요?”



대답이 시원찮았던 듯 리메르가 으르렁거렸다.



“너.”

“네···?”



혹시 들킨 건가 싶어 에드쉬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안 맞는 음식 있는 거 아니야? 요사이에 부쩍 배 아프잖아. 이런 건 빨리빨리 말해달라고.”

“어음··· 못 먹는 음식 없는데···.”

“잘 생각해 봐! 너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나!”



예상치도 못한 말에 에드쉬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자 리메르가 그의 어깨를 답삭 움켜쥐었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사이 잔뜩 찡그려진 얼굴이 에드쉬의 시야에 가득 찼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려 하니 이번에는 자그마한 두 손이 에드쉬의 얼굴을 잡아온다. 옴짝달싹 못한 채로 눈동자만 데구루루 굴리고 있자 리메르가 한숨을 내쉬며 손에서 힘을 뺐다.


잽싸게 뒤로 물러난 에드쉬가 어색하게 웃었다.



“진짜 없어요. 아! 얼마 전에 먹은 그··· 뭐였죠? 엄청 혀 따가운 거! 그거 먹은 이후로 배가 좀 아프긴 했었네요.”



사심 없이 나온 말에 리메르가 움칠 어깨를 떨었다.


그래, 그게 문제였다는 거지···?


잘게 흔들리던 동공이 이내 거짓말같이 평화를 되찾았다. 리메르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이 주제를 넘겼다.



“음. 가끔은 배가 아플 때도 있는 거지. 그치, 리나? 자, 그러면 다시 애들에게 합류하자.”

“그럼. 가끔 사람이 죽을 것처럼 배가 아프기도 할 수 있지.”



글쎄요. 아무 이유도 없이 배가 아프기도 하나요···?


호기심이 솟은 에드쉬였지만 먼저 저 핑계를 댄 것은 자신이었으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같이 가요!”



헤헤거리고 웃은 에드쉬가 통통거리고 뛰어가는 리메르와 리나의 뒤를 서둘러 쫓았다.




*




에드쉬가 습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처음에 사람이 찾아온 것은 리메르와 지낸지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잠들 준비를 마치고 멀뚱히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에드쉬는 집 근처를 서성이는 사람의 기척을 느꼈다.


기분 탓인가 고개를 갸웃거린 에드쉬였으나 그를 향해 너무도 노골적으로 쏟아지는 살기에 결국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하암··· 누구야?”



멈칫-


조심스레 방을 나서던 에드쉬가 몸을 곧추세웠다. 헤르시아가 몸을 반쯤 일으킨 채로 에드쉬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자고 있었기에 따로 변명을 생각하지 않았던 에드쉬는 그 짧은 시간 맹렬히도 머리를 굴렸다. 이내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낸 에드쉬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말 끝을 흐리는 에드쉬를 보며 헤르시아가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오늘 하루 일이 많았던 터라 피곤했다. 결국 밀려오는 잠에 굴복한 헤르시아가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손을 흔들었다.



“얼른 다녀오렴···.”

“네. 어머니.”

“···.”



대답이 없었다. 살금살금 곁으로 다가간 에드쉬는 깊게 잠든 헤르시아와 리메르를 다시금 눈에 담고는 현관을 나섰다.





“도련님.”

“···.”



같이 연무장을 뒹굴던 기사 중 한 명이 에드쉬의 앞에 부복했다. 남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본 에드쉬의 눈이 무미건조하게 주위를 훑었다.



“혼자인가요?”



침을 꿀꺽 삼킨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입니다.”



설핏 미소 지은 에드쉬가 재차 입을 열었다.



“당신 혼자서 나를?”

“···도련님을 해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젊은 기사의 말에 에드쉬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해하러 온 게 아니라면 그 살기는요?”

“도련님을 부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님이 보내신 건가요?”



기사는 미리 꺼내두었던 양피지 하나를 두 손에 올려 에드쉬 앞에 내밀었다.



“후작님의 전언입니다.”

“···.”



에드쉬가 입을 꾹 다물고는 왼손으로 양피지를 집어 들었다. 끈을 끌러내자 짧은 문장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 놀 만큼 놀았으면 이만 돌아와라. 」


말없이 양피지를 응시하던 에드쉬가 끌어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짓씹었다. 목숨을 건 탈출을 놀이로 치부하는 아버지에게 신물이 났다.



“돌아가지 않으면요?”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어차피 돌아가야겠지만 후작가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뭘 걸고넘어질 건지.


그리고 어머니를 걸고넘어졌을 때 자신이 누굴 선택할지.



“예?”

“제가 돌아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당연히 돌아가마 할 줄 알았던 에드쉬가 반론을 제기하자 놀란 것은 기사 쪽이었다. 그래서 혼자온 것이기도 했다.


그는 당황하여 언질 받았던 말을 몇 마디 보탰다.



“지금 돌아오시면 지금까지의 일은 없던 일로 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싫다면.”

“야, 얌전히 따라오지 않으시면 저 집 식구들도 함께 데려오라..크윽!”



어느새 남자의 등 뒤로 돌아간 에드쉬가 왼팔로 남자의 목을 휘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의목에는 칼날이 드리워져 있었다.


남자의 눈이 더한 당황으로 일렁였다. 에드쉬가 손을 살짝 틀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조금만 힘을 준다면, 남자는 더 이상 살지 못할 것이다.



“놀랍네요. 저 두 사람이라니. 저는 건드려도 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건드리지 않아주셨으면,”


꾸욱-


“으윽-“

“-좋겠습니다.”



칼날이 남자의 목을 조금 파고들었다. 몸이 떨리는 것이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이 소년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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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3.볼테르 백작(3) 20.05.08 27 0 9쪽
27 3.볼테르 백작(2) 20.05.07 24 0 9쪽
26 3.볼테르 백작(1) 20.05.06 25 0 9쪽
25 2.에드쉬-(9) 20.05.04 36 0 9쪽
24 2.에드쉬-(8) 20.05.03 26 0 8쪽
23 2.에드쉬-(7) 20.05.02 28 0 9쪽
» 2.에드쉬-(6) 20.05.02 29 0 9쪽
21 2.에드쉬-(5) 20.05.02 34 0 11쪽
20 2.에드쉬-(4) 20.04.27 26 0 10쪽
19 2.에드쉬-(3) 20.04.26 24 0 10쪽
18 2.에드쉬-(2) 20.04.24 32 0 10쪽
17 2.에드쉬-(1) 20.04.23 21 0 11쪽
16 1.5.트레비안 레디알-(2) 20.04.22 21 0 10쪽
15 1.5.트레비안 레디알-(1) 20.04.21 38 0 11쪽
14 1.5.황족이었습니다. 20.04.20 43 0 12쪽
13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2) 20.04.19 25 0 9쪽
12 1.5.사실 대마법사 제자였습니다-(1) 20.04.17 32 0 9쪽
11 1.공녀, 리메르-(10) 20.04.16 39 0 12쪽
10 1.공녀, 리메르-(9) 20.04.16 35 0 10쪽
9 1.공녀, 리메르-(8) 20.04.14 49 0 9쪽
8 1.공녀, 리메르-(7) 20.04.11 31 0 8쪽
7 1.공녀, 리메르-(6) 20.04.10 33 0 9쪽
6 1.공녀, 리메르-(5) 20.04.08 39 0 9쪽
5 1.공녀, 리메르-(4) 20.04.07 41 0 9쪽
4 1.공녀, 리메르-(3) 20.04.07 39 0 9쪽
3 1.공녀, 리메르-(2) 20.04.06 49 0 13쪽
2 1.공녀, 리메르-(1) 20.04.04 80 0 9쪽
1 0.프롤로그 20.04.04 15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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