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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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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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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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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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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4. 1월의 층 (7)

안녕하세요~




DUMMY

여행자들은 왜 그들이 대괴수전의 스페셜리스트인지 곧 알게 되었다. 전위가 나서서 시간을 끄는 동안 그들은 가져온 물자를 풀었다. 거대한 기둥. 사람의 키를 가볍게 뛰어넘을 만큼 거대했다.


“그게 뭡니까?”


한 여행자가 물자를 푸는 걸 도우면서 넌지시 물었다. 건물의 기둥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두꺼운 그것은 말뚝이었다.


“난쟁이의 말뚝.”


조용히 답한 그는 뒤따르는 덩치들에게 소리쳤다.


“페르세우스! 기만자의 사슬을 개방해라!”


판금 갑옷의 전사들이 각자의 배낭에서 거대한 쇠사슬을 꺼내 들었다. 사슬에는 어두운 빛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마치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저건 또 뭐야?”


프리드가 보기엔 그저 녹이 잔뜩 슬은 사슬로 보였다. 그 거대한 쇠붙이들의 이름은 기만자의 사슬과 난쟁이의 말뚝. 생긴 건 저렇게 허접하게 보여도 진짜배기 거인들의 피가 들어간 준마병급 병기들이었다.


그가 의문을 갖던 와중에도 그들은 바삐 움직였다. 거대한 말뚝과 쇠사슬로 뭘 하려나 보고 있었던 차에 그들은 그 둘을 연결했다.


“1번 준비 완료!”


“2번도 준비 완료!”


“6번, 7번! 준비 완료!”


“5번, 4번! 3번 준비 완료!”


“전원 준비 완료!”


“거인의 비약을 마셔라!”


정확히 7명의 전사가 일제히 품에서 검은 병을 꺼냈다. 평균 체구가 2m를 넘어가던 그들의 육체에 극단적으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크윽...!”


“견뎌라! 후원 엄호조는 다가오는 트롤들을 견제해라!”


그들의 육체가 서서히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반동이 여간 심한 게 아닌 건지 그들은 전신을 감싸는 격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좋아! 잘 견뎌냈다! 일제히 격발!”


“크아아악! 이건 좀 따가울 거다! 먹어라!”


퉁-! 퉁-!


그들의 손에서 쏘아진 말뚝들은 그대로 날아가 놈의 육체를 관통하고 대지에 박혀 들어갔다. 말뚝 끝자락에 연결된 사슬들은 마치 그물처럼 교차되어 놈의 육신을 속박했다. 끈적하게 흐르는 검은 기류는 보는 이까지도 기분이 나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잡기를 이 정도로 준비했다는 건 분명 너희의 노력이지만 참으로 오만하구나.〕


놈은 침착했다. 육신은 빈틈없이 제압당해 움직일 수 있는 건 목 위가 유일했지만 그럼에도 당황한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았다. 그쯤 되니 설령 그게 허세라도 공포가 들 수준이었다.


“허세 부리지 마라! 이 괴물아!”


최초에 사슬을 개방했던 사내가 품에서 여러 장의 스크롤을 꺼내서 놈의 앞에서 찢었다. 꽤나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사내의 육신에 형형색색의 인스턴트 매직이 내려와 앉았고 사슬을 감싼 검은 기운이 더욱 짙어졌다.


뒤에서 보통의 그레이 트롤들을 상대하던 다른 여행자들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것까지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보기에 구도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미증유의 거대함에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두에서 막아서는 전사.


지켜보는 이들은 전의가 마구 샘솟는 걸 느꼈다.


“와아아아!”


여행자들은 그들의 선방에 경의와 찬사를 보냈다. 똑같이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이런 부분에서 알카트레즈와 페르세우스는 큰 차이를 보였다.


기본적인 스크롤에 대한 지식부터 큰 차이가 났다. 상호 보완을 해주는 스크롤이 있는 반면에 동시에 사용할 시 오류를 일으키는 스크롤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았으면 그렇게 무참히 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위를 그 전사가 이끌었다면 후위에는 어찌 보면 주화력이라고 할 수 있는 마법 병단이 있었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카니발. 그들은 일제히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메모라이즈 매직!”


아마 각자가 캐스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종류의 마법들을 미리 메모라이즈 해둔 것인지 그들의 머리 위로 터질 듯한 마나의 덩어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일렁거리는 마법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서킷 플레임!”


어떤 이의 마나는 불꽃의 차륜이 되었고.


“플라워 폴!”


어떤 이의 마나는 꽃잎이 되어 전장에 흩날렸다.


“아이스 번치!”


또한 누군가의 마나는 얼음 송곳으로 뭉친 덩어리가 되어 육신을 타격했다.


철컹! 철컹! 


단단히 속박된 놈의 거체를 향해 듣도 보도 못한 수많은 종류의 마법들이 쇄도했다. 일순간에 집중된 그 눈이 멀 것 같은 광휘에 놈도 몸부림쳤지만 말뚝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캬하하! 거인의 피가 5%나 함유된 상등품이다! 괜히 힘 빼지 말라 이 말이야!”


페르세우스는 놈에게 반격의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선두의 사내를 시작으로 사슬과 동류로 보이는 새까만 무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거인 사냥꾼 속성의 무기를 가진 자들은 모두 달려들어라!”


사내의 무기는 할버드였다. 놈의 덩치를 봤을 때, 두 발로 꼿꼿이 섰다면 대다수의 인간이 절대로 범접할 수 없었을 높이였지만 지금의 놈은 속박된 상태였기에 바닥에 바짝 엎드린 모양새였다.


“역시. 난쟁이 어쩌구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저건 거살의 야장의 작품들이군. 이 정도 기세라면 기대한 것 이상이야.”


“다들 하체에 힘 단단히 줘라! 성공이 눈앞이다! 저 오만한 괴물에게 사냥꾼의, 인간들의 힘을 보여준다!”


여행자들의 사기는 끝없이 올라갔다. 말 그대로 성공이 눈앞이었고 모든 게 순조로웠다.


아서는 저 무기들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페르세우스가 지금의 명성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거대한 힘들 중 하나였다. 제도에서 발견한 조금 특별한 대륙인의 작품.


그가 벼려낸 검은 거인의 피부를 베어낸다.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도끼는 거인의 살점을 찢어발기며 그가 만들어낸 화살은 거인의 거대한 눈동자에 필중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의 무구는 거대한 속성의 모든 괴물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아서? 한창 전열에서 활약하고 있어야 할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냐?”


프리드가 후열에서 밀려드는 그레이 트롤들을 하나씩 베고 있을 때였다. 그의 옆으로 아서가 떨어졌다.


“아직 진짜는 나서지도 않았거든. 괜히 앞에서 얼쩡거리다 봉변을...!”


“본론만 말하지. 보는 대로 나도 좀 바빠서.”


프리드의 검이 아서의 뒤를 노리던 잡졸의 둔기를 쳐냈다. 조악하게 엮은 몽둥이는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여튼... 운이 좋다면 볼 수 있을 거야. 내가 말하는 봉변이 뭘 뜻하는지.”


프리드는 저 앞을 향해 한번 시선을 던지고는 무심하게 검을 휘둘렀다.


“저 말대로야. 실제로 있더라고. 나처럼 단체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군림할 수 있는 재능이. 세상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음? 알랭?”


익숙한 목소리다 했더니 알랭도 어느새 그의 근처에 와있었다.


‘뭐야? 미리 약속이라도 한 건가? 왜 불안하게 하나씩 모이는 거야?’


뭐, 그것과 별개로 알랭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는 나름 흥미가 동했다.


“이크, 하레이! 그쪽으로 하나 간다!”


“아아! 어떻게 좀 해줘! 내 삶도 여기까지구나!”


하레이는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허둥지둥 손을 앞으로 내밀며 두 손에 거의 유일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빛을 터뜨렸다.


퍼석-!


살벌한 파육음과 함께 하레이를 노리던 그레이 트롤이 곤죽이 되어버렸다. 실눈을 뜨고 눈앞을 확인한 하레이는 쓰러진 회색 고깃덩이와 자신의 손에 희미하게 남은 빛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각성의 순간이군. 뒤는 내게 맡기라고!”


물론 그럴 일은 없었다. 주점에서 입에 풀칠이나 하는 음유시인들도 그런 전개는 사용하지 않는다. 놈은 단순히 타이밍 좋게 날아온 바위에 맞아서 죽은 것이었다. 모든 과정을 눈에 담은 프리드는 당연히 그를 외면했다.


‘제발 좀... 차라리 방금 죽는 게 나았을 수도...’


후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전열은 여전히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놈들과 조우하고 시간이 상당히 흐른 만큼 어느새 사슬을 극복한 앙그리아는 두 눈이 시뻘개진 채로 그 거대한 몸체로 전장을 휩쓸고 있었다.


일반적인 몬스터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광폭화 현상이었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그 거대한 움직임에 당황할 법도 한데 그들은 침착했다.


“디펜더들은 전위로! 방패의 벽을 세워라! 전위는 물러나!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


마법 혹은 마병의 힘으로 거의 3m에 달하는 체격을 갖게 된 전사들이 번갈아가며 놈의 주먹을 받아냈다. 거대해진 체격도 여전히 놈의 주먹보다는 작았지만 그들의 개개인의 각력은 그 차이를 충분히 메꾸고도 남았다.


〔벌. 레. 새끼. 들이. 귀. 찮. 게. 하는. 구. 나.〕


한바탕이 끝난 뒤, 놈의 입에서 나온 음성은 부조화 그 자체였다. 음절이 끊어짐에 따라 변해가는 다채로운 목소리들. 레가릭은 두 귀를 틀어막았다. 이미 일전에 경험했던 끔찍한 능력이었다.


“대... 대체 그 사이에 또 얼마나 많은 여행자들을 포식한 거야?”


덥썩.


“크어억! 로드여! 어... 어째서!”


놈의 손이 향한 곳은 바로 앞이었다. 발치에 있던 고풍스러운 복장의 트롤은 놈의 우악스런 손짓에 으스러졌고 곧 아가리 속으로 사라졌다. 놀랍게도 놈의 상처로부터 새로운 살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물아물.


놈의 입은 기괴하게 휘더니 호선을 그렸다. 이빨 사이로 그레이 트롤 특유의 푸른 피가 흘러내렸다.


〔네. 놈. 들. 에. 게. 승산. 은. 없다.〕


상체를 숙여 두 손으로 바닥을 짚은 녀석은 네 발 짐승의 그것처럼 허공을 향해 강하게 도약했다.


〔우. 어. 어. 어.〕


놈이 착지한 곳은 일단의 여행자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이 괴물이 미쳤구나! 적들의 한복판에 들어오다니!”


“이건 기회다! 우리가 놈을 쓰러뜨린다!”


“우와아아아!”


평시였다면 그 거체에 압도될 만도 했는데 그들의 사기는 절정을 찍고 있었다. 카니발은 놈의 의도를 바로 파악하고 마법으로 음성을 증폭시켰다.


“이런 멍청한! 빨리 그곳을 빠져나와!”


허나 눈이 멀어버린 그들이 카니발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어째서 이들은 눈앞의 상대와 자신들 사이에 있는 격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건가?


“함정이란 말이다!”


그것은 싸움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저 일방적인 학살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사자가 상처를 입는다고 한들 개미 떼에 밀릴 수는 없었다.


으적으적! 와드득! 우드득!


“꺄아아! 살려줘요! 제발!”


“이 빌어먹을 새끼가!”


겨우 분노 따위의 매개체로 좁힐 수 있는 격차가 아니었다. 물론 그 사이에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은 페르세우스가 두 번째의 말뚝의 준비를 끝냈다는 것이었다.


“발사! 이제 디펜더들은 직접 말뚝을 고정해라!”


슈우웅! 퍽-!


놈이 지면에 딛고 선 발들의 위로 정확하게 말뚝들이 날아가 꽂혔다. 그 거대한 육체로 말뚝의 속도를 상회할 기동을 할 수 없을 거란 기대가 딱 들어맞았다.


〔크. 아. 아. 악. 인. 간들.〕


비명을 질렀다. 짐승의 모습을 띈 상태임에도 이성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였다. 놈은 지금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상태였다. 카니발은 재빨리 판단을 내렸다.


“좋아! 그걸로 간다! 다들 준비해!”


카니발의 외침에 페르세우스 소속의 여행자들은 그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원을 형성했다. 그들은 양팔을 카니발을 향해 펼치며 동시에 방대한 양의 마나를 그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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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 낙수 (3) +2 21.01.12 91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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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9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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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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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 2막 프롤로그 +3 20.09.15 15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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