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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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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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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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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9. 카약스 공방전 (13)

안녕하세요~




DUMMY

파스슥!


프리드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의 손을 떠난 검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던 검 자체가 서서히 바스러져 그 형체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아서는 마치 그럴 것을 알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변변찮은 무장도 없이 무리하지 말라고. 그럼 나중에 제대로 된 준비가 되었을 때 볼 수 있기를 바라지.”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그는 그대로 층계를 따라 떠나버렸다. 그가 떠난 자리에 손잡이만 남은 검을 들고 프리드가 중얼거렸다.


“쯧, 그래도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부족했나 보네.”


그래도 한 방 먹여주고 싶었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프리드의 몸이 알랭네가 묶여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하... 하하. 오, 오래간만? 맞나?”


“오래간만은 퍽이나. 언제까지 팔자 좋게 앉아있을 거야?”


“미안. 너도 보다시피 이것 때문에 말이야.”


두 팔을 헐렁하게 구속한 족쇄와 축 늘어진 사슬. 그것들을 당기며 알랭이 말했다.


“하, 진짜 가지가지 하시네. 미리 말해두는데 너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거야. 너희가 받기로 했던 보상은 전부 내가 먹어도 이의 없겠지?”


물론 사전에 아칸에게 전해 들었던 것은 일부였다. 당연히 알랭으로부터 조금이지만 반발을 예상하고 내뱉은 말이었다. 허나 그는 순순히 고개를 떨궜다. 결정권은 전부 프리드에게 넘긴 것이었다.


“그래. 그게 맞아. 우린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까.”


어째서인지 족쇄를 프리드의 힘으로도 끊을 수가 없었다. 족쇄를 손으로 단단히 붙잡고 당겨도 마나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족쇄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만...


“이건...?”


아마 프리드가 추측한 게 틀리지 않았다면 이건 글래스 메탈이었다. 그렇다면 족쇄를 잡았을 때의 어딘가 익숙한 느낌도 설명이 되었다. 결국 족쇄를 묶은 사슬만 끊어내는 게 최선이었다.


“마나는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이해해주라고. 이러면 그래도 걸을 수는 있겠지?”


알랭이나 카나 같은 녀석들은 순순히 프리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첫 대면 당시에 프리드에게 송곳니를 드러냈던 여행자들. 그를 보면 또 몸을 비틀 것 같았는데 의외로 조용히 그들의 차례를 기다렸다. 순간마다 프리드의 뒤를 매섭게 야리긴 했지만.


그렇게 아서와 알랭, 프리드 등. 몇몇 미래의 거물급 여행자들이 엮인 작은 해프닝은 끝이 났다. 그들이 올라가서 본 거리는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이거, 상당히 요란하게 놀았나 보네.”


“그게... 조금요?”


피곤한 기색을 대놓고 비추던 프리드를 대신해서 로레인이 대답했다.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몇 번 불심검문에 잡히긴 했지만 조용히 있던 아에리스가 뛰어난 언변을 발휘해서 넘어갈 수 있었다. 로레인의 마법으로 족쇄를 가린 게 가장 유효했다는 건 말할 것도 없었고.


“이질적인 마나의 운용이네요. 손목이 몽실몽실.”


카나는 로레인이 사용한 마법에 흥미가 동하는지 연신 손목을 감싼 환영을 보며 ‘몽실몽실...’ 이라고 중얼거렸다.


통로가 설치된 창고건물에 도착하자 그녀는 처음으로 난색을 표했다.


“저,,, 그,,, 생각해보니까 저도 이것 때문에 조금 곤란할 것 같은데...”


이제 보니 족쇄에 묶인 건 카나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녀도 마나를 운용하지 못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그녀가 주머니에서 마정석을 꺼내서 시도는 해봤으나 어떠한 변화도 일지 않았다.


“쩝,,, 대공이 그녀의 마나에 반응하도록 손을 써줬는데 그녀가 이런 상태니...”


“그거 한 번만 보여줄 수 있나?”


프리드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네? 하지만 이건... 네... 여기요.”


“왠지 너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자신은?”


일전에 스틸러스에서 로레인이 뭘 했는지가 프리드의 뇌리에 스쳐갔다. 거기서 생각이 닿았다.


‘어쩌면? 얘라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로레인이 그에게 마정석을 받아들었다.


“공간의 개념은 못해도 클래스 6의 개념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야... 어?”


“세상에... 카나. 저거 그거잖아.”


“이건 말도 안 돼.”


카나와 아에리스, 아칸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가 쥔 마정석에서 선명하게 피어나는 마나의 흐름. 그녀가 지금 어떤 식으로든 마정석을 운용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대공님이 알려주신 반응식을 며칠 밤을 새서 공부했는데도 버거웠던 건데... 당신은 대체 누구를 데리고 다니는 거예요?”


“쟤가 좀 잘났어. 난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데리고 다니지 않거든.”


그녀가 로레인을 보고 감탄하자 프리드도 덩달아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자랑하는 와중에도 로레인은 연산을 멈추지 않았다.


“혹시 대공님이 지금 계신 곳의 좌표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주둔지 좌표라면... 잠시만요.”


품에서 양피지를 꺼낸 카나가 무언가를 쓱쓱 적더니 그대로 그녀에게 건넸다.


“여깄어요.”


“감사합니다.”


그로부터 대략 3분 정도? 그러니까 그녀가 연산을 시작하고 대략 15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클래스 8의 마법사의 술식을 해석하고 비록 임시적으로나마 바꾸는 데에 걸린 시간이 겨우 15분?”


마법에 비교적 문외한이었던 알랭도 상황이 이쯤 흘러가자 분위기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녀의 옆에 ‘문’이 열렸을 때에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오, 이 정도면 저번에 영감님이 만들었던 거랑 비스무리하네. 수고했다.”


“네!”




◎◎◎◎◎





“빠르면 내일. 늦어도 모레가 되기 전까지는 진격하는 걸로 결정이 내려졌다. 전장 통솔에 대한 전권은 미드레이 공작에게 있을 것이고. 나는 이전처럼 시어도어를 맡을 것이다.”


요새포만 제거되었다면 미드레이라는 거검을 필두로 비로소 유효한 공격이 가능해진다.


‘음? 마나의 유동?’


핑-! 쿵!


“아구구...”


임시로 설치된 막사의 내부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이건?”


“콜록! 콜록!”


“적의 습격인가? 다들 위치로!”


“정숙! 다들 위치로 가서 대기한다! 호들갑 떨지마라.”


작은 먼지의 벽 너머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아른거렸다.


“어떻게 된 게 하필이면 지상에서 애매하게 뜬 부분에서 형성되는 거냐?”


일찌감치 빠진 알랭 등은 휘말리지 않았지만 그 아래 떨거지들은 제각각 엎어져서 뒤엉켜있었고 그 정상에는 두 남녀가 걸터앉아있었다.


“히~ 살짝 실수했네요.”


다소곳하게 앉은 여인은 눈이 동그래져서는 엉켜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거, 한참이나 지각했다네. 더럽게 화려하게 등장해주시는군.”


“나이도 지극하신데 한 대 거하게 얻어맞으시고 골골대신다기에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뭐, 오는 길에 작은 해프닝이 있기야 했는데 뭐, 그것도 대공께는 나름 선물 아니었습니까?”


프리드가 씨익 웃어보였다. 어쩌면 이리도 멋지게 극복해낸 것인가? 같은 여행자에 대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분노와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환멸에 빠진 남자는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공의 뒤에서 허여멀건 무언가가 프리드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애송이!>


“으어얽!”


<이놈! 나만 두고 어딜 싸돌고 온 거야?>


“이봐. 검 씨. 그건 미안하게 됐는데. 그렇게 갑자기 달려들면 인간인 내 몸은 견디질 못해.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


다리 사이에 박힌 채로 덜덜 떨리는 검신이 그렇게 살벌할 수 없었다.


<크흠. 여하튼 다시 보니 반갑군.>


아직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도 어느 한쪽이 패배를 인정하지도 않았지만 잠깐의 여유는 충분히 허락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카약스를 탈환하는 게 그리 힘들지 않을 것 같다는 변수를 만들어낸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불안정한 수많은 미래들 중에서 이런 미래를 발견해줘서 고맙구만. 이번 동행이 끝나고 또 헤어진다면 다음에 봤을 때는 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올 것인가.’


어쩌면 이 말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이 여행자라면 전능한 누군가가 상정한 범위를 이미 넘어섰을지도 모른다.




◎◎◎◎◎




익일.


“오늘 블레임의 검은 비로소 웅크렸던 어깨를 피려고 한다. 기사들은 자신의 기사도를 관철해라! 병사들은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죽지 마라! 오늘은 내가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서 돌아갈 것이다!”


검의 공작. 그가 검을 머리 위 높은 지점까지 들어 올리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렸다. 순수한 우윳빛의 맑고 맑은 마나. 오롯이 검만 바라봤던 이들이 닿을 수 있게 되는 지고의 경지. 그의 기사도는 마치 강철로 된 요새와도 같았다. 결코 흔들림이 없었다.


둥! 둥! 둥!


출정을 알리는 북소리가 전장을 가득 채웠고 선두에는 어김없이 미드레이가 서있었다.


“내가 길을 연다! 그 뒤를 따라 성내로 진입하라!”


검 끝 선에 얇게 맺혔던 오러가 맹렬히 회전하더니 그대로 성문으로 향했다. 그의 일격에 왕국 측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저것이 검공...!”


쾅-!


검격의 여파가 물러가자 그곳에는 강맹한 검이 서있었다.


“미드레이 공작님, 죄송하지만 여기는 지나가실 수 없겠습니다. 검의 길을 가는 자로서 존경하고 있지만 적으로 만나버렸으니 그 이상까지 갈 수는 없는 법이지요.”


“쯧, 앞으로 한, 두 번이면 족했을 텐데.”


무엇이든 밀어낼 것만 같았고 매섭게 성문을 강타하던 그의 마나였지만 모습을 드러낸 사내들의 합격에 막혔다.


상대는 다름 아닌 크레이만. 1번 청기사인 그를 주축으로 미드레이의 검격을 막아낸 것이었다. 그의 뒤로 십 수 명가량의 청기사들이 도열하며 미드레이를 서서히 압박해오고 있었다.


성문을 파괴하기 위해서 홀로 진영에서 빠져나와 있었기에 순식간에 그를 죄어오는 청기사들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일견하기에도 미드레이가 꽤나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제국의 노괴가 송곳니를 하나 키우고 있었구나. 이 전장을 내 사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준비한 것이냐?”


미드레이가 그의 검을 강하게 쥐었다.


전선에서 반 보 가량 물러난 탈환지, 광산도시 헤스자. 크레이만이 벌써 전장으로 나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마스커레이드 후작은 침상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허, 참. 청기사라니요? 정말 제대로 보신 게 맞습니까? 후작님의 눈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병상에 누운 후작을 두고 게럴드 블레임이 소리치고 있었다.


“거, 환자 앞에서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나?”


게럴드는 알고 있었다. 눈앞의 이 남자가 병상에 누워있기는 해도 당장 오거 한, 두 마리쯤은 맨손으로도 작살을 낼 수 있다는 걸.


“다른 어중간한 집단도 아니고 제국의 청기사입니다. 황제를 지키는 로얄 가드! 대체 제도에서 황제의 옆을 지키고 있어야 할 그들이 왜 여기까지 왔다는 겁니까?”


“이제 그만 좀 해라. 게럴드. 설마 겁이라도 먹은 거냐?”


게럴드는 도무지 진정하지를 못했다. 같은 검사로써의 호기심. 스승과 목숨을 걸고 겨뤘고 나아가서 그를 이 지경까지 몰아붙인 청기사라는 실력자에 대한 호승심. 그만큼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그가 생각하는 바를 후작도 잘 알았다.


“네가 걱정하는 이유는 잘 안다. 하지만 너와 같은 생각을 나나 공작께서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마라. 적어도 공작께서는 그걸 일일이 걱정하실 정도로 가볍지 않아.”


“그건...!”


“굳이 너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소리다. 말하지 않았느냐?”


이어지는 마스커레이드의 단언에 게럴드는 숨이 멎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단언하겠다. 적어도 ‘이번 세대’내에 그의 검을 꺾을 검은 나타나지 않는다. 일 대 일이건, 일 대 다수건, 물론 여행자라는 미지수의 존재들까지 전부 포함한 결과다.”


이번에는 적의 수준이 수준이니만큼 그 신뢰가 흔들릴 법도 했지만 그의 믿음은 굳건했다.


‘적어도 나와 붙었던 그 녀석만큼은 재기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무엇보다 청기사, 거기서도 단장 수준의 정도가 아니라면 나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작가의말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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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128. 1월의 층 (1) +1 21.02.16 87 1 11쪽
128 127. 분기점 (2) +1 21.02.09 91 1 12쪽
127 126. 분기점 (1) +2 21.02.02 85 2 12쪽
126 125. 낙수 (5) +2 21.01.26 88 2 12쪽
125 124. 낙수 (4) +2 21.01.19 96 2 12쪽
124 123. 낙수 (3) +2 21.01.12 91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8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4 2 12쪽
121 120. 카약스 공방전 (14) +2 20.12.22 98 2 11쪽
»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20 1 13쪽
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7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7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9 2 12쪽
116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7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9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4 2 11쪽
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8 2 12쪽
112 111. 카약스 공방전 (5) +2 20.10.20 124 2 12쪽
111 110. 카약스 공방전 (4) +2 20.10.13 103 2 12쪽
110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5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5 2 11쪽
108 107. 카약스 공방전 (1) +3 20.09.22 142 3 13쪽
107 106. 2막 프롤로그 +3 20.09.15 153 3 7쪽
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4 3 11쪽
105 104. 비를 긋다 (14) +2 20.09.01 13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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