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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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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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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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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15. 카약스 공방전 (9)

안녕하세요~




DUMMY

“낮의 그 지진. 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냐?”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지는 알겠어요. 그런데 대공님은 아닐 거예요. 그런 마법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거기다가 점령당한 상태긴 하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모두 블레임의 백성들이잖아요.”


대답에 망설임이 없었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소 엉뚱한 생각이 간혹 나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식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그렇지? 그래도 되는 일이 없는 건 마찬가지네.”


뭔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꼬이고 있는 기분이었다. 정상적으로는 자신들은 여기에 있을 수도 없었다. 삽질을 하더라도 로드벨트 요새에서 삽질을 했어야 했다.


“프리드 님?”


“어? 왜?”


“아니, 몇 번 불렀는데 대답이 없으셔서요.”


“아 생각할 게 좀 많네. 사라진 검 씨도 찾아야 하고...”


대강적인 위치라도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떻게 방법이라도 찾을 수 있겠는데 참... 자신과 비슷한 마나를 질질 흘리고 다니니 못 찾을 것도 없긴 한데.


“그럼 당장 내일부터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글쎄다. 길이 너무 머네.”


막막했다. 이정표도 뭣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처음이잖아요.”


“뭐?”


“프리드 님도, 저도 처음이니까 좀 헤맬 수도 있잖아요. 길이 멀면 천천히 가면 되잖아요. 설령 오래 걸리더라도 괜찮을 거예요.”


로레인은 입을 벌리고 헤헤- 웃었다. 너무나 사소했기에 잊기 쉬웠던 것이었다. 그 미소는 미숙했던 프리드가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이었고 어쩌면 지금도 거기서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특별할 필요도 없네요. 저는 프리드 님과 함께라면 이런 정체조차도 즐거우니까요.”


프리드는 다시 한 번 자각했다. 이제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동료가 있었다.


그런 그녀를 두고 굳이 다른 놈들에게 신경 써가며 과하게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었다.


“새삼 고맙네. 씩씩하게 잘 컸어.”


“알면 됐어요.”


덕분에 부담 자체는 한결 덜 수 있었다. 뭘 어쩌든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은 모레 정오로 정해져 있었으니 잠깐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 하루, 하고도 반이라...”


마땅히 생각나는 건 없었다.


“내일 생각하자 급할 것도 없잖아. 당장은 할 일도 없고, 정 할 일 없으면 검 씨라도 찾으러 가야지.”


이렇게 죽는 시간이 생기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쿠당탕!


늦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낡은 나무문 너머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뭘까요?”


“글쎄다. 주정뱅이가 잔뜩 꼴아서 난동이라도 부리나?”


잠깐 그러고 말겠지. 하는 생각에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쉬이 끝날 생각을 안 했다. 결국 그는 참다못해 무슨 일인가 확인을 위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아, 거, 소리 한번 죽여주게 크네. 관심 좀 달라고 시위하는 것 같잖아.”


낯짝이나 확인하자는 생각으로 그는 문을 열었다. 난간 쪽으로 느릿느릿 걸어가 1층 홀 방향을 보니 한 남자가 점원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눌린 채로 마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비켜주세요! 사람을... 사람을 찾고 있어! 제발! 분명 흔적이 여기로!”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기에 도로 방으로 돌아가려는 차에 소리를 한창 지르던 그의 시선이 프리드에게 닿았다.


“당신! 2층에 있는 당신! 당신의 도움이 필요...! 읍!! 알랭 씨가 당ㅅ...!”


뒤 내용은 들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도착한 위병들 중에서도 덩치가 제일 큰 이가 다가오더니 그의 목을 감싸고 입을 틀어막은 채로 밖으로 끌고 나가려고 했으니까. 현저히 차이가 나는 체급에도 불구하고 그는 버티고 있었다.


“으읍..! 읍!”


비록 제압당해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고 불안함이 가득 찬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 목적지만큼은 확고부동했다. 꿋꿋이 프리드에게 날아가 꽂혔다.


“아아... 씁... 귀찮은 건 질색인데.”


굳이 나서서 일을 벌이는 것도, 귀찮게 되는 것도 극도로 혐오하지만 저런 눈을, 저런 간절한 눈을 보면 사람이 물러질 수밖에 없잖아.


“하아... 오늘 잠은 다 잤네.”


프리드가 계단을 빙 둘러 내려가 그들의 앞에 섰다.


“잠시만요.”


병사들이 프리드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인지 계속해서 그를 끌고 나가려고 하자 그냥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힘깨나 쓰게 생긴 덩치 큰 남성은 안면에 짜증을 잔뜩 표하며 프리드에게 물었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 남자, 여기서 부숴 먹은 게 전부 얼마입니까? 제가 전부 배상하겠습니다. 그러니 그쯤 하시고 풀어주실 수 없습니까?”


일단 위병은 정해진 패턴대로 난색을 표했다.


“일단 저희도 신고가 들어오면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일단 기록이 남으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말이었다.


“하아... 일단 이거 받으시지요.”


이럴 줄 알고 미리부터 준비해뒀던 비장의 무기를 그들에게 건넸다.


“여관 주인에게도 제가 알아서 잘 해결하겠습니다. 치안 유지에 힘써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마치 타협의 여지가 없을 것처럼 굴던 위병들의 시선이 프리드의 주먹 속으로 꽂혔다. 빛나는 금화 2개. 혹시라도 프리드의 마음이 바뀔까 그들은 금화를 주섬주섬 챙긴 채로 서둘러서 여관을 빠져나갔다.


“이봐요! 위병 나으리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관 주인은 어이가 없었다. 행패 부리던 얼간이를 잡아가라고 위병들을 불러놨더니 무어라 쑥덕거리더니 주정뱅이는 냅두고 자기들끼리 빠져나가 버렸네?


“당신은 뭔데 남 일에 참견하는 겁니까?”


그가 프리드에게 따지려 다가가자 프리드가 추가로 준비해뒀던 ‘성의’를 꺼내서 여관 주인의 손에 쥐어주었다. 마찬가지로 빛나는 금화 몇 개. 부서진 테이블에 대한 보상으로는 차고 넘쳤다.


“아이쿠! 이거 귀한 손님이셨네!”


하고는 주방으로 돌아 가버렸다. 그리하여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난장판 속에서 그나마 멀쩡한 테이블을 잡고 두 남자가 마주 앉아있었다. 거기에 소란이 끝났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프리드를 찾아온 로레인까지 셋.


로레인이 그를 알아봤다.


“어? 저 사람? 아까 그 철검성 쪽 사람 아니에요?”


당연히 몰랐던 프리드는 자연스레 의문부호를 띄웠고 덩달아 앞에 앉아있던 남성도 의문부호를 띄웠다.


“임시지만 철검성 쪽에서 온 사람은 맞습니다만... 뭡니까?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나서신 겁니까?”


작게 속삭인다고 하기는 했는데 대답이 그에게서 나오자 로레인은 연신 헛기침을 했다.


“알 게 뭐야. 남이 쉬는 데까지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 게 누군데? 신경이나 쓰이게 하질 말던가? 그렇다고 내가 무시하기를 바란 것도 아니잖아.”


“허, 참...”


이야기를 잠시 나눈 결과 사내의 이름은 아칸. 육체를 사용하는 활동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그는 여행자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학문 쪽을 파는 별종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소란을 일으키면서까지 프리드를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알랭 씨를! 특무조의 모두를 구해주십시오! 그는 분명 당신을 찾아가라고 내게 전언을 남겼습니다.”


“아니, 다짜고짜? 오늘 좋은 일을 하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내가 자원봉사자 같은 걸로 보이는 거야? 너희는 나를 대체 뭘로 보는 거야? 네 친구들이 나에 대해서 하는 말을 들었으면 나한테 도와달라는 생각은 꺼내지도 못했을 텐데?”


“물론 공짜로 도와달라는 건 아닙니다. 알랭 씨가 추가로 주신 언질 같은 게 있기야 합니다만...”


그가 제시한 조건은 간단했다.


아칸이 가진 독특한 능력과 프리드의 무력으로 붙집힌 알랭 일행을 구해낸다. 일단 구출만 해낸다면 알랭은 그 가치에 준하는 보상을 약속했다.


“철검성과 화란, 그 밖의 몇몇 여행자들이 자신의 목숨에 합당한 보상을 내놓을 겁니다. 그걸 보증하는 건 다름 아닌 블렌하임 대공님의 마석이구요.”


마치 이래도 네가 거부할 수 있을 것 같냐는 투의 자신만만한 말투. 하지만 프리드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은 그의 예상보다 더욱 더 험한 길이었고 그는 생각보다 더욱 독한 놈이었다.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해주는 건데 말이야. 이 테이블의 주도권을 쥔 건 우리 쪽 아닌가? 뭔데 잘난 듯이 주절대는 거야?”


“...?”


돈이야 평범하게 용병질만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벌 자신이 있었다. 그 정도의 조건으로 까부는 게 알량해 보이기만 했다.


“일단 첫째, 난 기본적으로 너희를 믿지 않아. 뭔데 다짜고짜? 내게 뭔가 노리는 게 있어서 함정을 파고 해코지를 하려는 건지 내가 어떻게 알아? 누구도 모를 일이지. 조금 이상하잖아. 둘째, 설령 네 말이 사실이라고 쳐. 끌려간 놈들의 생사는 확실한 거냐? 이미 죽었다면 어쩔 건데?”


“알랭 씨는 강합니다. 그 남자도 알랭의 가치를 모를 리가 없고요.”


“다른 얼간이들은 모르겠는데. 알랭, 그쪽의 실력은 좀 들은 게 있어서. 정말 그를 제압해서 끌고 갈 수준의 실력자라면 내가 간다고 한들 의미가 있을까? 선구자라며? 엄청 강하다며?”


“그건...”


아칸의 말문이 순간 막히고 말았다. 주도권은 완전히 넘어갔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내가 너희를 위해서 이 일을 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조차도 존재하지 않아. 솔직히 방금 소모된 10골드가량의 금전만 아깝다는 생각이 지금도 머리를 쑤실 정도로.”


실제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옆구리는 아까부터 로레인이 꼬집고 있었고 돈도 필요 이상으로 너무 줬다고 갈구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하나씩 펴질 때마다 아칸의 표정도 순차적으로 일그러졌다. 하기사 말이 좋게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지. 조용히 있었던 아칸이나 알랭은 몰라도 나머지 찌꺼기들이 초면부터 한껏 삐딱하게 굴었으니.


“하지만 저희의 도움이 없으면 당신도 이 도시를 벗어나기는 힘들 텐데요? 제 말이 틀립니까?”


“알 게 뭐야? 내가 나간다는데 지들이 안 내보내주면 어떻게 할 건데?”


“카약스의 검문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전시인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물론 그렇겠지. 그쪽이 여기까지 굳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말이야. 그런데 그렇게 똑똑하신 분이 이런 생각은 따로 해본 적이 없나? 내가 여기에서 널 죽이거나 생포해서 팔만 군에 넘기고 그걸 대가로 도시를 빠져나가는 그런 그림? 어때? 기발하지 않나?”


애초에 여행자라는 부류는 대부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존재라고 대륙인들은 생각하니까.


(지금 그 말 진심이에요?)


(글쎄다. 반 정도는?)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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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 낙수 (3) +2 21.01.12 90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7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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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19. 카약스 공방전 (13) +1 20.12.15 119 1 13쪽
119 118. 카약스 공방전 (12) +2 20.12.08 86 2 12쪽
118 117. 카약스 공방전 (11) +2 20.12.01 136 2 11쪽
117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9 2 12쪽
» 115. 카약스 공방전 (9) +3 20.11.17 107 3 11쪽
115 114. 카약스 공방전 (8) +2 20.11.10 98 2 11쪽
114 113. 카약스 공방전 (7) +1 20.11.03 104 2 11쪽
113 112. 카약스 공방전 (6) +2 20.10.27 9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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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0. 카약스 공방전 (4) +2 20.10.13 102 2 12쪽
110 109. 카약스 공방전 (3) +2 20.10.06 114 2 12쪽
109 108. 카약스 공방전 (2) +2 20.09.29 11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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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5. 비를 긋다 (15) +2 20.09.08 13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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