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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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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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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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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6. 카약스 공방전 (10)

안녕하세요~




DUMMY

로레인의 우려와는 다르게 협박이 제대로 먹힌 것인지 아칸이 연신 식은땀을 닦았다.


“크흠... 그럼 당신이 원하는 게 뭡니까?”


“그건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부탁하는 자세부터가 틀려먹었어.”


딱!


프리드가 손가락을 튕구자 그의 손에서 빛이 발하며 거대한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칸은 놀란 나머지 의자에 앉은 채로 뒤로 넘어져버렸다. 다급히 일어난 그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솔직히 내게 그만 좀 간섭했으면 좋겠는데.”


“도, 도시 내에서 위병이나 허가받은 일부를 제외하고 무기를 휘두르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일단 그 무기는 내려두시죠.”


대체 저런 거대한 검이 어디에서 갑자기 나온 것이란 말인가? 그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프리드는 검을 거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더욱 이상한 건 여관 내에 다른 사람들. 그들은 프리드의 그런 행동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마시고, 아무렇지도 않게 컵을 닦고,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서빙하고,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어디 한번 네가 가능한 전력을 다해서 발버둥 쳐봐. 그 거짓으로 점철된 주둥이를 찢어줄 테니까.”


아칸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자신이 말했던 건 전부 사실이었고 단지 도움이 필요했기에, 정말로 그의 도움이 필요해서 겨우 찾아온 것인데 정작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이에게 도축 당하게 생겼으니까.


프리드의 거검이 공간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주위의 배경이 그의 검을 중심으로 서서히 깎여 내려가고 있었다. 처음 보는 기이한 광경. 딱 봐도 항거할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거대한 힘의 응축.


“이, 이런 힘은 그 누구에게서도 받아본 적이 없다. 다, 당신 정체가 대체 뭡니까?”


심지어는 알랭에게서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힘이었다.


‘이런 괴물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나약한 겁쟁이라는 거야? 소문은 거짓이었구나. 터무니없는 헛소문이었어.’


자신을 이런 괴물에게 보낸 알랭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왜 보냈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검으로 인해 찢어진 검은 공간의 틈새에서 기이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으르륽... 우어어어....


무언가의 울음소리였다. 짐승? 괴물? 상당히 낮은 음역의 끔찍한 소리가 어둠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확실한 건 이 세상의 것들은 아니었다. 그런 끔찍한 존재들은 본 적도 상상한 적도 없었다. 눈가에 거대한 흉터를 가진 짐승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시, 싫어! 이게 다 뭐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게 이러는 겁니까! 나는 아무런! 아무런 거짓도 고한 적이 없습니다!” 


그가 지금 느끼는 공포감이 어찌나 강한지는 그의 육체가 증명해주었다. 이미 두 다리는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으며, 연신 딸꾹질까지 하고 있었다.


“더는 싫어. 싫다고! 으아아아!”


이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이런 상황은 상정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소리를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딱!


‘아, 이 비루한 인생도 여기까지구나.’


“...봐!”


“예??” 


“일어나 보라고. 아주 가관이네. 조만간 오줌도 싸겠다? 야, 적당히 하랬잖아. 대체 뭘 보여줬길래 애가 이렇게 맛이 가버렸냐?”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그 마귀와도 같은 얼굴.


“어? 내가 살아있는 건가?”


“그럼 살아있지. 죽었으면 어쩌시게?”


‘아직도 그 지옥도가 생생한데 뭐지?’ 라는 표정을 짓고 얼 타고 있는 아칸에게 프리드가 물었다.


“당신, 마법사 맞지? 클래스 몇이야? 단순 마나량만 보지 말고 숙련된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거 기준으로.”


그에게 그 물음을 거부할 권리는 없었다.


“제 마법을 일반적인 클래스 공식에 대입하면 1... 아니 그래도 2 정도는 될 겁니다.”


“흠, 일단 2까지는 확실하게 통하는 거라고 보면 되겠네.”


“실전에서 이렇게 깊고 복잡하게 쓴 적은 없었는데 다행이네요. 딱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오케이, 그럼 테스트 끝. 의뢰 수행은 내일 아침이니까 그렇게 알고. 그럼 이만. 편안한 밤 되라고 의뢰인.”


“???”


“참고로 의뢰비는 제대로 받아낼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어이가 없어서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하... 하하? 이런 게 고작...? 테스트였다고?”


그저 망연자실한 눈으로 프리드네가 떠난 자리를 볼 수밖에 없는 아칸이었다.




◎◎◎◎◎





“음~ 안 상쾌해~ 요즘 일어날 때마다 허리가 멀쩡하지가 않네.”


근래 들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기는 했다. 방을 나와 홀로 나가니 놀랍게도 아칸은 주저앉은 그 자리에서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


“아주머니, 이건 뭐랍니까?”


아주머니는 그저 생글생글 웃으시며,


“으음, 피곤해 보여서 그냥 냅뒀어요~”


아무래도 지난밤의 금융 치료가 아직까지 효과가 있는 건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래도 그렇죠. 참...” 


맨바닥에서 잘 자도 너무 잘 자고 있었다.


“이봐. 팔자도 좋으시네. 슬슬 일어나지?”


그렇게 깊게 잠이 든 것은 아니었는지 그냥 툭 뱉은 말 한마디에 정말로 벌떡 일어났다.


“그럼 어디 한번 출발해보자고.”


아칸이 그들을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그들도 아는 곳이었다. 거리 한편의 작고 어두운 창고 건물. 전에 없던 좀 커다란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다는 게 전과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왜?”


“제가 당신들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복잡한 건 말해도 모르니까 간단하게 설명해봐.”


“마나가 움직이면 따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잔향이라는 게 남습니다.”


거의 무조건 남는다고 했다. 잔향이라는 게. 그는 전투에 관련된 마법에는 소질이 없지만 이 잔향을 읽는 방식을 왕도 여행자들 중 유일하게 알고 있었기에 별동대에 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일단 단편적인 잔향들만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가 허공에서 뭔가를 잡는 모션을 취하더니 그대로 프리드에게 다가와 프리드의 손을 붙잡았다.


“동료분, 손은 프리드 씨가 직접 잡으시죠.”


그가 망설임 없이 로레인의 손을 잡자 그들의 머리에 몇 개의 영상들이 그대로 들어와 박혔다.


강렬한 힘을 품은 창이 천장을 뚫고 그대로 들어오더니 그들의 중심에 박혔다. 그 소란을 틈타 창고 한켠에 서있던 여성의 목 언저리에 어두운 칼날이 드리웠다.


그리고 입구를 통해 하나, 둘 들어오는 사람들. 딱 거기까지였다. 잔향이 보여주는 것은. 이미 봤던 아칸은 덤덤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장 덤덤할 것으로 예상했던 프리드의 얼굴이 의외로 여유롭지 못했다.


“이봐, 그쪽 이름이 아칸이라고 했나?”


“아, 예.”


“밖에서 들어온 녀석들, 전원 여행자로 보였는데 그에 대해 아는 건? 정보가 조금 많이 필요할 것 같네.”


“아뇨. 저도 잘은... 선두의 남자만 조금 알죠.”


“로레인, 너도 봤지?”


영상에 나왔던 이들 중에서도 유난히 낯이 익었던 둘.


“그 종. 맞죠?”


“어, 분명 이름이 아서라고 했었나? 이건 또 무슨 인연이냐? 걔들은 왜 알랭네를 데려갔을까?”


“그러게요. 그때 모습만 보면 적어도 악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아칸이 반색했다. 혹시 그들을 안다면 일이 조금 수월해지지는 않을까? 하고.


“영상에 나온 그들을 아십니까?”


“그냥 스쳐 지나가다 얼굴만 한번 본 사이?”


“그럼 그냥 모르는 사이 아닌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하나같이 의문투성이라 생각할 게 좀 많았다. 아서 일행이 알랭네를 데려간 이유도 모르겠고 여기에 그들이 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적어도 이 도시 내의 사람들 중에는 그들을 알 수가 없어야 했는데.


“원래 너희가 이 도시에서 하려던 일이 뭔데?”


“그것까지는 저로서도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그냥 의뢰한 일이나 제대로 수행해주십시오. 과한 호기심은 충족시켜드릴 수 없습니다.”


“마지막 자존심인가? 상황을 보니 도시 외부로부터는 지원을 바라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현시점의 처지 아니야? 어쩌면 넓게 보면 제국, 좁게 보면 그 여행자 무리들. 그들은 너희들이 올 것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뭔가 구린내가 풀풀 나잖아.”


프리드가 바닥에 어지러이 흐트러진 건물의 잔해를 발로 툭툭 찼다.


“솔직히 이렇게 으슥한 창고 건물에 누가 관심을 갖겠냐? 작정하고 여기를 알고 찾아오지 않고서야. 안 그래?”


요는 그것이었다.


“배신자가 있다는 소리네요.”


“그렇지. 박쥐같은 녀석이 하나 끼어있었던 거야.”


내부에 배신자가 있을 수 있다는 투의 말을 들은 아칸은 잠시간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사고를 잃어버렸다. 애시당초 알랭이 알려준 것은 딱 여기까지였다.


(프리드를 찾아라. 어차피 달리 방법도 없어. 혹시 알아? 그가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줄지?)


“미안하지만 그렇게 길게 멍이나 때릴 정도로 우리에게 여유가 있었나? 그만 끌고 슬슬 입을 열어야 할 것 같은데?”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더는 자신의 판단에 의미가 없어졌다.


“요새를 둘러싼 성벽의 위에는 요새포라고 불리는 수성 무기가 있습니다. 일단 대놓고 밀고 들어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죠. 저희가 받은 임무는 간단합니다. 박살내던지 회로를 끊던지, 요새포의 무력화입니다.”


“알랭네가 어디로 끌려갔는지도 알 수 있겠지?”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당신들을 찾았을 때와 같은 방법을 쓴다면... 솔직히 못할 것도 없습니다.”


“로레인, 여기서 그 첨탑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그리 멀지는 않아요.”


“아칸, 지금부터 네게 딱 한 시간의 여유를 줄 거야. 그때까지 이곳으로 돌아오면 된다. 네가 할 일도 간단해. 그들이 끌려간 위치만 알아내라. 더는 바라지도 않아. 딱 거기까지만. 할 수 있겠지?”


해야 할 일이 생겼다면 질질 시간을 끌 이유도 없었다. 그들은 아칸을 뒤로 하고 창고를 떠났다.


“자신 있어요?”

 

“뭐 말하는 건데? 요새포? 일단 한번 해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사람만 구해서 빠지면 되는 거지. 일단 살아서 돌아가야 다음이라는 것도 있는 거니까.”


“아니, 말구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너무 당연하게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일단 저도 그 아서라는 사람이 딱히 프리드 님보다 세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음, 그래서 하고 싶으신 말은?”


“그게... 그래도 이번에는 수가 너무 많잖아요. 긴장감을 가지세요.”


뭐 위험하기는 하지. 상황에 따라서는. 일단 이곳이 적진 한복판이라는 건 사실이니까.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가더니 로레인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걱정하지 마. 지금 내 계획 속에 그 친구들이랑 싸우는 건 없으니까. 운이라도 좋으면 마주칠 일도 없이 순식간에 끝날걸?” 


“혹시 실패라도 해서 잘못되기라도 해봐요. 진짜 귀신이 돼서라도 저주할 거야.”


“아이고, 아가씨, 나 네 생각보다 겁 많아. 넌 절대 안 다치게 할 거니까.”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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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 낙수 (3) +2 21.01.12 90 2 12쪽
123 122. 낙수 (2) +2 21.01.05 97 2 12쪽
122 121. 낙수 (1) +2 20.12.29 9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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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 카약스 공방전 (10) +2 20.11.24 11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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